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le Leads Were Stolen by the Extra RAW novel - Chapter (60)
엑스트라에게 남주들을 빼앗겼다 (60)화(60/162)
<60화>
그 시각 탄은 갤로웨이 공작의 부름을 받고 공작저의 메인 응접실에 앉아 있었다.
“귀공이 판자촌에 대해 잘 안다고 해서 불렀네, 내가 추진할 자선 사업이 있어 말일세.”
앞에서 공작이 무어라 무어라 떠들고 있는데 탄은 들리지 않았다. 이곳에 있으니 처음 제대로 셀로니아를 맞닥뜨렸던 그 순간이 떠올랐으니까.
잠옷 바람으로 한달음에 달려와 응접실에 앉아 있던 저를 보며 눈이 튀어나올 정도로 놀라던 그 모습이.
아직도 그 얼굴이 생생하게 머릿속에 남아 있어 탄은 자신도 모르게 입꼬리를 올렸다.
그때부터 호기심이 일었다.
투명한 파란 눈동자가 숨기고 있는 게 무엇일지 궁금해 그 속내를 파 보고 싶다고 생각했었지.
“귀공.”
“예.”
“아무래도 판자촌에 세워진 가건물들은 붕괴에 대한 위험이 있어 이대로 두다간 큰 인명 피해가 생길지도 모른다네. 구체적으로 그들이 지낼 수 있는 거처를 마련하기 위해 부지를 알아보고 있으니 후에 귀공이 도와주었으면 하네.”
갤로웨이가 아주 따뜻한 미소를 지으며 사업에 대해 대략적으로 설명했다.
탄은 그 말을 귓등으로 듣지 않고 그저 갤로웨이의 눈을 빤히 보았다.
이렇게 보니 셀로니아와 갤로웨이의 눈이 닮아 있었다.
하지만 생김새와 색이 비슷한 거지 느낌은 완전히 달랐다.
셀로니아의 눈은 시간이 흐르는 줄 모르고 하염없이 바라보게 만들었다면 갤로웨이의 눈동자는 뭐랄까, 묘했다.
인자한 웃음을 지을 때면 따뜻한 빛이 어리지만 웃음 뒤에는 늘 서늘한 무언가가 존재했다.
“황제 폐하의 승인을 받고 실행이 되기까지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릴 테지만 내가 힘을 써 볼 테니 후에 이주 계획이 확실시된다면 귀공이 나서 주길 바라네.”
“어떻게 나서 주길 바라는 겁니까.”
“아무리 그들에게 이로운 일이라도 처음엔 낯설어할 수 있으니 귀공이 나서 준다면 그들도 잘 따라 줄 테지. 귀공은 그들에게 영웅이자 밤의 야수이지 않나.”
그러니까 갤로웨이의 말은 탄의 이미지를 사용하여 후에 실현할 자선 사업을 순항시키겠다는 뜻이었다.
딱히 어려울 것도, 판자촌에서 지내는 이들에게 손해가 되는 일이 아니었기에 탄은 고개를 끄덕였다.
판자촌 내의 건물이라고 할 수 없는 집들이 언제 무너질지 모른다는 건 그가 누구보다 더 잘 알았으니까.
“하하하. 고맙네. 그나저나 귀공이 저택에 머무른 지도 거의 3주가 다 되어 가는군. 그간 기억은 좀 찾았는가?”
“딱히 진전은 없습니다.”
“이런. 내가 잘 아는 의원이라도 소개해 주면 어떻겠는가.”
갤로웨이가 안타깝다는 듯 탄에게 권유했다.
“괜찮습니다.”
하지만 탄은 딱 잘라 거절했다.
정말 더는 과거의 기억이 없어도 상관없었으니까.
불과 얼마 전만 하더라도 잃어버린 기억을 되찾고 자신이 누구인지에 대해 알고 싶어 혈안이 되어 있었는데 참으로 신기한 일이었다.
한 사람이 이렇게 삶의 목표를 송두리째 뒤바꿀 수 있다는 게.
“이만 가 보겠습니다.”
“그래. 나가 보게나.”
탄은 공작의 제의를 미련 없이 거절하고 응접실을 빠져나왔다.
그의 입가엔 기분 좋은 미소가 그려졌다. 당연하게도 탄은 셀로니아에게로 향했다.
* * *
셀로니아는 제국에서 가장 큰 중앙 도서관에 와 있었다.
오늘 밤 작전을 수행하기 전, 그레이스가 남주들에게 먹인 것이 무엇인지를 알아내기 위하여.
이미 로브를 뒤집어쓴 채 몬테라 마법 지구를 돌아보고 온 참이었다.
먹으면 사람의 마음을 홀려 버릴 수 있는 마법 도구나 묘약이 있는지 알아봤으나, 다들 한결같이 그런 마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일축하였다.
‘그럼 대체 그레이스는 뭘 어떻게 한 거지?’
그것을 알아보고자 지금 막 도서관에 온 참이었다.
셀로니아는 외출하기 전, 어제 챙겨 온 파운드케이크 하나를 반으로 잘라 분석해 보았다.
속을 파내 보고 손으로 짓이겨 보면서 낱낱이 살펴보았으나, 평범한 파운드케이크일 뿐 딱히 눈에 띄는 이상한 점은 발견되지 않았다.
하지만 케이크에서 풍기는 악취는 변함없었다. 엘라는 여전히 고소한 향기만 난다고 했지만.
‘이상해.’
이상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니었으나 지금까지 알아낸 것을 정리해 보자면 이랬다.
첫째, 아마도 그레이스는 남주들에게 어떤 음식을 통해 술수를 부려 마음을 사로잡은 듯하다.
둘째, 그 술수는 제가 가진 치유 능력으로 상쇄할 수 있다.
셋째, 술수를 부린 음식에선 악취가 난다. 그 악취를 맡을 수 있는 건 아마 탄과 저뿐인 듯하다.
“대체 왜?”
왜 그 냄새를 저와 탄만 맡을 수 있으며, 왜 그레이스는 그렇게까지 해서 남주들의 마음을 억지로 사로잡은 걸까.
그리고 왜 하필이면 그레이스가 선택한 남자들이 다른 누구도 아닌 원작 남주들인 걸까.
목적이 뭐지?
그저 단순히 관심이 고파서?
“하아…….”
복잡한 머리에 셀로니아는 한숨을 푹 내쉬며 중앙 홀에 놓여 있는 커다란 소파에 털썩 주저앉았다.
도서관을 돌면서 마법서를 찾아보았으나, 역시나 그런 마법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런데요, 아가씨. 탄 님이랑 무슨 일 있으셨어요?”
“뭐? 뭐가! 무슨 일!”
엘라의 물음에 셀로니아가 화들짝 놀라 일어났다.
“네? 아니 그냥 오늘 한 번도 눈을 안 마주치시길래요…….”
예상치 못한 셀로니아의 격한 반응에 엘라가 당황하여 우물쭈물 말꼬리를 흐렸다.
“아냐. 아무 일 없어.”
괜히 격하게 반응한 게 머쓱해져 셀로니아는 뺨을 긁적이며 다시 소파에 앉았다.
그러나 그 질문에 밤에 있던 일이 떠올라 목덜미가 확 달아올랐다.
‘미친 거 아냐?’
왜 갑자기 남의 손에 뽀뽀를 해.
너무 놀라 화를 내지도 의미를 묻지도 못하고 있는데, 그는 태연하게 웃으며 잘 자라는 말과 함께 휙 사라졌다.
그래 놓고 아침에 마주쳤을 땐,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저를 대했다. 심지어 상쾌하게 웃기까지 했다.
갑작스러운 날벼락 같은 접촉에 잠을 설친 건 저뿐이라는 듯.
뭐야, 대체.
셀로니아는 샐쭉해진 눈으로 저 멀리 있는 탄을 노려보았다.
그는 팔짱을 낀 채 도서관 입구의 기둥에 나른히 기대어 있었다.
이 세상 혼자 사는 외모로 입구에서 그러고 있으니, 지나가는 이들이 모두 힐끗힐끗 쳐다봤다.
“저 봐, 저 봐.”
그녀는 못마땅한 얼굴로 혀를 끌끌 차며 고개를 돌렸다.
틀림없다. 그는 사람들의 관심을 받는 걸 즐기는 게 분명했다.
“앗, 여기 보시네요.”
옆에 앉아 있던 엘라가 중얼거렸다.
심드렁한 얼굴로 소파에 기대어 앉아 있던 셀로니아가 슥 시선을 들었다.
“…….”
그 순간 셀로니아는 얼어붙었다.
도서관의 투명한 유리 천장을 꿰뚫은 하얀 햇살이 탄의 머리 위로 쏟아지고 있었다.
온 빛을 머금은 듯 환하게 빛나고 있는 그는 머리카락조차 흑수정처럼 반짝거렸다.
그 아래론 사납기만 하던 인상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매력적인 얼굴이 놓여 있었다. 자신을 바라본 채 씨익 웃고 있는 그가.
그 미소가 너무도 진실하고 다정하여 셀로니아는 어쩐지 목 안이 간질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