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le Leads Were Stolen by the Extra RAW novel - Chapter (72)
엑스트라에게 남주들을 빼앗겼다 (72)화(72/162)
<72화>
탄을 욕심내는 이유가 본인 가문의 기사로 스카우트하기 위함인지 아님 이성적인 호감인진 모르겠으나 확실했다.
“아직은요. 하지만 아버지도 그분도 저희 가문의 기사가 되는 것을 꽤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어요.”
“아……. 그러시군요. 그렇죠. 베스인 가문의 기사단은 누구나 들어가고 싶어 하는걸요.”
셀로니아가 빙그레 웃으며 말하자 달리아가 무척이나 실망했는지 눈꼬리를 축 늘어뜨렸다.
“실례가 많았습니다, 공녀님.”
그러더니 힘이 쭉 빠진 어깨를 이끌고 자리를 옮겼다.
“어머머. 저 격 없는 행동은 도대체 뭐예요? 대뜸 대화에 끼어들다니요.”
“그러게나 말이에요. 어리다곤 들었지만 예법을 다시 공부해야겠어요.”
펠레인과 에이블이 떠나가는 달리아를 흉봤다.
“공녀님도 그렇게 생각…… 어머!”
한참을 에이블과 대화를 하던 펠레인이 조용한 셀로니아의 동조를 얻기 위해 고개를 돌렸다가 깜짝 놀랐다.
“공녀님, 괜찮으세요? 열이 있으신 건가요?”
셀로니아의 얼굴이 홍당무처럼 새빨갛게 달아올라 있었으니까.
“……저 잠시 바람 좀 쐬고 올게요.”
셀로니아는 크게 당황한 표정으로 얼른 테라스로 향하였다.
빠른 발걸음으로 아무도 없는 테라스에 들어서자마자 그녀는 제 왼쪽 가슴을 부여잡았다. 심장이 미친 듯이 뛰고 있었다.
얼굴엔 열이 올라 후끈거렸다.
언제나 잔잔하던, 바다처럼 푸른 그녀의 눈동자는 더없이 세차게 흔들리고 있었다.
‘왜, 왜 그랬지? 왜 그런 거짓말을…….’
달리아에게 거짓말을 했다.
탄이 공작가의 기사가 되는 것은 꿈에도 생각해 본 적 없다. 되겠다고 하더라도 자신이 극구 반대했을 것이다.
그런데 왜 저 영애한테 마치 탄이 공작가의 기사가 될 거라고, 제 가문의 사람이 될 거라고 거짓말을 했지?
“뭐야…….”
셀로니아는 자책하며 열이 오를 대로 오른 얼굴을 두 손에 파묻었다.
스스로가 내뱉은 거짓말이 당황스럽고도 꼴사나웠다.
그 거짓말의 의미는 결국 탄에게 눈독 들이지 말라는 뜻이었으니까.
내가 왜 그런 거짓말을…….
아니야. 이건 당연한 거야.
‘아무도 그의 정체를 알면 안 되니까. 그래서 그런 거야.’
혼란스러움에 혼자서 머릿속으로 별별 생각을 다 하던 셀로니아는 다소 찝찝한 해답을 찾아내었다.
그래. 그 이유일 테다.
그게 아니라면…… 문제가 커질 테니까.
“아가씨, 전 오늘 탄 님이 따라오실 줄 알았어요.”
조용히 따라온 엘라가 침울해진 얼굴로 중얼거렸다. 셀로니아도 그 말에 속으로 동의했다.
분명 탄이라면 오늘 축하연에 쫓아올 줄 알았다.
늘 그렇듯 자신이 가는 곳마다 따라다녔으니까. 특히나 사람이 많이 모이는 장소라면 더더욱.
물론 그녀는 탄이 축하연에 따라오려고 했다면 절대 오지 말라고 했을 것이다.
억지를 부려도 이번만큼은 양보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건 괜한 기우였다. 말도 꺼내지 못했으니까.
그는 아침 식사만 하고 홀랑 나가 버렸다. 오늘 황궁에서 자신의 축하연이 있다는 사실도 모르는 것 같았다.
“탄 님이라면 분명히 쫓아오실 줄 알았거든요. 아가씨를 혼자 보내면 무척이나 불안하실 테니까요.”
“내가 애도 아니고. 불안할 게 뭐가 있어.”
그렇게 말하면서도 묘하게 서운함을 느낀 셀로니아는 저도 모르게 툴툴거렸다.
손을 덥석덥석 잡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냐고?
먼저 그런 말을 해서 사람 혼란스럽게 해 놓고……. 대체 그 말은 왜 한 건데.
“오늘을 기회 삼아 아가씨에게 접근하는 남자들이 많을 테니 탄 님이 눈에 불을 켜고 아가씨 곁에 붙어 계실 거라고 생각했어요.”
“뭐?”
얘가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지?
셀로니아는 눈을 동그랗게 뜬 채 엘라를 바라보았다.
“무슨 일이 있으신 걸까요? 이럴 리가 없는 분인데…….”
“엘라, 너 지금…….”
본인이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르고 중얼중얼하고 있는 엘라를 향해 입을 열었던 셀로니아는, 순간 고개를 돌렸다.
“구원자들이에요…….”
“어머. 오늘 축하연에 참석한 건가요? 그런데 옆에…….”
등 뒤 닫힌 테라스 문 너머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왔으니까.
황홀해하는 목소리와 의아해하는 목소리가 동시에 들려오자 셀로니아는 문을 열었다.
그러자 그녀가 다시 홀 안에 등장한 것을 본 사람들이 하나둘씩 입을 다물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웅성거리던 모든 소리가 사그라들었다.
홀 안은 찬물을 끼얹은 것처럼 적막에 휩싸였다.
“아가씨, 저쪽이요.”
이유를 알 길이 없어 주위를 살펴보려는데, 엘라가 엄청나게 화난 표정으로 어딘가를 가리켰다.
셀로니아는 자연스럽게 엘라의 손끝을 바라보았다.
“……하.”
이윽고 그녀의 입에서 실소가 터져 나왔다.
왜 이렇게 조용해졌나 했더니 불청객의 등장 때문이었다.
그레이스 베넷.
그녀가 이안의 팔짱을 낀 채 방긋 미소 지으며 네그지트 홀 안으로 사뿐사뿐 걸어 들어오고 있었다.
그리고 마치 그런 그녀를 호위하듯 레예프와 맥라이언도 따라 들어오고 있었다.
* * *
황제는 연회 홀에 사람들이 거의 다 모였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슬슬 자리에서 일어나려 했다.
“폐하.”
“들어와라.”
그때 급히 들려오는 보좌관의 목소리에 위엄 있게 답하였다.
“무슨 일인가.”
“방금 전해 들었사온데, 오늘 연회에 이안 체르빌 공작과 레예프 헤첼 백작 그리고 맥라이언 포드 백작과 그레이스 베넷 영애가 참석했다고 합니다.”
“뭐라?”
뻔뻔하기 이루 말할 수가 없는 그들의 행보에 황제가 혀를 끌끌 찼다.
그들은 요주의 인물들이 아닌가.
바람을 피워 베스인 공녀와 파혼을 한 체르빌 공작과 그 상대인 그레이스 베넷.
그리고 동료인 베스인 공녀를 떠나 그레이스를 지키겠다고 한 드래곤과 성기사까지.
그 자리가 어디라고 모습을 드러낸 것인지. 요즘 젊은것들은 정말…….
황제는 이걸 혈기가 왕성하다고 치부하고 넘어가야 할지, 도리에 어긋난다며 한마디 해야 할지 고민했다.
축하연에 참석하는 것은 그들의 자유지만 오늘 연회는 다름이 아닌 베스인 공녀가 주인공이었기 때문이었다.
그걸 알면서도 얼굴을 비추었다는 건 상당히 낯짝이 두꺼운 행동이긴 했다.
“조용히 돌려보낼까요?”
“아니. 아니다.”
하지만 고민은 짧았다.
원래 치정 싸움엔 제삼자가 끼어드는 게 아니었다.
“차라리 잘됐다.”
황제의 날카로운 눈매가 가늘어졌다. 벌써 머릿속으로 유리한 수를 파악한 것이었다.
이안과 그레이스의 등장으로 상당히 언짢고 곤란할 셀로니아에게 황태자가 다가가 힘을 실어 주면 되는 일이었다.
그렇다면 오히려 공녀가 황태자에게 고마움을 느끼고 이 일을 계기로 가까워질 수 있었다.
일이 재미있게 돌아가는군.
황제는 흥미롭다는 표정으로 긴 손가락으로 팔걸이를 툭툭 치며 입을 열었다.
“헬리우스는 공녀를 잘 에스코트했나.”
“그것이…….”
“뭐지?”
보좌관의 대답에 황제의 인상이 순식간에 험악해졌다.
“아직 연회 홀에 등장하지 않으셨습니다.”
“뭐라!”
황제가 주먹 쥔 손으로 팔걸이를 쾅 치며 벌떡 일어섰다.
“이 좋은 기회를 날려 먹다니! 뭐 하는가! 당장 황태자를 연회 홀로 내려보내라!”
쩌렁쩌렁 울리는 황제의 목소리에 문 앞에서 대기하고 있던 기사들과 시중들이 허겁지겁 움직였다.
황제는 깊게 팬 미간을 문지르며 다시 자리에 앉았다.
그렇게 중요하다고 신신당부를 했건만 기어코.
“폐하, 또 하나 전해 드릴 소식이 있습니다.”
“무엇이냐!”
이미 황태자로 화가 잔뜩 난 황제가 성난 목소리로 말했다.
“허시브룩 대공이…….”
보좌관이 말을 이으며 들고 있던 서류를 황제에게 내밀었다.
서류를 받아 든 황제는 묘한 표정을 지었다.
* * *
셀로니아는 너무 어이가 없으면 말문이 막힌다는 것을 이미 겪어 알고 있었으나, 그걸 오늘 또 경험하였다.
오늘 축하연은 황제가 저를 위해 열어 준 것이기 때문에 저들이 생각이란 걸 했다면 오지 말았어야 한다.
그런데 이 자리에 참석했다 이거지? 아무도 초대를 하지 않았는데?
게다가 이안은 그레이스와 팔짱을 낀 채 성큼성큼 제 앞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셀로니아는 자연스럽게 이안의 옆에서 해사하게 웃고 있는 그레이스를 보았다.
그녀는 고불고불한 금발을 늘어뜨린 채 과한 프릴 장식으로 밑단을 꾸민 풍성한 벨라인 드레스를 입고 있었다.
‘익숙한데?’
셀로니아는 그레이스가 입고 있는 옷을 한 번 더 유심히 보았다.
어디서 본 적이 있는 것이 익숙했기에. 어디서 봤지? 분명 어디서…….
“헉……. 설마 저 드레스 베론디 부티크 드레스 아니에요?”
그때, 모여 있던 영애들 사이에서 흘러나온 말소리가 셀로니아의 귓가에 꽂혔다.
그 얘기를 듣는 순간 셀로니아는 번뜩 기억이 났다. 그레이스가 입고 있는 드레스는 베론디가 제게 보여 주었던 드레스 디자인 중 하나라는 걸.
셀로니아는 베론디 부티크에서 그레이스를 마주쳤던 그날의 대화를 기억해 냈다.
“그레이스 영애도 드레스를 맞추러 오셨나 봐요?”
“네에. 저도 곧 드레스를 입을 일이 있을 것 같아서요.”
드레스를 맞춘다길래 이안과의 결혼식에서 입을 웨딩드레스인가 했는데.
이것 봐라?
곧 드레스를 입을 일이란 게 내 축하연이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