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le Leads Were Stolen by the Extra RAW novel - Chapter (63)
엑스트라에게 남주들을 빼앗겼다 (63)화(63/162)
<63화>
“……맞지?”
“…….”
켈빈의 목소리에도 이우스는 마차가 사라진 방향을 빤히 쳐다볼 뿐이었다.
“맞잖아! 확실해! 우리 주군이야!”
켈빈이 곧이어 흥분한 목소리로 펄쩍펄쩍 날뛰었다.
제도에 올라온 이후 밤낮없이 주군의 기운을 찾아다녔다.
그러다 엊그제 새벽, 이상하리만치 강력한 주군의 기운이 느껴졌다.
톰과 잭은 기운이 남아 있는 공터로 향하였다. 하지만 기운만 남았을 뿐 공터엔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았다.
그러다 오늘 아침 며칠 전 신문을 발견했다. 신문에 적힌 헤드라인이 두 사람의 눈을 단번에 사로잡았다.
[사람들을 구한 영웅. 밤의 야수는 누구?]톰과 잭은 밤의 야수라는 수상한 타이틀에 끌려 신문을 읽었다.
기사 내용은 이랬다.
몇 개월 전 홀연히 나타난 검은 머리카락과 붉은 눈의 사내가 무시무시한 힘으로 마물을 한 번에 베어 냈다는 것이었다.
사내는 기억을 잃은 상태라 정체를 알 수 없다고.
외모로만 놓고 본다면 주군 같았다.
하지만 기사 내용엔 밤의 야수가 지금껏 해 왔던 의로운 일들이 줄줄이 쓰여 있었다.
그럴 리가 없는데?
주군이 누군가를 위해 음식을 나눠 주거나 누군가를 구하기 위해 마물을 쓰러뜨릴 리가 없지 않은가.
톰과 잭은 너무나 의아했지만, 그래도 한번 알아보자 싶어 판자촌으로 향하던 길이었다.
밤의 야수는 판자촌에 있는 굶주린 사람들에게 음식을 나눠 주는 일을 하고 있다고 했으니까.
그런데 이렇게 딱 마주치다니!
켈빈의 심장이 세차게 뛰어 댔다.
처음엔 눈이 잘못된 줄 알았다.
그러나 탄이라는 그 남자에게서 풍겨 오는 기운은 확실하게도 주군의 것이었다.
게다가 검은 머리와 붉은 눈동자 그리고 그 얼굴까지! 아주 가끔 볼 수 있었던 마왕님의 진짜 얼굴이 아니던가!
“왜, 왜 그냥 보낸 거야? 당장 쫓아가자! 주군에게 어서 가자!”
흥분을 감추지 못한 켈빈이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는 이우스의 어깨를 사정없이 흔들었다.
그러자 번뜩 정신이 든 이우스는 행여 누가 볼까 켈빈을 이끌고 당장 마차에 올라탔다.
켈빈보다 사리 분별을 잘하는 이우스는 감정적인 켈빈보다 언제나 이성적인 판단을 하였으니까.
“뭐야? 당장 저 마차를 쫓아가자니까!”
“켈빈, 못 봤어? 주군께서 우리를 알아보지 못하셨다.”
“그야 당연하지! 지금 우리 꼴을 봐! 다른 인간의 모습이니까 그렇지!”
“아니. 우리가 어떤 모습이어도 주군은 늘 우리를 알아봤다.”
“그건…….”
허를 찌르는 이우스의 말에 켈빈의 입이 스르르 다물렸다.
켈빈도 느끼고 있긴 했다. 흥분하여 잠시 잊었을 뿐.
주군이 예의를 갖춘답시고 자신들에게 허리를 굽혔을 때 어찌나 놀랐던지.
“……기억! 맞아, 신문에서 밤의 야수는 기억을 잃었다고 했다!”
생각에 잠겨 있던 켈빈이 오늘 읽었던 신문을 떠올리며 정답이라도 찾았다는 듯 크게 외쳤다.
기사 내용엔 밤의 야수는 기억을 잃었다고 했다. 만약 주군이 밤의 야수라면 기억이 없어 자신들을 못 알아보는 게 분명했다.
“그래. 밤의 야수가 주군이라면 기억이 없으니 우리를 못 알아볼 수 있다. 그런데 너, 주군의 옆에 있던 그 여자가 하는 말 못 들었나?”
이우스는 켈빈의 말에 동의하면서도 눈을 가늘게 떴다.
“무슨 말?”
“그 여자의 이름. 분명 셀로니아 베스인이라고 했다. 베스인이라면 우리 주군을 죽인 인간 놈들 중 하나다.”
“설마…… 그 인간 옆에 왜 우리 주군께서…….”
켈빈의 표정도 심각해졌다.
그러나 그게 끝이 아니라는 듯 이우스가 쐐기를 박았다.
“그리고 그 여자에게서 우리 주군의 힘이 느껴졌다.”
“…….”
“우선 뭐가 어떻게 된 건지 알아봐야겠다. 쫓아간다.”
이우스의 말에 켈빈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 * *
“또 오십시오!”
멕스웰이 나가는 손님을 향해 깍듯하게 허리를 숙였다.
진짜 주인장처럼 구는 멕스웰의 모습에 셀로니아가 미소 지었다.
이곳은 마법 지구 맨 끝에 위치한 상점 블로렌스.
오늘 아침 엘라가 길리안에게 언급했던 상점이었다.
셀로니아는 오늘의 덫을 위해 미리 장소를 섭외하고 원래 주인장은 이미 다른 곳으로 피신시킨 상태였다.
“마법 상점이라 그런가 신기한 물건이 많네요.”
오늘 하루 동안 상점을 운영해 본 것이 재미있었는지 멕스웰의 얼굴에 함박웃음이 지어져 있었다.
멕스웰은 주인처럼 보이기 위해 나이가 들어 보이는 옷과 분장을 하고 있었다.
밖은 이미 날이 저물어 어두워진 상태였다. 조금 더 시간이 지나 밤 9시쯤이 되면 상점가의 모두가 퇴근을 하니, 그때부터 기다리면 되었다.
위클란더의 상점 화재도 한밤중에 일어난 것이었으니까.
“정말 오실까요? 정말 그분이 범인일까요……?”
“아마도.”
반신반의하는 엘라에게 셀로니아는 거의 확신하는 표정으로 답했다.
얕은 술수라 할지라도, 만약 길리안이 범인이라면 초조함에 판단이 흐려졌을 터였다.
그렇다면 무조건 오늘 밤, 유동 인구가 없는 시간을 노려 상점에 몰래 들어와 책을 빼낼 것이다.
안 그러면 내일 아침 자신이 그 책을 가지게 될 테니까.
그리고 또다시 증거 인멸을 위해 상점에 불을 낼지도 모르겠다. 원래 처음 한 번이 어렵지 그다음부터는 쉬운 법이니까.
셀로니아는 그레이스가 원하는 것이 정확하게 뭔지 몰랐다.
남주들의 마음을 억지로 꾀어내서 무엇을 하려고 하는 것인지 알아내지 못했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남주들 외의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일이 아니라면 이제 와 남주들의 마음을 일일이 돌려놓고 싶지도 않았다.
하지만 길리안은 아니지.
감히 제 가문의 사람을 꾀어내 자신의 눈과 귀를 막으려고 하다니.
“그런데 우리끼리 정말 괜찮을까요? 이제라도 가문의 기사들을 대동하는 것이…….”
“괜찮아. 걱정하지 마.”
엘라가 우려하는 게 무엇인지 알았으나 셀로니아는 자신만만했다. 왜냐하면 지금 옆에 탄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한때 그의 힘 때문에 벌벌 떨었으나, 우습게도 지금 상황에선 아주 든든했다.
혼자 오든 몇 명을 대동하든 탄은 일당백이었다. 애초에 인간과 마왕의 힘은 같지 않으니까.
“불이 다 꺼졌습니다.”
그때 맥스웰이 상점 창문을 통해 거리를 둘러보며 말했다.
마법 지구를 밝히고 있던 마법 전구의 불도 다 꺼져 버렸다.
거리에 완벽한 암흑과 동시에 고요함이 찾아왔다. 모든 상점의 주인장들이 퇴근한 것이다.
멕스웰도 상점의 불을 껐다.
“도와줘서 고마워요. 이 은혜 꼭 갚을게요.”
“아닙니다. 공녀님을 도울 수 있는 게 영광이죠. 아, 그리고 이거요.”
“이게 뭐예요?”
셀로니아는 멕스웰이 건네준 작은 물건을 받아 들었다.
“오늘 하루 상점을 보면서 발견한 마도구인데요. 신기하더라고요. 아마 유용하게 쓰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멕스웰은 대답과 함께 이 물건이 무엇인지, 자신이 만지면서 터득한 사용법을 설명해 주었다.
“오. 정말요, 유용하겠네요. 고마워요.”
설명을 들은 셀로니아는 눈을 반짝이며 멕스웰이 준 마도구를 주머니에 챙겼다.
“그럼 저는 이만 가 보겠습니다.”
멕스웰은 넉살 좋은 웃음과 함께 곧바로 문을 잠그고 퇴근했다. 그것은 보여 주기용이었다.
만약에 길리안이 미리 지켜보고 있었다면, 퇴근하는 상점의 주인을 보고 본격적으로 움직이려 들 테니까.
멕스웰이 나가고 깜깜해진 상점 안엔 셀로니아와 탄 그리고 엘라가 숨어 있었다.
상점 밖에서도 안에서도 잘 보이지 않는 구석의 창고에.
“엘라, 알았지? 신호를 주면 불러와.”
“네.”
셀로니아가 소곤거리자 엘라가 비장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창고의 입구는 아치형으로 뻥 뚫려 있지만, 창고 맨 안쪽에는 바깥과 통하는 뒷문이 있었다.
엘라는 곧장 뒷문 앞에 섰다. 아가씨가 신호를 주면 언제든 이 문을 열고 달려 나갈 기세로.
그렇게 얼마나 기다렸을까.
“기척이 느껴진다.”
조용히 몸을 낮추고 있던 탄이 붉은 눈을 번뜩였다.
순간 몰려온 긴장감에 셀로니아는 최대한 숨을 죽인 채 그의 옆에 딱 붙어 있었다.
‘혹시 모르니까. 증거를 남겨 둬야겠지.’
덜컹덜컹.
그때, 바깥에서 상점 현관의 문고리를 잡아 돌리는 소리가 그들의 귓가에 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