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le Leads Were Stolen by the Extra RAW novel - Chapter (68)
엑스트라에게 남주들을 빼앗겼다 (68)화(68/162)
<68화>
* * *
어젯밤.
마차 안에 타고 있는 남자 둘의 얼굴을 확인한 탄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이놈들은 아까 낮에 보았던 그놈들이었다.
셀로니아가 저 나이 많은 놈을 보고 대공이라고 했었지.
마차를 졸졸 쫓는 기운이 있어 기운을 찾아왔더니 대공이 탄 마차였다.
처음 마주했을 때부터 탐탁지 않다 했더니.
“묻잖아. 네놈들 뭐냐고. 왜 그녀의 뒤꽁무니를 졸졸 쫓아다니지. 죽고 싶은가.”
탄이 금방이라도 두 사람을 죽일 듯 쳐다보며 으르렁거렸다. 당연하게도 그들이 셀로니아의 뒤를 밟는 거라고 생각했으니까.
본래였다면 묻지도 않고 바로 숨통을 쥐어 버렸을 테지만, 그도 셀로니아와 함께 지내면서 약간의 사회화가 되어 있었다.
그러니까 그들에게 변명할 기회 정돈 쥐여 준 것이었다.
“그, 그것이…….”
켈빈이 버벅거리고 있을 때, 이우스는 두근대는 심장을 침착히 진정시키며 파르르 떨리는 입술을 열었다.
“정말로 기억이 없으십니까.”
“뭐?”
전혀 예상하지 못한 생뚱맞은 질문에 탄의 얼굴이 와락 구겨졌다.
이 새끼들 지금 뭐 하자는 거지?
“정말로 저희가 기억나지 않으신 겁니까.”
이우스의 원망이 섞인 눈빛과 목소리가 탄을 향했다.
탄은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머리가 하얗게 샌 나이가 지긋한 남자가 원망 어린 눈망울로 저를 바라보는 게 거북했으니까.
하지만 이우스가 내뱉었던 말을 곱씹어 보다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기억이 나지 않느냐는 물음은 그들이 오늘 만난 것에 대해 묻는 게 아니었다.
그들의 표정과 말투를 보아하니 마치 오래전 자신과 만난 적이 있는 듯했다.
게다가 제법 가깝게 알던 사이였는지, 제가 기억이 없어 자신들을 알아보지 못한다는 사실에 꽤 충격을 받은 것처럼 보였다.
“나를 아나.”
탄은 크게 기대를 하지 않고 그들에게 물었다.
이 질문은 몇 개월 전 기억을 잃고 눈을 뜬 지금까지 수도 없이 묻고 다녔던 물음이었다. 그리고 지금껏 돌아온 대답은 한결같이 똑같았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알다마다요! 아는 것뿐이겠습니까! 주군께선 저희의 주인이지 않습니까!”
켈빈이 울컥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죽은 줄로만 알았던 주군이 멀쩡히 살아 있는 것은 감격스러웠으나, 기억을 잃고 자신들이 누군지도 모른다니.
이렇게 원통할 수가 없었다.
“……안다고. 나를.”
뜻밖의 대답에 탄의 표정이 굳었다.
처음이었다. 제 존재를 안다는 사람은.
아무도 저를 기억하는 이가 없는 줄 알았는데?
“정말, 정말 보고 싶었습니다. 주군!”
켈빈이 참지 못하고 탄에게 달려들었다.
“떨어져. 죽고 싶나.”
그러나 순순히 허락할 탄이 아니었다.
탄은 달려드는 켈빈의 이마를 딱 소리가 날 만큼 단호하게 붙잡은 채 거리를 유지시켰다.
감히 어딜.
그들이 저를 안다고 해서 따뜻하게 안아 줄 생각 따윈 추호도 없었다.
이 품의 주인은 따로 있었다. 이딴 징그러운 사내놈이 아니라.
“크으! 그리웠습니다! 이 거친 언행!”
이마를 잡히고도 켈빈은 뭐가 좋은지 변태처럼 헤실헤실 웃어 댔다.
그 바람에 탄의 표정이 이보다 더 험악할 수 없을 정도로 구겨졌다.
“각하의 충실한 부하 톰, 드디어 각하를 뵙습니다.”
이우스는 방정맞은 켈빈을 뒤로 물리며 한쪽 무릎을 꿇고 경의를 표했다.
“각하를 뵙습니다.”
켈빈도 바로 이우스를 따라 탄에게 한쪽 무릎을 꿇으며 고개를 숙였다.
주군이라는, 묘하게 익숙하게 느껴지는 말에 탄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각하께선 저희의 주인이시자 마물들의 군주이시며…….”
이우스는 벅찬 감정에 한 박자 호흡을 쉬었다가 다시 입술을 열었다.
“모든 차원의 악을 아우르는 가장 깊은 어둠, 위대하신 마왕, 레온하르트 카일레누스 님이십니다.”
* * *
“…….”
탄은 갑작스러운 테러에 눈을 감은 채 턱을 타고 흐르는 물을 무심히 손으로 털어 냈다. 질문했다가 물벼락을 맞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지난밤, 별안간 나타난 그들에게서 전해 들은 얘기는 가히 충격적이었다.
이우스 대공과 켈빈이 실은 제 부하인 톰과 잭이라는 이야기. 그들의 정체는 인간으로 둔갑한 자신의 수하이며, 저는 마왕이라는 것.
마왕? 마왕이라니.
한 번도, 절대 상상해 본 적도 없는 과거였다.
남들보다 특별하다는 건 알고 있었는데 제가 마왕이라고?
그것도 구원자인 그녀가 처단했다던 그 인물이라니.
“아, 죄송해요. 그런데 갑자기 그게 무슨…….”
셀로니아는 허둥지둥 식탁 위에 놓인 냅킨을 잡아 탄에게 건네었다.
그녀의 머릿속은 혼란스럽기 그지없었다.
지금 이 질문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지? 설마 기억이 돌아온 건가?
“그냥.”
탄은 별다른 불쾌감 없는 표정으로 냅킨을 건네받아 얼굴을 닦아 내었다.
“그냥? 그냥 물어보는 거라고요?”
지금 그걸 믿으라는 거야?
셀로니아는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탄을 보았다.
함께한 몇 주 동안 그는 한 번도 마왕에 대해 언급한 적이 없었다. 그런데 갑자기 마왕에 대해 질문하는 이유가 그냥이라고?
너무 이상하지 않은가.
“그래. 네가 쓰러뜨렸다지. 그래서 다들 널 구원자라 부르는 거고.”
탄은 셀로니아의 두 눈을 마주하며 답했다.
숨겨지지 않는 그녀의 당황이 절로 읽혔다. 무엇에 대해 당황하는 걸까.
갑작스러운 마왕에 대한 물음? 그것도 아니면 제가 기억을 되찾은 것일까 봐?
멕스웰에게 진작 전해 들어서 알고 있었다.
100년 만에 깨어난 마왕을 막기 위해 네 명의 구원자들이 싸우러 나섰고, 그중 하나가 셀로니아였다.
구원자들은 종국엔 마왕을 무찔렀고, 마왕은 죽었다. 모두가 그렇게 알고 있었다.
그런데 내가 그 죽었다던 마왕이라고?
기억이 없어서일까. 와닿지가 않았다.
하지만 탄은 셀로니아를 처음 마주했을 때, 그녀가 제게 했던 말을 똑똑히 기억했다.
‘다, 당신 부, 분명 죽었는데 어떻게 살아 있는……!’
너무 놀라 경기를 일으키며 그 말을 했었다.
그래, 그건 마치 죽었다고 믿는 상대가 살아 있는 것을 본 반응이었다.
그래서 그녀가 기억이 없는 저에 대해 안다고 생각하고 이곳에 눌어붙은 거고.
‘주군께서는 왜 그 여자 옆에 계신 겁니까? 그 여자는 주군을 죽인 여자가 아닙니까!’
‘복수를 위해서입니까?’
어제 잭과 톰은 그를 향해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듯 물었다.
복수. 기억이 없는데 복수가 가당키나 하나.
“별다른 생각은 없어요.”
셀로니아는 평소와 다른 느낌의 탄을 바라보며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기억이 떠오른 것 같진 않은데 이 질문의 의도는 무엇일까. 정말 단순한 궁금증인 걸까.
“증오하나?”
“그건…….”
셀로니아가 잠시 말을 멈추었다.
어쩐지 저를 바라보고 있는 그의 눈에 옅은 간절함이 떠올랐기 때문에.
이 눈빛은 뭐지?
대체 그는 전부터 저에게 뭘 바라는 걸까.
얼마 전 자신의 손에 입을 맞춘 행동도, 제 손을 아무 때나 잡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물었던 것도, 눈이 마주칠 때마다 보여 주는 거짓 없는 미소까지.
왜. 왜 자꾸 오해를 하게 만드는지.
“꼭 그렇지만은 않아요.”
의도를 파악할 수가 없어 셀로니아는 그냥 제 속마음을 얘기하였다.
이건 진심이었다. 마왕을 두려워했으나 증오하진 않았다.
게다가 원작의 진행을 위하여, 고생을 끝내기 위하여 마왕을 처단했을 뿐, 애초에 거대한 이념과 사명감 따윈 그녀에게 존재하지 않았다.
“그렇군.”
탄은 셀로니아의 대답에 혼잣말로 중얼거리며 시선을 돌렸다.
그녀의 대답에 마음속에 왜인지 모를 작은 안도감이 퍼져 들었다.
그는 톰과 잭의 말을 모두 신뢰하진 않았다.
몇 개월 만에 대뜸 저를 안다고 나타난 이들이 실은 자신이 죽었다던 마왕이라고 하면 바로 믿을 사람이 몇이나 될까.
하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불신하는 것 또한 아니었다.
마물을 맞닥뜨렸을 때 떠오른, 누군가를 비웃던 제 목소리와 마물의 생각을 읽을 수 있는 기이한 능력, 남들에겐 없는 이 힘과 자정마다 찾아오는 통증까지.
확실히 특별하다 치부하고 그냥 넘어갈 수 있는 일은 아니었다.
톰과 잭은 그에게 원래 살던 마왕성으로 돌아가길 권유했다.
그곳으로 돌아가면 잃어버린 기억도, 불안정한 힘도 되찾을 수 있을 거라고.
“탄.”
그때 저를 부르는 셀로니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탄. 그래 그건 자신의 이름이었다.
그녀가 제게 지어 준 이름. 톰과 잭이 말하던 레온하르트 카벨레누스라는 거창한 이름과는 다른.
그는 그녀의 입에서 제 이름이 불릴 때를 제일 좋아했다.
의미 없던 삶이었으나 그녀가 저를 그 이름으로 부를 때면 의미가 생기는 것 같았으니까.
“들어요.”
셀로니아는 식사가 차려졌음에도 가만히 있는 탄에게 음식을 권했다.
“그래.”
그는 식탁 위에 놓인 포크를 집어 들었다.
갓 나온 따뜻한 음식을 입으로 가져가면서 탄은 생각했다.
언제나 그녀와 함께 하는 이 시간을 놓을 순 없다고.
그렇담 나는 뭘 어쩌고 싶은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