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le Leads Were Stolen by the Extra RAW novel - Chapter (81)
엑스트라에게 남주들을 빼앗겼다 (81)화(81/162)
<81화>
“정말로 그놈을 옆에 둘 건가?”
탄이 불만스러운 얼굴로 셀로니아에게 물었다.
두 사람은 지금 네그지트 홀로 돌아가기 위해 회랑을 거닐고 있었다.
이제는 많이 차가워진, 가을과 겨울 내음이 반반 담긴 바람과 붉은 노을이 지는 하늘이 두 사람을 아름답게 물들이고 있었다.
“필요에 의해서예요.”
셀로니아는 대답과 동시에 어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았다.
“셀로니아!”
탄이 놀라 급히 그녀의 어깨를 붙잡았다.
그녀는 에밀리 때와 마찬가지로 레예프를 정화하고 나니 머리가 어지럽고 몸에 힘이 쭉 빠졌으나 꾹 참고 있었다.
화를 내야 할 레예프한테 그런 약한 모습은 보여 주고 싶지 않았으니까.
그녀는 레예프에게 들키지 말고 그레이스 곁에 계속 머물라고 임무를 맡기었다.
그레이스는 아직 그가 술수에 당한 제 사람이라고 생각할 테니, 레예프의 효용 가치는 높았다.
그레이스가 제게서 남주들을 빼앗아 간 것처럼 셀로니아도 그대로 되돌려줄 생각이었다.
그러기 위해선 레예프의 세작 노릇이 필요했다.
“당장 방으로 돌아가. 데려다줄 테니.”
“안 돼요. 오늘 제가 주인공인 거 잊었어요? 그 여자한테 빼앗길 수 없어요.”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처럼 굴면서 뭘……!”
답답할 만큼 고집을 피우는 셀로니아를 보며 탄이 언성을 높이다 말을 끊었다. 괜히 옥신각신하다 더 상태가 안 좋아질까 봐서.
그녀의 얼굴이 점점 더 차갑고 하얗게 변해 가고 있었으니까.
탄은 셀로니아가 그놈에게 치유술을 썼기 때문에 몸이 갑자기 약해진 것이라는 걸 잘 알았다.
“왜 이렇게까지 하는 거지? 널 배신한 그놈들을 되돌리는 이유가 뭐야. 다시 함께이고 싶은 건가?”
탄이 자신에게 기대어 힘겹게 서 있는 셀로니아를 내려다보며 화가 난 듯한 어조로 물었다.
레예프와 셀로니아의 대화를 통해 탄은 알게 되었다.
그레이스라는 여자가 술수를 부려 그들의 마음을 변하게 만들었고, 그녀의 치유술이 그것을 정화한다는 걸.
그게 싫었다. 셀로니아가 변해 버린 그들의 마음을 되돌리는 것이.
그들도 진실을 알게 되면 아까 전의 레예프처럼 그녀의 치맛자락을 붙잡고 곁에 머물게 해 달라 들러붙을 테니까.
술수였든 뭐든 배신하고 떠난 그들의 마음을 그녀는 왜 되돌리려는 걸까.
불안했다. 그 원인은 명확했다.
셀로니아가 그들에게 되돌아갈까 봐. 제가 아닌 그들을 선택할까 봐.
“그저 진실을 알고 싶을 뿐이에요.”
“전처럼 돌아가고 싶은 게 아니고?”
“아니에요.”
셀로니아는 호흡을 고르며 단호하게 대답했다.
전처럼 돌아가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었다. 스스로도 일말의 미련이 있나 싶었으나, 레예프가 제게 빌면서 확실히 깨달았다.
그가 눈물을 흘리며 잘못을 빌 때도 아무런 감정이 들질 않았다.
그래도 반년을 함께한 동료인데, 이렇게 냉정해질 수 있다는 게 신기했다.
정말 아무렇지 않았다. 마음이 아프지도, 흔들리지도 않았다. 심지어 동정심마저도 들지 않았다.
왜 그런 걸까.
어떻게 이렇게 지우개처럼 씻은 듯이 감정이 사라졌을 수 있을까 곰곰이 생각해 보니 답은 하나밖에 없었다.
셀로니아는 투박한 손길로 자신을 부축하여 조심스럽게 벤치에 앉히는 탄의 소맷자락을 붙잡았다.
“탄, 묻고 싶은 게 있어요.”
“뭐지.”
셀로니아의 단호한 대답에 조금 기분이 풀어진 탄은 벤치에 앉아 있는 셀로니아와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무릎을 굽혔다.
“당신…….”
셀로니아는 입술을 달싹이다 이내 닫아 버렸다. 물어봐야 하는데 선뜻 말이 나오지 않았다.
맞다고 하면 그땐 어쩌지?
두려웠다. 지금까지 지내 온 시간들이 다 변할 것을 생각하니까.
그녀는 이제 와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정말로 그에게 많은 것을 의지하고 있었다는 걸.
이성도 감정도 모두 다.
“괜찮으니 말해.”
탄은 혼란과 두려움이 깃들어 있는 그녀의 눈을 마주하며 달래듯 말했다. 이미 어떤 질문을 할지 다 알고 있었으니까.
“당신, 기억을 되찾은 거예요?”
파르르 떨리는 목소리가 기어이 질문을 끝맺었다.
“아니. 기억은 없다.”
그는 주저 없이 대답했다. 사실이었으니까.
자신의 정체를 알게 되었지만, 아직 기억이 되돌아오지 않은 건 맞았다.
“그럼 어떻게 당신이 대공이에요?”
“못 들었나?”
“그걸 저보고 믿으라고요?”
“못 믿을 건 또 뭐지.”
긴장한 듯 굳어 있는 셀로니아를 안심시키기 위해 탄이 능청스럽게 웃었다.
그는 셀로니아에게 이우스와 켈빈이 실은 자신의 부하이고 저는 죽은 마왕이라는 믿기지 않는 사실을 얘기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사실을 안다면 그녀는 저를 피하려 들 테니까. 지금도 질문하는 것을 망설이고 두려워하지 않았나.
이제야 가까워졌는데, 이깟 일로 놓칠 순 없었다.
그러니 철저히 숨길 생각이었다. 그녀가 겁을 먹지 않게.
“그런데 왜 이름이 탄이에요? 본래 이름이 있을 거 아니에요.”
절대 믿을 수 없었기에 셀로니아는 떠보듯 그에게 물었다.
그는 스스로를 탄 허시브룩이라고 소개하였다. 그건 그녀가 생각나는 대로 지어 준 이름이 아니던가.
“그게 좋으니까. 네가 나에게 준 것 아닌가.”
탄은 웃으며 무릎 위에 가지런히 올린 셀로니아의 두 손끝을 붙잡았다.
본래의 이름이 있음에도 탄이라는 이름을 쓴 이유는 하나뿐이었다. 그녀가 제게 지어 준 이름이 좋았으니까.
이 붉은 입술에서 흘러나오는 ‘탄’이라는 이름을 계속 듣고 싶었으니까.
“…….”
셀로니아는 자신의 손끝을 마치 소중한 보물처럼 어루만지는 탄의 손을 보다 천천히 시선을 들었다.
진지한 붉은 눈동자가 온전히 저만을 담고 있었다.
“그간 바빴던 게 이거 때문이었어요?”
“처리할 게 생각보다 많더군.”
탄이 지긋지긋하다는 얼굴로 질색했다.
그 모습에 셀로니아가 피식 웃음 지었다. 며칠 동안 그가 소원했던 이유가 다른 게 아닌 대공가 입적 때문이라는 게 안심이 되었다.
안심할 상황이 아니라는 걸 아는데, 모든 게 불확실하다는 걸, 대공가의 사람들이 수상하다는 것도 다 아는데도 변함없는 그의 태도에 자꾸만 안도가 되었다.
“이제부터 대공님이라고 불러야겠네요.”
“그대로 탄이라 불러. 너만 부를 수 있는 이름이니까.”
진심이라는 듯 탄의 얼굴엔 장난스러운 웃음기가 하나도 없었다.
그는 이게 어떤 의미인지 알고나 하는 말인 걸까.
자꾸만 예고도 없이 훅 치고 들어올 때면 셀로니아는 무척이나 혼란스러웠다.
“넌 그냥 보이는 그대로만 믿으면 된다.”
그가 진중한 어조로 힘 있게 말했다. 쥐고 있던 그녀의 손을 더욱 꽉 잡은 채로.
셀로니아는 주저함이 없는 그의 눈을 마주 보며 생각했다.
이 모든 게 거짓이라는 걸 안다. 그가 정말로 기억을 되찾았는지 아닌지는 모르겠으나, 이 상황이 거짓이라는 것쯤은.
마왕인 그가 대공의 사생아일 리가 없으니까.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짓인 걸 알고 있음에도 셀로니아는 자꾸만 믿고 싶어졌다.
그냥 이 모든 게 진짜였으면 좋겠다고.
다른 사람이 탄에 대해 물을 때 화가 났던 이유, 그가 며칠 동안 말도 없이 얼굴을 비치지 않아 서운했던 이유, 자신도 모르게 그를 기다렸던 이유, 정말로 그가 나타났을 때 기뻤던 이유.
남주들이 없어도 외롭지가 않았던, 혼자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던 이유까지.
외면하려 했지만, 모른 척하려 했지만 그녀는 명확하게 알고 있었다.
셀로니아는 언젠가부터 그가 마왕이었다는 사실조차 잊어버릴 때가 있었다.
이제는 그가 전처럼 무작정 두렵거나 공포감이 들지 않았다.
어떻게 처음과 마음이 똑같을 수가 있을까. 탄은 언젠가부터 제 안위만을 걱정하며 늘 내 편에 섰는데.
그래서일까.
그의 정체가 마왕이 아니었다면 좋았을 거라고 생각하며, 기억을 영영 되찾지 못하기를 바란 적도 있었다.
그와 함께하는 시간이 든든하고도 좋았으니까.
“……왜 이렇게까지 하는 건데요?”
“말하지 않았던가. 네가 있는 곳까지 올라가겠다고.”
그녀의 물음에 탄이 고민도 하지 않고 대답했다. 지금껏 이 모든 일을 벌인 이유는 단 하나밖에 없다는 듯.
셀로니아의 동공이 커다래졌다.
정말 단지 그 이유 때문이라고? 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가자.”
당황하고 있는데, 탄이 제 손을 잡아끌었다.
“이대로 돌아갈 수 없다니까요.”
셀로니아는 거부하며 몸을 뒤로 뺐다. 그러자 탄이 자신만만하게 웃으며 단숨에 셀로니아를 일으켰다.
그 순간 그들은 회랑에 있는 벤치에서 네그지트 홀 테라스로 이동해 있었다.
탄이 순간 이동을 한 것이었다.
“이게 무슨……!”
셀로니아는 탄에게 한 소리 하려고 했으나, 그는 이미 테라스의 문을 활짝 열고 있었다.
“네가 오늘 완벽한 주인공이 될 수 있게 만들어 주겠다.”
그는 화려한 홀을 등진 채 그보다 더 화려한 미소를 지으며 셀로니아를 향해 말했다.
눈을 뗄 수 없는 진심 어린 미소에 셀로니아는 설레지 않을 수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