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le Leads Were Stolen by the Extra RAW novel - Chapter (69)
엑스트라에게 남주들을 빼앗겼다 (69)화(69/162)
<69화>
탄은 셀로니아와 식사를 마치고 잠시 머리를 식힐 겸 잘 가꿔진 정원에 나와 있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나무 위에 앉아 있었다.
방 안에 있거나 눈에 보이는 곳에 있으면 귀찮게 하는 하녀들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진짜? 이게 다 아가씨께 온 거란 말이야?”
“그렇다니까.”
그때, 어디선가 목소리가 들려왔다.
시선을 내리니 하녀 두 명이 이쪽을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 품에 한 아름 무언가를 들고.
탄은 하녀들이 셀로니아를 언급하자 형형한 눈으로 그들을 지켜보았다. 혹시라도 그녀에 관해 허튼소리를 하면 당장 달려들 기세로.
“이 편지들이 다? 대체 이게 다 뭔데?”
“보낸 사람들을 봐 봐. 다 귀족 자제들이잖아. 그렇다면 뻔하지. 곧 황궁에서 열릴 아가씨의 축하연에 파트너로 참석하고 싶다는 요청이거나 맞선 요청이겠지.”
“맞선 요청?”
“체르빌 공작님이랑 파혼했는데, 영식들이 우리 아가씨를 가만둘 리가 있겠어? 아가씨는 모두가 탐내는 일등 신붓감이잖아.”
한 번에 못 알아듣는 하녀가 답답하다는 듯 동료가 설명했다.
“역시. 우리 아가씨셔.”
“내가 주워들었는데 영식들이 아가씨의 곁을 꾀어내려고 아주 혈안이 되어 있대.”
“하기야. 베스인 공작님의 사위가 될 기회니까.”
어리둥절해하던 하녀가 이제야 모든 걸 이해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 아가씨께서 이제 곧 결혼하시는 건가?”
“좋은 혼처가 있으면 골라서 하시지 않을까?”
“그런가? 그런데 그 손님이랑 조금 묘하지 않아? 늘 같이 계시던데. 식사도 매일 함께하시고.”
“쉿! 너 어디 가서 그런 말 하지 마. 괜히 말 퍼졌다간 우리만 죽어나.”
눈치 없이 중얼거리는 하녀를 향해 동료가 경고하며 덧붙여 말했다.
“그리고 그분의 외모랑 실력이 출중하다고 한들 애당초 우리 아가씨랑 되겠니? 신분 차이가 어마어마한데.”
“맞아. 그건 그렇다.”
하녀가 동감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들은 아무것도 모른 채 탄이 앉아 있는 나무 아래를 지나쳤다.
“…….”
모든 대화를 들은 탄의 서늘한 눈동자가 하녀들의 품에 들린 편지 봉투로 향했다.
딱 봐도 셀 수도 없이 수북한 저 편지들이 모두 셀로니아를 만나고자 하는 놈들이 보낸 것이란 말이지.
순식간에 부아가 치밀었다. 감히 누굴.
그는 망설임 없이 손가락을 튕겨 냈다.
“꺄아아악!”
“이, 이게 뭐야!”
편지를 들고 저택으로 향하던 하녀 둘이 비명을 내지르며 펄쩍펄쩍 뛰었다. 들고 있던 편지 봉투에 갑자기 불이 붙었으니까.
“어, 어떻게!”
“불이야! 불!”
혼비백산한 그녀들은 들고 있던 편지들을 바닥에 던지다시피 내동댕이쳤다.
화르륵.
마치 모닥불 위에 피워진 불처럼 새빨간 불길이 순식간에 편지들을 모조리 태워 버렸다.
“밟아! 밟아!”
불길을 끄기 위해 하녀들이 발로 편지들을 밟았다. 호들갑 떠는 발길들이 편지의 불길을 잡아 갔다.
곧이어 불길이 멎었다. 그러나 편지는 흔적도 알아볼 수 없게 한 줌의 재로 변한 뒤였다.
“도대체 어떻게…….”
넋이 나간 얼굴로 하녀들이 주위를 둘러보았다.
바람이 불어닥쳤다. 방금 그들이 지나친 커다란 나무의 나뭇가지가 흔들리며 나뭇잎이 눈처럼 떨어져 내렸다.
물론 나무 위에는 아무도 없었다.
* * *
“너무 섣불렀던 것인가.”
이우스 대공이 커다란 소파에 기대어 자책하듯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이곳은 제도에 있는 대공저.
켈빈과 이우스는 근심이 가득한 얼굴로 소파에 꼼짝없이 붙어 있었다.
왜냐하면 자정에 사라진 주군께서 지금까지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었으니까.
어젯밤에 주군께 자초지종을 설명하였다. 당신의 진짜 정체가 무엇인지, 옆에 있던 그 여자가 당신께 어떤 존재인지.
그러니 어서 우리들의 성으로 돌아가자고.
모든 얘기를 전해 들은 주군은 혼란스러워했다.
그래도 진실을 들으면 조금이라도 무언가를 기억해 내실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게다가 갑자기 홀연히 사라지시기까지.
조금 더 천천히 접근했어야 했는데 너무 섣불렀던 것 같아 후회가 되었다.
“주군께서 우리를 버리신 건가…….”
켈빈이 상처받은 얼굴로 천장에 달린 샹들리에를 멍하니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대체 주군이 기억을 되찾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 거지?
그들은 주군을 만났음에도 아직 힘이 완전히 돌아오지 않았다.
추측하건대 그건 주군께서 잃어버린 기억과 관련 있는 듯싶었다.
하지만 뒤도 돌아보지 않고 가 버리셔서 논의를 이어 갈 길이 모호했다.
그때였다.
갑자기 느껴지는 싸늘한 기운에 고개를 옮기니 언제 나타난 건지 그들이 있는 대공저 응접실 안에 탄이 서 있었다.
“돌아오셨군요!”
“주군!”
켈빈과 이우스는 반색하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방금까지 죽상이었던 표정은 온데간데없었다.
“역시! 주군께서 우리를 버릴 리가 없으시죠!”
“주군, 명령만 하시면 바로 돌아갈 채비를 하겠습니다.”
흥분하여 날뛰는 켈빈과 달리 이우스가 은은히 미소를 지으며 탄에게 허리를 숙였다.
탄은 제게 허리를 숙인 그들을 붉은 눈으로 내려다보며 입을 열었다. 확고한 결심이 섰다는 듯.
“돌아가지 않는다.”
* * *
어둑한 어둠이 내리깔린 밤.
“……죄송합니다. 면목 없습니다.”
유치장에 갇힌 길리안이 핏기가 증발한 얼굴로 누군가를 향해 고개를 푹 수그렸다.
창살 너머로 유치장을 지키던 기사들은 맥없이 축 늘어진 채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쯧.”
길리안이 갇힌 창살 너머에 서 있던 검은 그림자가 힐난하듯 혀를 찼다.
검은 로브를 뒤집어쓴 것은 두 사람이었다. 그중 한 명은 한 걸음 뒤에 물러서 부하처럼 대기하고 있었다.
더 높은 사람으로 추정되는 검은 그림자에게선 고압적인 기운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그것은 길리안을 향한 분노였다.
“쓸모없는 놈.”
“정말 죄송합니다…….”
길리안은 온몸에 느껴지는 노기에 바들바들 몸을 떨었다. 금방이라도 자신의 진짜 주인께서 제 목숨을 앗아 갈 것만 같았으니까.
“그 여자 옆에 붙어 다니는 놈은 범부가 아닙니다! 갑자기 튀어나와서 저를……!”
“닥쳐라. 멍청한 것. 독단적으로 일을 처리할 것이었으면 성공이라도 하든가. 감히 네깟 놈이 일을 어그러뜨려?”
길리안이 변명을 늘어놓았으나, 돌아온 건 비정한 질책이었다.
“소, 송구합니다…….”
길리안은 파랗게 질린 입술을 파르르 떨었다.
살갗을 뚫고 들어오는 어둡고 사악한 기운에 숨이 턱턱 막힐 지경이었다.
예감이 좋지 않다. 이대로 가다간 자신도 다른 이들처럼 내쳐질 게 뻔했다.
“제발. 제발 제게 한 번만 더 기회를 주십시오!”
길리안이 검은 그림자를 향해 무릎을 꿇었다.
“딱 한 번만 더 기회를 주시면 제가 목숨을 다해서라도……!”
“두 번은 없다.”
자비 없는 싸늘한 목소리가 그림자에게서 흘러나왔다.
“주, 주인님……. 제발, 제발……!”
“처리해.”
길리안이 하얗게 뜬 얼굴로 손이 발이 되도록 싹싹 빌었으나, 잔인한 목소리가 명령을 내렸다.
떨어진 명령에 한 발 뒤에서 대기하고 있던 자가 기다렸다는 듯 허리춤에 차고 있던 검을 빼 들었다.
“으아아악!”
달빛에 서슬 퍼렇게 빛나는 검날에 길리안이 허둥지둥 몸을 일으켜 유치장 안쪽으로 도망을 가려고 했으나 소용없었다.
검의 움직임이 더 빨랐으니까.
“끄아아악!”
단번에 배를 꿰뚫린 길리안이 단말마의 비명과 함께 앞으로 고꾸라졌다.
“몇 개째지.”
길리안이 주인님이라고 부른 자가 의미를 알 수 없는 질문을 하였다.
“이놈까지 쉰두 개입니다.”
그러자 길리안의 배를 꿰뚫은 수하가 답하였다.
“가져와라.”
사람이 죽었음에도 검은 그림자는 마치 물건 취급하듯 감흥 없는 목소리로 명하며 스크롤을 찢었다.
남겨진 수하는 피가 뚝뚝 떨어지는 검을 다시 허리춤에 차곤 잠겨 있는 유치장의 자물쇠를 손쉽게 파괴했다.
그러고는 죽은 길리안의 시체를 챙겨 들곤 주인과 마찬가지로 스크롤을 찢었다.
감옥에는 정신을 잃은 기사들 외에는 누구도 남지 않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