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le Leads Were Stolen by the Extra RAW novel - Chapter (66)
엑스트라에게 남주들을 빼앗겼다 (66)화(66/162)
<66화>
엘라는 몬테라 거리의 중심에 놓인 천사 분수대를 향해 뛰어가고 있었다.
그곳은 황실 기사들이 몬테라 거리를 살필 때 순찰 시작점이었으니까.
역시나 저 멀리 황실 기사단의 제복을 입은 남자가 보였다.
“크, 큰일 났어요!”
엘라가 급박한 얼굴과 큰 소리로 소리쳤다.
모두가 퇴근한 깜깜한 몬테라 거리. 엘라의 목소리는 마치 메아리처럼 퍼져 나갔다.
분수대 앞에 서 있던 기사 두 명은 엘라의 목소리를 듣고는 북쪽 입구를 향해 다가갔다.
“무슨 일이십니까.”
“하아, 하아. 마법 지구 맨 끝 블로렌스 상점에 도둑이 든 것 같아요!”
엘라는 착실하게 숨을 몰아쉬며 아주 급한 얼굴로 기사들에게 말했다. 아가씨가 주문한 대로.
“가지.”
엘라의 말을 들은 기사들이 황급히 북쪽 거리를 내달렸다.
엘라는 기사들에게 저쪽이라고 제발 잡아 달라고 사정하며 뒤따라가다 샛길로 빠졌다.
얼마 뒤.
기사들이 블로렌스라는 간판을 단 상점 앞에 도착하였다.
모든 가게의 불이 다 꺼져 있었는데 이 가게만 불빛이 환했다.
“이곳이 맞습니까?”
기사가 뒤돌아 제보자에게 물었다.
“뭐야? 어디 갔어?”
그러나 방금까지 호들갑 떨며 도둑을 잡아 달라 사정하던 제보자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있었다.
“우선 들어가 보지.”
허위 신고인가 싶었으나, 이왕 여기까지 왔고 상점에 불이 켜진 것도 이상하니 기사들은 검을 그러쥔 채로 상점의 문고리를 잡아 돌렸다.
끼이이익.
부드럽게 돌아간 문고리와 함께 낡은 소리를 내며 문이 열렸다.
기사들은 침을 꿀떡 삼킨 채 최대한 자세를 낮춰 살금살금 상점 안으로 들어갔다.
“이게 대체…….”
이윽고 황실 기사들은 놀라 말문이 막혔다. 펼쳐진 상점 안의 광경은 그들이 예상하던 것이 아니었으니까.
상점 한가운데 놓인 의자에 손과 발이 포박된 채로 쓰러져 있는 한 남자.
카운터에 놓인 무언가가 공중에 빛을 띄우며 한 장면을 반복 재생하고 있었다.
“안 들려? 왜 위클란더 상점에 불까지 지르고 위클란더를 죽였냐고 묻잖아.”
“그 노인네가 내 얼굴을 봤으니까. 그러니 처리하는 게 당연하지 않겠습니까.”
장면 속에 등장한 남자는 이번에 단순 화재 사건으로 판명 난 위클란더 상점에 방화를 저지르고 위클란더를 죽였다고 시인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는 지금 그들의 앞에 쓰러져 있는 이 남자였다.
심지어 쓰러진 남자의 허벅지 위에 성냥과 기름 냄새가 나는 술병이 놓여 있었다.
기사들은 냉큼 카운터로 다가가 장면을 재생시키고 있는 것을 잡아 들었다.
“영상구로군.”
그건 상황을 녹화하여 저장할 수 있는 마도구인 영상구였다.
* * *
깔끔하게 일을 처리하고 공작저로 돌아가는 마차 안.
“진짜 사람 그렇게 안 봤는데.”
엘라가 길리안이 방화를 저지른 범인이었다는 것에 분개하고 있었다.
“이래서 사람 함부로 믿지 말라는 건가 봐요. 다른 누구도 아닌 피네스트 부길드장이…….”
소름이 끼친다는 듯 엘라가 부르르 몸을 떨며 진저리를 쳤다.
그건 셀로니아도 마찬가지였다. 뻔뻔해도 이렇게 뻔뻔하게 나올 줄이야. 낯짝이 두껍다 못해 철판이었다.
“오늘 진짜 고마웠어요. 요구가 있으면 들어줄게요. 당신이 누구인지 말하라는 협박 빼고요.”
“맞아요! 정말 멋있으셨어요!”
셀로니아가 탄에게 고마움을 표하자 엘라가 맞장구를 치며 고개를 주억거렸다.
솔직히 탄이 아니었으면 아찔했다.
설마 공녀인 제게 단검을 날릴 줄이야. 그가 막아 주지 않았다면 아마 어깨에 단검이 박혔을 거다.
어째 매번 도움만 받고 있는 게 미안할 지경이었다.
“뭐든지?”
“현실적으로 가능한 거면요.”
탄의 물음에 셀로니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얼마 뒤면 공작저를 나갈 그가 집이 필요하다고 하면 작은 집 한 채 정도는 마련해 줄 수 있었으니까.
“그래. 기억해 두지.”
탄은 그런 셀로니아를 보며 피식 미소 지었다.
제가 무슨 부탁을 할 줄 알고 이렇게 넙죽넙죽 원하는 걸 들어준다고 하는지.
지금 그는 그녀에게 바라는 것이 무척이나 많았지만, 최대한 고민하고 고민하다 아껴서 사용할 생각이었다.
‘괜히 얘기했나?’
그의 미소에 셀로니아는 순간 뭔가 잘못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스스로가 뱉은 말을 다시 주워 담는 일은 모양이 빠지는 것 같아 딱히 정정하진 않았다.
어둠을 뚫고 저택을 향해 달리는 마차 안에서 셀로니아는 무심코 시선을 내리다 탄의 손을 보았다.
맞은편에 앉은 시트 위에 올려진 커다랗고 빨간 손을.
빨간 손?
“탄, 손에서 피 나잖아요!”
셀로니아가 경악하여 소리를 높였다.
시트 위에 피가 흥건했다. 그의 손에서 피가 뚝뚝 떨어지고 있었으니까.
그 손은 길리안이 날린 단검을 쥔 손이었다.
“베였어요? 왜요?”
“그러게.”
그도 몰랐다는 듯 자신의 손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다친 걸 지금에서야 알았다. 급한 마음에 몸이 먼저 튀어 나가느라 힘을 쓸 생각은 하지 못했다.
“봐 봐요.”
도와주다가 단검에 베이기까지.
고맙고도 미안해 셀로니아는 피가 흐르고 있는 그의 손을 잡아끌어 왔다.
탄은 갑자기 닿은 셀로니아의 손길에 움찔 몸을 떨었다. 또다시 심장이 쿵쿵 뛰어 대기 시작했다.
“안 아파요?”
셀로니아는 절로 눈살을 찌푸렸다.
그의 손바닥의 깊게 베인 상처가 드러났다.
사선으로 난 상처는 두 갈래로 벌어져 피를 쏟아 내고 있었다. 딱 봐도 쓰라려 보였다.
탄은 자신의 손을 부드럽게 쥐고 있는 셀로니아를 내려다보았다.
괴로운 듯 일그러진 그녀의 눈매 위로 올올히 찬 기다란 속눈썹이 파르르 떨리고 있는 게 보였다.
다친 저는 멀쩡한데, 그녀는 왜 이런 표정을 짓고 있는 걸까.
마치 저보다 더 고통스러워하는 것처럼. 마치 나를 걱정하는 것처럼.
“걱정되나?”
“그럼 걱정 안 해요? 저 때문에 다쳤는데. 물론 당신이 이 정도로 죽진 않겠지만요.”
셀로니아가 그걸 말이라고 하냐는 듯 퉁명스레 받아쳤다.
그 대답에 일자로 다물려 있던 탄의 입꼬리가 위를 향했다. 그녀의 대답이 너무도 기꺼워 웃지 않을 수가 없었다.
손 말고 다리나 팔을 몇 번 더 베여도 좋다고 생각이 들 만큼.
그러나 탄은 절대 티를 내지 않았다.
상처가 아프진 않았으나, 아파하는 척을 해야 그녀가 더 오래 저를 봐 준다는 걸 알았다.
그게 좋았다. 그녀가 자신을 걱정해 주는 게.
그때만큼은 푸른 눈동자에 담기는 게 오직 저뿐이었으니까.
이러는데 어떻게 안 좋아할 수가 있나. 매번 툴툴거리면서도 이런 작은 상처 하나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그녀인데.
그는 점점 자신의 마음이 걷잡을 수 없이 커져만 가고 있다는 걸 느꼈다.
“어, 어쩌죠……. 지혈제도 없는데.”
함께 상처를 들여다본 엘라도 걱정 어린 목소리를 냈다.
셀로니아는 그의 상처를 요리조리 살펴보고 있었다. 상처를 보니 베인 정도가 꽤 심각해 지혈을 하지 않으면 계속 피가 새어 나올 게 뻔했다.
별다른 고민이 들지 않았다.
단순히 베인 상처였고, 그는 오늘 저를 도와주려다 다친 것이었으니까.
“그대로 있어요.”
그녀는 곧장 그의 상처가 난 손바닥 위에 자신의 손을 올렸다.
집중하여 힘을 흘려보내자, 그녀의 손바닥에서 흘러나온 하얀 빛이 그의 손바닥에 가 닿았다.
탄의 눈길이 그 광경에 고정되었다. 섬광처럼 하얀 빛은 손바닥만 한 크기 정도로 퍼져 그의 상처 안으로 파고들었다.
그녀가 치유사라는 건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덴로하 후작저에서 마물을 잡을 때 하얀 빛을 쏘았던 것도 보았고.
하지만 사람을 직접 치유하는 모습은 처음 보는 것이었다.
신기한 광경에 시선을 떼지 못하고 있던 탄이 순간 이상한 느낌에 손을 움찔 떨었다.
갑자기 머리가 어질하고 속이 울렁거렸다. 처음 보는 광경이었으나 데자뷔가 느껴졌다.
뭐지? 왜…….
“아파요?”
셀로니아가 자꾸 움찔거리며 손을 떠는 탄을 보며 물었다.
치유는 말끔히 끝났다.
벌어졌던 상처는 아물었고, 상처가 있던 자리는 흉터도 남기지 않고 본래 모습으로 돌아와 있었다. 마치 시간을 되돌린 것처럼.
그런데 왜 아픈 것처럼 움찔 떨지?
마왕이라서 치유의 힘이 몸에 받지 않는 건가?
“아니. 괜찮다. 신기하군.”
그녀의 따뜻한 물음에 바로 기시감을 떨쳐 낸 탄은 감쪽같이 치유된 자신의 손바닥을 쥐었다 폈다 해 보았다.
그녀에게서 흘러나온 빛이 스며든 것뿐이었는데, 순식간에 상처가 사라져 있었다.
만족감에 그의 입매가 부드러운 호선을 그렸다.
그녀가 보이는 미소만큼이나 흘려보내는 빛도 따뜻하다고 생각하며.
그때였다.
탄이 돌연 날카로운 눈을 번뜩였다. 수상한 기운을 감지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