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le Leads Were Stolen by the Extra RAW novel - Chapter (78)
엑스트라에게 남주들을 빼앗겼다 (78)화(78/162)
<78화>
현재.
“하하하. 이제 보니 눈매가 공과 많이 닮았군그래.”
황제가 아주 유쾌하게 웃으며 이우스와 대화를 나누는 중이었다.
“대공이 그렇게 검술이 뛰어났던 건 아비를 닮아서 그랬던 모양이군.”
“과찬이십니다.”
이우스 곁에 있던 탄이 며칠 동안 배운 예법대로 착실하게 허리를 숙였다.
“조금 더 제도에 머물 생각이라면 사냥제에 참석하는 건 어떠한가?”
황제가 다부진 탄의 몸을 보며 흥미로운 눈을 빛내었다.
마물을 단번에 벨 정도의 실력을 한번 보고 싶었다.
곧 있으면 사냥제이니 대공의 실력을 검증하기 좋은 자리였다.
“사냥제엔 늘 체르빌 공작이 우승하였으니 이참에 두 사람이 우열을 가려 보는 것도 좋겠군.”
황제가 말없이 서 있는 이안과 탄을 번갈아 쳐다보며 대결 구도를 부추겼다.
그러자 모여 있던 귀족들이 관심을 보이며 눈을 반짝였다.
범죄자를 처단하고 마물을 단번에 베었다던 소문이 무성한 밤의 야수가 대공이 되어 사냥제에 참석하는 것도 모자라 매년 우승자인 체르빌 공작과 맞붙는다니.
이보다 더 재밌는 구경거리는 없었다.
“어떤가? 허시브룩 대공, 체르빌 공작.”
황제는 노련하게 두 사람의 의중을 물으며 확답을 요구했다.
나중에 딴말하지 못하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안이 이마에 바짝 일어서는 핏줄을 숨기기 위해 고개를 숙이며 황제의 명을 받들었다.
황궁 월화 기사단의 단장인 자신과 근본도 모르는 대공의 대결 구도라니.
그것도 천한 놈이었던 이놈과. 모욕감을 참을 수가 없었다.
“그러겠습니다.”
탄은 두 주먹을 부들부들 떨고 있는 이안이 가소롭다는 듯 픽 웃으며 답했다.
한편, 셀로니아는 지금 해탈한 상태였다.
“하하하…….”
셀로니아는 텅 빈 눈동자로 실없이 웃음만 흘려 댔다. 사냥제고 나발이고 아무 얘기도 들리지 않았다.
“와……. 아가씨 저 지금 믿기지가 않아요.”
엘라도 넋을 놓고 중얼거렸다.
셀로니아는 생각했다.
아무래도 저는 이 세계의 여자 주인공이 아닌 모양이라고. 제가 모르는 일들만 곳곳에서 일어나니까.
“와……. 탄 님이 대공님의 사생아였다니. 그래서 아무도 탄 님을 몰랐나 봐요! 북부에서 숨어서 지냈어서.”
그걸 믿니?
셀로니아는 이 말을 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으나 할 수가 없었다. 탄의 정체를 모르는 모든 이들이 지금 저 말에 껌뻑 속아 넘어갔으니까.
허시브룩 대공이 이야기한 전말은 이랬다.
탄은 미혼인 대공의 사생아였고, 북부에서 어머니와 함께 은둔하듯 생활하다 어머니를 여읜 충격으로 기억을 잃고 떠돌았다.
대공은 뒤늦게 자신에게 아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탄을 찾아 대공작 위를 물려주었다.
셀로니아는 멍한 얼굴로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풍겨 대는 그들을 바라보았다.
탄은 황제와 이우스 그리고 귀족들 사이에 무리 없이 녹아들었다.
경황이 없어서 알아채지 못했는데, 이제 보니 지금 탄이 입고 있는 옷은 그녀가 선물해 준 베론디 부티크의 옷이 아니었다.
체격에 딱 맞춘 남청색의 정장을 입고 있었는데, 달려 있는 장신구들이 화려해 그의 얼굴을 한층 더 꾸며 주고 있었다.
저런 모습은 그녀도 처음 보는 것이었다. 오늘 일을 위해 차려입은 느낌.
‘대체 어떻게…….’
왜 그가 대공이 된 거지?
기억이 돌아왔나? 그래서 복수라도 하려고 일을 꾸미는 건가?
“셀리, 이 아비는 너무 놀랍구나.”
언제 온 것인지 어느새 옆에 서 있는 갤로웨이도 탄의 정체에 경악했다.
“너는 알고 있었던 게냐.”
“아뇨. 저도 몰랐어요.”
셀로니아는 바로 부정했다. 지금 이곳에서 가장 놀란 사람을 꼽으라면 바로 자신이었으니까.
“허허. 세상 참 살고 볼 일이군. 우선 오늘은 너의 날이니 이러고 있지 말고 연회를 즐기거라. 체르빌 공작은 신경 쓰지 말고. 이 아비가 알아서 돌려보낼 테니.”
갤로웨이는 셀로니아의 어깨를 다정하게 두드려 주며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귀족들을 향해 걸어갔다.
“공녀님, 늦어서 죄송해요. 연회 축하드려요.”
그때 허둥지둥 다가오는 인기척과 함께 가냘픈 목소리가 들려왔다. 셀로니아는 삐거덕거리는 고개를 돌렸다.
여태 모습을 보이지 않던 로아나였다.
뛰어온 건지 두 뺨이 붉게 상기되어 있었고, 어쩐지 드레스와 머리카락도 조금 흐트러져 있었다. 립스틱도 살짝 번진 느낌이 있었다.
게다가 진한 향수 냄새가 풍겨 왔다. 로아나가 쓸 것 같지 않은 묵직한 남자 향수.
“고마워요, 영애.”
하지만 이미 영애들에게 로아나가 연애를 하는 낌새라는 걸 전해 들었기에 셀로니아는 그저 질문 없이 고마움만 전했다.
“로아나 영애! 왜 이제 와요!”
로아나를 발견한 펠레인이 호들갑을 떨며 다가왔다.
“네? 무슨 일 있나요?”
“글쎄 밤의 야수라고 불리던 그분이 허시브룩 대공님의 사생아였대요! 심지어 대공 위를 승계받았고요!”
“네?”
“잠시 이리로.”
로아나가 화들짝 놀라자 펠레인이 하얗게 질려 있는 셀로니아의 눈치를 보며 로아나를 이끌고 자리를 벗어났다.
아무래도 안 되겠다.
사람들과 동떨어진 홀 구석에 엘라와 함께 덩그러니 있던 셀로니아는 천천히 다리를 움직였다.
머리가 너무 아파 바람이라도 쐴까 싶었다.
“셀로니아 님.”
그때, 익숙한 목소리를 가진 남자가 그녀의 앞을 가로막았다.
셀로니아는 제 시야에 들어찬 구두를 보며 천천히 시선을 들었다.
온전히 고개를 다 들자 파란 머리칼과 보라색 눈동자를 가진 남자가 저를 바라보고 있었다.
레예프였다.
* * *
“대공……. 하하.”
샴페인을 잔을 쥔 채 맥라이언이 중얼거리다 재밌다는 듯 웃었다.
아까 어마어마한 일이 축하연을 휩쓸고 지나갔다. 밤의 야수라고 불리던 그놈이 실은 대공의 자식이었다.
“그럴 리가 없지.”
맥라이언은 믿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 시커먼 놈이 풍기는 삿된 기운은 바로 마물의 것이었으니까.
도서관에서 멀리 있던 셀로니아와 그 자식을 본 날.
맥라이언은 지체 없이 본체화하여 북부에 있는 마물 숲까지 단번에 날아갔다.
본모습으로는 들어갈 수 없어 다시 인간이 되어 마물 숲에 들어가는 순간, 맥라이언은 알 수 있었다.
그놈에게서 느꼈던 칠흑처럼 어둡고 강렬한 기운. 그 기운이 바로 마물 숲 지천에 깔려 있었으니까.
하급 마물들에게선 느끼진 못했으나, 상급 마물에게 가까워질수록 그놈에게서 느꼈던 기운과 비슷했다.
심지어 마왕이 죽고 휴지기에 들어갔다던 마물들이 꽤 활발하게 활동을 하고 있기까지 했다. 마치 마왕을 토벌하러 들어왔던 몇 개월 전처럼 마물의 급습으로 몇 번이나 위험을 겪었다.
휴지기라더니 이건 마왕이 살아 있을 때와 비슷하지 않은가.
‘대체 뭐야.’
맥라이언이 고민하듯 가늘게 눈을 떴다.
그러다 문득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설마…….
아니지. 마왕은 죽었잖아.
죽을 둥 살 둥 반년을 개고생 해 가며 그들이 죽이지 않았던가.
확실했다. 숨을 쉬지 않는 것도 확인했고, 마왕의 사체도 보았으니까.
그렇다면 대체 이 기운은 뭐지?
‘그리고 저놈들은 또 뭐고.’
맥라이언은 첨예한 눈으로 이우스 허시브룩 선대 대공과 대공가의 기사단장인 켈빈 파이네거를 바라보았다.
귀족 원로들과 함께 있는 그들도 옅지만 마물에게서 느꼈던 기운을 풍겨 대고 있었다.
같은 기운을 풍기는 것들끼리 대공가의 사람들이다?
이건 수상한 냄새가 났다.
아무나 쉽게 알아챌 순 없겠지만 그는 드래곤이었다.
확실하게 알아볼 필요가 있어. 맥라이언은 대공가의 사람들을 눈여겨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감히 제깟 놈이 나에게 대적할 생각을 하다니.”
그때, 옆에서 분노에 찬 목소리가 들려왔다.
맥라이언이 고개를 돌리자 붉어진 얼굴로 부들부들 떨고 있는 이안이 보였다.
‘이 자식은 또 왜 이래?’
뭐가 불만인지 이안은 이마에 핏대를 잔뜩 세워 놓고 입술을 잘근잘근 씹어 대고 있었다.
“건방진 놈.”
이안이 음험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저 탄이라는 놈이 대공의 숨겨진 사생아인 것도 모자라 작위를 승계받았다. 한순간에 저놈과 제 위치가 역전이 된 것이었다.
그래서 처음부터 자신에게 그렇게 시건방을 떨었던 거다.
믿는 구석이 있으니까. 다 알고서 자신을 농락한 것이었다.
당연히 셀로니아도 알고 있었던 거겠지.
두 년놈이 감히 저를 가지고……!
이안은 이 치욕감을 씻어 낼 수가 없었다.
그 누구보다 잘났다고 자부하는 그의 자존심이 와장창 부서졌으니까.
심지어 저놈은 사냥제에 참석하겠다며 또 한 번 자신을 도발했다.
절대, 이번에는 절대 질 수 없다.
“둘 다 가만두지 않겠다.”
눈에 쌍심지를 켠 이안이 다짐하듯 뇌까렸다.
이번 사냥제를 통해 저놈에게 본때를 보여 주겠다고.
다신 제 앞에서 함부로 기어오를 수 없게. 그 모습을 셀로니아에게 똑똑히 보여 줄 생각이었다.
이안은 점점 더 분노를 통제하기가 힘들었다. 이성은 점점 흐려지고 본능만 남아 갔다.
그것은 그의 붉은 심장의 절반 이상이 거멓게 변한 탓이었다. 마치 인간이 아닌 짐승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