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le Leads Were Stolen by the Extra RAW novel - Chapter (90)
엑스트라에게 남주들을 빼앗겼다 (90)화(90/162)
<90화>
“그렇다면 어떨 것 같나? 실은 가까이 있던 자가 마왕이라면 말이야.”
“……당신, 선대공이 아니구나.”
차분히 가라앉은 그녀의 푸른 눈동자가 이우스를 날카롭게 응시했다.
이 말을 듣고도 눈치채지 못할 천치는 없을 것이다. 이자는 탄이 마왕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게다가 본인은 모르나 본데 방금 ‘마왕께서’라는 말실수를 하였다.
마물을 토벌했던 대공이 마왕을 높일 리가 없었다. 이건 이우스 허시브룩이 아니다.
그리고 저자는 자신이 탄의 정체를 알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것 같았다.
그러니 지금처럼 충격적인 진실을 알려 주듯 말을 했겠지.
“하하하!”
이제야 눈치챈 셀로니아를 비웃으며 이우스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주군이 알면 난리가 날 터이니 해코지할 생각은 없었다. 다만 친히 여기까지 온 이상 겁은 줄 생각이었다.
자신이 누구인지 그리고 여기가 어디인지. 다신 이곳에 얼씬거리지 못하게.
“누구야, 너.”
위험을 감지한 셀로니아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자 악의를 드러내듯 비릿하게 웃으며 셀로니아 앞에 다가온 이우스가 손을 뻗었다.
아니, 손을 뻗으려고 했다. 그러나 움직여지지가 않았다.
이우스의 얼굴이 당황으로 물들었다.
손가락 하나 여자를 향해 뻗을 수가 없었다.
지금 눈앞에 있는 셀로니아에게서 흘러나오는 이 기운 때문에.
처음 봤을 때도 느꼈지만 이것은 주군의 기운이었다. 모든 마물을 굴복시키고 복종시키는 마왕만이 가진 힘.
“네가 왜 주군의 힘을 가지고 있는 거지?”
“뭐?”
“대체 네년이 왜……!”
의미를 알 수 없는 이우스의 말에 셀로니아가 미간을 찌푸리던 순간, 두 사람 사이를 가르는 검은 인영이 나타났다.
“지금 뭐 하는 거지?”
벼락처럼 나타난 탄이 살벌하게 눈을 붉히며 이우스를 향해 으르렁거렸다.
“말해라, 네놈. 뭘 하려고 한 거지?”
“끄어억!”
탄이 낚아채듯 이우스의 목을 한 손으로 움켜쥐었다.
서슬 퍼런 붉은 눈동자가 충혈된 이우스의 눈을 바라보며 추궁했다.
“탄!”
“허윽, 저는 아무것도……!”
셀로니아가 놀라 탄의 팔을 붙잡자, 이우스가 캑캑거리며 힘겹게 목소리를 내었다.
“흐으윽, 아무것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걸 지금 믿으라고.”
탄이 목을 쥐지 않은 손으로 거칠게 머리를 쓸어 넘기며 비소 지었다.
그는 똑똑히 느꼈다. 이우스가 셀로니아를 향해 가지고 있던 적개심과 더불어 살기를.
건드리지 말라고 경고를 했건만. 감히 주제도 모르고.
선혈처럼 새빨간 눈동자가 순간적으로 검은색 물감을 더한 듯 탁하게 변색되었다. 초점이 없어진 그의 눈은 오롯이 이우스를 향해 타올랐다.
이윽고 그의 손이 허공에 높게 올라갔다.
손안에 거대한 불꽃이 일었다. 붉은 불꽃이 아닌 푸른 불꽃이었다.
“저, 정말입니다! 끄으윽! 전 아무것도 하지 않았습니다!”
이우스가 손에 성화를 쥔 것처럼 푸른 불꽃을 피워 낸 탄을 보자 경기를 일으키며 버둥거렸다.
마왕의 살의가 담긴 푸른 불꽃에 닿는 순간 소멸하고 말 것이다.
“탄, 그만해요!”
셀로니아가 그를 뜯어말렸다.
위협적으로 타오르는 거대한 저 불꽃에 닿았다간 누구라도 바로 화르륵 타올라 재가 되고 말 것이다.
“하지 마요.”
셀로니아가 반응 없는 탄을 보다 못해 결국 이우스 앞을 가로막은 채 섰다.
“비켜.”
탄은 이우스를 가리고 선 셀로니아를 향해 자비 없이 말했다.
그의 손안에 모이는 불길이 점점 더 거대해졌다.
“그만해요.”
“비키라고 하였다.”
“내가 원치 않아요. 그걸론 멈출 수 없는 거예요?”
두 팔을 벌린 채 그를 가로막은 셀로니아가 올곧은 푸른 눈동자로 탄을 응시하였다.
“…….”
그 말에 이성을 잃은 것처럼 탁하게 변해 있던 탄의 눈동자가 다시금 빨갛게 돌아왔다.
결국 그는 이우스의 목을 움켜쥐고 있던 손의 힘을 풀었다.
그녀가 원치 않는다는데, 그걸론 멈출 수 없느냐는 말을 듣고서 어떻게 손을 움직일 수 있을까. 그건 불가항력이었다.
“흐으으 콜록, 콜록!”
이우스가 네발로 땅을 짚은 채 기침을 토해 냈다.
“가요. 빨리.”
셀로니아는 탄의 마음이 바뀌기 전에 이우스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이우스도 지금은 우선 자리를 피하는 게 상책이라 생각했는지 손자국이 벌겋게 남은 목을 부여잡고 꽁지 빠지게 도망쳤다.
달려가는 발걸음 소리가 점점 멀어지자, 응접실에는 두 사람만이 남게 되었다.
“저놈이 네게 뭘 하려고 했지?”
탄이 셀로니아의 두 어깨를 붙잡은 채 여기저기 샅샅이 살피며 물었다.
그 행동에 셀로니아는 무겁게 가라앉은 눈을 내리며 입술을 꾹 깨물었다.
그래. 처음부터 이상하다 했다. 어떻게 갑자기 탄이 대공이 되었으며, 이우스가 그의 아버지가 되었는지를.
지금이 좋아서 외면하려고 했으나, 너무나 명확히 알아 버렸다.
그들은 한통속이고, 탄은 그 자신의 정체를 이미 알고 있다는 것을.
어렴풋이 느끼곤 있었지만 이제 정말 모른 척할 수 없을 만큼 직면해 버리고 만 것이었다.
“언제부터예요.”
“무엇을.”
“당신의 정체를 알게 된 게 언제부터냐고요.”
“…….”
그녀의 말에 탄의 온몸이 벼락을 맞은 것처럼 딱딱하게 굳었다.
셀로니아를 내려다보는 붉은 눈동자가 사정없이 요동쳤다. 그가 숨기려고 했던 진실을 그녀가 알아 버렸으니까.
“왜 말 안 했어요? 왜 거짓말했어요?”
셀로니아가 비난하듯 탄에게 물었다. 말을 해 줬더라면 마음이 깊어지기 전에 그만뒀을 거다.
알고 있었다면 이렇게 되기까지 마냥 내버려 두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 와서 이러면 도대체 나보고 어떻게 하라고…….
“말했으면.”
흔들리던 탄의 눈동자가 그녀의 물음에 차갑게 가라앉았다.
“도망가기밖에 더 하나?”
지금도 제게서 벗어날 궁리만 하고 있는 그녀의 눈이 읽혔으니까.
이제 와서 제가 마왕이라는 걸 알고 있다는 사실을 그녀가 안다 해서 변하는 건 없었다. 탄은 그녀를 놓아줄 생각이 추호도 없었으니까.
“보이는 그대로 믿으라 했잖아. 변하는 건 없다.”
“…….”
자신을 달래는 듯한 그의 눈동자를 보면서 셀로니아는 생각했다.
그게 그렇게 간단한 일이던가. 지금 둘이 알고 있는 진실이 이렇게나 무거운데.
“내가 너와 아무 사이가 아닌가?”
탄은 혼자서 멋대로 결정지으려는 그녀를 집요하게 바라보았다.
한 달을, 자정마다 함께 보낸 시간이, 지금까지 수없이 나눈 감정들이 있었기에 그는 자신의 정체를 알고도 셀로니아를 택한 것이었다.
그런데 그녀는 그걸 바로 저버릴 수 있나.
“……지금 상황과 맞지 않는 질문이에요.”
“아니, 대답해. 내가 너에게 아무것도 아닌가?”
집착 어린 그의 눈동자가 셀로니아에게 대답을 요구했다.
셀로니아는 입술만 달싹일 뿐 아무런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아무것도 아닐 리가.
유일하게 그의 정체를 알고 있음에도 그를 좋아한다는 걸 인정했다.
그리고 바랐다. 탄이 부디 그 자신의 정체가 무엇인지 깨닫지 못하기를. 그런데 알고 있었다고…….
기억이 돌아오지 않았다는 건 거짓말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정체를 알고 있는 이상 그가 기억을 되찾는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는 아무도 몰랐다.
지금 그가 가지고 있는 감정이 되돌아온 기억과 함께 변색될 수도 있었다.
그녀가 두려운 건 바로 그것이었다.
“시간이 늦었어요. 우선 나중에 얘기해요.”
셀로니아는 일단 자리를 피하기로 했다. 지금의 감정으로는 한쪽으로 휩쓸릴 수밖에 없었으니까.
빠르게 탄을 지나친 그녀는 문을 향해 걸어갔다.
이윽고 하얀 손가락이 문고리를 잡아 돌려 문을 여는 순간.
쿵.
“가지 마.”
문이 다시 닫히며 단단한 두 팔이 그녀를 가두었다.
문을 바라보고 있는 셀로니아의 등 뒤에 탄이 섰다.
“좋아한다.”
뒤에서 느껴지는 뜨거운 체온과 함께 쏟아진 진심 어린 고백에 셀로니아의 눈꺼풀이 파르르 떨렸다.
심장이 쿵 내려앉는 기분이었다. 아무것도 할 수 없게. 애써 잡고 있던 마음은 이미 크게 벌어진 틈 사이로 새어 나가 요동치기 시작했다.
그때였다.
문을 붙잡고 있던 그의 두 팔이 완전히 옭아매겠다는 듯 그녀의 허리를 강하게 끌어안았다.
그는 당연하게도 이대로 그녀를 보낼 순 없었다.
그녀가 제게 실망하는 게 두려워 원하지 않는 것은 모두 하지 않았다. 아무것도 아닌 게 되고 싶지 않아 노력했고, 곁에 있기 위해 올라왔다.
그런데 이 모든 것들이 소용이 없다 한다면, 그렇다면…….
탄은 등이 굽을 정도로 그녀를 바짝 당겨 안은 채 고개를 떨구었다. 그의 이마가 가녀린 그녀의 어깨에 툭 기대었다.
순식간에 작은 몸이 그의 커다란 몸에 완전히 파묻혔고, 축 늘어진 부드러운 머리카락이 셀로니아의 귀와 뺨에 닿았다.
“내가 뭘 더 어떻게 해야 하지?”
“…….”
“알려 줘. 제발.”
숨결과 함께 그녀의 귓가를 파고드는 목소리는 절박함을 담고서 옅게 떨리고 있었다.
고백과 함께 바라지 않는 결말을 피할 방법을 묻는 그 진심에 셀로니아의 마음도 와르르 무너져 내렸다.
“너무 깊게 생각하지 마십시오. 지금 당장 바라는 게 무엇인지만 생각하십시오.”
더불어 레예프의 말이 파도처럼 밀려와 어느새 무너진 마음을 채우고 있었다.
아아, 정말…….
돌이키기엔 이미 너무 멀리 와 버렸다.
그를 좋아한다. 지금 모든 것을 알고 있음에도 어쩌지 못할 만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