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le Leads Were Stolen by the Extra RAW novel - Chapter (75)
엑스트라에게 남주들을 빼앗겼다 (75)화(75/162)
<75화>
셀로니아가 이안을 비웃으며 입꼬리를 비식 올렸다.
그를 사랑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그저 그가 괜찮은 남자였다고 생각했고 원작의 진행을 따라가며 당연하게 결혼을 생각한 것뿐이었다.
애초에 이런 모습들을 알았다면 원작이고 나발이고 결혼 따윈 생각지도 않았을 거다.
“설마 그 새끼 때문인가.”
셀로니아의 대답에 순간 이안이 짓씹듯 뇌까렸다.
“뭐라고요?”
“그 새끼 때문에 나를 거절하는 거냐고. 진짜 그놈을 좋아하기라도 한다는 거야?”
어느새 셀로니아의 앞으로 성큼 다가온 이안이 위협적으로 그녀를 노려보았다.
셀로니아는 그 살벌한 기운에도 전혀 굴하지 않고 그의 눈을 똑바로 마주했다.
이거 완전 미친놈이었다. 지를 사랑하지 않을 거라는 걸 생각 못 하고 있었다.
심지어 마주하고 있는 그의 눈빛은 한껏 돌아 있었다. 화를 참듯 어금니를 악다문 기색이 역력하고 얼굴과 목이 붉게 달아올라 있기까지 했다.
이러는 저의가 무엇이지?
그레이스를 놓지 못하는 것 보니 술수가 풀린 것은 아닐 테다.
그렇다면 왜 자꾸 자신에게 집착하는 걸까.
“말해. 그놈 때문이냐고 묻잖아!”
폭발한 사람처럼 핏대를 세운 이안이 버럭 소리를 지르며 두 손으로 셀로니아의 어깨를 붙잡았다.
협박하듯 구는 그의 행동을 도저히 참아 줄 수 없어 셀로니아가 손을 높게 쳐올렸다. 강렬한 마찰음과 함께 이안의 고개가 왼쪽으로 돌아갔다.
“하. 하하하.”
알싸한 통증이 뺨에 닿자 이안이 재밌다는 듯 웃어 댔다.
“더러운 손 치우죠. 닿는 것만으로도 역겨우니까.”
“아아. 그래. 역시 그 새끼 때문이었군. 그 새끼가 영애를 이렇게 만든 거였군.”
이안이 확신한다는 듯 조소하며 비식비식 웃어 댔다. 이미 그의 눈은 정상이 아니었다.
용맹하게 검을 들고 싸우던, 푸른 이채가 깃들어 있던 반짝이던 벽안은 더는 보이질 않았다. 생기 없는 혼탁한 눈동자는 먹구름이 드리운 것처럼 어두웠으니까.
셀로니아는 본능적으로 위험을 감지했다. 여차하면 바로 치유술을 쓸 생각이었다.
“역시 그냥 둬선 안 되겠군. 주제를 모르는 버러지 같은 놈은 처리하는 게 마땅하다.”
우악스러운 손이 그녀의 가녀린 피부를 뚫을 듯이 아주 세게 그러쥐었다.
셀로니아는 느껴지는 통증에 얼굴을 구기며 자신도 모르게 주위를 둘러보았다.
‘아…….’
그러다 아차 싶어 정신을 차리곤 이안을 밀치려는 순간.
콰앙!
방금까지 제 어깨를 잡고 있던 이안이 굉음과 함께 나가떨어졌다.
“으윽!”
한순간에 공처럼 날아간 이안이 난간에 기대어 쓰러져 있었다.
종잇장처럼 접힌 모양새가 참으로 볼품없었다.
“네놈이 진짜 죽고 싶은 거로군.”
그때였다. 낮게 울리는 험악한 목소리가 곁에서 들려왔다.
셀로니아의 고개가 천천히 옆으로 돌아갔다. 시선 끝에 테라스 난간 위에 누군가 우뚝 서 있었다.
그녀는 역광에 눈살을 찌푸리며 높게 서 있는 남자의 얼굴을 보았다.
“탄? 여긴 어떻게…….”
믿기지가 않아 말끝을 흐렸다. 설마 했는데 정말 탄이었다.
그의 뒤론 광활한 하늘과 도시의 광경이 아주 작게 보였다. 사뿐하게 난간을 밟고 서 있는 그의 발아래, 세상이 놓여 있다는 착각이 들 정도로.
* * *
그레이스는 녹색 머리카락의 남자를 따라 아무도 없는 황궁 어딘가로 와 있었다.
“아악! 가증스럽게 나를 기만해?”
그녀는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하고 씩씩거렸다.
분을 삭일 수가 없었다. 분노한 나머지 온몸이 뜨겁게 달궈진 기분이었다.
“지금껏 가만히 있다가 오늘……!”
그 여자, 일부러 그런 것이다. 일부러 사람들 많은 곳에서 연기를 해 자신을 망신 준 것이었다.
게다가 그 친구 놀음은 뭐란 말인가. 그런 같잖은 영애들이랑 어울리는 게 가당키나 하냔 말이다.
“대체 언제까지 제가 이 수모를 참아야 하는 건데요!”
참다못한 그레이스가 누군가를 향해 언성을 높였다.
“게다가 약효가 점점 떨어지고 있는 것 같다고요! 요즘 이안이 전처럼 굴지 않아요!”
그레이스는 아까 자신의 팔짱을 뺀 이안을 떠올리며 잘근잘근 입술을 씹었다.
이미 전에 데이트할 때 느꼈지만 이안의 상태가 점점 더 달라지고 있었다.
이러다가 완전히 자신에게서 돌아서서 그 여자에게로 돌아갈지도 몰랐다.
그건 안 돼. 계속 쥐고 있어야 했다.
그 남자는 보잘것없는 이 몸을 꾸며 줄 수 있는 최대의 무기였으니까.
“더는 구질구질하게 못 지내겠다고요! 말 좀 해 보세요, 아……!”
“그만.”
“…….”
“너무 많이 사용하면 부작용이 생길지 모르니 적당히 쓰라 일렀잖느냐.”
그때, 상대가 다정한 손길로 그레이스의 뺨을 쓸어 만졌다.
그 다정함에 잔뜩 열이 올라 있던 그레이스의 기가 한층 꺾여 들었다.
“그렇지만 이렇게 빨리 부작용이 올 줄은 몰랐다고요…….”
“걱정 말거라. 곧 때가 올 것이니. 모든 걸 제자리로 돌려놓을 것이다. 널 위해 어떻게 해서든.”
따뜻한 품이 그레이스를 껴안았다.
그레이스는 상대의 품에서 눈물이 그렁그렁 고인 눈으로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레이스 님!”
“그레이스!”
이윽고 저 멀리서 레예프와 맥라이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갑자기 그녀가 사라져 찾으러 나온 모양이었다.
그레이스를 든든하게 안아 주었던 상대는 어느새 자취를 감춘 뒤였다,
넓은 황궁 복도를 두리번거리던 레예프와 맥라이언이 저 멀리 홀로 서 있는 그레이스를 발견하곤 한달음에 달려왔다.
“어디 계셨습니까. 찾았습니다.”
“왜 혼자 나와 있어!”
레예프는 성격에 맞게 다정한 어투로 달래듯 물었고, 맥라이언은 걱정했다는 듯 버럭 소리를 높였다.
“레예프 님……. 맥라이언. 죄송해요. 너무 속상해서 흐흡…….”
그레이스가 안쓰러울 정도로 파르르 떨리는 입술을 꾹 깨물었다.
그렁그렁 맺혀 있던 투명하고도 가식적인 눈물이 그녀의 두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울지 마십시오…….”
그레이스의 눈물에 마음이 아파진 레예프가 손수건을 꺼내 내밀었다.
“하아. 울지 마. 예쁜 얼굴 망가지잖아.”
맥라이언은 자신의 머리를 거칠게 헝클어뜨리며 서툰 위로를 건네었다.
“저는 정말 공녀님을 축하드리고 싶은 마음뿐이었어요. 정말 그런 의도는 아니었는데, 흐흑…….”
그레이스는 손수건을 받는 대신 두 사람의 품에 와락 안기어 울음을 터뜨렸다.
놀란 레예프가 딱딱하게 굳었으나, 이내 서툰 손길로 그녀의 등을 토닥여 주었고, 맥라이언은 그대로 팔을 뻗어 그레이스를 껴안았다.
“흐흡, 제가 잘못한 거니까 사과드려야 하는 게 맞겠죠?”
“……아닙니다. 그레이스 님은 잘못이 없습니다.”
레예프가 그레이스의 자책에 마음이 아파 인상을 찌푸렸다.
그레이스가 축하연에 온 것은 잘못했지만, 그래도 이렇게까지 공개적으로 망신 줄 건 없지 않나.
셀로니아가 미웠다. 그레이스에게 상처를 준 그녀가 미웠다.
분명 그레이스와 자신들이 잘못한 것을 알면서도, 자꾸만 이 단전에서부터 끓어오르는 분노가 셀로니아에게로 향하였다.
모든 게 다 그녀 때문이라고.
누군가가 명령하듯 그의 머리가 셀로니아를 탓하고 있었다.
“창피해서 더는 못 있겠어요……. 모두가 절 보면서 수군거려요……. 흐흑, 그만 돌아갈래요.”
“당신께서 창피하실 거 없습니다. 제가 곁에 있겠습니다. 그러니 당당히 계십시오.”
레예프가 그레이스를 다독이며 강경하게 말했다.
“맞아. 오늘 일은 셀로니아가 심했어. 네가 움츠러들 것 없다.”
“정말요? 흐흡……. 고마워요. 역시 제겐 레예프 님과 맥라이언뿐이에요.”
그레이스가 안심이 된다는 표정으로 눈물을 참는 체하며 옅은 미소와 함께 그들에게 기대었다.
“다시 들어가자. 이왕 이렇게 온 거 즐기다 가야지. 사람들은 신경 쓰지 마. 내가 네 곁에 있어 줄 테니.”
맥라이언은 안쓰러운 그레이스의 모습에 다짐했다는 듯 말했다.
레예프는 제 품에 기대어 오는 그레이스를 느끼며 주먹을 꽉 말아 쥐었다.
그러고는 생각했다. 아무래도 셀로니아와 얘기를 해 봐야겠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