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le Leads Were Stolen by the Extra RAW novel - Chapter (77)
엑스트라에게 남주들을 빼앗겼다 (77)화(77/162)
<77화>
미친, 뭐?
이우스의 발언에 깜짝 놀란 셀로니아가 황급히 탄을 바라보았다.
탄은 놀란 기색도 없이 무덤덤하게 이 상황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놀란 건 셀로니아뿐만 아니었다.
“뭐……?”
옆에 있던 이안도 마치 벼락을 맞은 사람처럼 놀라 탄을 보고 있었다. 멀리 떨어져 있던 그레이스도 경악한 표정이었다.
엘라 또한 기막힌 일에 동그랗게 눈을 뜬 채 두 손으로 입을 틀어막고 있었다.
“아, 자네 아들이라던. 자네 아들이 밤의 야수였던 건가?”
“그렇습니다.”
황제의 물음에 이우스가 고개를 숙이며 답했다.
‘아들?’
셀로니아는 제 귀를 의심했다. 탄이 허시브룩 대공의 아들이라 대공이 되었다고?
지금 꿈을 꾸는 거 아닐까? 그게 아니고서야 어떻게 마왕이 대공의 아들이야?
정신이 어질했다. 지금 내가 모르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지?
“탄 허시브룩, 황제 폐하께 인사 올립니다.”
탄은 하얘졌다 파래졌다 시시각각 얼굴색이 변하고 있는 셀로니아를 향해 씨익 웃더니 황제를 향해 허리를 숙였다.
이미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듯 여유로운 미소였다.
* * *
몇십 분 전.
탄은 이우스, 켈빈과 함께 황궁의 복도를 거닐고 있었다.
“관련 문건은 이미 작성해 처리하였으니 남은 건 황제 폐하께 인사를 드리는 것뿐이다.”
이우스의 잔소리에 탄이 귀찮다는 듯 귀를 팠다.
“예의를 갖추도록.”
이우스가 계속 주저리주저리 떠들자 탄이 결국 피식 웃었다.
이우스는 지금 황궁을 안내하는 시종이 함께 있다고 황제를 높이고 자신에게 말을 낮추고 있었다.
그의 부하들은 사회화가 꽤 잘되어 있었다. 유용할 정도로.
지금은 그들의 제안대로 대공 위를 승계받아 황제에게 인사를 하러 가는 길이었다.
그는 요 며칠 새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대공 위를 승계받기 위하여 해야 할 일이 많았으니까.
우선 대공의 아들로 입적하였다. 미혼인 대공이 전에 만났던 여자에게서 낳은 아들인 양.
몇 가지 절차를 지나 승계 서류를 작성하였다.
여전히 기억은 없었다. 그렇기에 마왕성으로 돌아갈 생각이 없었다.
지금 당장 해야 할 일이 뚜렷했으니까.
그러기 위해선 가장 빠른 방법은 자신의 부하라는 이우스와 켈빈을 이용하는 것이었다.
그에겐 지금으로선 없는 과거의 기억보다 현재가 더 중요했다.
기억나지 않는 과거와 자신의 정체보다 지금 셀로니아의 곁에 머무는 것이 그에겐 가장 첫 번째였다.
그러니 그들이 누누이 말하던 신분 차이라는 것을 허물어뜨리면 그만이었다.
그녀에게 닿을 수 없다면 닿는 곳까지 올라가면 그만이었고, 격차야 좁히면 되는 일이었다.
‘좋아하니까.’
그 누구에게도 그녀의 곁을 양보하고 싶지 않을 뿐.
게다가 아직 풀리지 않은 의문들이 많기에 더더욱 셀로니아를 떠날 수가 없었다.
왜 자신은 마왕이라면서 구원자의 손에 통증을 치유받는가.
셀로니아는 저의 정체를 아는 듯한데 다른 구원자들은 왜 알아보지 못하는가.
알아야 할 게 한두 가지가 아니었기에 그는 돌아갈 수가 없었다.
‘그런데 대체 언제까지 걸어야 하는 거지?’
탄은 슬슬 짜증이 났다. 황제를 만나러 가는 황궁이 어찌나 넓고 긴지 가도 가도 끝이 없었다.
처음 들어와 본 황궁의 첫 느낌은 쓸데없이 웅장하고 높고, 넓고 컸다는 거다. 불필요할 만큼.
아침부터 기분이 몹시 좋지 못하였다. 문건 처리를 위해 오늘 셀로니아가 저택을 나서는 모습을 보지 못하였기 때문에.
빨리 끝내고 그녀에게 가야 했다. 자신이 없는 사이 어떤 놈팡이들이 들러붙을지 모르니까.
듣기론 황궁에서 축하연이 열린다고 했는데 어디지. 탄이 주위를 살펴보았다.
그때였다. 옅었던 셀로니아의 기운이 순간적으로 강하게 느껴졌다.
번쩍 고개를 든 그는 주위를 살피다 답답함을 느끼고 복도의 코너를 도는 순간 자취를 감추었다.
“하아아…….”
뒤늦게 탄이 사라진 것을 발견한 이우스가 지끈거리는 머리를 짚었다. 이럴 줄 알았다는 듯.
이우스와 켈빈은 알현하러 가는 내내 뭐라고 변명할지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한편, 탄은 황궁 이곳저곳을 순간 이동으로 살폈다.
“빌어먹을.”
그의 입에서 절로 험한 말이 튀어나왔다.
셀로니아의 기운이 느껴지는 족족 이동하고 있는데 그녀가 보이지 않았다.
누구라도 지나가면 붙잡아 물어보기라도 할 텐데 들어오면서부터 수없이 보았던 기사들조차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길을 잘못 든 것인가.
다시 순간 이동을 하여 위층 복도로 올라가 보려 할 때였다.
“뭐? 그게 정말이야?”
저 멀리서 희미하게 사람 목소리가 들려왔다.
탄은 지체 없이 목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으로 다가갔다.
“그들이 축하연에 참석했다고? 재밌겠네. 어서 가 봐야겠어.”
“이봐.”
“꺄아아악!”
얘기를 전해 준 시종을 향해 즐겁다는 듯 웃고 있던 황녀는 갑작스러운 탄의 등장에 기겁하여 소리를 질렀다.
“황녀님, 제 뒤로 숨으십시오!”
행동이 빠른 기사가 얼른 황녀를 자신의 뒤로 숨겼다.
“뭡니까! 이분은 플래너건 제국의 티타니아 황녀이십니다! 예의를 갖추십시오!”
기사가 으름장을 놓으며 칼을 빼 들었다.
티타니아는 든든한 기사 뒤에 숨어 놀란 가슴을 진정시켰다.
“축하연이 열리는 곳이 어디지.”
“신분을 밝히십시오! 누구십니까!”
기사는 위협적으로 검 끝을 탄에게 겨누며 목소리를 높였다.
탄은 걸리적거리는 기사의 행동에 눈살을 찌푸리며 단숨에 거리를 좁혔다. 그러고는 특유의 붉은 눈동자로 기사를 내려다보며 명령하듯 읊조렸다.
“대답.”
“히이익!”
눈 깜짝할 새 코앞까지 다가온 탄의 모습에 기사가 놀라 괴상한 소리를 내었다.
심지어 눈을 마주친 거대한 남자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고압적이고도 위압적인 기운에 온몸이 움츠러들 정도였다.
“뭐, 뭐 하는 거야! 당장 저놈을 내 앞에 꿇리지 않고!”
이 상황을 알 리 없는 티타니아는 기사의 굼뜬 행동을 앙칼지게 지적했다.
그러나 기사는 황녀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대체 이게 무슨 작용인지는 몰라도 눈앞에 남자가 흘려보내는 기운이 전신을 짓누르고 있었다.
“네, 네그지트 홀입니다…….”
결국 기사는 후들후들 떨리는 다리로 입을 열었다. 그저 살기 위한 본능적인 행동이었다.
“뭐? 너 미쳤어?”
어처구니없이 술술 정보를 알려 준 기사의 행동에 참다못한 티타니아가 숨겼던 몸을 드러냈다.
그러나 볼일이 끝난 탄은 이미 그들을 지나쳐 걸어가고 있었다.
“이봐! 너! 거기 안 서! 서라고! 내 말 안 들려?!”
티타니아가 모욕감에 붉어진 얼굴로 커다란 뒷모습을 향해 악다구니 썼다.
황녀인 제게 신분을 밝히지도, 인사도 건네지도 않는 저 무례하고도 몰염치한 인간은 누구란 말인가.
그러나 자신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다는 듯 무시하며 남자는 뻔뻔하게 계속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야!”
결국 참다못한 티타니아가 신고 있던 구두를 벗어 남자를 향해 던졌다.
포물선을 그리며 빠르게 날아간 구두는 정확하게 남자의 뒤통수에…….
“어, 어떻게…….”
놀란 티타니아의 입이 벌어졌다.
구두가 뒤통수에 닿기 직전, 그가 손으로 날아든 구두를 정확하게 잡아 냈으니까.
심지어 뒤도 돌아보지 않고 그냥 손만 뻗어서 말이다.
“헉…….”
진기한 광경에 놀란 건 옆에 있던 기사도 마찬가지였다.
“당장 구두를 들고 내 앞에 와서 무릎을 꿇어. 그리고 손수 내 발에 신겨라. 그럼 오늘 일은 용서해 주지.”
놀란 마음도 잠시 티타니아는 거만하게 턱을 치켜들며 명령했다.
탄은 아까부터 계속 떽떽거리는 목소리에 결국 뒤로 돌았다. 더러운 오물을 잡은 양 티타니아의 구두가 손가락 끝에 걸쳐져 있었다.
“그래, 당장 이리……!”
드디어 얼굴을 보이는 남자를 향해 티타니아가 교만하게 목소리를 내다 입을 다물었다. 아니, 말문이 막혀 버렸다.
그녀를 걸림돌 바라보듯 무심하게 쳐다보고 있는 남자의 얼굴이 너무나도 눈이 부셨으니까.
칠흑같이 어두운 검은 머리카락. 작렬하는 태양을 닮은 붉은 눈동자. 그 아래로 날렵하게 깎인 이목구비.
거기에 큰 키와 다부진 체격까지.
티타니아의 심장이 두근두근 뛰어 댔다. 얼굴에 열이 확 오르고 갑자기 온 세상이 꽃밭으로 변해 있었다.
“화, 황녀님, 구두가……!”
그때 옆에 있던 시녀가 놀라 입을 틀어막았다.
탄이 들고 있던 구두를 창밖으로 내던졌으니까.
그러고는 얼빠진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티타니아에게 눈길도 주지 않은 채 바로 뒤돌아 코너를 돌았다.
“어떡해. 반했나 봐…….”
티타니아는 사라진 탄의 뒷모습을 보며 붉어진 얼굴로 중얼거렸다.
그 사실을 알 리 없는 탄은 단숨에 계단을 올라 3층 복도를 지나고 있었다.
이윽고 저 멀리 테라스에 서 있는 셀로니아를 발견할 수 있었다.
무표정으로 일관하던 탄의 얼굴에 미소가 그려졌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웃음기가 단숨에 가셨다.
그녀의 앞에 그놈이 서 있었으니까. 심지어 그녀의 어깨를 쥐고 있기까지 했다.
탄은 금방이라도 이안을 잡아 죽일 기세로 앞뒤 잴 것도 없이 훌쩍 뛰어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