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le Leads Were Stolen by the Extra RAW novel - Chapter (84)
엑스트라에게 남주들을 빼앗겼다 (84)화(84/162)
<84화>
이틀 뒤.
셀로니아는 로브를 뒤집어쓴 채 마차를 타고 판자촌으로 향하고 있었다.
드디어 스톰 길드에서 연락이 온 것이었다.
“대공님, 오늘도 오셨네요.”
엘라가 싱글벙글한 얼굴로 맞은편에 앉은 탄을 보며 말했다.
셀로니아는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자신의 옆에 앉아 있는 탄의 모습에 어이가 없어 피식 웃었다.
그는 이제 정말 대공이 된 것이 태가 났다.
깔끔하게 정돈된 머리와 깔끔한 검은 슈트. 특히나 옷에 달린 커프스단추와 크라바트 가운데 붙어 있는 브로치는 딱 봐도 값비싸 보일 정도로 화려했다.
검은 망토를 두른 채 찢어진 옷도 그냥 입고 다니던 예전의 그가 아니었다.
축하연이 끝나고 이틀이 지난 오늘, 꽤 많은 것이 바뀌어 있었다.
이틀 동안 제국 신문은 탄의 등장으로 아주 떠들썩했다.
길거리를 전전하던 밤의 야수의 신분 상승 이야기는 그 자체로도 큰 화젯거리이자, 제국의 평민들이 환호할 가십이었다.
유명 인사였던 그가 더더욱 유명해지게 된 것이었다.
더욱이 탄은 이제 더는 공작저에서 지내지 않게 되었다. 엄연히 제도에 대공저가 존재했으니까.
듣자 하니 그 사실을 접한 공작가의 몇몇 하녀들이 눈물을 훔쳤다고 했다. 남몰래 탄을 흠모해 왔던 모양이었다.
‘하여튼 죄 많은 남자야.’
마왕일 때나 대공일 때나 말이다.
매일 공작가에서 함께하던 식사도 이제는 하지 못하게 되었다.
그러나 환경이 바뀌어도 탄은 변한 게 없었다.
그가 매일같이 카페에 들러 받아 온 음식을 판자촌에 나눠 주었던 일은 이제 대공가에서 후원하는 형태로 이어졌다.
듣자 하니 판자촌 사람들에게 매일 양질의 삼시를 제공한다고 했다.
자정마다 그의 손을 잡아 주는 것도 전과 동일했다. 탄이 순간 이동을 하여 제 방으로 찾아왔으니까.
심지어 이제 한집에서 사는 것도 아닌데 그는 전처럼 자신의 외출을 따라나섰다.
“대공은 할 일이 없나 봐요?”
“유능한 부하들이 대신 한다.”
“…….”
이거 완전 날로 먹네.
너무 한가한 것 같은 그에게 핀잔을 주었으나, 탄은 아주 낯짝 두껍게 웃었다.
“그래도 아버님과 시간을 보내는 게 좋지 않으셔요? 오랜만에 만나신 거잖아요.”
엘라가 순수한 의도로 물었으나 불편한 침묵이 찾아왔다.
셀로니아도 탄도 서로 말하진 않았으나 이우스 허시브룩이 그의 아버지가 아니라는 걸 알았으니까.
그저 외면한 채 모른 척하고 있을 뿐.
“딱히.”
“아, 그러시구나…….”
이상한 분위기를 읽은 엘라가 당황하여 말끝을 흐렸다.
세 사람은 더는 입을 열지 않았다.
다만 탄은 너무나도 당연하다는 듯 옆에 놓인 셀로니아의 손을 지그시 잡았다.
창밖에 시선을 고정하고 있던 셀로니아는 손안을 채우는 따뜻한 접촉을 딱히 내치지 않았다.
그렇게 판자촌에 도착할 때까지 두 사람은 손을 맞잡고 있었다.
그녀의 귀는 붉게 물들어 있었고, 탄은 기쁜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입꼬리를 씰룩거렸다.
* * *
“혼자 들어갔다 올게요.”
또다시 폐가 같은 건물 앞에 선 셀로니아는 탄에게 붙잡힌 손을 쏙 빼내며 뒤도 돌아보지 않고 길드 안으로 들어갔다.
마음을 자각한 이후 그와 눈을 마주치는 게 조금 힘들어졌다. 눈을 마주하면 자꾸만 가슴이 제멋대로 두근두근 뛰어 댔으니까.
지금 현재 그와 제 관계는 모호했다. 뭐라고 정의 내려지지 않은 관계였다.
그러나 셀로니아는 그와 관계를 발전시킬 생각이 없었다.
지금 이 현상을 유지하고 싶었다. 딱 잘라 정의 내리지 않은 이 관계를.
왜냐하면 자신이 그의 정체를 아는 이상 그와 어떤 미래도 약속할 수가 없었으니까.
그와 저 사이의 관계가 명확해진다면 그땐 정말로 이 마음을 걷잡을 수가 없을 테다.
셀로니아는 두려웠다. 나중에 그가 온전한 기억을 되찾았을 때, 자신이 감당할 상처가.
믿고 의지했던 사람들이 이별을 고하는 건 이미 여러 번 겪었으니 더는 겪고 싶지 않았다.
그러니 그의 마음을 모른 척하며 제 마음을 들키지 않은 채 이대로 오래 함께 지내고 싶었다.
이기적이고도 바보 같은 욕심이었다.
“어서 오십시오, 공녀님.”
한번 와 봤던 길을 지나 직원의 안내를 받은 그녀가 길드장의 사무실로 들어서자, 기다리고 있던 길드장 다니엘이 웃으며 자리를 권하였다.
“뭔가 알아냈나요?”
“물론입니다.”
성격 급하게 앉자마자 물어 오는 그녀에게 다니엘이 고개를 끄덕였다.
“우선 이것을 봐 주시겠습니까.”
그가 서류 하나를 내밀었다.
그건 베넷 남작저의 식료품 발주 내역서였다.
여러 가지 식품 중에 유달리 눈에 띄는 게 하나 있었다.
“다즐링.”
“네. 맞습니다. 비정상적으로 발주량이 많습니다.”
셀로니아의 말에 다니엘이 맞장구쳤다.
“아무리 손님이 자주 드나드는 귀족 저택이라 해도 이런 발주량은 처음 봅니다. 한 주간 발주한 다즐링 양이 다른 귀족들이 반년 넘게 먹을 양입니다. 비교하기 쉽게 다른 귀족저의 발주서도 함께 보여 드리겠습니다.”
셀로니아는 다니엘이 하나 더 내민 서류와 베넷 남작저의 발주서를 비교해 보았다.
정말로 수도의 베넷 남작저가 한 주간 발주한 다즐링 양이 다른 귀족저의 열 배에 가까웠다.
“듣자 하니 그레이스 영애는 자주 다즐링을 소지하고 다닌다 합니다. 승전식 때도 들고 간 모양입니다.”
“…….”
레예프가 말한 그대로였다. 그레이스가 다즐링을 통해서 남주들과 다른 이들을 꾀어내고 있던 것이다.
제가 쓰러져 참석하지 못한 승전식에서부터.
길리안 때와는 완전히 다른 정보였다. 그레이스는 이것을 은폐하려고 했던 것이었다.
“그리고 전반적으로 베넷 남작저의 가계를 조사하다 보니 이상한 점을 발견했습니다.”
“무엇이죠?”
서류에서 시선을 뗀 셀로니아가 진지해진 눈으로 다니엘을 보았다.
“베넷 남작가의 지출이 매우 높더군요.”
“지출이요?”
“예. 제가 아는 베넷 남작가는 덴프리스에 있는 광산 하나로 근근이 먹고살 정도라고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어느 시점부터 지출이 폭등하더니 이젠 매주의 지출 합산이 웬만한 귀족가의 한 달 가계입니다.”
“그 시점이 언제죠?”
“10개월 전부터입니다.”
10개월 전이면 그녀가 이 몸에 빙의를 했을 무렵이었다.
그때부터 갑자기 베넷 가문의 지출이 폭등했다? 대체 이건 뭘 뜻하는 거지?
“빚을 낸 걸까요?”
“알아보았는데 채무 관계로 얽힌 것은 없습니다. 그렇다고 수입원이 늘어난 것도 아닙니다. 여전히 그 광산 하나뿐입니다.”
확실히 이상했다.
수입은 똑같은데 지출이 늘었다. 하지만 빚은 없다.
“아무래도 어디선가 자금을 조달받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녀가 생각한 답을 다니엘이 먼저 말했다.
“그 부분에 대해서 자세히 알아봐 주세요.”
“예, 알겠습니다.”
“……다니엘, 혹시 흑마법에 대해 알고 있나요?”
셀로니아는 이 모든 게 흑마법과 연결되어 있을 것만 같았다.
자금원을 가진 막후의 세력이 있는 게 아닐까.
“고대 마법은 정말 탐구하고 싶은 영역이죠. 하지만 자료도 별로 남아 있지 않아 저희도 그다지 많이 알진 못합니다.”
“그런가요.”
“하지만 공녀님께서 의심하시는 게 무엇인진 알겠군요.”
그녀가 실망하려 들자 다니엘이 눈치 빠르게 의중을 파악했다.
“베넷 가문에서 주문한 다즐링이 체르빌 공작과 맥라이언 백작 그리고 레예프 경께 선물로 보내진다지요.”
“그렇다더군요.”
“확실히 미심쩍습니다. 그리고 흑마법과 연관이 있을 거란 추론은 일리가 있습니다.”
“어째서죠?”
“공녀님, 혹시 흑마법을 사용하기 위해서 무엇이 필요한지 아십니까?”
“아뇨.”
셀로니아가 고개를 저었다.
헨릭의 노트나 도서관을 통해서도 흑마법에 대해서 알아낸 건 하나도 없었으니까.
“간악한 흑마법을 사용하기 위해선 대가가 필요합니다. 바로 산 사람의 목숨이지요.”
“…….”
처음 알게 된 사실에 셀로니아의 눈이 커다래졌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실상에 굳어 버렸다.
“어떤 흑마법인지에 따라 희생되는 사람의 수는 천차만별이었다고 합니다. 어렵고 극악무도할수록 필요한 목숨이 많아 어떤 흑마법은 희생자가 백 명도 넘었다는 기록도 있습니다. 그래서 제국이 모조리 불태워 없애 버렸죠.”
“몰랐어요…….”
“제가 아는 것도 여기까지입니다. 그런데 최근에 흥미로운 소문을 하나 입수해서 말입니다.”
“어떤 소문이죠?”
“베넷 가문의 저택 지하실에서 곡소리가 끊이질 않는다더군요.”
* * *
길드를 나와 판자촌을 벗어난 셀로니아는 로브를 벗은 채 상점가를 거닐고 있었다.
곡소리가 끊이질 않는 남작가라.
정말 흑마법을 사용하기 위해서 산 사람의 목숨이 필요한 것이라면 곡소리와 연관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
다니엘은 남작가의 자금 출처와 지하실에 대해 최대한 알아봐 주겠다고 했다.
“셀로니아.”
“…….”
“셀로니아.”
“예?”
손을 흔드는 느낌에 셀로니아가 퍼뜩 상념에서 벗어났다.
“이거 어떤가.”
탄이 진열되어 있는 파란 다이아몬드가 박힌 목걸이를 가리키며 말했다.
목걸이?
셀로니아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어느새인가 그녀는 보석상에 들어와 있었다. 심지어 보는 눈이 많은데 탄과 손을 잡고 있기까지 했다.
멍하니 걷다 보니 탄이 손을 잡는 것도, 이끌려 보석상에 들어온 것도 몰랐다.
이미 보석상의 전 직원이 그녀와 그를 향해 깍듯하게 예의를 갖추고 있었다.
과한 친절이었으나 베스인 공녀와 오늘도 신문을 장식한 대공의 방문이었으니 큰 손님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웬 목걸이예요?”
“너와 무척 어울릴 것 같군.”
“이런 목걸이는 많아서요. 괜찮아요.”
“아니면 다른 게 마음에 드나? 골라 봐.”
탄이 가게 처음부터 끝까지를 가리키며 말했다. 마치 무엇이라도 사 주기 위해 안달 난 사람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