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le Leads Were Stolen by the Extra RAW novel - Chapter (70)
엑스트라에게 남주들을 빼앗겼다 (70)화(70/162)
<70화>
며칠 뒤.
축하연 당일이 밝았다.
“아가씨! 머리는 어떻게 할까요? 풀까요? 아니면 올릴까요?”
“오늘 입으실 드레스는 푸는 게 더 어울리실 것 같아요!”
아침부터 치장을 도와주느라 여러 명의 시중인들이 셀로니아의 곁에 있었다.
셀로니아는 엘라의 의견을 수용해 머리를 풀기로 했다.
빙의하고 이렇게 화려하게 꾸며 본 건 또 처음이었다.
셀로니아는 거울 속 점점 변해 가는 제 모습에서 시선을 돌리곤 상념에 젖었다.
‘이상하단 말이지.’
며칠 전에 자신의 앞으로 왔던 편지들이 모두 불타 없어지는 일이 발생하였다.
하녀들의 말에 의하면 갑자기 불이 나 편지가 홀랑 다 타 버렸다는 것이다.
셀로니아는 당연히 탄을 의심했지만 그는 자신이 아니라고 하였다.
의심을 거두지 못하고 있는데, 요 며칠 탄이 계속 이상했다. 제게 마왕에 대해 물었던 그날 이후 그는 집에 붙어 있지 않았으니까.
오늘도 아침 식사를 마치자마자 판자촌에 가는 건지 외출을 하는 건지 몰라도 휙 나가 버렸다.
그게 뭐가 이상하냐고 묻는다면…… 탄은 원래 판자촌에 다녀오고 나면 종일 저택에 머물면서 제 옆에 딱 달라붙어 있었다.
그러다 자신이 외출이라도 하면 쫓아 나서기 일쑤였다.
그런데 요즘은 어딜 그렇게 쏘다니는 건지 식사 시간이나 자정이 아니면 그의 얼굴을 보기가 힘들었다.
자는 시간 빼곤 내내 붙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함께 시간을 보냈었기에 갑작스러운 그의 잦은 부재가 허전했다.
‘허전하다니.’
셀로니아는 자신이 미쳤나 싶었다.
아무리 편해졌다고 해도, 기억을 잃었다고 해도 그는 마왕인데.
‘그러고 보니…….’
그녀는 머릿속으로 날짜를 계산해 보다 처음 그와 협상했던 기한이 일주일도 채 남지 않았다는 걸 인지했다.
한 달 동안 자정마다 손을 잡아 주면 저택에서 나가 주겠다는 약속 말이다.
그래서 그런가? 곧 나가야 하니까 살 집을 구하려고?
만약 그런 거라면 그간 그에게 받은 도움이 있었기에 자신이 도와줄 수 있었다. 말만 한다면 말이다.
하지만 그는 아무 말도 하질 않았다.
궁금함을 참다못해 어제 그에게 요즘 어딜 그렇게 돌아다니느냐고 물었으나, 별거 아니라며 유야무야 넘어갔다.
순간, 셀로니아는 멈칫했다. 그의 사생활을 이토록 신경 쓰는 스스로가 어이가 없어서.
‘하. 그래. 알아서 하라지.’
기억을 찾은 것만 아니라면, 위험한 일만 아니라면 그가 뭘 하든 제가 상관할 바가 아니었으니까.
스톰 길드장에게선 아직 연락이 없었다.
마법서를 더 찾아봐도 나오질 않으니 아직 그레이스가 에밀리와 남주들에게 어떤 것을 먹였는지에 대해서는 진전이 없는 상태였다.
“아가씨! 너무 아름다우세요!”
“아아, 어떡하죠? 저는 눈이 멀 것 같아요!”
엘라가 하는 주접 못지않은 칭찬들이 사방에서 들려왔다.
“원래도 축하연의 주인공은 아가씨지만, 더 주인공이 되실 거예요!”
치장을 도와주었던 시중인들이 모두 감격하며 발그레 얼굴을 붉히고 있었다.
셀로니아는 그들의 말에 준비가 끝났구나 싶어 눈앞에 놓인 거울을 보고 깜짝 놀랐다.
매일 보는 얼굴인데도 이렇게 꾸며 놓고 보니 느낌이 사뭇 달랐다.
분명 같은 사람이긴 하지만 풍기는 분위기가 오늘따라 달랐다.
이래서 영애들이 치장에 열과 성을 다하는 거군.
거울 속 자신은 원래도 하얀 얼굴이었으나, 화장으로 인해 전체적으로 피부가 투명하다는 느낌이 들 만큼 반짝이는 데다 석고상처럼 매끈해져 있었다.
눈에는 뭘 한 건지 은은하게 들어간 색조 화장 덕분에 눈을 뜰 때마다 고혹적이고 우아한 느낌이 들었으며, 입술에 발려진 코랄 색상의 립스틱은 하얀 피부며 연보라색 머리카락과 아주 잘 어울렸다.
그녀와 어울리는 과하지 않은 화장과 더불어 머리카락 또한 잘 정돈되어 있었다.
원래부터 고불고불했던 머리카락을 굵게 말아 큰 곡선을 만들어 주고, 양쪽의 옆머리를 조금씩 끌어와 뒤쪽으로 넘겨 땋으며 닿게 했다.
모양새가 완벽한 반묶음이었다.
뒤에서 보면 땋은 머리카락이 중간에서부터 뒷머리와 함께 어우러지며 아래로 떨어졌다.
거기에 정교하게 세공된 보석이 알알이 박힌 월계관 모양의 티아라가 왕관처럼 뒷머리를 장식했다.
지금의 모습은 의상 디자이너 베론디가 완성해서 보내 준 드레스와 무척이나 조화로울 듯했다.
“그럼 이제 드레스 입으실게요.”
시중인들이 뒤에 걸려 있던 드레스를 조심스레 들고 걸어왔다.
허리의 굴곡이 살도록 상체는 실루엣이 강조되고, 그 아래로는 풍성하게 떨어지는 드레스였다.
특히나 어깨가 드러나는 오프 숄더 드레스라 그녀의 긴 목과 풍성한 머리카락이 도드라지는 디자인이었다.
셀로니아는 자리에서 일어나 도움을 받아 드레스로 갈아입었다.
갈아입는 내내 혹시나 아침에 나간 탄이 돌아와 막무가내로 드레스룸에 들어올까 싶어 긴장했으나 그는 돌아오질 않았다.
* * *
네그지트 홀은 황궁에 존재하는 많은 연회 홀 중 두 번째로 큰 메인 홀이었다.
황족의 생일 연회나 데뷔탕트, 승전식, 무도회는 주로 가장 큰 연회 홀인 베베르마 홀에서 이루어졌다.
베베르마 홀과 네그지트 홀은 화려함이나 웅장함은 똑같았다. 다만 한 가지 차이점이 있었는데 베베르마 홀이 네그지트 홀보다 넓어 수용할 수 있는 인원이 더 많다는 것이었다.
황실의 가장 큰 행사에는 지방에서 올라온 귀족들까지 참석하기에 가장 큰 홀인 베베르마 홀에서 연회가 이루어졌다.
그렇다고 네그지트 홀을 아무 때나 내주는 건 아니었다.
황제의 총애를 받는 이나 정치적으로 입지가 확고한 고위 관료들이 황제의 승인을 받아 네그지트 홀에서 생일 연회를 열곤 하였다.
셀로니아의 축하연이 네그지트 홀에서 열리는 것은, 황제의 지지를 짐작게 하는 일이었다.
“황태자.”
“예. 폐하.”
황태자 헬리우스 플래너건이 자신의 아버지이자 황제인 아르헥시오가 앉아 있는 황좌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황제는 제 아들이지만 너무도 잘난 외모를 자랑하는 황태자를 보며 흐뭇하게 미소 지었다.
이제 스무 살이었으나 어릴 적 자신의 모습을 빼닮은 황태자는 앳된 티 하나 없이 그 누구보다 늠름하고 용맹하였다.
훤칠한 키와 다부진 몸매. 황제와 똑 닮은 백금발과 태양을 닮은 황금빛 눈동자까지.
신의 미소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유명한 황실 월화 기사단장인 이안 체르빌에 견주어도 꿇릴 것이 없는 외모였다. 물론 황제는 제 아들이 모든 면에서 더 뛰어나다고 생각했지만.
“베스인 공녀의 축하연에 무척이나 신경을 썼으니 네가 잘 에스코트해 줘야 한다. 듣자 하니 공녀의 오늘 파트너는 베스인 공작이라 하더구나.”
황제가 흡족한 미소로 턱을 매만졌다.
물론 공녀가 다른 영식을 파트너로 데려왔다 하더라도 황태자를 공녀 옆에 붙일 생각이었다.
황제가 네그지트 홀을 내주면서까지 공녀의 축하연을 열어 주는 이유는 명백했다.
물론 건강상 승전식에 참석하지 못했던 공녀의 쾌유를 축하하기 위함도 있었으나 그건 그저 명분일 뿐.
속내는 혼처가 정해지지 않은 베스인 공녀와 황태자를 이어 주기 위함이었다.
그는 애초에 베스인 공녀를 황태자비로 점찍어 뒀건만, 체르빌 가문과의 약속된 정혼 때문에 추진하지 못하였다.
그런데 때마침 체르빌 공작이 바람이 나서 두 사람이 파혼했으니 이보다 더 좋은 기회는 없었다.
원래 파혼 이력이 있는 귀족 영애들은 영식들과 달리 결혼 시장에서 트집 잡히기 쉽다.
하지만 베스인 공녀라면 한 번쯤의 파혼은 흠도 아니었다. 상대가 바람을 피워 파혼한 것이기도 했고.
황제는 이 좋은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
황금 가문이라 불리는 베스인 공작가의 공녀인 셀로니아를 황태자비로 맞이할 수만 있다면 황실의 입지는 지금보다 더 견고하고 국고는 비워지지 않는 화수분이 될 것이다.
“네. 최선을 다해 신사의 도리를 다하겠습니다.”
헬리우스가 각 잡힌 태도로 오른손을 가슴에 올리며 허리를 숙였다.
아버지의 말뜻을 바로 알아들은 것이었다. 이렇게까지 신경 썼으니 결과를 내보이라는 뜻을.
“그래. 나가 보거라. 곧 베스인가의 마차가 도착할 터이니.”
“네. 물러가겠습니다.”
황태자는 긴 다리를 휘적거리며 알현실을 빠져나왔다.
“전하, 베스인가의 마차가 정문을 통과했다고 합니다.”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그의 보조관 덴버스가 소식을 전하였다.
“그래? 우선 방으로 돌아간다.”
“예? 공녀님을 에스코트하러 가시는 게 아닙니까?”
헬리우스의 뜻밖의 대답에 덴버스가 놀라 물었다.
“쯧. 덴버스, 넌 날 뭘로 보는 거지?”
헬리우스는 답답하게 구는 덴버스를 흘겨보며 혀를 끌끌 찼다.
“전하,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나는 이 제국에 하나뿐인 황태자다. 감히 날 거부할 수 있는 여자는 없어.”
과도한 자신감에 차 있는 헬리우스를 보며 덴버스가 입을 다물었다.
또 시작되었다. 저 근거 있는 자신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