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le Leads Were Stolen by the Extra RAW novel - Chapter (59)
엑스트라에게 남주들을 빼앗겼다 (59)화(59/162)
<59화>
“탄 님…… 그래도 아가씨의 건강을 진찰해 봐야 해서요.”
엘라가 계속 셀로니아를 안고 있는 탄의 눈치를 보며 입을 열었다.
탄은 형용할 수 없는 기분을 담은 붉은 눈을 내려 셀로니아의 얼굴을 보았다.
잠이 든 것은 맞지만 그녀는 여전히 안색이 좋지 못했다.
원래도 우유처럼 하얀 얼굴은 더 하얬고 언제나 사과처럼 싱그럽고 붉었던 입술은 파리했으니까.
그래. 엘라의 말이 맞다. 우선은 그녀의 진찰이 먼저였다.
탄은 앞에 서 있는 레이몬드에게 안고 있는 셀로니아를 넘겼다.
레이몬드는 기다렸다는 듯 가차 없이 탄에게서 셀로니아를 빼앗아 품에 안아 들었다.
“어서 올라가시죠, 공작님.”
레이몬드와 갤로웨이 그리고 엘라와 사용인들이 우르르 계단을 올랐다.
방금까지만 해도 탄의 팔을 채우던 온기가 저택에 감도는 차가운 공기로 인해 존재하지 않았다는 듯 사라졌다.
아쉬움을 넘어 가슴속이 구멍이라도 난 듯이 시렸다.
그럼에도 탄은 그들을 따라 계단을 올랐다. 걱정되어 곁에 있고 싶었으니까.
“공작님!”
호출을 받은 의원이 헐레벌떡 셀로니아의 방으로 들어갔다.
모든 이가 그 뒤를 따라 걱정 가득한 얼굴로 셀로니아의 방으로 들어갔다.
탄 또한 익숙한 그녀의 방에 들어서려는 찰나.
쾅.
그의 눈앞에서 문이 닫혔다. 마치 그는 그 방 안으로 한 발자국도 들일 수 없다는 듯.
“…….”
시리도록 싸늘한 정적이 복도 안을 맴돌았다.
탄은 자신을 가로막은 문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고작 문 하나였다. 부수면 그만이고 열면 되는 일이었다.
그런데 왜 이렇게…….
“짜증이 나지.”
매섭도록 음험하게 가라앉은 목소리가 그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어느새 탁하게 변해 버린 붉은 눈동자와 함께 탄은 차가운 표정으로 눈앞에 놓인 문을 보았다.
가슴속이 용암이 들끓는 것처럼 타올랐다. 자꾸만 시야가 새까맣게 변해 갔다.
주먹이 쥐어진 그의 손등 위로 푸른 핏줄이 불룩 솟아났다.
방해하는 것들은 모조리 다 없애 버리고 싶은 욕망이 차오른다.
“탄 님.”
그때였다.
닫혀 있던 문이 열리며 엘라가 빼꼼 고개를 내밀었다.
탄은 무감하고도 어두운 눈으로 엘라를 내려다보았다.
“죄송해요. 걱정 마시고 방에 가 계셔요. 사람들이 다 가면 바로 불러 드릴게요.”
엘라는 평소와 다른 느낌의 탄을 보았지만 경황이 없어 그저 미안한다는 말과 함께 다시 방 안으로 들어갔다.
또다시 홀로 남은 탄은 천천히 눈을 깜빡였다. 그의 눈동자는 평소처럼 빨갛게 변해 있었다.
꽉 말아 쥐었던 주먹이 스르르 풀렸다. 일단은 부른다고 하였으니, 셀로니아의 잠을 방해할 생각은 없었다.
‘떨어져 있으면 걱정되고, 같이 있으면 좋고, 헤어지면 아쉽고, 곁에 있으면 닿고 싶어 하시잖아요! 그게 사랑이 아니면 뭡니까.’
발길을 돌리는 탄의 귓가에 멕스웰이 했던 말이 웅웅 울려 댔다.
그건 이제껏 그가 느껴 왔던 일련의 감정들을 하나로 아우르는 해답이었다.
* * *
“지금 몇 시예요?”
셀로니아는 아까보다 훨씬 가볍고 상쾌해진 몸을 일으켰다.
침대 옆에는 탄이 있었다. 게다가 사위가 이렇게 어두운 걸 봐선 지금까지 자느라 밤이 찾아온 듯싶었다.
“자정이 넘었다.”
“네? 괜찮아요? 통증은요?”
자정이 넘었다는 말에 놀란 셀로니아는 얼른 손부터 뻗었다. 그녀의 손이 탄의 커다란 손을 덥석 잡았다.
탄은 제 손을 감싸 쥐는 따스함에 고개를 숙여 셀로니아의 손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의원과 치유사가 다녀가고 그저 잠이 든 것이라는 진찰 결과가 나왔음에도 탄은 이 방 안에 들어올 수가 없었다.
해가 떨어지고 모두가 잠들 시간이 돼서야 또다시 문이 아닌 순간 이동으로 이 방에 들어올 수 있었다.
그로 인해 거지같이 가라앉았던 이 기분이, 들끓던 마음이 그녀가 눈을 뜨자마자 제 걱정부터 한다는 사실에 눈 녹듯 사라져 있었다.
우습게도.
탄은 이제는 더없이 명확해진 제 감정을 삼키며 자신의 손을 붙들고 있는 셀로니아의 손을 천천히 끌어 올렸다.
엄지로 그녀의 부드러운 손을 천천히 쓸 듯 매만지다 고개를 숙였다. 오목하게 파인 그녀의 손바닥 안에 그의 입술이 닿았다.
“…….”
갑작스럽게 물컹하고 따뜻한 감각이 손안에 퍼져 들자 놀란 셀로니아가 숨을 쉬는 것도 잊고 탄을 보았다.
그러자 진득한 열망이 담긴 붉은 눈동자가 저만을 담고 있는 것이 보였다.
탄은 푸른 눈동자를 마주 보며 생각했다.
이제 더 이상 자신이 누구인지에 대해 고민하지 않겠다고.
과거의 ‘나’를 알고 싶은 열망보다 현재 셀로니아의 곁을 독점하고자 하는 열망이 더 컸으니까.
나는 그녀를 좋아하니까.
* * *
다음 날.
셀로니아는 길리안을 맞은편에 두고 응접실 소파에 앉아 있었다.
오늘은 길리안이 주기적으로 그레이스에 대한 정보를 보고하는 날이었다.
“몸은 좀 어떠십니까?”
어제의 소식이 전해졌는지 길리안이 몸 상태를 물어 왔다.
“많이 피곤했나 봐요. 푹 자고 일어나니까 괜찮아졌어요.”
“다행입니다.”
셀로니아는 빙긋 웃으며 길리안이 건네준 서류를 넘겨 보았다.
서류에는 그레이스에 대한 최신 정보와 근래의 동향이 적혀 있었다.
일전과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별다른 특이 사항은 없었다. 사람이 이렇게 깨끗할 수가 있나 싶을 정도로.
‘계속 속이겠다 이거지?’
어제 진실에 한 발짝 더 가까워졌기에 길리안의 저 뻔뻔하고도 괘씸한 얼굴을 당장이라도 흠씬 패 주고 싶었다.
하지만 꾹 참았다. 그도 모르고 그레이스에게 당했을 수도 있으니까.
그러니 우선 물증을 잡고서 확실히 조져 주리라.
“아, 아가씨! 긴급 속보예요!”
그때였다. 복도가 떠나가라 큰 목소리로 엘라가 외쳐 댔다.
길리안이 무심한 눈으로 셀로니아를 슥 바라보았다.
“하하하. 많이 급한가 봐요.”
셀로니아는 머쓱한 표정으로 들어오라 명했다.
문을 열고 한달음에 달려온 엘라는 길리안이 뒤에 있다는 것도 잊은 듯 발을 동동 구르며 입을 열었다.
“아가씨, 아가씨! 그때 구하시려던 책 찾았어요!”
“뭐? 어떻게?”
놀란 셀로니아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러곤 엘라를 쳐다보는 척 살짝 시선을 내려 소파에 앉아 있는 길리안을 보았다.
그의 눈가가 묘하게 움찔거리고 있는 게 포착되었다.
“계속 백방으로 알아보고 있었는데, 어떤 상점 주인이 분명 가게에서 본 적 있다고 내일 아침까지 찾아 놓겠대요.”
“정말? 거기가 어디인데?”
“마법 지구 맨 끝에 있는 블로…….”
엘라가 다급히 입술을 움직이다 길리안을 발견하곤 눈치를 보며 말끝을 흐렸다.
“아, 길리안. 이만 나가 봐요.”
셀로니아는 미처 생각지 못했다는 듯 놀란 얼굴로 길리안에게 축객령을 내렸다.
“네. 그럼 중간에 특별한 것이 발견되면 바로 보고드리겠습니다.”
자리에서 일어난 길리안은 다리를 움직여 문으로 향하였다.
전보다 현저하게 느린 걸음으로 길리안이 문에 다다라 문고리를 돌릴 때, 엘라가 다시 입을 열곤 소곤거렸다.
“블로렌스라는 가게예요.”
탁.
문이 닫히며 길리안이 응접실을 빠져나갔다.
“…….”
“…….”
셀로니아와 엘라는 숨을 죽인 채 길리안의 발소리가 멀어질 때를 기다렸다.
뚜벅뚜벅.
일정한 발소리가 점점 응접실에서 멀어지고 더 이상 들려오지 않았다.
두 사람은 서로의 눈을 마주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계획해 둔 덫은 놓았다. 이제 먹잇감이 걸려들기만 하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