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le Leads Were Stolen by the Extra RAW novel - Chapter (7)
엑스트라에게 남주들을 빼앗겼다 (7)화(7/162)
<7화>
“디저트를 사러 오셨나 봐요. 아는 사람만 아는 곳이라던데 공녀님께선 이미 알고 계셨나 보네요.”
복숭아처럼 싱그러운 미소를 지으며 그레이스가 살갑게 셀로니아에게 말을 걸어왔다.
그 뻔뻔하기 짝이 없는 태도에 셀로니아는 기가 찼다.
누구 마음대로 저에게 친근히 말을 거는 건지.
“보아하니 절 아시는 것 같은데. 당신이 누구인지 먼저 소개하는 게 예의 아닐까요.”
“아…….”
반갑게 아는 척하며 인사한 자신과 달리, 저를 모른다는 셀로니아의 태도에 그레이스의 입가가 미세하게 경련했다.
“제 소개가 늦었네요. 저는 베넷 남작님의 딸, 그레이스 베넷이라고 해요.”
그러나 그것도 잠시.
그레이스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또다시 특유의 환한 미소를 지으며 예의를 갖추었다.
“아실 만한 분이 기본적인 예의도 모르시고. 의외네요.”
“셀로니아 님이 너무 유명하셔서, 그래서 저도 모르게 안면이 있다고 착각했나 봐요. 언짢으셨다면 죄송해요. 제도에서 네 명의 구원자를 모르는 사람은 없으니까요.”
마왕을 무찌른 주축 인물인 셀로니아 베스인, 이안 체르빌, 레예프 헤첼, 맥라이언까지.
그레이스의 말처럼 모두가 이 네 명을 구원자라 불렀다.
원작에서도 서술되어 있는 그들의 별명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거다.
물론 원작은 네 명의 구원자는 서로에 대한 신뢰와 애정으로 영원히 함께할 거라 했으나, 셀로니아는 혼자가 되었다.
원작과 다르게.
“이렇게 개나 소나 알은체하라고 구원자가 된 건 아닌데.”
“셀로니아 님.”
곁으로 다가온 레예프가 셀로니아를 보며 정색했다.
그는 그레이스가 가게 밖으로 나온 것을 확인하곤 급히 다가왔다가 셀로니아의 날 선 말투를 듣곤 화가 난 듯하였다.
“하…….”
그의 태도에 어이가 없는 건 셀로니아였다.
금방이라도 저에게 달려들 듯 구는 레예프의 모습은 낯설었다.
낯설고 낯설어서 소름이 돋을 지경이었다. 그는 언제나 저만을 위해 나서는 사람이었으니까.
“레예프 경, 저는 괜찮아요. 제 잘못인걸요.”
“그레이스, 왜 마차로 가지 않고…….”
“아, 공작님.”
뒤늦게 따라 나온 이안이 그레이스 옆에 있는 셀로니아를 발견하곤 얼어붙었다.
놀란 건 셀로니아도 마찬가지였다.
그레이스 혼자인 줄 알았더니, 이안과 함께였다.
심지어 이 미친것들의 데이트 장소가 로블랑이었다.
로블랑. 이곳이 어떤 곳인가.
원작에서 두 사람이 데이트를 할 때마다 들렀던 장소였다.
덕분에 이안은 셀로니아가 이곳 디저트를 좋아하고 있다는 것을 매우 잘 알고 있었다.
토벌 당시에 그는 종종 저에게 살아서 제도로 다시 돌아간다면 함께 로블랑에 가자는 얘기를 하곤 했었다.
그런데 그 장소에 그레이스를 데려왔다.
셀로니아가 좋아하는 곳이라는 걸 뻔히 알면서, 마주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알면서도…….
낯짝이 두꺼워도 유분수지.
그녀는 두 주먹을 꽉 말아 쥐었다.
바람을 피운 것도 모자라 한때 약혼자였던 저에게 일말의 배려조차 않는 그를 도저히 용서할 수가 없었다.
“공작님…….”
셀로니아의 주먹이 새하얘지는 것을 확인한 그레이스가 흠칫 놀라며 이안의 팔을 붙잡았다.
그녀의 손은 무섭다는 듯 미약하게 떨리고 있었다.
“이게 무슨 짓이지, 베스인 영애.”
그레이스의 두려움을 읽은 이안이 당황한 기색을 지우며 돌연 차게 식은 목소리를 내었다.
살벌한 살기가 그에게서 풀풀 흘러나왔다.
그는 레예프가 셀로니아를 경계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채곤 그레이스를 제 등 뒤로 감추기까지 했다. 금방이라도 셀로니아가 그레이스를 공격할지도 모른다는 듯.
“뭐……?”
방귀 뀐 놈이 성낸다더니. 딱 그 꼴이었다. 셀로니아는 하도 어이가 없어 제대로 된 말도 하지 못했다.
“그녀에게 무슨 짓을 하려 한 거지.”
“아니에요! 오해예요, 공작님! 제가 셀로니아 님이 너무 반가워서 인사를 건넨 거예요. 셀로니아 님은 저를 마주한 게 마음에 들지 않으신 것 같지만요…….”
넓은 이안의 등 뒤에 숨은 그레이스가 빼꼼 고개만 내민 채 풀 죽은 기색을 드러내며 말했다.
그레이스의 말을 얼핏 들으면 마치 셀로니아를 옹호하는 것처럼 보였으나, 실상은 셀로니아가 그레이스를 무시했다는 상황을 내포하고 있었다.
“내 피앙세에게 무례하게 굴지 마.”
뜻을 알아차린 이안이 경멸스럽다는 듯 셀로니아를 노려보았다.
그의 눈빛은 절대 전 연인을 향한 것이라곤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냉담했다.
“하하하.”
셀로니아는 결국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저를 향한 혐오스러운 이안의 눈빛.
그레이스에게 해코지할까 잔뜩 저를 경계하고 있는 레예프.
그녀는 그제야 현실을 깨달았다.
우리들의 관계는 애저녁에 끝났다는 것을.
원작과 달라진 상황에 혹시라도 다른 무언가에 의해 어그러진 건 아닐지, 그 실낱같은 희망을 붙들고 있던 건 오롯이 자신뿐이었다는 것을.
오늘부로 확실히 깨닫고야 말았다.
어떤 이유에서건 그들의 마음은 변했고, 이제 더는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었다.
그리고 이건 절대 그녀의 잘못이 아니라 그들의 탓이라는 것을.
“우리 눈에 띄지 않았으면 좋겠군. 그게 서로한테 좋을 테니.”
“당신이야말로 처신 똑바로 해요. 여기가 어디라고.”
모든 것을 깨달은 셀로니아는 더는 참지 않았다.
이제는 남보다 못한 사이가 되어 버린 이안에게 이런 모욕을 듣고도 참을 이유는 더더욱 없었다.
“뭐? 베스인 영애 지금……!”
“뭘 잘했다고 뻔뻔하게 돌아다니는지. 낯짝이 두꺼워도 이렇게까지 두꺼울 수가 있나?”
“허…….”
빈정거리는 셀로니아의 말에 이안이 붉어진 얼굴로 헛웃음을 쳤다.
“그동안 다 가식이었군. 이런 여자인지도 모르고.”
“알았으면 제발 갈 길 좀 가 주실래요? 말 섞고 싶지 않은 건 마찬가지니깐요.”
셀로니아는 상욕이 나오려는 것을 참으며 이안의 헛소리를 유연하게 받아쳤다.
꽤 열이 받았는지 붉으락푸르락 변하는 그의 얼굴이 우스웠다.
“이만 가요, 공작님.”
아무 말도 못 하고 부들부들거리는 이안을 보며 표정을 굳힌 그레이스가 등을 떠밀었다.
“하……!”
이안은 입만 달싹거리다 결국엔 분에 못 이긴 헛숨과 함께 휙 돌아섰다.
“셀로니아 님, 저와 공작님의 약혼 소식이 곧 신문에 실릴 거예요.”
그때, 이안의 등을 떠밀던 그레이스는 셀로니아의 곁에 멈춰 서더니 속삭였다.
목소리가 매우 작아 셀로니아에게만 들릴 정도였다.
“그래서 축하라도 해 달라는 건가요?”
셀로니아가 비식 조소 지으며 그레이스를 흘겨보았다.
그 눈빛에도 그레이스는 아랑곳하지 않고 입을 열었다.
“너무 억울해 마셔요. 우리는 꽤 닮았으니까요.”
“당신……!”
끝까지 저를 기만하려는 그레이스에게 한마디 하려던 셀로니아는 더는 말을 이을 수가 없었다.
그레이스가 제 할 말만 끝내고 이안을 따라 후다닥 도망가 버렸으니까.
노심초사하며 지켜보고 있던 레예프도 그레이스의 그림자를 따라 움직였다.
“죄, 죄송해요, 아가씨……. 제가 괜히 로블랑에 오자고 해서…….”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것 같은 얼굴로 엘라가 울먹였다.
“엘라, 괜찮으니 케이크 좀 포장해 와 주겠니.”
“네, 네! 금방 다녀올게요.”
엘라가 눈물을 훔치며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그제야 셀로니아는 철저히 혼자가 되었다.
그녀는 입술을 꾹 깨물며 허공을 응시했다.
화가 나진 않았다. 분노하지도 않았다.
그저 모든 것이 끝났을 뿐.
그 끝을 모르고 발버둥 쳤던 자신이 비참했을 뿐이었다.
그 순간이었다. 혼자 서 있는 셀로니아의 머리 위로 커다란 그림자가 졌다.
그것은 강한 돌풍을 일으키며 이안과 그레이스가 탄 마차를 따라 날아갔다.
“……맥라이언.”
그 그림자는 제국에 유일하게 남은 드래곤의 것이었다.
결국 맥라이언까지 그레이스의 곁에 있던 것이었다. 레예프처럼 가까이는 아니어도 저 멀리서 지켜보았던 듯했다.
아마 제가 그레이스에게 손찌검이라도 했다면 그도 저 멀리서 살기를 날렸을지도.
“하하…….”
셀로니아는 허탈하게 웃으며 저 너머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시선 끝에 붉은 석양이 지고 있었다.
오늘의 해가 지고 내일의 새로운 해가 뜨듯, 더 이상 자신은 그들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그녀는 인정해야만 했다.
그들이 사랑하는 건 제가 아니라 새로운 태양인 그레이스 베넷이라는 것을.
모든 것이 변했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