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le Leads Were Stolen by the Extra RAW novel - Chapter (73)
엑스트라에게 남주들을 빼앗겼다 (73)화(73/162)
<73화>
셀로니아는 이안에게 꼭 붙어 제게 다가오고 있는 그레이스를 보며 피식 웃었다.
계속 이렇게 나오겠다 이거지.
원래는 그레이스의 계획이 무엇인지, 그녀가 행한 술수가 무엇인지 정확히 알아내고 나서 움직이려 하였다.
제가 그레이스 본인의 대해 알아볼 것을 예견하고 피네스트 부길드장인 길리안을 미리 포섭할 정도로 치밀하게 구는 여자였으니, 섣불리 움직였다가 도리어 당할 수 있었다.
게다가 지금 남주들에게 너희들은 수상한 것을 먹고서 그레이스를 좋아하게 된 거라고 말해 봤자 소귀에 경 읽기였다.
제 말을 믿어 줄 리가 없지 않은가. 그들은 진작 그레이스에게 넘어갔는데.
그렇기에 증거를 잡고 나서 그다음에 저들을 치유하는 게 순서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자꾸 이렇게 도발하면 그냥 넘어갈 수가 없잖아.
“영애, 늦었지만 쾌유를 축하하네.”
어느새 그녀의 앞에 선 이안이 특유의 미소를 선보이며 인사를 건네 왔다.
“쾌유를 축하드려요, 공녀님.”
“정말 축하하는 것 맞나요? 저라면 이 자리에 못 올 것 같은데.”
셀로니아는 여유로운 표정으로 그레이스와 이안을 바라보며 말했다.
이쯤 되니 정말 그레이스가 궁금해졌다.
이렇게까지 해서 얻는 게 뭘까?
남주들의 마음을 억지로 붙들고, 사람들 앞에서 트로피처럼 남주들을 자랑하고. 왜 이렇게까지 하는 거지?
“영애, 너무 그러지 말지. 우린 정말 영애를 축하해 주기 위해서 온 거니까.”
곱지 않은 말이 나올 거라곤 예상했으나, 직접 들으니 기분이 상한 이안이 얼굴을 구기며 말했다.
“그래, 셀리. 기쁜 날엔 웃어야지.”
곁에 있던 맥라이언까지 거들고 나섰다.
“당신들이 왔는데 어떻게 웃어요? 축하하려면 마음속으로 축하를 하셨어야죠. 연회에 참석하는 게 아니라. 예의는 수프에 말아 먹었는지.”
“영애.”
“제가 분명 그날 말하지 않았던가요? 제 축하연에서 불청객은 보고 싶지 않다고.”
“……흠흠.”
이안이 시선을 돌리며 헛기침을 하였다. 맥라이언도 딱히 할말이 없었는지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
버젓이 남의 축하연에 오다니.
술수에 당하면 이렇게 안하무인이 되는 걸까? 아니면 본래 인성인 걸까.
셀로니아는 상종하고 싶지도 않은 이안에게서 고개를 돌려 그레이스에게 시선을 두었다.
“베넷 영애.”
“네, 공녀님.”
부름에 그레이스가 사르륵 눈웃음을 지으며 입술을 열었다.
“오늘 입은 드레스가 무척이나 잘 어울리네요. 베론디 부티크 드레스인 것 같네요?”
셀로니아는 그레이스가 이 드레스를 어떻게 얻었는지 잘 알 것만 같았다.
술수를 부려 남주들의 마음을 얻어 냈듯이, 베론디에게도 그런 것이겠지.
“아, 역시 알아봐 주시는군요. 마담이 제게 드레스를 해 주고 싶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레이스가 반색이 되어 냉큼 대답하였다.
“으음, 정말요? 그때 분명 문전 박대 당하지 않았나요?”
“그때 일은 미안하다면서요.”
문전 박대라는 소리에 그레이스의 눈꼬리가 살짝 떨렸으나 아주 찰나일 뿐 곧잘 대답하였다.
“와, 신기하네요. 얼마를 주더라도 영애에겐 절대 드레스를 해 주지 않을 것처럼 보였는데. 분명 아무나 손님으로 받지 않는다고, 부티크 격에 맞추어 가려 받는다던 베론디의 선언을 얘기를 같이 들었잖아요?”
“풉…….”
연회 홀에 적막이 내려앉은 상태라 쩌렁쩌렁할 만큼 잘 들리는 셀로니아의 목소리에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던 펠레인이 웃음을 내뱉었다.
그 비웃음에 그레이스의 날 선 눈동자가 펠레인에게 향했다.
그러나 펠레인은 아랑곳하지 않고 고개를 치켜든 채 셀로니아의 옆에 섰다.
“어머. 그럼 도대체 얼마를 주고 사정한 걸까요.”
에이블도 어느새 셀로니아의 옆을 든든하게 지키며 그레이스를 흘겨보고 너스레를 떨었다.
“…….”
갑자기 셀로니아의 친구처럼 곁에 선 영애들을 보는 그레이스의 표정이 몹시도 안 좋아졌으나, 대신 나서 주는 맥라이언 덕에 녹아내렸다.
“그쪽에서 먼저 사과를 하면서 그레이스에게 드레스를 해 주겠다고 연락을 해왔다.”
“사람 마음이란 건 원래 바뀌는 거니까요. 아시잖아요?”
맥라이언의 옹호에 그레이스가 자신감을 얻었는지 피식 웃으며 도발했다.
“허억……!”
주위에 모인 모두가 경악하며 헉 소리를 내었다.
그 말은 이안, 맥라이언 그리고 레예프를 두고 하는 말이라는 것을 잘 알았으니까.
한때 제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세기의 스캔들이었으니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였다.
셀로니아는 자신 대신 발끈하여 나서려는 에이블과 펠레인을 막아섰다.
이런 도발쯤이야. 하는 짓이 너무 투명해서 싱거울 정도였다.
“아아. 잘 알죠. 카드 뒤집듯 사람 마음이 변한다는 걸요.”
셀로니아의 시선이 이안, 맥라이언, 레예프를 에게 차근차근 닿았다가 떨어졌다.
너희들 얘기라고. 똑똑히 들으라고.
“역시. 공녀님이라면 잘 알고 계실 줄 알았어요.”
“그럼요. 제가 당한 일인데요.”
셀로니아는 부정하지 않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 제가 알고 있다는 사실을 그레이스에게 알려 줄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다만 이제부터 변해 버린 남주들을 하나씩 다 되돌릴 생각이었다.
그 전에 지금은 한 방 먹였다고 좋아라 하고 있는 그레이스에게 여론의 무서움이 뭔지 보여 줄 차례였고.
그녀는 싸움에 취미가 없으나 걸어오는 싸움은 마다할 이유는 없었다. 그게 그레이스라면 더더욱.
그래서 파혼 후 신문에서 내내 떠들어 댔던 비련의 여주인공이 정말로 되어 줄 생각이었다.
“그때의 상처가 너무 커 오늘 축하연에 나서기까지 무척이나 두려웠어요.”
셀로니아가 상처받은 표정으로 말끝을 흐렸다.
어느새 그렁그렁해진 눈을 아래로 떨구자 사람들의 눈엔 완벽히 실연당한 여자로 보였다.
“세상에……. 공녀님…….”
“어쩜…….”
곁에 있던 펠레인과 에이블이 당황했지만, 곧바로 안타까워하며 셀로니아를 위로했다.
“내가 뭘 잘못한 걸까. 내가 쓰러지지 않았다면 이런 일은 생기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에 스스로 무척이나 괴로웠어요.”
“……지금, 지금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거예요?”
오만하게 승리의 미소를 짓고 있던 그레이스의 얼굴에서 순식간에 웃음기가 사라졌다. 셀로니아가 이렇게 나올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해 당황한 표정을 관리하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껏 겪은 셀로니아는 늘 제게 강하게 되받아치기만 했었으니까.
연약한 척 연기를 할 거라곤 생각지 못한 것이었다.
“셀로니아 님, 보는 눈과 듣는 귀가 많습니다.”
그레이스의 뒤에 조용히 서 있던 레예프가 강경한 표정으로 셀로니아에게 말했다.
보는 사람이 많으니 자중하라는 의미였다. 그레이스가 창피당하는 게 싫으니까.
“지금 뭐 하는 거지?”
맥라이언 또한 어이없다는 듯 비꼬며 셀로니아에게 말했다.
셀로니아는 레예프와 맥라이언의 웃기지도 않은 태도를 무시하며 처연하게 가라앉은 표정으로 쓴웃음을 머금고 말했다.
“꽤 많이 힘들었어요. 그리고 이제야 조금 상처를 이겨 내고 있는 참이에요.”
그러자 여기저기서 탄식이 새어 나왔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죠? 본인이 준 상처를 저렇게 들쑤시다니요.”
“그러니까 말이에요. 아무리 남자가 좋아도 그렇지.”
“방금 언행은 사과하세요, 베넷 영애.”
귀족 영애들이 셀로니아에게 감정 이입을 하며 그레이스를 힐난했다.
“구원자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도를 넘어선 것 같네요.”
“다들 그렇게 안 봤는데 정말. 남의 축하연에서 이리 추태를 부리시다니요.”
“세 분께 정말 실망스럽군요. 오늘 일은 전혀 귀족스럽지 못해요. 낄 자리가 있고 안 낄 자리가 있지, 이렇게 무단으로 참석하다니. 저 여자도 낯이 두껍군요.”
우아하게 품위를 유지하고 있던 귀족 부인들도 이안과 맥라이언 그리고 레예프를 향해 한두 마디씩 거들었다.
“크흠! 그래.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공녀의 축하연에 언질도 없이 이리 불쑥 찾아와서야. 쯧쯧.”
“그러게나 말입니다. 좋게 볼 순 없군요.”
“저 여자도 문제지만, 구원자들도 문제요. 저런 식으로 나오면 사람들이 뭐라 생각하겠나? 공녀가 안 됐군.”
한자리하는 원로들도 네 사람을 향해 비난을 퍼부었다.
공개 석상에서 그것도 베스인 공녀의 축하연에서 그레이스와 구원자들이 찾아온 것은 비판받아 마땅했으니까.
거세진 여론에 이안이 슬쩍 그레이스가 끼고 있던 팔짱을 빼내었다. 마치 자신은 그레이스 같은 사람이 아니라는 듯 꼬리 자르기를 하는 것처럼.
그레이스가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이안을 보았으나, 이안은 딴청을 피우듯 먼 산을 보고 있었다.
이미 모든 군중은 셀로니아의 편에 서서 옹호하고 있었다.
이건 낙인 효과였다.
사람은 구체적인 정보를 기억하기보단 그 정보에 수반되었던 감정을 기억한다.
모두가 한때 매일같이 신문에서 떠들어 대던 이안의 불륜과 셀로니아의 결별에 대해 접했다.
그때 느꼈던 감정이 피해자의 등장으로 다시금 떠오른 것이었다.
그 기사들을 통해 누구를 욕하고 누구를 안타깝게 여겼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