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le Leads Were Stolen by the Extra RAW novel - Chapter (82)
엑스트라에게 남주들을 빼앗겼다 (82)화(82/162)
<82화>
“어? 두 분 밖에 나가지 않으셨나요?”
탄과 셀로니아가 테라스에서 나온 것을 발견한 영애들이 의아한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하지만 깊게 생각하지 않았다. 자신들이 그냥 놓친 것이라 생각했을 뿐.
“춤곡을 연주하라.”
그때였다.
셀로니아가 다시 연회장 안으로 돌아온 것을 확인한 황제가 얼른 연주단에게 지시하며 황태자에게 눈짓했다. 어서 가서 손을 내밀라고.
곧바로 아름다운 춤곡이 흘러나와 홀 안을 가득 메웠다.
모두가 눈치를 보며 셀로니아를 바라보았다. 오늘 연회의 주인공은 셀로니아였으니, 그녀가 먼저 무대로 나와 춤을 춰야만 했으니까.
“베스인 공녀, 나와 춤……!”
“셀로니아.”
황제의 뜻을 알아차린 황태자가 셀로니아 앞으로 다가왔으나, 탄이 그의 말을 가로챘다.
그러고는 바로 그녀의 손을 이끌었다. 황태자가 감히 얼씬도 하지 못하게.
“아니, 잠깐……!”
황망하게 남겨진 황태자를 뒤로한 채 셀로니아는 얼떨결에 무대 위에 섰다.
되돌아가려고 했으나, 제가 나오기만을 기다렸는지 귀족들이 파트너를 이루어 우르르 무대 위로 올라왔다.
빼도 박도 못하게 춤을 춰야 하는 신세가 되어 버린 것이었다.
“아니, 저 춤 못 춰요.”
셀로니아가 당황하여 조용히 속삭였다.
춤을 추는 게 문제가 아니라 춤을 추지 못하는 게 문제였다.
이 세계의 사람들이 어릴 적 배웠을 사교춤에 대한 기억이 없으니 당연했다.
“내 어깨에 손 올려.”
탄이 고개를 숙여 그녀의 귓가에 낮게 속삭였다.
순간적으로 귓속을 파고드는 뜨거움에 셀로니아는 저도 모르게 움찔 떨며 발끝을 오므렸다.
하지만 바로 미심쩍은 눈으로 그를 마주 보았다.
무슨 자신감으로 춤을 추겠다고 나선 거지?
“어서.”
셀로니아는 하는 수 없이 탄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모두가 저를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워낙 키가 큰 탄 때문에 어깨에 손을 올리는 것도 꽤 버거웠다.
그것을 눈치챘는지 단단한 그의 팔이 단숨에 그녀의 허리를 휘감아 번쩍 안아 들었다.
예고도 없이 훅 치고 들어온 접촉에 셀로니아가 놀라 흡 하고 숨을 들이마셨다.
그가 한 팔로 저를 가볍게 드는 바람에 다리가 땅에 닿지 않았다. 게다가 거의 안기다시피 그의 몸에 밀착되었다.
뭉근하게 느껴지는 그의 단단한 가슴이 드레스 너머로 고스란히 느껴졌다.
탄은 반대편 손으로 그녀의 손을 맞잡고 딱딱하게 경직되어 있는 그녀의 몸을 느끼며 천천히 다리를 움직였다.
그들의 춤이 시작되자 주위에 있던 귀족들도 함께 움직였다.
부드럽고 아름다운 선율에 맞춰 꽃봉오리 같던 영애들의 드레스가 풍성하게 펼쳐지는 장관이 연출되었다.
그 중심에 셀로니아와 탄이 있었다.
춤을 추지 않는 사람들, 춤을 추는 사람들까지 모두가 두 사람을 힐끗힐끗 바라보았다.
시선을 뗄 수 없게 만드는 커플이었으니까.
“…….”
셀로니아는 힘든 기색 하나 없이 저를 한 팔로 들어 올린 채 춤을 추고 있는 탄의 눈을 응시하였다.
붉은 눈동자가 한시도 제게서 떨어질 줄 몰랐다.
크고 화려한 샹들리에 아래 그 눈빛에 담긴 욕망이 너무도 적나라했다. 기회만 된다면 단숨에 저를 잡아먹을 듯했으니까.
심장이 두근두근 뛰어 댔다.
손끝이 저리고 귓불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그를 마주할 때마다 드는 이 감정과 느낌이 이제는 너무 자주 찾아와 익숙할 지경이었다.
게다가 은은하게 울리는 아름다운 선율 속에서도 세찬 심장 소리가 쿵, 쿵 귓가를 울려 대고 있었다.
이건 누구의 심장 박동일까?
저일까, 아님 그인 걸까. 아니면 둘 다인 걸까.
“셀로니아.”
탄은 셀로니아를 나긋하게 부르며 천천히 시선을 내렸다.
오프 숄더 드레스 위로 훤히 드러난 그녀의 쇄골이 보였다.
물이 고일 듯 움푹 파인 그녀의 쇄골과 부드러운 곡선으로 이어진 하얀 목, 그리고 어깨를 보자 또다시 진득한 열망이 피어올랐다.
오늘도 취할 만큼 다디단 향기를 풍겨 대는 저 근원에 코를 박고 제 흔적을 남기고 싶다는 욕망.
그 욕망은 부티크에서 완성되기 전의 이 드레스를 입었던 그녀를 보고 처음 느꼈었다.
당황해서 모른 척, 못 본 척하려 했으나 그녀는 자꾸만 제 시선을 앗아 갔다.
꺼지지 않고 더 타오르기만 하는 불길은 결국 그녀를 점점 더 갈망하게 만들어 그를 여기까지 오게 만들었다.
마음이라는 건 마치 하나의 커다란 방이라서 그녀가 한번 들어차니 다른 누군가에게 내어줄 공간이 남아 있지 않았다.
뒤늦게 알게 된 자신의 정체가 무색하게도.
탄은 비로소 깨달았다.
기억이라는 건 그 사람을 이루는 모든 근간이라는 것을.
텅 비어 있던, 그가 잃어버린 기억의 공백은 어느새 셀로니아라는 새로운 기억으로 채워져 있었다.
어느새 그녀는 그가 사고하고 행동하는 모든 것의 중심이 되어 있었다.
탄은 그게 나쁘지가 않았다. 오히려 좋았다.
그녀가 제게 주는 이 생경하고도 낯선 감정들은 그의 하루하루를 벅찰 만큼 물들이고 또 살아가게 만들었으니까.
“예쁘네.”
탄이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오늘 처음 봤을 때부터 하고 싶었던 말을 내뱉었다.
완성된 드레스를 입고 있는 그녀는 오늘도 무척이나 어여뻤다.
맑게 빛나는 얼굴, 언제나 보드라운 연보라색 머리카락. 당황하여 동그랗게 뜬 눈까지.
자신의 마음을 언제나 들뜨게 하는 그녀는 어여쁘지 않은 구석이 없었다.
“…….”
바위처럼 묵직하게 내려앉는 그의 말에 셀로니아는 순간 심장이 쿵 내려앉는 기분이었다.
샹들리에 아래 서로의 몸을 밀착한 채로 별보다 더 반짝이는 눈으로 저만을 담고 있는 탄.
그가 지어 보인 미소를 보고 심장이 떨리지 않을 수가 없었다.
넓은 홀 안, 수많은 사람들과 함께 춤을 추고 있음에도 마치 무대 위에 그와 저만이 존재하는 느낌이었다.
그가 그렇게 만들고 있었다.
다른 무엇도 신경 쓰지 않은 채, 오롯이 저만을 향해 미소 짓는 탄은 정말로 자신을 더없이 완벽한 주인공으로 만들어 주었다.
‘아, 정말…….’
결국 셀로니아는 자포자기하고 말았다.
목뒤가 달아오르고 심장이 이렇게 미친 듯이 뛰어 대는데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자신이 그를 좋아하고 있다는 사실을.
사람의 마음이라는 게 스스로 제어할 수 있는 게 아니었으니까.
곧이어 연주곡이 잦아들며 짧은 춤이 끝났다.
탄은 셀로니아를 천천히 땅에 내려 주었다. 떨어지고 싶지 않은 아쉬운 마음을 담아 아주 느릿하게 그녀의 허리를 놓아주었다.
그러고는 그녀의 하얀 손을 잡아 들며 천천히 고개를 숙였다.
이제는 당당하게 그녀의 손바닥이 아닌 손등에 입을 맞추었다.
“넌 언제나 내게 완벽한 주인공이다.”
이윽고 상체를 일으킨 탄이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
“푸핫! 그게 뭐예요.”
낯간지러우나 싫지 않은 그 말에 셀로니아는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하지만 그의 노력이 고마워 덧붙여 말했다.
“고마워요. 당신도 오늘 무척 주인공 같네요.”
“…….”
탄은 어느 때보다 해사한 미소를 머금고 있는 셀로니아의 말 한마디에 온몸에 전류가 통한 듯 저릿했다. 그건 그가 무척이나 바라 왔던 것이었으니까.
덴로하 후작 영애의 생일 연회 때 눈부시게 빛나는 셀로니아를 보며 그가 읽었던 책 속의 주인공 같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래서 바랐다.
그녀에게 어울리는 사람이 되어 옆에 서고 싶다고. 마치 책 속의 남자 주인공처럼.
그런데 지금 그녀의 한마디가 그를 남자 주인공으로 만들었다.
탄은 주위를 둘러보았다.
무대 한가운데 서 있는 그들은 어느새 모든 사람의 중심에 서서 시선을 받고 있었다.
그가 읽었던 책 속에 등장하는, 화려한 파티에 참석한 여자 주인공과 남자 주인공처럼. 아주 특별하게.
지금 이 순간, 수많은 놈들을 제치고 그녀의 곁을 독차지하고 있는 건 다른 누구도 아닌 바로 자신이었다.
탄의 입에서 비식 웃음이 새어 나갔다.
역시나 그녀가 좋다. 설령 제가 마왕일지라도 그녀가 구원자일지라도 말이다.
“와, 정말 그림 같은 커플이에요.”
누군가가 무대에 서 있는 두 사람을 홀린 듯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그러자 홀 안에 있는 대다수가 고개를 주억거리며 공감했다. 오늘 연회에서 두 사람은 더없이 완벽한 주인공이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