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le Leads Were Stolen by the Extra RAW novel - Chapter (65)
엑스트라에게 남주들을 빼앗겼다 (65)화(65/162)
<65화>
이 미친놈이. 감히 제게 단검을 던져?
그는 피네스트의 부길드장이었다.
다시 말해 그레이스의 끄나풀이기 전에 아버지와 베스인 가문의 사람이었다.
그런 주제에 베스인 공녀에게 검을 던진다는 게 말이 되나.
진짜 머리가 어떻게 되었구나.
“엘라.”
“네!”
엘라는 셀로니아의 부름에 바로 달려왔다. 그러곤 기다렸다는 듯 길리안의 몸을 수색하기 시작했다.
“뭐 하는 짓입니까.”
꼼짝없이 팔다리가 묶인 터라 길리안은 피할 수도 없이 그저 살벌한 눈만 번뜩였다.
“아가씨.”
엘라가 몸부림치는 길리안에게 아랑곳하지 않고 꿋꿋이 물건들을 꺼내 셀로니아에게 내밀었다.
엘라가 길리안의 품에서 발견한 건 성냥과 손바닥만 한 납작한 술병, 그리고 양피지였다.
셀로니아는 익숙한 양피지를 잡아 들어 펼쳤다. 그때 봤던 것처럼 마법진과 함께 그레이스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설명해. 이 양피지가 어떤 용도인지.”
“모릅니다.”
“그래? 그럼 내가 한번 사용해 볼까? 스크롤인지 전달 마법인지 그것도 아니면 통신 마법인지.”
“…….”
놀란 길리안의 동공이 커다래졌다.
그녀가 이 가게에서 마법 서적을 찾았다던 말이 함정을 위한 장치라 생각되어 모르쇠로 일관했으나, 셀로니아가 정말로 정확하게 알고 있던 것이었다.
“흔적을 남기지 않으려 요즘 잘 쓰지도 않는 양피지까지 쓴 모양인데, 어쩌지. 딱 걸렸네.”
여유 만만한 셀로니아의 태도에 길리안의 턱이 부르르 떨렸다.
이미 그의 얼굴은 하얗게 질려 있었다. 궁지에 몰린 쥐 새끼처럼.
“말해. 진짜로 내가 사용해서 알아보기 전에.”
“……통신 마법입니다.”
길리안은 체념하듯 고개를 떨구며 순순히 대답했다.
이미 양피지를 빼앗긴 마당에 알아보려고 한다면 금방 알아볼 수 있었으니까.
여기서 더 입을 다물어 그레이스를 곤란하게 할 순 없었다.
“하, 언제부터야? 네놈이 그레이스의 끄나풀이 된 게.”
“…….”
“말 안 해? 그레이스가 널 회유했나?”
“그런 적 없습니다.”
“그럼 자발적인 배신이다?”
셀로니아가 기가 차 헛웃음을 내뱉었다.
지금 길리안이 그레이스의 술수에 당한 건지 아닌지는 치유술을 써 보면 알 수 있었다.
그러나 셀로니아는 그러고 싶지 않았다.
이런 범죄자에게 제힘을 쓰는 게 아까웠으니까.
그레이스가 남주들에게 먹인 음식이 무엇인지는 일부러 묻지 않았다. 그걸 묻게 된다면 제가 그 사실을 알고 있다는 걸 그레이스도 알게 될 테니까.
‘우선 명확한 증거를 잡기 전에는 내가 알고 있다는 사실을 들키지 않는 게 나아.’
섣불리 움직였다가 되려 증거를 놓치고 그레이스가 바라는 바가 무엇인지 알아내지 못할 수 있으니까.
그녀가 길리안에게 그레이스에 대해 묻지 않는 또 하나의 이유는 길리안을 죽여 없애 버릴 생각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자신을 도와주었던 위클란더와 헨릭을 위해서라도 길리안이 제대로 된 죗값을 치르게 만들 생각이었다.
이대로 길리안을 죽여 없앤다면 위클란더 상점의 방화 원인은 단순한 사고사로 남을 테니까.
그러니 법적으로 길리안을 처벌할 생각이었다. 헨릭도 진실을 알 수 있게.
길리안이 감옥에 갇히면 또다시 그레이스와 접선할 수도 있으니, 제가 그레이스가 남주들에게 무언가를 먹였다는 사실을 알려선 안 되었다.
셀로니아는 길리안의 품속에서 나온 술병의 뚜껑을 열어 코에 가져갔다. 알코올 냄새 대신 기름 냄새가 폴폴 풍기고 있었다.
역시나 성냥까지 들고 온 것을 보니 상점에 적당히 기름을 뿌려 또 방화를 할 생각이었던 거다.
순간, 그녀의 머릿속에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멕스웰이 준 마도구를 이용하여 더 확실하게, 그야말로 빼도 박도 못 하게 길리안을 방화범으로 몰 방도가.
길리안이 저를 보지 않는 틈을 타 재빨리 주머니 속에 들어 있던 멕스웰이 준 마도구를 보이지 않게 쥐어 꺼냈다.
그러곤 몰래 마도구를 작동시키고 길리안의 두 허벅지 위로 성냥과 술병을 던지며 말했다.
“이걸로 위클란더 상점에도 불을 질렀으면서 또 똑같은 수법으로 여기에도 불을 지르려고 했나 보네?”
“…….”
길리안은 그녀의 시선을 외면했으나, 정곡이 찔린 사람처럼 입꼬리가 경련하고 있었다.
“왜 그랬어. 그냥 책만 훔쳐 나오면 될 것을 왜 불을 질렀냐고.”
“…….”
“안 들려? 왜 위클란더 상점에 불까지 지르고 위클란더를 죽였냐고 묻잖아.”
“그 노인네가 내 얼굴을 봤으니까. 그러니 처리하는 게 당연하지 않겠습니까.”
순간, 길리안이 돌연 살기가 형형한 눈으로 셀로니아를 노려보며 조소 지었다.
마치 감추고 있던 본모습을 드러내듯 한 번도 보지 못한 모습으로.
그때였다. 그 뻔뻔한 행동에 셀로니아가 뭐라고 할 새도 없이 옆에 있던 탄의 주먹이 길리안을 향해 날아갔다.
퍼억. 엄청난 마찰음과 함께 길리안의 얼굴이 돌아갔다.
놀란 셀로니아가 손에 쥐고 있던 마도구의 작동을 정지시키곤 탄을 보았다.
탄의 붉은 눈동자는 무시무시할 정도로 사납게 불타오르고 있었다. 뭐가 그렇게 화가 난 것인지 그의 굵은 목에 힘줄이 불거져 있었다.
“한 번 더 그딴 식으로 쳐다보면 네놈의 눈을 도려내 주마.”
짐승처럼 짓씹듯 말을 내뱉는 그의 몸에선 광포할 정도의 살기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탄은 눈앞에 길리안 때문에 울화가 치밀었다.
감히 그녀 앞에서 그따위로 눈을 뜨다니. 당장이라도 주제를 모르는 저 눈을 파내 버리고 싶었다.
“하, 푸하하하!”
얼얼한 턱과 입안이 터진 탓에 흐르는 비릿한 피 맛을 느낀 길리안이 파안대소를 터뜨렸다. 실성한 사람처럼.
이내 뚝 웃음을 그친 그는 셀로니아 옆을 수문장처럼 지키고 있는 탄을 날카로운 눈으로 훑어보았다.
“든든한 호위 기사가 있으시군요.”
“그레이스가 은폐하려는 게 뭐지.”
“저도 모릅니다.”
“아버지도 알고 계시나? 네놈이 그레이스의 끄나풀이란 걸.”
“그럴 리가요. 그랬다면 저는 벌써 죽고 없었겠지요.”
길리안이 셀로니아의 질문에 여유 만만한 얼굴로 대답했다.
셀로니아는 길리안에게서 더는 캐낼 것이 없다는 걸 느꼈다.
그리고 왜인진 모르겠으나 길리안은 그레이스의 술수에 당한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번에 보았던 에밀리처럼 그레이스를 향한 맹목적인 감정이 느껴지지 않았으니까.
그렇담 정말로 어떤 이유에서든 자발적으로 그레이스의 끄나풀이 된 것이었다.
“엘라, 지금이야. 기사들을 불러와.”
더는 길리안에게 볼일이 없어 셀로니아는 엘라에게 신호를 주었다.
엘라는 곧장 창고 뒷문을 열고 밖으로 뛰어나갔다.
“공녀님, 이왕 이렇게 붙잡힌 거 제가 충고 하나 해 드리겠습니다.”
선심 쓰듯 길리안이 입을 열었다.
셀로니아는 주제넘게 구는 길리안을 서늘한 눈으로 내려다보았다.
“너무 나서지 않는 게 좋으실 겁니다.”
“그래? 넌 더 이상 나불대지 않는 게 좋을 텐데. 또 처맞고 싶지 않으면.”
“하하하. 공녀님을 위해서 드리는 말씀입니다. 당신은 아무것도 모르…… 억!”
길리안은 말을 다 잇지 못한 채 궁상맞게 신음을 내뱉었다.
그의 고개는 또다시 옆으로 돌아갔다. 셀로니아가 그의 턱주가리를 주먹으로 날려 버렸으니까.
길리안의 헛소리를 들어 줄 시간 따윈 없었으니까.
“꽤 아프네.”
그녀는 얼얼한 제 손을 내려다보았다. 손가락이 빨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이게 무슨 짓……!”
“그게 아니라 이렇게 치는 거다.”
탄이 발끈하는 길리안의 말을 뚝 자르며 셀로니아에게 잘 보라는 듯 다시 한번 주먹을 휘둘렀다.
퍼억!
방금과는 차원이 다른 소리가 상점 안에 크게 울려 퍼졌다.
“…….”
깊게 휘두른 탄의 주먹에 맞은 길리안은 억 소리도 내지 못하고 힘없이 축 늘어졌다.
마치 바람 빠진 풍선처럼 볼품없이.
심지어 푹 수그린 고개는 도무지 들릴 생각을 하지 않고 있었다.
셀로니아가 드러난 길리안의 뒤통수를 바라보며 발로 그의 몸을 툭툭 쳤다.
죽은 건지 기절한 건지 길리안의 몸은 미동도 없었다.
“설마 죽은 건 아니죠?”
“기절한 거다.”
탄은 그런 셀로니아의 행동이 귀엽다는 듯 픽 웃었다.
몸은 가냘파 보일지라도 그녀는 언제나 호락호락하지가 않았다.
가끔은 자신보다 강단 있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래서 그녀가 좋았다.
부서질 것처럼 연약해 보여도 절대로 쓰러지지 않는 이 사람이.
“그럼 됐어요.”
셀로니아는 미련 없이 몸을 돌렸다.
그리고 손에 쥐고 있던 마도구를 작동시켜 카운터 위에 올려 두곤 탄과 함께 상점을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