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le Leads Were Stolen by the Extra RAW novel - Chapter (6)
엑스트라에게 남주들을 빼앗겼다 (6)화(6/162)
<6화>
“네. 그렇습니다.”
길리안은 한 점의 거짓도 없다는 듯 결연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이게 다라고요?”
셀로니아는 혹시나 잘못 본 건가 싶어 손에 쥔 하얀 종이를 앞뒤로 확인해 보았다.
하지만 종이 위엔 그레이스의 신상정보와 그간의 행적에 대해서만 적혀 있을 뿐, 별다른 건 없었다.
그레이스의 주변 인물도 마찬가지였다. 의심했던 게 무색하게도 수상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아무것도.
“그저 특별한 점이 있다면 승전식 이후, 3개월 동안 세 남자와 교류가 잦았다는 것뿐입니다.”
“…….”
“그러나 그 만남들은 모두 남자 쪽에서 그레이스 영애에게 먼저 권한 것입니다.”
자신이 쓰러져 있는 동안 개최된 승전식.
자료에 의하면 그레이스와 세 남자는 그 승전식에서 처음 만났다고 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3개월 전 열렸던 승전식에 대해서도 알아봤지만, 마찬가지로 특별한 일은 없었습니다. 다만.”
“다만?”
혹시나 싶은 마음에 셀로니아가 아주 옅은 희망이 어린 눈으로 길리안의 입술이 열리기만을 기다렸다.
“승전식 첫날과 다르게 마지막 날 세 분께선 그레이스 영애랑만 계속 함께 계셨다고 합니다.”
그러나 들려온 대답은 허망하기 짝이 없었다.
결국 그 말은 일주일 내내 계속된 승전식에서 그들이 그레이스에게 점점 빠져들었다는 뜻이기도 했다.
“이건 혹시 몰라 준비한 승전식에 참석했던 사람들의 명단입니다.”
길리안이 추가로 내민 종이에는 수많은 귀족들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황제와 황후부터 시작하여 황태자와 고위 관료들과 아버지까지.
하지만 명단을 본다고 한들 수상한 점을 발견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누가 누구인지도 다 알 수 없었으니까.
종이를 쥐고 있던 그녀의 팔이 힘없이 아래로 툭 떨어졌다.
“원하신다면 남자 쪽도 알아보겠습니다.”
“……아니요.”
셀로니아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종이는 어느새 그녀의 손안에서 와락 구겨져 있었다.
그레이스에게서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면 세 남자에게서도 별다른 점은 발견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았다.
애초에 제도에 돌아오기 전, 그들은 자신과 반년을 함께 있었다.
그들을 조사하는 것은 헛수고였다.
“고마워요, 길리안. 수고했어요.”
그녀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응접실을 나왔다.
“아가씨…….”
문 앞에서 대기하고 있던 엘라는 셀로니아의 표정을 보곤 울먹거렸다. 누가 봐도 상처 입은 것 같은 표정이었으니까.
“방으로 돌아가자.”
“아가씨……. 그러지 마시고 외출이라도 하는 게 어떠셔요? 오랜만에 로블랑에 가요! 아가씨 거기 케이크 좋아하시잖아요!”
엘라가 어떻게든 기분을 풀어 주기 위해 노력했다.
성큼성큼 걸어가던 셀로니아의 발이 스르르 멈췄다.
“단걸 드시면 조금 기분이 나아지실 거예요!”
엘라가 애원했다.
물론 길드에서 제공한 정보들만 보고는 모든 것을 파악할 순 없었다.
여전히 이 모든 일이 찝찝하고 수상했으며 그레이스가 의심스러웠다.
그러나 그런 생각을 하면 할수록 스스로가 구차해지고 있다는 기분을 지울 수가 없었다.
그러니 지금 이 기분을 씻어 낼 만한 무언가라도 해야 했다.
“그래. 가자.”
* * *
“당신이 왜 여기…….”
로블랑 앞에서 내린 셀로니아는 뜻밖의 인물을 마주쳤다.
레예프 헤첼.
무슨 영문에서인지 그가 로블랑 건물 앞에서 보초를 서고 있었다.
신전의 문양이 수놓인 백색 수단을 입은 그는 순백의 기사라는 별명이 어울리는 고결하고 우아한 모습이었다.
언제나 푸른 하늘이 생각나는 파란 머리카락과 신비로운 보라색 눈동자.
온실 속 화초처럼 곱게 자란 귀공자 같은 그의 외모는 굵직한 선을 가진 뭇 남자들과는 달리 얼굴선 자체가 부드럽고 유순했다.
셀로니아는 그런 레예프를 좋아했다.
부드러운 외모와 달리 강인하고 우직한 그는 곧은 소나무와도 같았다.
신을 섬기는 사제이자 성기사인 그는 다른 사제들과 마찬가지로 보수적인 면이 있었으나, 그녀에겐 언제나 다정하고 하해와 같은 너그러움을 보여 줬으므로.
“……셀로니아 님.”
레예프가 셀로니아를 보자 놀란 눈을 크게 떴다.
그녀가 그 동요를 읽지 못할 리가 없었다.
‘왜 놀라지? 아니, 그보다 그가 왜 여기 있지?’
그는 단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평소 디저트를 즐겨 먹지도 않는다. 게다가 저를 보고 놀라기까지.
마치 이곳에 오면 안 될 사람을 본 것처럼.
“케이크를 사러 오신 모양입니다.”
“네. 레예프는요?”
“아, 저는…….”
레예프가 난감한 표정으로 로블랑 건물을 힐끔거렸다. 그의 행동은 누가 봐도 수상하기 짝이 없었다.
로블랑에 값진 보석이라도 숨겨 뒀는지, 보석의 위치를 들킬까 봐 안절부절못하는 모양새로 보이기까지 했다.
“레예프?”
“셀로니아 님, 들어가지 않는 게 좋겠습니다. 주인장 말로는 오늘 판매할 상품 모두가 매진되었다더군요.”
“여전히 거짓말이 서투르네요.”
셀로니아가 힘없이 싱겁게 웃었다.
그는 거짓말이 서투르다.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할 때면 언제나 자신의 눈을 마주치지 못했으니까.
그녀는 지금 제 눈을 마주하지 못하는 그의 행동에 레예프가 거짓을 말하고 있다는 걸 본능적으로 알았다.
게다가 건물 안 통유리 너머로 디저트가 꽉 채워진 쇼케이스가 보이기도 했고.
“셀로니아 님…….”
당황한 레예프가 허둥지둥 입을 열었으나, 곧바로 들려온 예리한 그녀의 목소리에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안에 그레이스 영애가 있나 보군요.”
셀로니아는 확신하며 레예프가 제게 했던 말을 떠올렸다.
‘그레이스 님을 향한 제 마음을 멈출 수가 없습니다. 뒤에서 바라만 봐도 괜찮습니다. 그저 그레이스 님을 지키는 일이라도 하고 싶습니다.’
그저 그레이스를 지키는 일이라도 하고 싶다던 그였다.
여기서 가게 안이 다 보이진 않았으나, 분명 저 안에 그레이스가 있을 것이다.
그러니 레예프가 건물을 지키듯 보초를 서고 있던 것이고, 제가 들어가는 것을 반기지 않은 거겠지.
“아가씨……. 포장을 해 올까요?”
옆에서 셀로니아의 눈치를 보고 있던 엘라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그러나 그 말은 오히려 잠잠하던 셀로니아의 심기를 건드리고야 말았다.
“아니. 먹고 갈 거야. 수고해요, 레예프.”
찬바람이 쌩쌩 불 정도로 냉랭한 태도로 인사를 한 셀로니아는 거침없이 로블랑 건물 문 앞으로 향했다.
“셀로니아 님……!”
레예프가 황급히 그녀를 붙잡기 위해 손을 뻗었으나, 차마 잡지 못하였다.
그의 안색이 잿빛으로 물들어 갔다. 어찌해야 하는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초조한 표정으로 입술을 깨물었다.
“괘, 괜찮으시겠어요?”
불안해하는 엘라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셀로니아는 대답이 없었다. 그저 일자로 다물린 그녀의 입술 사이로 으득으득 이 가는 소리가 들려올 뿐.
피할 이유가 없었다.
내가 왜 피해야 하지?
누군가 피해야 한다면 그건 내가 아니라 그 여자다.
더불어 셀로니아는 두 눈으로 직접 그레이스를 보고 싶었다.
종이에 적힌 글씨로 된 평면적인 정보가 아닌, 살아 움직이는 그녀의 모습을.
그녀가 거침없이 손을 뻗어 문고리를 잡아 잡아당기려는 순간이었다. 누군가에 의해 닫혀 있던 문이 휙 열렸다.
“어머.”
먼저 문을 연 여자는 눈앞의 셀로니아를 보자 감탄을 내뱉으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
셀로니아는 열린 문 앞에 서 있는 여자를 바라보았다.
연노란색 드레스를 입고 있는 여자는 밝은 금발과 녹음이 우거진 숲이 생각날 정도로 생기 넘치는 초록색 눈동자를 가진 미인이었다.
“안녕하세요, 셀로니아 님.”
여자는 반달 모양으로 눈을 접으며 인사를 건넸다.
셀로니아는 직감적으로 알았다.
이 여자다.
남주들이 선택한 엑스트라.
그레이스 베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