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le Leads Were Stolen by the Extra RAW novel - Chapter (9)
엑스트라에게 남주들을 빼앗겼다 (9)화(9/162)
<9화>
아버지가 매달 그녀의 앞으로 책정하는 예산이 아니더라도 그녀는 3개월 전 황제에게서 받은 포상이 있었다.
황제는 마왕 토벌의 주축이 된 구원자들에게 상을 내렸고, 쓰러진 그녀를 대신하여 아버지가 받아 주었다.
그녀는 지방의 레이스라는 작은 영지와 함께 남작 위를 하사받았다.
‘맥라이언이랑 레예프도 백작 위를 하사받았다고 했지.’
어쨌든, 더불어 소정의 포상금까지 받았다.
소정이라고 할지라도 웬만한 귀족들이 몇 년은 쓸 수 있는 돈이었다.
그 정도면 휴직 기간 동안 놀고먹고도 남았다. 수고한 나에게 이 정도의 휴식은 필요했다.
“자리가 없다고요?”
“네. 정말 죄송합니다, 영애.”
입구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그녀의 시선이 자연스레 그쪽으로 향했다.
이제 막 카페에 들어온 여자 3명이 점원의 안내에 고민하며 난감해하고 있었다.
사방을 둘러보니 정말 카페 안은 손님으로 꽉 차 있었고, 테이블들은 만석이었다.
그중 단체석이라고 봐도 무방할 만큼 가장 큰 테이블을 그녀가 차지하고 있었다.
그만큼 음식을 시켰으니 당연했다.
“흐음.”
셀로니아는 손가락으로 테이블을 툭, 툭 두들기며 고민하다 지나가는 점원을 불렀다.
“네. 더 필요한 게 있으십니까?”
“저기 저 세 분에게 괜찮으면 여기 앉겠냐고 물어봐 줘요.”
그녀는 빙의하자마자 토벌을 나갔던 터라 사교계 쪽으론 문외한이었다.
친구들을 만들어서 나쁠 건 없으니까. 원래 셀로니아는 친구가 없기도 했고.
제의를 받은 점원이 냉큼 입구로 향하였다.
그러고는 3명의 영애들에게 설명하며 정중한 손짓으로 셀로니아의 테이블을 가리켰다.
영애들의 시선이 점원의 손짓을 따라 테이블로 옮겨졌다.
셀로니아는 마주친 영애들에게 빙그레 미소 지으며 손을 흔들어 주었다.
“어어…….”
그러자 그들은 약간 당황한 표정으로 쭈뼛거리며 테이블로 다가왔다.
“베스인 공녀님.”
“쾌차하셨다는 소식은 들었는데 이렇게 뵈니 너무 기뻐요.”
“어쩜! 날이 갈수록 더 아름다워지시는 것 같아요!”
쪼르르 그녀의 앞에선 영애들은 방금까지 당황했던 기색을 황급히 지우며 과장된 칭찬을 늘어놓았다.
뭐지? 상당히 불편해하는 것 같은데.
이상했지만 셀로니아는 처음 뜻 그대로 그들에게 자리를 권했다.
“자리가 없는 것 같은데 괜찮으면 함께해요. 너무 많이 시켜서 다 먹지도 못하거든요.”
“그, 그래도 될까요?”
“저희가 공녀님의 시간을 방해하는 건 아닌지요…….”
영애들이 서로 눈치를 보며 말끝을 흐렸다.
‘아. 설마?’
셀로니아는 영애들의 불편해 보이는 얼굴을 보다 며칠 전 우연히 엿들었던 하녀들의 대화를 떠올려 냈다.
“아가씨께서 정말 많이 변하신 것 같아.”
“맞아. 요즘 들어 화도 잘 안 내시고 신경질도 안 부리시고. 딴사람이 되신 것 같다니까?”
“혹시 그런 거 아닐까? 원래 사람이 죽다 살아나면 다른 사람처럼 변하곤 한대. 다시 살아난 것에 감사해하면서.”
“하긴. 그렇게 오랜 시간 의식이 없으셨다 깨어나셨으니 그럴 수 있겠다.”
하녀들이 하는 말을 유추해 봤을 때 아마 영애들한테도 예전의 셀로니아가 신경질을 부린 적이 있지 않나 싶다.
그녀는 셀로니아의 기억이 없으니 불편하다 생각하며 친절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방해는요, 무슨. 영애들이 함께해 주시면 오히려 제가 고맙죠. 알다시피 제가 오랜 시간 사교계를 떠나 있어 교류하는 친구가 없거든요.”
토벌이 반년이었고 3개월 동안 의식 불명이었으니 거의 9개월 넘게 사교계를 떠나 있던 셈이었다.
“자리 감사해요, 공녀님.”
영애들은 서로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이더니 경계를 조금 풀곤 테이블에 합석하였다.
셀로니아는 그들을 향해 최대한 친절한 미소를 지으며 대화를 이어 나갔다.
자신이 빙의하기 전 셀로니아가 사교계에 어떤 이미지를 쌓았는진 모르겠으나 지금 보니 딱히 도움이 될 것 같진 않아 이참에 이미지 변신이나 할 생각이었다.
대화를 나누다 보니 그들이 누구인지 알게 되었다.
왼쪽부터 에이블, 로아나, 펠레인이었다. 그들은 순서대로 판타곤 후작, 세르데이 백작, 이칸 백작의 여식이었다.
셀로니아가 사근사근한 목소리와 인자한 태도로 계속 대화를 이어 나간 덕분인 걸까. 다행히도 영애들은 가지고 있던 경계를 완전히 풀었다.
“저어……. 공녀님 괜찮으신가요?”
한참을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시시콜콜한 대화를 주고받던 중, 에이블이 눈치를 보며 물어 왔다.
아마도 처음부터 물어보고 싶었으나, 그러기엔 실례이니 참았던 모양이었다.
“그럼요. 괜찮답니다.”
셀로니아가 어깨를 으쓱이며 웃었다.
기사 때문에 아마 며칠은 이 질문에 시달려야 할 것 같은 예감이었다. 익숙해져야겠지.
“세상에, 어쩜 그런 사람이 다 있죠? 베넷 남작가라니. 저는 들어 본 적도 없는걸요!”
“대체 어디서 굴러먹다 온 가문인지. 귀족의 수치예요!”
“품위를 모르는 가문이군요. 어떻게 약혼녀가 있는 남자를……!”
그들은 입에 모터를 달았는지 그녀 대신 흠씬 그레이스를 털어 주었다.
“맞아요! 감히 우리 아가씨에게 상처를 주다니요!”
마침 잘됐다는 듯 엘라가 눈을 번뜩이며 악담에 참전하였다.
이럴 생각은 아니었는데…….
하지만 셀로니아는 딱히 말리지 않았다.
누군가 자신의 편에 서 준다는 게 꽤나 기꺼웠으니까.
그렇지만 자꾸만 대화의 방향이 한쪽으로만 흘러가는 것 같아 아주 고상한 어투로 조정해 주었다.
“바람피운 남자나, 그런 남자를 만나는 여자나 둘 다 똑같은걸요.”
“아……. 마, 맞아요! 공작님도 정말 너무하셔요!”
그녀의 말에 잠시 멈칫했던 영애들은 깨달은 표정으로 다시 이안도 흠씬 패기 시작했다.
“솔직히 공작님이 제일 나쁘죠. 약혼자가 있는데 어떻게…….”
“게다가 공녀님은 그때 쓰러져 있기까지 했잖아요. 어떻게 그 시간에 바람을…….”
그렇지, 옳지. 잘한다.
패려면 불륜 남녀 둘 다 패야지.
셀로니아는 만족스러운 얼굴로 대리 욕을 감상하며 랑그드샤를 와그작 씹어 먹었다.
그때였다.
딸랑- 소리와 함께 카페 문이 열리자 순식간에 카페 안이 찬물을 끼얹듯 조용해졌다.
방금까지 열심히 떠들던 영애들의 입도 어느새 조가비처럼 딱 다물렸다.
‘뭐지?’
갑자기 경직된 분위기에 그녀는 의아한 표정으로 입구를 바라봤다.
문을 열고 등장한 건 한 남자였다.
2미터는 되어 보이는 체격을 가진 남자는 어찌나 큰지 카페 천장에 정수리가 닿을 것만 같았다.
게다가 그가 한 발자국 내디딜 때마다 바닥이 쿵, 쿵 진동하는 것만 같은 착각이 들었다.
남자가 두르고 있는 두꺼운 검은 망토는 짐승의 털로 만든 건지 뻣뻣하고 윤기 없이 큰 보폭에 맞춰 묵직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모습만 놓고 보면 흡사 적장의 목을 베러 가는 장수 같았다.
“저, 저 남자가 왜 여기에…….”
남자를 아는 건지 갑자기 영애들이 겁을 먹은 사람처럼 숨을 죽이며 몸을 낮추었다.
“누군데요?”
“바, 밤의 야수예요.”
뭔…… 뭐?
그녀가 괴상한 별칭에 어이없어하고 있는데 얼핏 남자의 옆모습이 보였다.
어라? 그런데 저 얼굴…….
셀로니아는 왠지 익숙한 옆모습에 시선을 뗄 수 없었다.
뭘까? 저런 남자는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것 같은데.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느릿하지만 묵직한 걸음을 옮겨 온 남자가 말없이 카운터 앞에 멈춰 섰다.
반동에 의해 그의 덥수룩한 머리카락이 실바람에 나부끼듯 살짝 흔들렸다.
남자의 머리카락은 밤하늘보다 더 어두운 짙은 검은색이었다.
게다가 긴 앞머리에 가려 살짝씩 보이는 눈은 핏방울보다 더 선연한 빨간색이었다.
검은 머리칼과 새빨간 눈.
그 밑으로 화살촉처럼 높게 뻗은 콧대, 고집스럽게 다문 입술과 단단하다 못해 우악스러워 보이는 거친 턱선까지.
그녀가 그동안 보았던 남주들과는 다른 선을 가진 미형의 남자였다.
남주들은 섬세한 붓으로 그려 놓은 수채화에서 튀어나온 미남이라고 한다면, 저 남자는 조각가가 석고를 빚어 만들어 낸 석상 같았다.
그것도 별다른 공을 들이지 않고 거친 손길로 만들어 냈으나, 완성해 놓고 보니 시대의 걸작인 그런 외모.
밤의 야수라는 별칭이 낯간지러웠으나, 납득은 갔다.
얼굴과 몸 그리고 풍기는 분위기까지, 야수 말고 다른 단어로는 표현할 수 없는 날것의 느낌이 있었으니까.
“여, 여기 있습니다.”
목울대가 크게 울렁일 만큼 크게 침을 삼킨 점원이 벌벌 떨며 아주 커다란 봉투를 남자에게 내밀었다.
저건 뭐지?
“히익! 저건 뭘까요? 서, 설마 시체?”
“보는 눈이 이렇게 많은데 대놓고 시체를 전달한다고요?”
에이블이 말도 안 되는 호들갑을 떨자 펠레인이 반박했다.
그렇지만 셀로니아는 왜 에이블이 그런 얼토당토않은 말을 내뱉었는지는 이해했다.
저 남자가 들고 있으면 스푼도 흉기가 될 것 같았다.
지금도 그저 천 주머니를 들고 있을 뿐인데, 그 안엔 도려낸 남의 심장이 들어 있을 것 같았으니까.
“저건 음식이에요.”
조용히 있던 로아나가 고상히 찻잔을 내리며 말했다.
셀로니아와 영애들은 로아나의 입이 다시 열리기만을 기다렸다.
“듣자 하니 매번 여기서 음식을 받아 간다더라고요.”
“왜요? 양이 상당하던데요? 설마 본인이 다 먹나……?”
“아니요. 굶주린 아이나 어른들에게 나눠 준대요.”
뭐야. 의인이었어?
셀로니아는 그 얘기를 듣고 남자를 다시 보니 새삼 사람이 달라 보였다.
날카롭게 치켜뜬 눈이 나름 착해 보이기도 하고.
남자는 자신의 주위가 술렁이고 있는 것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봉투를 받아 들곤 미련 없이 뒤돌아섰다.
“히이익!”
에이블도 봤는지 하얗게 질린 얼굴로 괴상한 소리를 내었다.
돌아설 때 남자의 벌어진 검은 셔츠 앞섶 사이로 상처가 얼핏 보였으니까.
아주 잠깐 본 거라 확신할 순 없지만 길게 난 자국이 검상인 것 같았다.
꽤나 화려한 과거가 있을 것만 같은 아주 커다란 상처였다.
딸랑.
“하아…….”
“휘유…….”
남자가 문을 닫고 나가자 순식간에 여기저기서 참았던 숨이 터져 나왔다.
“제가 오라버니에게 전해 들었는데요, 저 남자는 민가에 출몰하는 짐승들이나 범죄자를 소탕하고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진대요.”
“저도 들었어요. 심지어 무시무시한 힘도 가지고 있다던걸요.”
“나타난 게 몇 개월 전부터라죠?”
셀로니아는 영애들이 주고받는 대화에 귀를 기울였다.
흥미로운 주제였다.
원작이 끝나니 자신이 알지 못하는 일이 많이 생기는 것 같았다.
곧 그게 어떤 파장을 가져올지 그때까지만 해도 그녀는 알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