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le Leads Were Stolen by the Extra RAW novel - Chapter (61)
엑스트라에게 남주들을 빼앗겼다 (61)화(61/162)
<61화>
“맥라이언, 이렇게 돌아갈 건가?”
“그래. 그레이스가 부르는군. 가 봐야겠어.”
시종에게 그레이스가 보고 싶어 한다는 연락을 받은 맥라이언은 그대로 카페를 박차고 나왔다.
함께 있던 그의 친우인 실튼이 뒤를 따르며 불만을 내비쳤다.
실튼 폴포드 소백작.
그는 드래곤인 맥라이언의 유일한 친구였다.
까칠함이 이루 말할 수 없는 맥라이언과 친해지고 싶어 하는 영식들은 거의 없었으나, 실튼은 달랐다.
어릴 때부터 드래곤에 대한 관심이 지대했기에 끈질기게 맥라이언 곁에 머무른 결과 친우가 될 수 있었다.
“내가 며칠 전부터 얘기했던 자리지 않은가. 클럽 회원들에게 얼굴이라도 비추고 갈 순 없는 건가?”
“그레이스에게 가 봐야 한다.”
“자넨 정말. 하아…….”
실튼이 어지간히도 맹목적으로 구는 맥라이언을 보며 질린다는 듯 한숨을 쉬었다.
그는 오늘 맥라이언에게 클럽 회원들을 소개시켜 주기로 했다. 맥라이언이 그레이스만 보는 것이 아니라 조금 더 다양한 인간들을 만나고 사회적이 되길 바랐기에.
그러나 오늘도 역시 그레이스 때문에 파투가 났다.
이런 비정상적인 일이 처음 있는 일도 아니었기에 실튼은 그냥 너그러이 이해해 주기로 했다. 이해해 주지 못한다면 맥라이언은 친구 대신 그레이스를 선택할 게 뻔했으니까.
“마차는 가져왔는가?”
“아니.”
“그럼 내 마차를 빌려주지. 여기 뒤에 세워 뒀다고 했으니 그리로 갑세.”
“고맙다.”
“별말씀을. 어? 저자는 그 밤의 야수라던 자 아닌가.”
실튼의 목소리에 맥라이언의 고개가 돌아갔다.
그들이 나온 카페에서 멀지 않은 하얗고 웅장한 중앙 도서관 앞. 그곳에 밤의 야수라 불리는 그놈이 서 있었다.
전에 봤을 때보다 신수가 더 훤해진 채로.
“호오. 멀리서 봐도 인물이 훤하군. 요즘 내 여동생의 지대한 관심을 받고 있는 대상다워.”
“자네 여동생이?”
“귀족 영애들 사이에선 이미 유명하다더군. 인물이면 인물, 검술이면 검술. 게다가 저번에 마물 사건 때문에 황제 폐하께서 저자에게 관심을 보인다는 소문도 있다네.”
“세상이 미쳐 돌아가는군.”
실튼의 말에 맥라이언이 어이없다는 얼굴로 혀를 내둘렀다.
일반 사람들이라면 잘 모르겠지만, 저놈은 평범한 인간이 아니었다. 부티크에서 마주쳤을 때 느낀 그 기운은 삿된 성질을 띠고 있었으니까.
다들 머리가 어떻게 된 거다. 딱 봐도 음흉하고 위험한 저딴 놈에게 관심을 두다니.
“오호. 옆에 베스인 공녀가 아닌가.”
“뭐?”
실튼의 말은 다시 걸음을 옮기려던 맥라이언의 시선을 잡아 두기 충분했다.
정말이었다. 함께 도서관에 온 것인지 셀로니아가 자연스럽게 놈의 옆에 서 있었다.
“이렇게 놓고 보니 두 사람 꽤나 잘 어울리는군.”
“눈이 삐었나?”
“인물만 놓고 보면 말일세. 뭐, 신분 차이야 검술 능력이 그리 출중하다면야 단승 작위라 할지라도 남작 위까진 받지 않겠는가.”
실튼이 진지하게 현실적으로 가능한 일을 내뱉자, 맥라이언이 성난 눈으로 그를 노려보았다.
어떻게 저 후안무치 같은 놈이랑 셀로니아가 어울린다는 말인가.
신분을 넘어서더라도 저놈은 안 된다. 셀로니아가 너무도 아까웠으니까.
“허튼소리 하지 마.”
“자네 왜 이렇게 성질을 부리는가. 지금 베넷 영애에게 가려던 길 아니었는가.”
과하게 반응하는 맥라이언을 보며 실튼이 눈살을 찌푸렸다. 놓친 물고기가 아깝다는 건지.
이제 와서 베스인 공녀에게 왜 이렇게 관심을 두는지 모를 일이었다.
“…….”
실튼의 말에 맥라이언의 입이 꾹 닫혔다.
그의 말이 맞다. 셀로니아의 손을 먼저 놓고서 이렇게 참견하는 것도 우스웠다.
그래. 관심을 꺼야지. 자신에겐 이제 그레이스가 있지 않나.
맥라이언은 그레이스와 만난 지 얼마 안 됐을 적, 그녀가 제게 했던 위로를 떠올렸다.
‘셀로니아 님도 참 너무하셔요. 공작님이 있으면서 레예프 님과 맥라이언 님을 양손에 쥐고 놓지 않으셨잖아요. 두 분의 마음을 알면서도 모르는 척 여지를 주면서 이용한 거예요.’
‘셀리가 그럴 리가…….’
‘맥라이언 님, 아직도 모르시겠어요? 맥라이언 님은 이용당한 거예요……. 가엾은 맥라이언 님. 이젠 제가 항상 곁에 있어 드릴게요.’
항상 곁에 있어 주겠다는 그 말이 마치 각인처럼 그의 가슴속에 새겨져 있었다.
그는 정신을 차리곤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하지만 자꾸만 셀로니아와 저놈이 신경 쓰였다.
특히나 저놈이 가지고 있는 기운. 어디서 느껴 본 적이 있는 기운인데…….
“맥, 다음 주에 갈 것인가?”
“어딜.”
“호레이 자작이 몰래 마물을 포획해서 가져온다더군.”
실튼이 따라붙으며 킬킬거렸다.
덴로하 후작이 마물 때문에 배상금을 냈다는 소식을 들었음에도 또 마물 포획이라니.
맥라이언은 미련하고도 멍청한 귀족들의 사치 놀음에 진절머리를 쳤다.
“마물……?”
순간 자리에서 멈춰 선 맥라이언이 고개를 휙 돌렸다.
그러곤 가늘게 좁힌 눈으로 저 멀리 서 있는 탄을 보았다.
칠흑처럼 어둡고 강렬한 기운. 흡사 마물의 숲에 들어갔을 때 느끼던 기운과 비슷했다.
황금 같은 금안이 첨예하게 번뜩였다.
* * *
허탕을 치고 돌아가는 마차 안.
셀로니아는 도서관에서 아무런 힌트도 얻지 못한 채 상점 ‘블로렌스’를 향해 가고 있었다.
밤에 꾸었던 꿈이 자꾸 뇌리에 남아 있어 흑마법에 대해 알아볼까 싶어 사서에게 물어보기까지 했다.
‘혹시 고대 마법에 대한 책은 없나요?’
‘고대 마법에 관한 자료들은 모두 금서로 지정되어 황제 폐하께서만 관람하실 수 있습니다.’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더니 황제가 아니고서는 아무도 고대 마법에 대해선 알아볼 수가 없었다.
오늘 밤 길리안을 붙잡아 불게 만드는 수밖에 없는 건가.
‘아니면 탄한테…….’
셀로니아는 순간 방법이 생각났으나, 너무도 위험해 일단 보류하기로 했다.
찾아보고 안 되면 최후의 수단으로 고민해 보리라.
‘음?’
그때, 셀로니아는 갑자기 느껴지는 따듯한 촉감에 제 손을 바라보았다. 허벅지 위에 무심히 올려 둔 제 손을 옆에 앉아 있던 탄이 감싸 쥔 것이었다.
그것도 아주 꽉. 놓기가 싫다는 듯.
“아파요?”
“아니.”
“그런데 왜…….”
엘라가 앞에 있어 말을 다 하진 않았으나 눈빛으로 얘기했다. 아프지도 않았는데 왜 손을 잡았냐고.
눈빛을 읽었는지 그가 재밌다는 듯 입꼬리를 올렸다.
“그냥.”
그러더니 뻔뻔스러운 답을 내놓는 게 아닌가.
셀로니아의 입이 떡 벌어졌다.
이 인간이 대체 밤부터 왜 이래?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행동과 말 때문에 벙쪄 있는데, 순간 엘라가 함께 마차에 있다는 걸 깨닫곤 정면을 바라보았다.
“흠흠.”
그러자 엘라가 황급히 헛기침을 하며 슬그머니 고개를 돌렸다. 저는 아무것도 못 봤어요, 라는 표정으로.
누가 보더라도 오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당연히 한 소리 하기 위해 셀로니아가 입을 열려는 순간, 끼이익 소리를 내며 마차가 급정거를 했다.
“제, 제가 알아보고 올게요!”
빠져 줘야만 할 것 같아서 눈치를 보고 있던 엘라가 이때다 싶어 후다닥 마차에서 내렸다.
탁.
문이 닫히자 마차 안엔 단둘만이 존재했다.
셀로니아는 휙 고개를 돌려 그를 흘겨보며 톡 쏘아붙였다.
“왜 이래요, 진짜?”
“뭐가.”
“왜 자꾸 멋대로 손을 잡냐고요.”
제일 묻고 싶은 말은 왜 내 손에 입을 맞췄냐는 것이었으나, 차마 그 질문은 할 수가 없었다.
왜인지는 모르겠다.
그 질문을 하고 나면 뭔가 돌이킬 수 없을 것만 같았으니까.
“잡고 싶으니까. 그러면 안 되나?”
탄은 셀로니아를 똑바로 마주 보며 말했다. 당황하고 있는 그녀의 표정을 보고 있자니 퍽 즐거웠다.
“당연히 안 되죠. 제 손이 당신 소유물도 아니고 아무 때나 덥석덥석 잡으면 안 된다고요.”
셀로니아는 날카롭게 반박했다.
애초에 통증을 느끼는 자정마다 손을 잡아 준다고 했지, 이렇게 아무 때나 잡아도 된다고 한 적은 없었다.
“그래?”
탄의 붉은 눈이 묘한 이채를 띠며 번뜩였다. 그의 입가가 시원할 정도로 씨익 올라갔다.
그 웃음의 의미를 알 수 없어 셀로니아는 저도 모르게 움찔 몸을 떨었으나, 이내 차분히 답했다.
“네. 그래요.”
“그럼 아무 때나 덥석덥석 잡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
“……예?”
“네 손을 아무 때나 덥석덥석 잡으려면 내가 어떻게 해야 하냐고.”
순간, 집요할 만큼 강한 집착을 담은 붉은 눈동자가 태양처럼 타올랐다.
그런 그의 눈을 마주 본 셀로니아의 눈동자는 세차게 흔들렸다.
오늘따라 유독 기분이 이상했다.
다정하게 웃는 그의 미소도 그렇고, 마주한 채 떨어질 생각을 않는 그의 시선은 마치 제 온몸을 구석구석 옭아매는 것만 같았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