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le Leads Were Stolen by the Extra RAW novel - Chapter (62)
엑스트라에게 남주들을 빼앗겼다 (62)화(62/162)
<62화>
“네가 있는 곳으로 올라가면 되나?”
“그게 무슨…….”
의미를 알 수 없는 그의 말에 셀로니아는 순간적으로 등골이 서늘해져 왔다.
지금 그의 눈동자는, 처음 그가 공작저에 들어왔을 때 자신이 누구인지에 말하라고 협박하던 그 눈빛과 똑같았으니까. 무언가를 강렬하게 갈망하고 바라는 그 눈빛과.
“…….”
“…….”
두 사람 사이에 정적이 내려앉자, 서로를 응시하는 시선이 허공에서 뒤엉켰다.
마차 안에 이상하고도 후끈한 기류가 흘렀다.
그래서일까. 셀로니아는 급격히 더워졌다.
분명 가을이었는데, 마차 안에 훈풍이라도 불어닥친 건지 등 뒤가 뜨거웠다.
이미 손안에 땀이 밸 정도였다.
이건 그의 질문 때문일까, 아니면 그의 눈빛 때문일까.
“아무튼 덥석덥석 잡지 말라고요.”
이 분위기를 견딜 수 없어진 셀로니아는 먼저 시선을 돌려 도망쳤다.
그의 눈을 마주하면 마주할수록 자꾸만 숨이 조여 오는 기분이었으니까.
“엘라가 늦네요. 가 봐야겠어요.”
셀로니아가 그에게서 붙잡힌 손을 빼내며 마차 문을 열었다.
“같이 간다.”
탄은 제 손에서 빠져나간 그녀의 손을 빤히 바라보며 따라 일어났다.
“마음대로 해요.”
따라오겠다 나서면 무조건 따라오는 것을 알기에 셀로니아는 그냥 마차 문을 열었다.
마차에서 내린 그녀는 바로 앞을 향해 걸어갔다. 그러자 세 명이서 바위를 옮기기 위해 끙끙거리고 있는 게 보였다.
“무슨 일이야?”
“아가씨, 도로에 내려온 이 돌 때문에 앞으로 나아갈 수가 없어요.”
힘을 주느라 피가 몰린 새빨간 얼굴로 엘라가 답했다.
마차 두 대가 함께 지날 수 없을 만큼 비좁은 도로 한가운데 사람보다 더 큰 바위 하나가 떡하니 놓여 있었다.
그 바람에 셀로니아가 탄 마차와 건너편에서 오던 마차까지 모두 도로에 묶여 있었다.
바위를 옮기려고 노력하는 세 명 중 두 명은 엘라와 공작저의 마부이니, 나머지 한 명은 건너편 정차되어 있는 마차의 마부인 듯싶었다.
셀로니아의 시선이 바위를 지나 흙길이 난 방향을 따라 올라갔다.
도로 옆 비탈길에 움푹 팬 길이 만들어진 것을 보아하니 바위가 저기서 굴러 내려온 모양이었다.
그나마 도로에 통행이 없을 때 굴러떨어진 것인지 주변에 피해를 입은 사람이나 마차는 보이지 않아 다행이었다.
“아직 멀었나.”
그때, 건너편에 정차된 마차의 창문이 열리며 성가심을 담은 중저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셀로니아와 탄은 자연스레 창문을 바라보았다.
머리는 하얗게 샜으나 얼굴은 40대 초로 보이는 남성이 보였다.
처음 보는 얼굴이었으나 마차가 이리도 웅장한 것을 보아하니 꽤 지체가 높아 보였다.
그런데 좀 이상했다.
방금까지 피곤에 찌들어 심드렁했던 남자의 표정이, 어째서인지 저와 탄을 본 순간 눈이 튀어나올 정도로 휘둥그레져 있었다.
“그, 금방 처리하겠습니다, 대공 각하.”
저쪽 가문의 마부가 중년의 남성을 향해 황급히 허리를 숙이더니 다시금 바위를 옮기기 위해 애썼다.
“대공?”
셀로니아는 대공이라는 말에 아주 작게 중얼거리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는 놈인가?”
옆에 딱 붙어 있던 탄이 물었다. 그녀가 하는 말을 그가 못 들었을 리 없었다.
“아뇨. 그냥 들어 본 것 같아서요.”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대공을 직접 본 적은 없었다.
하지만 토벌 당시 숲 경계에서 대공과 대공의 기사단이 마물이 민가로 내려오지 못하게 철통 방어를 했다는 얘기를 듣긴 했다.
마물의 숲은 북부에 있었고, 대공성도 북부에 있었기에.
그런데 그 북부에 산다던 대공이 왜 지금 여기에?
인사를 해야 하나 고민하고 있는데, 갑자기 건너편에 열렸던 창문이 휙 닫혔다. 순식간의 대공이 모습을 감춘 것이다.
인사를 하지 말라는 뜻인가?
혹시 문을 열고 나오는 건가 싶어 기다려 보았으나 대공은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셀로니아도 자연스레 관심을 끄고 바위에 집중하기로 했다.
셋이서 열심히 매달린 채 바위를 굴려 보려 노력했으나 소용없었다. 움찔움찔 움직이기만 하고 전혀 밀리지가 않았다.
이러다간 도로에서 날이 샐 것 같기에 하는 수 없이 셀로니아는 탄을 향해 입을 열었다.
“탄, 혹시 저 바위 옮길 수 있어요?”
“어디로.”
“통행에 지장 없게 저쪽이면 될 것 같아요.”
셀로니아가 도로 옆 비탈길을 올라가는 초입인 흙길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의 힘이라면 가능하지 않을까 하여 묻긴 했으나 반신반의였다. 하지만 탄은 바로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곤 걸어갔다.
“탄 님, 같이 굴려요! 혼자선 무리예요!”
바위의 위력을 먼저 경험한 엘라가 다가오는 탄에게 말했다.
“떨어져.”
“힘드실 텐데…….”
엘라가 걱정하며 뒤로 물러났다. 땀을 뻘뻘 흘린 마부들도 바위에서 멀어졌다.
탄은 사람들이 멀어진 것을 확인하곤 허리춤에 꽂혀 있던 검을 뽑아 단숨에 바위를 향해 내리쳤다.
쩌억 소리와 함께 바위가 세 동강으로 갈라졌다.
“히이익!”
마부들이 놀라 괴상한 소리를 내었다. 고작 검 한 자루로 바위를 가르는 게 말이나 되는 실력인가.
하지만 그 실력을 가진 당사자는 태연하게도 동강 난 바위를 옮기기 시작했다.
“저, 저희도 도울게요!”
엘라가 쩍 벌렸던 입을 다물곤 동강이 나 가벼워진 바위로 향했다. 마부들도 정신을 차리곤 엘라와 함께 바위를 들었다.
탄이 혼자서 두 개의 바위를 옮길 때, 세 명이서 하나의 바위를 끙끙 들어 옮겼다.
드디어 도로 위를 막고 있던 바위가 말끔히 사라졌다.
탄은 손에 묻은 돌가루를 털며 한달음에 다시 셀로니아에게 다가갔다.
“잘했나?”
의기양양하게 돌아온 탄의 어깨가 아주 으쓱해져 있었다. 붉은 눈이 무언가 기대에 차 있었다.
“네. 고마워요.”
“그게 다야?”
기대와 달리 건조한 대답에 그가 또 눈썹을 꿈틀거렸다.
하는 수 없이 셀로니아는 표정을 활짝 펴며 엄지를 척 내밀었다.
“잘했어요. 최고.”
그러자 이제야 탄이 피식 웃으며 입가에 미소를 그렸다.
순간, 셀로니아는 해를 등진 채 웃고 있는 그의 모습에 넋을 잃었다.
칭찬이 그렇게 좋은 걸까? 뭘 저렇게 예쁘게 웃는 건지. 아까부터 착각하기 딱 좋은 웃음이었다.
그때였다.
건너편에 정차한 마차의 문이 끼이익 열렸다.
마차의 문을 열고 대공이 모습을 드러냈다. 또 다른 남자와 함께.
“허시브룩 대공님을 뵙습니다. 저는 셀로니아 베스인이라고 합니다.”
이미 정체를 다 아는 마당에 인사를 안 할 수 없어 셀로니아가 허리를 숙였다.
그러곤 예상했던 대로 뻣뻣하게 허리를 펴고 있는 탄의 다리를 툭툭 쳤다.
탄은 내키진 않았으나 그래도 셀로니아의 손짓에 착실히 허리를 숙여 예를 갖추었다.
“히익……!”
그러자 대공과 대공 옆에 있는 남자가 화들짝 놀라며 하얗게 질린 얼굴은 더욱 창백하게 변해 갔다.
어느새 고개를 든 셀로니아는 의아한 표정으로 두 사람을 번갈아 쳐다봤다.
왜 저러지? 두 사람은 마치 귀신을 본 사람 같은 반응이었다.
“주……!”
“……이우스 허스브룩이라네. 도움을 받았군.”
젊은 남자가 입을 열어 무어라 소리치려고 하자, 이우스 대공이 그를 팔로 막아서며 자신을 소개했다.
그러고는 셀로니아 옆에 서 있는 탄을 아주 크게 흔들리는 눈으로 바라보며 물었다.
“이, 이름이……?”
고작 이름 하나 묻는 건데 무슨 저승사자라도 본 듯 대공의 입술이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셀로니아는 대공이 탄의 괴력에 놀라 이러나 싶었다.
“탄. 윽…… 탄입니다.”
짧게 대답을 끝내려던 탄은 갑자기 셀로니아가 팔꿈치로 옆구리를 가격하자 인상을 찌푸리다 말을 덧붙였다.
“……탄.”
대공이 탄의 이름을 작게 되뇌었다.
뭔가 고맙다는 인사를 하려는 건가 싶어 기다렸는데, 대공의 입에선 더 이상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
“그럼 대공님, 저희는 이만 가 보겠습니다.”
셀로니아는 그들이 더는 할 말이 있어 보이는 것 같지 않아 마지막 인사와 함께 발길을 돌렸다. 탄과 엘라도 그런 셀로니아의 뒤를 쫄래쫄래 뒤쫓았다.
세 사람이 정차한 마차에 올라타고 마부가 다시 앞에 자리 잡았다.
“이럇!”
마부의 우렁찬 소리와 함께 출발한 베스인 가문의 마차가 도로에서 사라질 때까지 이우스와 켈빈은 아직도 그 자리 그대로 서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