The Male Leads Were Stolen by the Extra RAW novel - Chapter (58)
엑스트라에게 남주들을 빼앗겼다 (58)화(58/162)
<58화>
대체 음식에 무슨 짓을 했기에 부지불식간에 사람 마음이 변할 수 있는 거지?
마법을 쓴 것인가.
하지만 그런 마법은 들어 보지 못했다.
마법에 대해 잘 알진 못하지만 애당초 그런 마법이 있다면 세상에 혼란을 가져다줄 테니 금지가 되었을 게 뻔했다.
“내게 기대.”
“괜찮아요.”
옆에서 들려오는 탄의 목소리에 셀로니아는 설레설레 고개를 저었다.
“한 번 말하면 좀 들어. 지금 네 얼굴을 봐. 하얗게 질렸잖아.”
탄이 셀로니아의 얼굴을 끌어와 제 어깨에 기대게 만들었다. 목소리는 신경질을 내고 있으면서도 손길은 섬세하기 짝이 없었다.
“아가씨, 그러셔요. 마차가 흔들리니까 시트 말고 탄 님의 어깨에 기대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엘라도 고개를 끄덕이며 마차 안에 있던 담요를 펼쳐 셀로니아의 몸 위에 둘러 주었다.
“그럼 잠깐만……. 엘라 오늘 일은 아무한테도 말하면 안 돼. 아무한테도…….”
목소리 낼 힘조차 이제 더는 남아 있지 않아 셀로니아는 웅얼거리며 말을 마쳤다.
그러고는 까무룩 잠이 들고야 말았다.
* * *
메덴 강을 따라 구불구불한 길을 돌아온 네 사람은 비탈진 언덕 위에 서 있었다.
그러자 서서히 걷히는 물안개 속에서 저 멀리 우뚝 솟아난 마왕성이 보이기 시작했다.
녹음이 우거진 숲 사이에 온통 흑백으로 물든 마왕성은 그들의 시선을 단숨에 빼앗았다.
모든 색을 빼앗긴 것처럼 잿빛의 마왕성은 작은 창문 하나조차 없었다.
게다가 성의 크기는 실로 어마어마했는데, 성까지 꽤 거리가 있는 위치인데도 그 크기에 압도될 정도였다.
“셀리, 몸은 어때?”
맥라이언이 슬쩍 눈치를 보며 물어 왔다.
그게 꼭 생애 처음으로 부모님께 선물을 전해 주고 반응을 살피려는 어린아이의 모습 같았다.
그런 천진함에 셀로니아는 잠시 심각함도 잊고 푸핫 웃으며 말했다.
“너무 좋아. 고마워.”
그에게 심장을 받은 이후로 마물들의 공격은 대부분 그녀를 비껴갔다.
오랜 행군으로 천근만근이었던 몸도 가뿐해져 있었다.
이게 다 그가 준 심장 덕분이었다.
“다행이다. 그게 널 오래 지켜 줄 거야. 흑마법만 아니라면.”
“흑마법?”
“흑마법은 성결한 드래곤과는 완전히 상극이거든. 그래서 내 심장도 흑마법으로부터 너를 지켜 주지는 못할 거야.”
“그렇구나.”
“하지만 괜찮아. 고대 마법이라 사라진 지 오래야. 마물 숲에서 흑마법이 쓰일 일도 없고.”
맥라이언은 걱정하지 말라며 자기만 믿으라는 듯 환히 웃어 보였다.
가슴을 부풀리며 자신만만해하는 그의 태도에 셀로니아는 또다시 웃음을 터뜨렸다.
“그러니 나와 오래 함께 있어 줘.”
하지만 차마 그 말엔 대답할 순 없었다.
* * *
“…….”
셀로니아는 천천히 눈을 떴다.
그러자 어두운 공간 안 낯익은 천장이 눈앞에 자리해 있었다.
방금 꾼 꿈은 뭐지?
그 꿈은 과거에 겪었던 현실이었다. 마물 숲에 들어선 지 3개월 정도 됐을 무렵, 맥라이언에게 심장을 전해 받은 지 일주일 정도 됐을 때였다.
잠시 잊고 있었다. 반년 동안 많은 일이 있었기에 모든 것을 다 기억할 수가 없었다.
자잘한 일들은 단편적으로만 떠오르거나, 아예 기억이 나지 않을 때도 있었으니까.
꿈에서 언급한 흑마법.
일명 고대 마법이라고 불리는 그것은 예전에 맥라이언에게 자세히 들은 적이 있었다.
흑마법은 신성의 상징인 드래곤이 가장 혐오하는 것 중 하나였기에.
아주 옛날, 선이 아닌 악을 숭배하는 소수의 사람들이 집단을 이뤄 만들어 낸 것.
수백 년 전 선대 황제의 의해 이단들은 몰살당했으며 흑마법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고 했다.
그런데 이게 왜 갑자기 꿈에 나온 걸까?
“셀로니아.”
그때, 지독하리만큼 낮게 침전된 낯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셀로니아는 베개 위에서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어둡고 고요한 방 안.
그 안에서 존재감을 확실히 드러내고 있는 붉은 눈이 저를 바라보고 있었다.
* * *
몇 시간 전.
“저, 정신을 잃으신 건가요?”
눈을 감은 셀로니아를 본 엘라의 안색이 흑빛으로 물들어 갔다.
혹시라도 아가씨가 쓰러졌을까 봐 두려워진 엘라는 초조함에 잘근잘근 입술을 깨물었다.
탄도 잠깐 놀란 마음을 다잡으며 어깨에 기댄 셀로니아를 살폈다.
“잠든 거다.”
안도를 담은 말이 그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정신을 잃은 게 아니었다. 색색, 옅고도 규칙적인 숨을 내뱉는 것을 보니 잠이 든 것이었다.
그는 누구보다 셀로니아의 잠든 얼굴을 잘 아는 사람이었다.
밤마다 봐 왔으니, 지금 모습이 쓰러진 게 아니라 잠든 것쯤이라는 건 얼굴만 보고도 알 수 있었다.
“하아……. 다행이에요. 정말.”
엘라가 깊게 숨을 내쉬었다. 너무나 걱정했는지 눈가가 촉촉했다.
탄은 제 어깨에 기댄 채 잠이 든 셀로니아가 불편할까 봐 조금 더 자세를 낮추었다.
그러고는 그녀가 덮고 있는 담요 속으로 손을 집어넣어 부드럽고 말랑한 손을 맞잡았다.
왜 이렇게 작지? 그의 얼굴이 찌푸려졌다.
손안에 잡히는 그녀의 손은 너무도 작았다.
아까도 그녀를 품에 안을 때 손에 느껴지는 무게가 너무도 가벼워 놀랐다.
대체 이 몸은 뭔데 이렇게 작고 유약하고 부드럽기만 한 건지.
그는 잡고 있는 그녀의 손등을 쓸어 만지며, 하얗게 질린 셀로니아의 얼굴 속 갈래갈래 뻗어 있는 속눈썹을 내려다보았다.
그에게 셀로니아는 특별했다. 아니, 특별해져 있었다.
처음엔 그녀가 자신을 아는 것 같은 눈치기에, 더불어 제 통증까지 치유하니 절대로 놓쳐선 안 되는 존재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그것과는 별개로 그냥 같이 있는 것만으로도 좋았다.
그녀가 자신을 오해했을 땐 서운했고, 그녀를 배신했다던 놈들을 만났을 땐 화가 났다.
눈에 보이지 않으면 걱정되어 쫓아가게 되었고, 시선을 뗄 수 없게 되었으며, 자정마다 그녀의 방에서 벗어나기가 싫고 자꾸만 그녀에게 닿고 싶었다.
닿으면 가슴이 뛰고, 안으면 정신이 어질했다.
과연 이것들이 그녀가 단지 제 존재를 알고 있고 자신의 통증을 치유한다 해서 겪을 수 있는 감정인 건가?
지금도 만지면 부서질 듯 약하기만 한 그녀에게 제가 가진 힘을 나눠 주고 싶을 정도였다.
모르겠다. 잘 모르겠다.
기억이 있었다면 더 선명하게 알 수 있을까?
탄은 그런 생각을 하며 어깨에 기대고 있는 셀로니아의 머리에 얼굴을 기댄 채 눈을 감았다.
덜컹이는 마차 소리와 함께 연약하지만 뚜렷한 그녀의 숨소리가 귓가에 울려 왔다.
마치 그게 선율처럼 그의 가슴속을 헤집어 놓았다.
끼이익.
얼마나 지났을까. 열심히 내달리던 마차가 저택 앞에 도착하였다.
“탄 님, 어서요.”
엘라가 급히 마차에서 내리며 문을 잡아 주었다.
탄은 담요를 덮고 있는 셀로니아를 그대로 번쩍 품에 안아 들고서 마차 밖으로 나왔다.
“헉! 아, 아가씨!”
저택 중앙문 앞에 서 있던 문지기들이 놀란 얼굴을 하였다.
멀쩡하게 걸어 나갔던 아가씨가 탄의 품에 축 늘어진 채 안겨 돌아왔으니 놀랄 만도 했다.
문지기 중 한 명이 곧장 저택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탄이 그들의 호들갑에 아랑곳하지 않고 셀로니아를 단단히 안아 들고 중앙문을 지나 계단으로 올라가려 할 때.
“이게 다 무슨 일이냐!”
벌써 소식을 전해 들은 것인지 갤로웨이와 사용인들이 우르르 달려왔다.
“공작님, 아가씨께서 많이 피곤하셨던 건지 잠이 드신 것 같아요.”
엘라는 침착하게 갤로웨이에게 셀로니아의 상태를 설명했다.
아무한테도 말하지 말라는 아가씨의 말에 판자촌에서 있던 일은 절대 꺼내지 않았다.
“의원과 치유사를 불러와라!”
그래도 혹시 모르는 일이었으니 갤로웨이는 하인들에게 명령했다.
하인들이 부리나케 받은 명을 수행하기 위해 움직였다.
“레이몬드, 어서 셀리를 방으로 옮겨라!”
갤로웨이 곁에 있던 보좌관 레이몬드는 탄에게 다가갔다.
“이제부터 아가씨는 제가 모시겠습니다.”
레이몬드는 탄에게 두 팔을 내보였다. 안고 있는 셀로니아를 넘기라는 뜻이었다.
“…….”
그 순간 탄의 얼굴에 싸늘할 정도로 냉기가 어렸다.
셀로니아를 제가 아닌 남이 안아 들겠다는 게 무척이나 거슬렸으니까.
그는 이 품을 놓기 싫다는 듯 셀로니아를 안고 있는 두 팔에 더욱 힘을 주었다.
“귀공, 수고했소. 고맙네. 이제부터 우리가 하겠네.”
갤로웨이가 제 딸을 안아 든 채 가만히 서 있는 탄에게 말했다. 그것은 회유가 아닌 명령이었다.
이제 그만 품에 있는 내 딸을 넘기라는 명령. 너의 역할은 여기까지라는 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