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le Leads Were Stolen by the Extra RAW novel - Chapter (67)
엑스트라에게 남주들을 빼앗겼다 (67)화(67/162)
<67화>
“탄?”
“…….”
셀로니아의 부름에도 탄은 마차 주위를 둘러보았다. 어떤 기운이 이 마차를 쫓아오고 있었다.
잘못 느꼈나 싶어 정신을 집중하자, 더더욱 또렷하게 느껴졌다. 수상한 기운이 근처에서 일행을 뒤쫓고 있는 기척이.
차갑게 표정을 굳힌 탄은 마차에 달린 줄을 잡아당겼다.
잘 달리고 있던 마차는 신호를 받고 외곽으로 빠지며 멈춰 섰다.
“왜 그래요?”
셀로니아가 갑자기 마차를 세운 탄을 어리둥절하게 쳐다보았다.
“먼저 가.”
그러나 그녀의 물음에 답해 주지 않고 마차의 문을 열고 나와 바로 닫았다.
“예? 어디 가는데요!”
문 너머에서 셀로니아의 목소리가 들렸으나, 탄은 마부에게 마차를 출발시키라 명하였다.
경쾌한 말발굽 소리가 다시 도로 위를 누볐다.
탄은 셀로니아가 탄 마차가 잘 가고 있는 것을 확인하자마자 순식간에 도로 위에서 자취를 감추었다.
* * *
“계속 뒤쫓기만 할 건가? 그냥 모습을 보이자니까.”
켈빈이 계속 징징거리자 이우스가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았다.
“멍청한 놈.”
이우스는 무식한 켈빈을 향해 혀를 끌끌 찼다.
오늘 주군을 마주치고 내내 따라다닌 결과, 주군은 종일 베스인 공녀와 함께였다.
대체 이게 무슨 조합이지? 왜 두 사람이 함께 있는 걸까.
아무것도 확인된 게 없기에 섣불리 나서선 안 되었다.
일단은 주군이 혼자 계실 때를 노려 은밀히 만남을 청해야 했다.
혹시 주군께서 생각해 두신 계획이 있는데, 우리가 존재를 드러내 그 계획이 어그러지면 안 되니까.
“뭐? 이 자식이 진짜!”
계속된 미행에 지쳐 더더욱 날카로운 성질머리를 참지 못한 켈빈이 주먹을 높게 쳐올린 순간.
“히이이잉!”
크게 우는 말 소리와 함께 마차가 덜컹이며 급정거를 하였다.
중심을 잃고 충돌하다시피 맞은편 시트에 몸이 고꾸라진 켈빈이 신경질을 내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염병. 뭐야!”
“이 기운…….”
씩씩거리며 켈빈이 욕지기를 내뱉을 때, 이우스가 멍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뭐?”
“으아악!”
그때였다. 밖에서 들리는 괴성에 켈빈과 이우스가 마차 창문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그들의 마부가 마치 가벼운 봇짐처럼 날아가는 장면을 두 눈으로 똑똑히 볼 수가 있었다.
“설마…….”
등골을 타고 올라오는 소름과 함께 켈빈이 모든 것을 눈치챈 순간, 닫혀 있던 마차의 문이 벌컥 열렸다.
“네놈들 뭐야.”
어두운 밤하늘 아래 등장한 서슬 퍼런 붉은 눈동자가 켈빈과 이우스를 살벌하게 노려보았다.
그 섬뜩한 눈빛을 익히 아는 터라 켈빈과 이우스는 마른침을 꿀꺽 삼켜야만 했다.
* * *
다음 날.
[위클란더 상점가의 방화범 피네스트 부길드장으로 밝혀져.]피네스트 부길드장인 길리안은 자신이 마법 지구에 위치한 위클란더 상점에 불을 지르고 주인인 위클란더를 죽였다는 것을 시인했다.
방화를 저지른 이유에 대해선 아직까지 입을 열지 않고 있다.
셀로니아는 오늘 발행된 신문 기사를 확인하곤 덮었다. 어제 엘라가 불러온 황궁 기사들이 착실하게 일을 처리한 모양이었다.
“후우. 어찌 길리안이.”
갤로웨이가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은 채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셀로니아는 아버지와 함께 응접실에 앉아 있었다.
피네스트 부길드장의 만행이 대대적으로 기사에 실렸기에 베스인 가문도 면책을 피하지 못할 테니 아버지의 시름을 이해했다.
그녀는 아버지와 가문의 명예를 실추시킨 것 같아 무척이나 죄송스러웠으나, 이 선택을 후회하진 않았다.
아직도 위클란더의 죽음에 서럽고도 슬프게 눈물을 쏟아 내던 헨릭의 얼굴이 그녀의 가슴속에 선연히 남아 있었으니까.
그래서 일부러 공론화를 선택한 것이었다.
헨릭도 진실을 알 권리가 있었으므로. 죄를 저질렀으면 그에 합당한 죗값을 받아야 했다.
“아버지. 차가 향이 좋아요.”
셀로니아는 상석에 앉아 계신 아버지를 위로하기 위해 테이블 위에 올려진 다관을 들어 따뜻한 차를 따라 내밀었다.
“셀리, 너에게 미안하구나.”
“아니에요. 길리안이 그런 일을 저질렀을 줄이야……. 아버지도 저도 깜빡 속은걸요.”
갤로웨이가 씁쓸한 표정으로 찻잔을 들어 올리자 셀로니아는 천연덕스럽게 모른 척했다.
길리안이 잡힐 수 있도록 일조한 게 자신이라는 것을 아버지께 일부러 알리지 않았다.
대외적인 이미지를 위해 저를 구해 주었던 탄이 공작저에 머물 수 있게 한 아버지였다.
분명 제가 이 일에 가담했다는 걸 아신다면 먼저 가문에 알렸어야 하지 않겠냐며 서운해하실지도 몰랐다.
그러니 그냥 이대로 길리안이 모두를 속인 범죄자로 상황을 끝내는 게 맞았다.
“오래 봐 온 놈이었는데 어찌 그런 일을……. 셀리, 너에겐 믿을 만한 담당자를 다시 붙여 주겠다.”
“괜찮아요. 이번 일로 바쁘실 텐데 저는 신경 쓰지 않으셔도 돼요.”
“역시 내 딸. 속이 깊구나.”
셀로니아의 말에 갤로웨이가 감명받은 표정으로 흐뭇하게 웃었다.
“하하하…….”
그 인자한 미소에 양심이 아파 와 셀로니아는 어색하게 미소 지었다. 죄송해요, 아버지.
“그나저나 셀리, 어제 귀가가 늦었다더구나.”
“중앙 도서관에 갔다가 날이 저무는지도 모르고 있었어요.”
셀로니아는 아버지의 질문에 당황하지 않고 생각해 둔 변명을 술술 내뱉었다.
“뭔가 공부하고 싶은 게 있는 게냐? 그렇담 이 아비에게 말을 해야지.”
갤로웨이가 섭섭하다는 듯 눈썹을 찡그렸다.
“그냥 이것저것 궁금해져서요. 생기면 꼭 아버지께 말씀드릴게요.”
“그래그래. 꼭 말하려무나. 그러고 보니 벌써 며칠 뒤면 너의 축하연이구나. 폐하께서 특별히 신경 써서 준비하고 계시다더군.”
“정말요? 무척이나 기대돼요.”
셀로니아는 기쁘다는 듯 웃으며 아버지와 조금 더 대화를 나누다 응접실을 나왔다.
길리안 일과 길드 때문에 무척이나 바쁘실 아버지의 시간을 더는 뺏을 수 없었기에.
“아가씨, 탄 님께서 다이닝룸에서 기다리고 계셔요.”
그때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엘라가 말을 전했다.
“바로 갈게.”
셀로니아는 바로 다이닝룸으로 향했다.
어제 갑자기 마차에서 홀연히 내린 탄은 자정이 가까워질 때까지 돌아오질 않았다.
무슨 일인가 싶어 계속 기다렸으나, 피곤한 나머지 깜빡 잠이 들고 말았다.
눈을 떴을 땐 이미 새벽이었다. 자정에 그가 다녀갔는지 알 길이 없었다.
대체 언제 돌아온 거지? 왜 갑자기 마차에서 내린 거고?
물어볼 게 산더미라 셀로니아는 아주 빠르게 다이닝룸에 도착하였다.
탄은 의자에 앉아 있었다.
“그럼 식사 준비해 드리겠습니다.”
그녀의 등장에 하인들이 아침 식사를 내오겠다며 주방으로 향하였다.
셀로니아는 탄의 옆 상석에 앉았다.
다이닝룸엔 단둘뿐이었다. 원래 둘이서 식사를 할 땐 필요한 일이 아니라면 하인들을 모두 물렸기 때문이었다.
혹시라도 탄이 헛소리를 하거나 힘을 쓰는 장면을 목격할까 봐.
“어제 언제 들어왔어요?”
셀로니아가 제가 온 것을 모르는 듯한 탄에게 물었다.
그러자 멍하니 허공을 응시하고 있던 탄의 눈길이 그녀에게로 향했다.
“언제 왔지?”
“방금요. 어제 언제 들어왔냐니까요?”
“자정에. 자고 있어서 안 깨웠다.”
“마차에선 왜 갑자기 내린 건데요?”
“……그냥.”
탄은 순간적으로 셀로니아의 눈을 마주치지 못하고 말끝을 흐렸다.
“무슨 일 있던 거 아니에요?”
“아무 일도 없다.”
셀로니아는 시선을 피하는 그의 말이 납득이 되진 않았으나 더 이상 캐묻지 않았다.
아니라고 하는 사람한테 강요할 순 없었으니까.
그래도 이상한 마음이 여전히 남아 있어 찜찜하긴 했다.
탄은 옆얼굴에 느껴지는 셀로니아의 시선을 외면하며 혼란스러워하고 있었다.
“셀로니아.”
그러다 그녀를 불렀다.
이 믿기지 않은 현실에 관한 그녀의 생각이 궁금했으니까.
“네. 말해요.”
평소보다 진지하고 침전되어 있는 그의 음성에 셀로니아는 바로 대답했다.
왜 저러지? 진짜로 무슨 일이 있는 것 같은데.
어쩐지 긴장이 되어 앞에 놓인 물 잔을 입에 가져갔다.
“너, 마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지?”
“푸훕!”
그녀는 너무 놀라 먹던 물을 뿜어 버렸다. 그것도 정확히 그의 얼굴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