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le Leads Were Stolen by the Extra RAW novel - Chapter (71)
엑스트라에게 남주들을 빼앗겼다 (71)화(71/162)
<71화>
“감히 누가 날 거부한단 말인가. 천하의 베스인 공녀도 난 거부하지 못해.”
헬리우스가 자만심이 넘치는 얼굴로 피식 웃으며 부드러운 백금발을 손으로 쓸어 넘겼다.
황태자라는 지위도 지위지만 이 얼굴을 보고 반하지 않았던 여자는 지금껏 없었다.
헬리우스는 셀로니아를 기억했다. 과거 황실에서 열렸던 연회 때마다 봤기에.
베스인 가문을 등에 업은 셀로니아는 콧대가 높고 기고만장했다.
물론 토벌 전 출정식 때 보았던 그녀의 얼굴은 무슨 도살장에 끌려가는 가축처럼 울상이었지만.
억지로 출정하라 등 떠민 것도 아니고 본인 스스로 가겠다고 선언해 놓고 그런 표정은 뭐란 말인가. 그렇게 생각했다.
“하여간 마음에 안 드는 여자야.”
헬리우스는 마지막으로 본 셀로니아가 떠오르자 인상을 구겼다.
그런 여자를 황태자비로 맞이하는 건 탐탁지 않았으나 아버지의 뜻이 그러하다면 어쩔 수 없었다.
뭐, 베스인 공녀이니 자신의 입지를 다지는 데 나쁘지 않을 테고.
“전하, 이번 축하연은 정말로 중요합니다. 폐하께서 공을 많이 들이셨습니다.”
“덴버스, 넌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군.”
헬리우스는 옆에서 따라붙으며 조잘거리는 덴버스를 안타까운 눈으로 흘겨보았다.
덴버스와 달리 잘난 외모 덕분에 여자를 많이 만나 본 헬리우스는 콧대 높은 여자를 무너뜨리는 방법을 아주 잘 알았다.
“잘난 여자일수록 친절을 베풀면 안 된다.”
“예?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십니까.”
“쯧쯧. 그래서 네가 여자를 못 만나는 거다. 잘난 여자들은 주위에 호의를 베푸는 이들이 너무 많다. 그래서 이놈이나 저놈이나 베푸는 친절은 다 거기서 거기라고 생각해 특별함을 느끼지 못하지.”
“……그래서요?”
허무맹랑한 소리라 생각했으나, 듣고 보니 일리가 있어 덴버스가 눈을 반짝이며 헬리우스를 보았다.
“그러니 잘난 여자일수록 친절이 아닌 무관심으로 대해야 한다. 심지어 이렇게 잘생긴 내가 다른 영애들에겐 친절하면서 공녀한테만 쌀쌀맞게 군다? 그럼 어떻게 생각할 것 같지?”
“자길 싫어한다고 생각하지 않을까요?”
“멍청하긴. 남들에게 보이는 관심을 자기에게만 보이질 않으니 그 기고만장한 공녀의 자존심에 상처가 나겠지. 그렇다면 어떻게든 내 시선을 사로잡아 본인에게 관심을 보이게끔 만들려고 할 테다.”
“오오오……!”
어느새 헬리우스의 논리에 홀딱 넘어간 덴버스가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거기서도 관심을 보이지 않아야 한다. 그러다 연회가 끝날 무렵 공녀가 자존심이 상하여 나를 더는 거들떠도 보지 않으려고 할 때, 찬란한 내 미소와 함께 손등에 키스를 한다면 무조건 넘어올 것이다.”
헬리우스는 이보다 더 완벽한 계획은 없다는 듯 자신감이 넘쳤다.
“역시! 전하이십니다! 그간 수없이 영애들을 만나시더니 그 경험이 빛을 발하는군요!”
덴버스는 홀딱 반해 박수 쳤다.
“하하하.”
헬리우스는 덴버스의 호들갑에 기분 좋다는 듯 호쾌하게 웃었다.
베스인 공녀를 꼬시는 것쯤이야 일도 아니니 품을 많이 들일 필요도 없었다.
헬리우스는 저를 기다리고 있을 로아나 영애를 보기 위해 걸음을 빨리했다.
* * *
황궁의 네그지트 홀은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모두 단독으로 축하연을 열어 줄 정도로 황제가 총애하는 베스인 공녀의 쾌유를 축하하기 위하여, 베스인 공작과 친분을 쌓기 위해, 혹은 다른 유력 인사들을 노리거나 그냥 파티가 좋아서 등등 각자의 이유로 축하연에 참석한 것이었다.
“공녀님, 쾌유를 축하드려요. 이렇게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뵐 수 있어 영광이에요.”
“감사해요.”
셀로니아는 끊임없이 걸어오는 형식적인 인사에 일일이 대답하다 입꼬리에 경련이 일어날 지경이었다.
화려하게 장식된 홀 안에 바글바글 모여 있는 인파들을 보니 벌써부터 피곤했다.
하필이면 주인공이라 자리를 비울 수도 없어 홀에 입장하고 나서부터 지금까지 쭉 한자리에 서서 인사를 받고 있었다.
아버지는 아까부터 저 멀리 귀족들과 모여 차차 추진할 자선 사업에 대해 얘기 중이셨다.
“아가씨, 저분들 몇 주 전 카페에서 함께 티타임을 가졌던 분들이네요.”
옆에 함께 서 있던 엘라의 목소리에 셀로니아가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에이블 판타곤 후작 영애와 펠레인 이칸 백작 영애가 반가운 얼굴로 다가오고 있었다.
원래는 공작저 티파티에 초대하려고 했으나, 갑작스러운 탄의 더부살이에 티파티를 미루는 대신 축하연에 참석해 달라고 했었는데 와 준 것이었다.
“어떡해! 공녀님, 너무 눈이 부셔요!”
“맞아요! 역시 오늘의 주인공다워요.”
다가온 영애들은 예의를 갖추자마자 바로 한껏 높아진 목소리로 말을 걸어왔다.
여전한 발랄함에 셀로니아는 피식 웃으며 입을 열었다.
“에이블 영애, 펠레인 영애. 와 줘서 고마워요.”
“당연히 와야죠. 저희야말로 공녀님의 축하연에 초대해 주셔서 영광이랍니다.”
“그런데 로아나 영애가 안 보이네요?”
셀로니아는 한 명이 없다는 걸 깨달았다.
카페에서 합석했던 영애는 세 명인데, 지금은 로아나 영애가 보이질 않았다.
“글쎄 요즘 연애를 하는 건지 저희도 도통 얼굴 보기가 힘들어요. 그래도 공녀님의 축하연을 무척이나 기대했으니 꼭 참석할 거예요.”
에이블의 말에 셀로니아가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원래 연애라는 사업은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것이니.
“공녀님, 혹시 이 드레스 베론디 부티크 드레스 아닌가요?”
옆에 서 있던 펠레인이 눈을 초롱초롱 빛내며 물어 왔다.
그 질문 한마디에 셀로니아는 순간적으로 주위에 있던 영애들의 시선이 제 드레스로 향하는 것을 눈치챘다.
모든 영애들이 베론디 부티크에서 드레스를 맞추고 싶어 하는 건 알았는데 이렇게까지 관심이 쏠릴 줄이야.
“맞아요.”
“역시! 너무나 잘 어울리세요.”
그녀의 대답에 펠레인이 그럴 줄 알았다며 칭찬 일색을 늘어놓았다.
오늘 귀가 닳도록 들은 칭찬이건만 들어도 들어도 낯간지러워 미칠 지경이었다.
기계처럼 어색하게 웃던 셀로니아는 때마침 샴페인을 채운 잔을 들고 돌아다니는 시종에게 한 잔을 부탁하였다.
“여기 있습니다.”
건넨 잔을 받아 든 셀로니아는 바로 샴페인으로 홀짝홀짝 목을 축였다. 술이라도 마시고 있으면 사람들이 그나마 말을 덜 걸지 않을까 해서.
“그런데요. 혹시 그 소문 들으셨나요? 그레이스 영애요. 베론디 부티크에 당당히 드레스를 맞추러 들어갔다가 민망할 정도로 대차게 거절당했대요.”
“네에? 정말 전부터 주제를 모르는 영애네요.”
펠레인과 에이블이 셀로니아를 가운데 두고 대화를 주고받았다.
그때 부티크에서 있던 일이 소문이 난 모양이었다.
샴페인을 마시던 셀로니아는 그 얘기에 귀를 쫑긋 세웠다. 혹시라도 그레이스에 대한 색다른 정보가 없을까 해서.
하지만 그레이스의 험담뿐, 딱히 별다른 정보는 얻지 못하였다.
샴페인 한 잔을 다 비운 셀로니아는 한 잔을 더 받아 들곤 다른 정보를 얻을까 싶어 펠레인과 에이블을 향해 물었다.
“영애들, 혹시 고대 마법에 대해 좀 아시나요?”
“고대 마법이라면 그 흑마법 말씀하시는 거죠? 금기시되었다던.”
꽤 조심스러운지 대답하는 펠레인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셀로니아가 고개를 끄덕이며 맞다고 하자 옆에 있던 에이블이 한마디 거들었다.
“들어 보긴 했어요. 그렇지만 너무 오래전에 금기되고 사라져서 자료를 찾는 것도 힘들다고 들었어요.”
또다시 원하는 정보를 얻지 못한 셀로니아의 얼굴이 침울해졌다.
결국 그 수밖에 없는 건가. 탄에게 부탁하여 중앙 도서관에 몰래 잠입하는 방법.
그렇지만 그건 너무 큰 위험이 따랐다. 황제만이 열람 가능한 금서를 보려고 한 것이 들키면 역모죄가 될 수 있으니까.
“저어……. 그런데요, 공녀님. 혹시 그분은 오늘 함께 오시지 않은 건가요?”
어찌해야 하나 곰곰이 생각에 빠져 있는데 에이블이 눈치를 보며 조심스레 물어 왔다.
“그분이요? 누구 말하는 거죠?”
“밤의 야수님이요. 신문 기사 보았어요. 공작저에서 지내고 계신다면서요?”
“아…….”
셀로니아는 이제야 깨달았다는 듯 작게 탄성을 내뱉었다.
아까부터 사람들이 자꾸 제 주위를 힐끔힐끔 살피는 게 뭐 때문인가 했더니 다들 탄을 찾는 것이었다.
외모와 실력으로 이미 유명 인사가 되었으니 다들 얼굴이라도 한번 보고 싶었던 거다.
“정말 깜짝 놀랐어요! 그런 실력을 가지고 계실 줄이야. 그분께서는 그럼 정식으로 공작가 기사단에 입단하신 건가요?”
“아뇨. 제가 크게 신세진 게 있어서 아버지께서 은혜를 갚고자 공작저에서 잠시 머물 수 있도록 편의를 봐주신 거랍니다.”
“어머. 그런 거였군요. 그렇다면 그분께선 아직 정식 기사가 아니신 건가요?”
그때였다. 에이블과 대화를 나누고 있는데 한 영애가 불쑥 끼어들었다.
얼굴을 확인하니 아까 자신에게 인사를 건넨 영애 중 하나였다.
이름이 달리아였던가. 폴포드 백작의 막내딸이라고 했던 것 같다.
올해 데뷔탕트를 치른 앳된 19살의 귀족 영애라서 그런 걸까.
남의 대화에 멋대로 끼어드는 행동이 얼마나 무례한 건지도 모르는지 달리아는 기대에 찬 눈으로 셀로니아의 대답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건 마치 먹잇감을 노리는 하이에나의 눈빛이었다. 달리아는 탄을 탐내고 있었다
그 눈빛이 무척이나 불만스러워 셀로니아의 한쪽 눈썹이 꿈틀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