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le Leads Were Stolen by the Extra RAW novel - Chapter (83)
엑스트라에게 남주들을 빼앗겼다 (83)화(83/162)
<83화>
“톰, 이거 괜찮은 거 맞나?”
무대 한가운데 서 있는 주군과 셀로니아를 바라보며 잭이 얼굴을 구겼다.
톰과 잭. 그러니까 이우스와 켈빈은 사람들에게서 동떨어져 네그지트 홀 기둥 근처에 서 있었다.
그들은 주군이 그 여자와 춤을 추는 모습을 모두 다 지켜보았다. 마지막에 손등에 키스하며 미소를 짓는 것까지.
“…….”
톰은 말이 없었다.
왜 지엄한 마왕께서 마왕성으로 돌아가지 않고 이곳에 남겠다고 했는지, 왜 한낱 인간들의 작위에 집착하는 건지 몰랐으나, 이제 알았다.
다 저 여자 때문이라는 걸.
인간 세상에서 공녀라는 높은 지위를 가진 저 여자에게 더 다가가기 위함이라는 것을.
주군의 표정에서 저 여자를 향한 진심이 느껴졌으니까.
“다 계획이 있으신 거겠지?”
믿기지 않는 현실에 잭은 주군에게 다른 꿍꿍이가 있을 거라 믿으려 했다.
“아니. 주군께선 지금 진심이신 거다.”
하지만 톰은 자비가 없었다.
“……그럼 어쩌지? 우리가 저 여자를 죽여 없앨까?”
잭은 눈꼬리를 내리며 초조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마왕과 인간이라니. 그냥 인간도 아닌 마왕을 죽였던 여자와.
이건 아니다.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지금 주군께선 기억이 없지.”
톰은 이 세상에 둘만 존재하는 것처럼 무대 중심에 서 있는 두 사람에게 시선을 고정한 채 이어 말했다.
“그런데 주군께서 온전한 기억을 되찾는다면 과연 어떻게 될까?”
“……그땐 저 여자를 죽이려나?”
“글쎄. 하지만 지금 같을 순 없을 거다. 장담하지.”
톰은 주군께서 그때도 과연 저 여자에게 저런 표정을 지을 수 있을지 무척이나 궁금해졌다.
앞으로 저 두 사람이 깨달을 진실이 세상을 혼란스럽게 하고 파멸을 가져다줄 것만 같았다.
* * *
“…….”
무대 위에 있는 셀로니아와 탄을 본 그레이스가 까드득 이를 갈았다.
한순간에 나타난 저 두 사람이 모두의 시선을 단번에 앗아 가더니 어느새 연회를 완벽히 장악했다.
마치 본인들이 이 세상의 주인공이라도 된 것처럼.
“오늘 연회의 완벽한 두 주역이네요.”
“두 분 정말 잘 어울리지 않나요? 베스인 공녀님이 전에 체르빌 공작님과 함께일 때보다 더요.”
“저 눈빛 봐요. 대공님은 진심인 것 같은데요?”
“설마. 혼담이 오갈까요?”
“충분히 그럴 수 있겠네요.”
그레이스의 주변에 서 있던 귀족들이 한마디씩 거들었다.
그럴수록 그녀의 얼굴은 점점 더 험악해져만 갔다.
자신이 탐을 내던 그 남자가 대공이 된 것도 모자라 셀로니아와 함께 있다니. 심지어 대공은 셀로니아에게서 한시도 눈길을 떼지 못했다.
그 감정이 눈에 보여 그레이스는 속에서 천불이 났다.
저 여자에게서 잘난 구원자들을 빼앗았더니 이번엔 대공이 등장했다. 심지어 자신이 지금 쥐고 있는 구원자들보다 더 잘난 외모와 지위를 가진.
대공도 결국 껍데기를 보고 좋아하는 게 아닌가. 과연 저 여자가 볼품없는 사람이라도 저랬을까?
저게 다……!
“후우…….”
부글부글 끓는 속을 달래기 위해 깊게 숨을 내쉬었다.
도대체 저 여자는 뭔데 자꾸만 이렇게 자신의 속을 긁어 대는 걸까.
화가 나 미쳐 버릴 것만 같았다.
“풉. 베넷 영애는 그 많은 파트너를 데려와 놓고 춤 한 번 추지 못했네요.”
그때 옆에서 비웃는 소리가 들려왔다. 갈무리하지 못한 분노에 그레이스가 눈을 치켜떴다.
“어머. 무서워라. 이러다 내 약혼자도 빼앗으려 하는 건 아닌가 몰라.”
그레이스의 살벌한 표정에 말을 꺼낸 영애가 계속 비아냥거렸다.
“조심해야겠어요.”
“그러게 말이에요.”
주변에 모여 있던 영애들이 함께 키득키득 웃어 댔다.
“이봐요, 영애.”
그레이스는 주위에 만만한 미혼 영애들뿐이라는 것을 확인하곤 싸늘히 표정을 굳힌 채 말을 이었다.
“저도 눈이 있어요. 그런 지방 남작은 줘도 안 가져요.”
“무, 뭐야?!”
발끈한 영애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다른 이들도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느냐는 표정이었다.
그레이스는 그들을 흘겨보며 홱 몸을 돌렸다.
“거기 안 서?”
등 뒤에서 날카로운 고성이 들려도 무시하고 걸었다.
감히 주제도 모르고 그런 놈을 제게 가져다 붙여. 내가 누군지 알고.
‘대체 이안은 어딜 간 거야!’
그레이스는 짜증 섞인 얼굴로 주위를 살폈다.
이게 다 이안이 곁에 없어서 생긴 일이었다.
함께 온 이안은 아까부터 보이지 않았고, 셀로니아에게 한마디 하러 간 레예프도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 맥라이언도 부재였다.
그 바람에 춤곡이 흘러나왔을 때 덩그러니 서 있을 수밖에 없었다.
‘이놈이나 저놈이나 도움이 안 돼!’
꼭 필요할 때 옆에 없다. 이럴 때 쓰려고 그들을 곁에 두는 것이었는데!
발소리가 쿵, 쿵 울릴 정도로 신경질적으로 홀을 나온 그레이스는 파란 머리카락을 발견하였다.
“레예프 님!”
그레이스가 표정을 풀며 레예프에게 다가갔다.
“어디 갔다 이제 오세요. 설마 저 때문에 공녀님께 뭐라고 하신 건 아니겠죠?”
걱정과 염려가 담긴 얼굴이 레예프를 올려다보았다.
레예프는 가녀린 척하는 얼굴을 말없이 내려다보았다.
“저 때문에 그러지 마셔요……. 저로 인해 두 분 사이가 틀어지는 건 원치 않아요.”
그레이스가 파르르 떨리는 입술을 지그시 깨물더니 툭 고개를 떨구며 레예프의 소매 끝자락을 붙잡았다.
한없이 여린 모습을 강조하며 은근슬쩍 본인이 피해자인 것처럼 구는 그녀의 행동은 동정을 자아내고 보호 본능을 자극하기 충분했다.
하지만 모든 진실을 알게 된 레예프는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머리카락이 쭈뼛 일어설 만큼 불쾌감이 차올랐다. 역겨움에 당장이라도 이 손을 쳐 내고 싶었다.
“레예프 님?”
반응이 없는 레예프가 의아하여 그레이스가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을 들어 올렸다.
“피곤하지 않으십니까. 이만 돌아가는 게 좋겠습니다.”
간악한 그 눈동자를 마주 보고 싶지가 않아 레예프는 은근슬쩍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그는 헛구역질이 나오려는 것을 억지로 참고 있었다. 셀로니아를 위해 자신의 효용을 증명해 보여야 했으니까.
* * *
“황태자.”
굉장히 화가 난 황제의 목소리가 헬리우스를 문책했다.
“송구하옵니다…….”
본인의 잘못을 무엇보다 잘 알기에 헬리우스는 고개를 푹 수그리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축하연이 끝난 밤.
황제는 바로 황태자를 호출하였다.
“공녀를 에스코트하라 그리 일렀거늘!”
황제가 헬리우스를 향해 못마땅히 여기는 기색을 숨기지 않고 드러냈다.
에스코트만 잘했어도 오늘 무대에서 춤을 추는 건 대공이 아닌 황태자였을 것이다. 초장부터 잘만 하였어도.
황제는 골머리가 아파 관자놀이를 꾹꾹 누르며 인상을 구겼다.
아까 전 베스인 공작에게 황실과의 혼담에 대해 살짝 말을 꺼내 보았으나, 아주 철옹성 같기 짝이 없었다.
‘아직 상처가 채 여물지 않은 아이입니다. 딸아이의 혼인은 딸아이가 원하는 대로 하게 해 주고 싶습니다.’
웬만한 가문이면 그냥 혼사를 밀어붙이겠으나, 상대가 베스인 공작가였다. 그래서 더 탐을 낸 것이었고.
최대한 자연스럽게 서로 가까워지길 바랐으나, 황태자가 다른 여자에게 정신이 팔려 일을 그르친 것이었다.
“더 이상 여자 문제는 허하지 않겠다. 다 정리하라!”
“아버지!”
“듣기 싫다! 못난 놈. 그저 그런 영애들을 만나겠다고 공녀를 놓치다니, 네가 생각이 있느냐 없느냐!”
“…….”
헬리우스가 입을 꾹 다물었다.
확실히 오늘 공녀의 곁에 있는 대공 때문에 인사도 한마디 제대로 못 건넸으니까.
“어떻게 해서든 오늘 일을 만회하라. 곧 있을 사냥제에선 내가 힘을 써 볼 테니.”
“네? 사냥제에서 말입니까?”
“그래.”
황제는 이미 수를 다 생각해 두었다.
편법이긴 했으나 체르빌 공작도, 허시브룩 대공도 아닌 황태자가 사냥제에서 우승하게 만들 작정이었다.
사냥제에서 우승한 사람은 모든 이가 보는 앞에서 한 사람을 선택해 우승의 영광을 바칠 수가 있었다.
대대적인 자리에서 우승자의 선택을 받았으니 자연스럽게 연이 이어지기 마련이다.
황제 또한 사냥제에서 우승 후 그 당시에 후작 영애였던 황후에게 영광을 바쳤다.
“네. 이번엔 절대 실망시켜 드리지 않겠습니다.”
황제의 뜻을 알아들은 황태자가 굳은 결심을 하였다.
“아버지!”
그때였다.
까랑까랑한 목소리가 황궁의 복도를 울리더니 곧이어 굳게 닫혀 있던 묵직한 문이 벌컥 열렸다.
“화, 황녀님. 지금 폐하께서는 황태자 전화와 대화 중……!”
문지기가 말렸으나 소용없었다.
황녀는 이미 왈가닥처럼 걸어 들어와 황제의 앞에 서 있었으니까.
“쯧.”
황태자는 제 누이의 막돼먹은 행동에 혀를 끌끌 찼다.
누이는 다른 영애들과 비교될 만큼 채신머리없는 행동을 하는 데다 유아독존이었다.
“황녀, 지금 이게 무슨 경거망동인가.”
아무리 어여뻐하는 딸이지만 분위기를 전혀 보지 않는 행동에 황제가 근엄하게 꾸짖었다.
다만 막무가내인 황녀에게는 전혀 통하지 않았다.
“저 결정했어요!”
티타니아는 눈을 반짝이며 황제에게 말했다.
“무엇을 말이냐.”
“허시브룩 대공이랑 결혼할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