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le Leads Were Stolen by the Extra RAW novel - Chapter (86)
엑스트라에게 남주들을 빼앗겼다 (86)화(86/162)
<86화>
톰과 잭은 어이가 없었다.
그들의 집안에 셀로니아가 온 것도 모자라서 주군을 베었던 주역인 성기사까지 들어와 있었으니까.
마물과 마왕이 사는 소굴에 구원자들이라니. 이게 무슨 조화란 말인가.
“기가 막히는군. 기가 막혀.”
잭이 눈썹을 치켜올린 채 비아냥댔다.
저것들을 찢어 죽여도 시원치 않을 판국에 상다리가 부러질 만큼 대접해 바치다니.
“내가 이 꼴을 보려고 제도에 내려온 것인가…….”
잭이 한탄하듯 자신의 머리를 감싸 쥐었다.
주군만 찾으면 모든 게 다 나아질 줄 알았는데 도대체 이게 뭐란 말인가. 인간 세계에서 적응하기도 아니고.
게다가 무엇 때문인지 주군이 살아 있음에도 그들의 힘이 아직 돌아오지 않고 있었다.
“톰, 이래도 계속 지켜봐야 하는 거야?”
잭이 아무 말이 없는 톰에게 성질을 부렸다.
주군께서 기억을 되찾으면 다행이었지만, 이대로 기억을 찾지 못한다면 정말로 이곳에 눌어붙을지도 몰랐다.
“멕스웰.”
사색에 잠긴 채 조용히 팔짱을 끼고 있던 톰이, 싱글벙글한 얼굴로 지나가고 있는 멕스웰을 불러 세웠다.
멕스웰은 주군께서 데려온 아이로 얼마 전부터 대공저에서 일하게 되었다.
“네! 선대공님, 부르셨습니까?”
멕스웰이 톰의 앞으로 쪼르르 달려왔다.
“그건 뭐지?”
톰이 멕스웰의 손에 들린 은 쟁반을 가리키며 물었다.
쟁반 위에는 그들이 쓰지도 않는 찻잔과 다관 그리고 먹음직스러운 디저트가 놓여 있었다.
“차와 디저트입니다. 대공님께서 내오라고 하셨습니다.”
멕스웰이 해맑게 웃으며 답했다.
“…….”
무표정으로 일관하던 톰의 얼굴도 결국엔 구겨졌다. 요리를 대접하는 것도 모자라 이젠 하다 하다 차와 디저트까지.
“무슨 일 있으십니까?”
“됐다. 가 보거라.”
눈치가 빠른 멕스웰이 톰의 얼굴을 살피며 조심스레 물었으나, 톰은 손을 휘저으며 축객령을 내렸다.
멕스웰은 예의 바르게 허리를 꾸벅 숙이며 다시 응접실로 향하였다.
“독이라도 탈 걸 그랬나.”
잭이 멀어져 가는 멕스웰을 빤히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그래도 명색이 주군의 부하이자 마물인데 구원자들을 해치기 위해 무엇이라도 해야 하지 않나 싶었다.
“아니면 내가 성에 가서 뭐라도 가져올까?”
“왜.”
“주군께서 기억이 돌아오는 촉매제가 될 수 있잖아.”
오랜만에 일리 있는 말을 하는 잭이었다.
“그래. 주군께서 기억을 되찾으실 때까지 마냥 기다리는 것보단 그게 낫겠다.”
톰이 고개를 끄덕이며 턱을 매만졌다.
“그리고 그 여자 말이다. 스스로 우리들의 소굴에 찾아왔으니 환영을 해 줘야겠지.”
이윽고 톰의 눈동자가 야비하게 번뜩였다. 부글부글 끓는 속을 억제하지 못하고 결국 지금껏 벼르고 있었던 구원자를 향한 복수심과 분노가 표출되고 만 것이었다.
겁도 없이 먼저 이곳에 발을 들인 건 그 여자였다. 그러니 지금 감히 누구 곁에 있는 건지 알려 줘야겠지.
* * *
대공저의 응접실.
공작저 못지않게 화려하게 꾸며진 응접실 안엔 세 사람이 앉아 있었다. 셀로니아와 탄 그리고 레예프.
셀로니아가 앉아 있는 소파에는 당연하게도 탄이 함께 앉아 있었고, 맞은편에는 레예프가 있었다.
탄에게 후한 대접을 받아 배가 부른 셀로니아와 달리 단 한 그릇도 얻어먹지 못한 레예프가.
게다가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차와 디저트는 셀로니아 앞에 놓여 있었다. 레예프의 앞에는 물 한 잔조차 놓여 있지 않았다.
매정하다 생각할 수 있었으나, 탄은 레예프를 곱게 집안에 들인 것만 해도 많이 봐준 것이었다.
그는 원래 셀로니아를 배신한 구원자들이라면 질색하며 없애 버리고 싶어 했으니까.
‘이 집 케이크 잘하네.’
셀로니아가 앞에 놓인 초콜릿 케이크를 포크로 야금야금 떠먹으며 생각했다.
이미 배가 불렀으나 탄의 성의를 봐서 한 입만 먹으려고 했는데, 맛이 너무 좋아 저도 모르게 조각의 반절 이상을 먹어 치워 버렸다.
순간적으로 옆얼굴에 느껴지는 강렬한 시선에 셀로니아가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다리를 꼬고 그 위에 팔을 올린 채 턱을 괸 탄이 아주 본격적으로 저를 구경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왜요?”
“방금 식사를 끝내지 않았나? 양이 부족했나?”
탄이 계속 초콜릿 케이크를 떠먹는 셀로니아가 신기하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단것을 좋아하지 않는 자신과 달리 잘 먹는 그녀가 색다르고 좋았다.
“원래 디저트 배는 따로 있는 거거든요?”
뜨끔한 셀로니아가 도리어 목소리를 높이며 툴툴거렸다.
먹으라고 디저트까지 내어줄 땐 언제고.
“많이 먹어라. 먹고 더 먹어.”
탄은 그녀의 반응에 귀엽다는 듯 씨익 웃으며 저 멀리 있는 마카롱까지 끌어와 앞에 놓아주었다.
자신이 준비한 것을 맛있게 잘 먹는 그녀의 모습을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좋았으니까.
“……저도 여기 있습니다.”
그들의 모습을 건너편에 앉아 지켜보던 레예프가 속상하다는 듯 말을 꺼냈다.
분명 함께 있음에도 혼자인 것 같은 외로운 기분이 드는 건 왜일까.
“네놈은 아직 안 갔나?”
탄은 그런 레예프에게 시선조차 주지 않고선 핀잔을 주었다. 그 소리에 레예프는 이마가 빠직 일그러지는 걸 참아야 했다.
원래 평정을 잘 유지하고 화를 내는 일이 거의 없는 그였으나, 도무지 탄 앞에선 그게 잘되지 않았다.
탄이 자꾸만 그의 심기를 살살 건드리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셀로니아를 바라보는 그의 눈빛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명백하고도 뚜렷한 감정이 보이는 욕망 가득한 저 눈빛이 무척이나 거슬렸다.
그리고 거슬리는 것을 넘어 마음 아픈 게 하나 있었다.
“당신은 안 먹어요? 맛있어요.”
셀로니아가 자기만 먹는 게 민망했는지 케이크를 한 조각 덜어 탄에게 내밀었다.
레예프는 바로 알 수 있었다. 그가 사랑하는 저 파란 눈동자에 담긴 것은 다른 누구도 아닌 저 남자라는 것을.
모든 걸 눈치챈 레예프는 마음이 저며 왔으나 티 내지 않았다.
뒤에서 바라만 봐도 좋으니 곁에 있게 해 달라고 빌었던 것은 자신이었으니까.
“……으.”
셀로니아의 권유에 초콜릿 케이크를 한 입 떠먹은 탄이 인상을 확 찌푸렸다.
너무 달아 혀가 아렸다.
역시 빛깔부터 알아봤다. 살인적으로 달아서 이걸 다 먹으면 뇌가 녹아 버릴 것 같았다.
“어때요?”
셀로니아가 공감을 바라는 듯한 눈동자로 탄을 보며 물었다.
“맛있다.”
방금까지 인상을 구기고 있던 탄은 셀로니아가 쳐다보자 언제 그랬냐는 듯 인상을 펴며 말했다.
“그럼 더 먹어요.”
셀로니아가 탄을 챙겼다.
탄은 앞에 하나 더 놓인 케이크 조각을 보며 움찔 몸을 떨었으나, 결국 남기지 않고 다 먹어 치웠다.
그녀가 제게 준 것이었고, 그녀가 자신이 잘 먹는 모습을 좋아하니까. 저는 그게 반가웠다.
똑똑.
“대공님.”
그때 노크 소리와 함께 멕스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셀로니아가 무시하려는 탄의 팔을 툭툭 치며 눈치를 주었다.
“들어와.”
하는 수 없이 탄이 말했다.
닫혀 있던 응접실의 문이 열리고 멕스웰이 조그마한 은색 트레이를 들고 들어왔다.
“오늘도 황궁에서 서신이 도착하였습니다.”
셀로니아는 멕스웰이 내민 트레이 위에 놓인 편지를 똑똑히 보았다. 황궁의 문장이 찍힌 봉투에 진한 입술 문양이 새겨져 있는 것을.
심지어 저건 입술을 그린 게 아니라 립스틱을 입에 발라 봉투에 직접 키스 마크를 남긴 것이었다.
참으로 노골적인 의도가 담긴 편지가 아닐 수 없었다.
“…….”
셀로니아의 얼굴이 순간적으로 싸늘하게 가라앉았다.
이게 뭐지?
황궁에서 탄에게 키스 마크를 찍은 편지를 보내? 누가?
심지어 멕스웰이 ‘오늘도’라고 하였다.
그렇다는 건 이 편지가 처음이 아니라는 뜻이었다.
“찢어서 버려.”
“예? 그렇지만…… 오늘은 확인해 보셔야 하지 않을까요? 어제도 불태워 버리셨잖습니까.”
단호한 탄의 명령에 멕스웰이 난간한 얼굴로 부탁했다.
그래도 황궁에서 온 편지인데 계속 읽어 보지도 않고 무시하는 건 옳지 않다고 판단했기에.
결국 탄이 귀찮다는 표정으로 직접 편지를 불태우기 위해 손을 뻗으려 할 때.
“어딨어?”
까랑까랑한 목소리가 온 대공저를 울렸다.
모두의 시선이 문으로 향하였다.
“허시브룩 대공! 어서 나와서 나를 맞이해!”
이윽고 한 번 더 앙칼지고도 거만한 목소리가 메아리처럼 울려 퍼졌다.
“화, 황녀님! 그래도 이곳은 대공저이니 조금 자중하시는 게…….”
“감히 나를 가르치려 들어?!”
복도가 아주 시끄러웠다.
그 덕에 셀로니아는 누가 탄을 찾아왔는지 알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