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le Leads Were Stolen by the Extra RAW novel - Chapter (85)
엑스트라에게 남주들을 빼앗겼다 (85)화(85/162)
<85화>
“갑자기 왜 그래요?”
이해할 수 없는 행동에 셀로니아가 탄을 올려다보며 물었다.
딱히 주렁주렁한 액세서리들을 좋아하지 않는 터라 보석에는 관심이 없었다.
게다가 보석상을 차리고 남을 정도로 이미 많은 보석들을 가지고 있기도 했고.
가문에 돈이 많으니 만약 사고 싶은 게 있다면 그녀가 언제든지 살 수도 있었다.
“해 주고 싶으니까. 그게 뭐든.”
셀로니아를 마주 보고 있는 탄의 눈빛은 진지했다.
인간들이 말하는 돈이라는 게 이제는 차고 넘쳤다. 매번 그녀에게 받기만 했던 그는 이제 모든 것을 다 해 줄 수가 있었다.
그게 무엇이 됐든 간에.
“괜찮…….”
그의 의도를 파악한 셀로니아는 간질거리는 심장을 뒤로한 채 거절을 하기 위해 입을 열었다가 움찔 몸을 떨었다.
갑자기 그의 손끝이 제 뺨에 붙어 있는 잔머리를 떼어 냈으니까.
이윽고 사라락 소리와 함께 그의 손가락이 제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겨 주었다. 깃털이 스치는 것처럼 다정하고 부드러운 손길이었다.
셀로니아의 속눈썹이 바람을 맞은 듯 파르르 떨렸다.
모든 신경이 왼쪽 귀에 쏠린 것처럼 그의 손끝이 살갗을 훑을 때마다 너무 큰 자극이었다.
“읏…….”
화들짝 놀란 셀로니아가 저도 모르게 작은 소리를 내었다.
용무가 끝난 줄만 알았던 그의 손은 그녀의 여린 귓바퀴를 쓸더니 아무것도 걸려 있지 않은 귓불을 어루만지기 시작했다.
“넌 여기도 부드럽네.”
탄은 마치 취한 것처럼 탁한 눈으로 그녀의 귀를 만지며 중얼거렸다.
손끝에 뭉개지는 그녀의 작은 귀는 마치 마시멜로처럼 폭신하고 말랑거렸다.
진득한 그의 눈과 손은 마치 그녀의 귀 곳곳에 입을 맞추는 것처럼 머물러 있었다.
셀로니아가 그의 손끝에서 욕망이 느껴진다고 생각이 들 정도로.
“크흠흠!”
옆에 있던 엘라가 크게 헛기침을 하였다. 두 사람이 순간적으로 이곳이 보석상인 것을 까맣게 잊은 것 같았기에.
이미 보석상 직원들은 모두 두 뺨을 발그레 붉힌 채 애써 먼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제 됐어요.”
사태를 파악한 셀로니아가 황급히 그의 손을 물렸다.
탄은 욕망이 남은 손끝을 말아 쥐며 씨익 웃었다.
“귀걸이가 좋겠다.”
* * *
“와. 한 개를 살 줄 알았더니. 휩쓸 줄이야…….”
엘라가 놀란 얼굴로 혀를 내둘렀다.
그건 셀로니아도 마찬가지였다.
귀걸이를 사 주겠다고 고집을 부리길래 알겠다고 승낙하는 순간, 그는 보석상에 있는 귀걸이란 귀걸이를 모두 휩쓸었다.
미친 것 같아서 뜯어말렸으나 탄이 한 개론 안 된다고 고집을 부리는 바람에 갑자기 귀걸이를 10개나 선물받았다.
이것도 타협해서 10개지, 안 그랬으면 정말 50개는 가뿐히 넘겼을 거다.
“대공님은 정말 통이 크시네요. 크으!”
엘라가 계산을 하고 나온 탄을 향해 엄지를 척 내밀었다.
이젠 그게 무슨 뜻인지 알고 있는 탄이 픽 웃으며 셀로니아의 손을 찾았다.
비가 오면 땅이 젖고, 하루가 24시간인 것처럼 자연스럽고도 당연하게 그의 커다란 손이 그녀의 손을 맞잡았다.
셀로니아는 또다시 그에게 잡혀 버린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았다.
‘말하지 않았던가. 네가 있는 곳까지 올라가겠다고.’
연회 때 했던 그 말. 아무 때나 손을 잡기 위해서 제가 있는 곳까지 올라왔다는 그 말.
거짓이 아니었는지 이 인간은 정말 시도 때도 없이 덥석덥석 제 손을 잡고 있었다.
보는 눈이 많았기에 이대로 길거리를 계속 돌아다닌다면 소문나기 십상이었다.
하지만 더 큰 문제가 있었다. 저도 이 손을 놓고 싶지가 않다는 것이었다.
‘미쳤구나.’
통제되지 않는 제 감정에 셀로니아가 속으로 한숨을 내쉬고 있을 때, 어딘가에서 시선이 느껴졌다.
“여기 가만히 있어.”
탄도 그것을 느꼈는지 붉은 눈을 번뜩이며 단번에 튀어 나갔다.
갑자기 휑해진 손과 탄을 번갈아 쳐다보던 셀로니아는 고민할 것도 없이 그를 뒤쫓았다.
“탄!”
그러나 셀로니아는 금세 다리를 멈춰야 했다. 거리에 사람이 많고 탄이 너무 빨라 놓치고 만 것이었다.
어디로 간 거지?
주위를 두리번거렸으나 수상한 움직임은 보이지 않았다.
“어? 아가씨, 저쪽이요!”
함께 뛰어와 고개를 움직이던 엘라가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진 좁은 골목을 가리켰다. 골목 안에 시커먼 두 개의 인영이 있었다.
두 사람은 바로 골목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탄이 험악하게 일그러진 표정으로 누군가의 목을 팔로 짓누르고 있는 것이 보였다.
아마도 제가 느낀 시선의 주인공인 듯싶었다.
“으윽……!”
“왜 음침하게 훔쳐보았지?”
“크윽, 으, 음침이라니! 허억, 당치도 않습니다!”
탄의 살벌한 추궁에 상대가 억울하다는 듯 캑캑거리며 소리를 높였다.
그 목소리가 너무도 익숙해 셀로니아는 한 걸음,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갔다.
“왜 훔쳐봤냐고. 이유를 대지 않으면 네놈을 죽이겠다.”
“으윽, 그저 먼발치에서 지켜 보고 있었을 뿐입니다……!”
완전히 두 사람 가까이에 선 셀로니아는 탄이 짓누르고 있는 상대를 확인하자 눈이 화등잔만 해졌다.
“레예프?”
“세, 셀로니아 님…….”
셀로니아를 발견한 레예프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 * *
셀로니아는 지금 얼떨결에 대공저에 와 있었고, 얼떨결에 식탁에 앉아 있었다.
보고 싶다고 먼발치에서나마 저를 지켜봤던 레예프와 대화를 나누려 했으나 골목이란 장소는 좋지 않았다.
그렇다고 카페에 들어가거나 집으로 데려가는 건 위험했다. 보는 눈이 많아 말이 새어 나갈 수가 있었다.
레예프는 아직 그레이스의 사람이었으니까.
어쩌지 고민하고 있는데 탄이 말했다.
‘내 집으로 가.’
당연히 거절하려고 했으나 탄이 고집을 부렸다. 다른 곳보다 안전하고 말이 새어 나갈 일이 없다면서.
맞는 말이었기에 고민하던 셀로니아는 탄을 따라 레예프와 함께 대공저에 와 있었다.
그리고 지금 식탁 앞에 앉아 있었다.
“…….”
셀로니아가 입을 떡 벌린 채 눈앞에 광경을 바라보았다.
“이것도, 저것도. 이것도 먹어라.”
탄이 주방장이 내오는 음식들을 모두 끌어와 셀로니아의 앞에 놓아주고 있었다.
칠면조 구이부터 시작하여 잘 익은 송아지 고기로 만든 파카타와 로스트 치킨, 따뜻한 김이 올라오고 있는 클램차우더와 갓 구운 크루아상과 미트 파이까지.
보기만 해도 배가 부를 정도로 음식의 향연이 이어졌다.
“어서 먹어라.”
모든 음식을 다 그녀의 앞으로 조달한 탄은 뿌듯한 표정으로 재촉했다.
그녀에게 식사를 대접할 수 있어 기쁘다는 듯.
“이거 다 못 먹어요.”
“따로 먹고 싶은 게 있나? 이봐!”
셀로니아는 어마어마한 양에 몸서리친 것이었는데, 음식이 마음에 안 든다고 착각한 탄이 바로 주방장을 호출했다.
“아뇨! 충분해요!”
셀로니아가 황급히 탄을 말리며 재빨리 집게를 들어 아무거나 앞접시에 옮겨 담았다.
“이게 먹고 싶나?”
그러자 탄이 셀로니아가 집었던 칠면조 구이 조각을 앞접시에 하나, 둘, 셋, 넷, 끊임없이 올리기 시작했다.
그치지 않는 그의 손놀림에 그녀의 접시 위로 음식 동산이 만들어지기 직전.
“그러다 셀로니아 님께서 체하면 어쩌시려고 이러십니까.”
보다 못한 레예프가 한마디 하고 나섰다.
분명 같은 식탁에 앉아 있었으나, 레예프의 앞에는 음식이 하나도 없어 휑했다. 모두 다 셀로니아 앞에 차려져 있었으니까.
“불청객이 말이 많군.”
“불청객이라니요. 저는 엄연히 셀로니아 님을 뵈러 온 것입니다. 그리고 셀로니아 님은 퍽퍽한 칠면조보단 소나 닭을 더 좋아하십니다.”
레예프가 셀로니아의 취향을 잘 안다는 듯 고아한 얼굴로 거들먹거렸다.
그 순간 엄청난 질투를 느낀 탄이 얼굴을 확 굳히며 들고 있던 포크를 날렸다.
콱.
그건 아주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화살처럼 날아간 포크가 레예프의 얼굴을 지나 벽에 꽂히게 된 것은.
막을 새도 없이 너무도 빠른 움직임에 놀라 사색이 된 레예프가 삐걱거리며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포크의 날 부분 전체가 벽에 꽂혀 있는 게 보였다.
“실수.”
탄은 어깨를 으쓱이며 능청을 떨었다.
“대공님, 지금 이게 무슨……!”
“싫으면 나가. 네놈을 내 집에 초대한 적은 없으니.”
레예프가 벌떡 일어나 언성을 높였으나 탄이 뜨겁게 타오르는 눈동자로 레예프를 응시했다.
“하아. 둘 다 그만 좀 해요.”
셀로니아가 유치하게 구는 두 사람을 향해 질린 표정으로 고개를 내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