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le Leads Were Stolen by the Extra RAW novel - Chapter (91)
엑스트라에게 남주들을 빼앗겼다 (91)화(91/162)
<91화>
“셀로니아.”
탄이 답이 없는 그녀를 간절하게 불렀다.
단단한 팔은 얇은 허리를 절대 놓을 수가 없어 더욱 으스러지게 끌어안았다.
따뜻한 체온과 그녀의 다디단 체취가 그의 품 안을 꽉 채우고 있었다.
늘 마음속으로만 생각하고 바랐던 그녀를 이렇게 끌어안아 본 것은 처음이었다.
그래서 줏대도 없는 그의 심장은 이런 상황에서조차 미친 듯이 뛰어 대고 있었다.
“말해 봐. 뭐든 할 테니.”
그는 절벽을 딛고 서 있는 사람처럼 절실했다.
도대체 자신이 무엇을 어떻게 해야 이 품을 놓지 않을 수 있는지.
제게 특별함을 가르쳐 준 것이 본인이었으면서 이리 매정하게 돌아설 수 있나.
“……당신은 아무렇지 않아요?”
셀로니아가 떨리는 목소리를 내었다.
등 뒤로 어느 한 군데도 닿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로 맞닿아 있는 단단한 몸이 느껴지고 있었다.
그는 괜찮은 걸까?
자신이 마왕이고 제가 구원자라는 것이. 내가 그를 죽였었다는 게 아무렇지도 않은 걸까.
“달라지는 건 없다.”
“그건 당신이 기억이 없어서잖아요. 나중에 기억을 되찾으면 그땐 마음이…….”
“변하지 않아.”
나무가 뿌리를 내린 것처럼 흔들림 없는 목소리가 등 뒤에서 들려왔다.
저와는 달리 확신의 찬 그는 정말로 변하지 않을 거라 영원에 맹세하듯 강경하기까지 했다.
“…….”
그의 대답에 멍하니 허공을 보고 있던 셀로니아는 이내 결심이 섰다는 듯 손을 내렸다.
허리를 안고 있는 팔에 손을 올리니 그가 움찔하더니 더더욱 힘을 주었다.
이 팔을 풀고 도망가려 한다고 생각한 게 분명했다.
“잠깐만요. 얼굴 좀 봐요.”
그게 아니라고 말하자 탄이 두 팔에 힘이 탁 풀렸다.
셀로니아는 스르르 내려가는 그의 팔을 느끼며 자유로워진 몸을 돌려 그를 마주 보았다.
아직도 마음이 놓이질 않는지 불안해하는 그의 얼굴 속 눈가가 붉어져 있었다.
그녀는 흔들리는 그의 눈동자를 마주 보며 생각했다.
내가 당장 바라는 것. 아무것도 따지지 않고 온전히 제 마음만 생각한다면 당연히 답은 하나일 수밖에 없었다.
관계를 정의 내리지 않고 비겁하게 도망쳤던 이유도 결국은 그를 좋아하기 때문이었다.
더 오래 옆에 있고 싶었으니까.
서로가 진실을 외면해야만 지금의 관계라도 유지할 수 있다고 생각했었으니까.
비밀을 감춘 채로는 더 나아갈 수가 없었던 것을.
셀로니아는 옅게 떨리는 손가락을 뻗어 그의 벌게진 눈가를 조심스레 쓸었다.
세상 무엇도 두려울 게 없는 그가 저 하나 때문에 자신을 놓칠까 봐 전전긍긍하고 있다는 게 미안하면서도 한편으론 손끝이 저릿했다.
명료하게 알 수밖에 없는 그의 마음이 그녀의 가슴을 떨리게 만들었으니까.
“확신해요?”
“그래. 변하지 않아.”
탄이 단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답하였다.
그러고는 제 눈가를 쓸고 있는 그녀의 손을 끌어와 오목히 팬 손바닥 안에 입을 맞추었다.
신께 맹세를 하듯, 기사가 서약을 하듯 그 다짐은 변하지 않는다는 듯.
그녀는 손바닥 안을 깊게 파고드는 그의 숨에 옅은 호흡을 내쉬며 입을 열었다.
“당신이 마왕이에요.”
“알아.”
“나는 당신을 죽였던 구원자고요.”
“알고 있다.”
“그 가슴에 난 상처. 저 때문일지도 몰라요. 찔렀었거든요.”
셀로니아는 말을 지어내거나 보태지 않고 진실을 말하였다. 숨기고 싶었던 이 사실까지.
이 말을 하기까지 얼마나 어려웠는지. 하지만 이 모든 걸 그가 다 알았을 때 그런데도 같은 선택을 한다면. 그땐…….
“…….”
탄이 그건 몰랐다는 듯 조금 동요했다.
그러나 그뿐이었다.
몇 개월 동안 자정마다 몰려드는 통증에 수없이 괴로움에 몸부림쳤음에도, 상처의 원인이 그녀라는 것을 알았음에도 아무렇지 않다면 미친놈인 걸까.
아마 그건 그가 기억에도 없는 과거가 아닌 현실에 살고 있기 때문이리라.
게다가 지금의 그녀라면 저에게 그럴 수 없다는 걸 알아서 더 그럴지도 모르겠다.
지나간 일보다 지금 너와 함께하는 것이 전부여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이 모든 게 이해가 된다면 너는 믿을까. 곁에 있을 수만 있다면 그 무엇이 됐든 괜찮다고.
“그래서 네 손이 날 치유하는 건가.”
“그거까진 저도 모르겠어요…….”
“상관없다. 네가 지금 날 떠나겠다고 하는 것보단 덜 아팠으니.”
그의 대답에 셀로니아는 오히려 당황했다.
말해 놓고도 불안을 떨칠 수가 없었는데 그가 너무도 아무렇지 않게 상관없다고 하였으니까.
자정마다 식은땀을 뻘뻘 흘리며 고통을 호소했으면서 어떻게…….
“저 처음부터 알고 있었어요. 당신을 처음 봤을 때부터.”
그녀는 계속 고해 성사를 하듯 지금까지 숨겨 왔던 것들을 토해 냈다.
하지만 여전히 탄은 저만 바라볼 뿐이었다.
“알아. 눈치챘다. 너는 내가 실체를 깨달을까 두려워했으니까.”
“말할 수 없었어요.”
“이해해.”
탄은 그녀의 말을 경청하며 진지하게 대답했다.
누가 보면 지금 눈앞의 그녀를 놓칠까 그냥 하는 말이라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셀로니아는 그게 정말 그의 진심이라는 걸 잘 알았다.
흔들리지 않는 올곧은 눈동자엔 단 한 점의 거짓도 들어 있지 않았으니까.
그래서 셀로니아는 더는 망설이지 않기로 했다. 그가 보여 준 진심만큼 제 마음도 보여 줄 때라고.
“그럼 그것도 알아요?”
“……무엇을?”
갑작스러운 질문에 탄의 눈동자가 불안감에 요동쳤다.
행여나 대답 한마디 툭 던지고 그녀가 또다시 달아나려 들까 봐 그는 잡고 있던 하얀 손을 꽉 그러쥐었다.
“저도 당신을 좋아한다는 거요.”
“……뭐?”
그러나 들려온 말은 뜻밖이었다.
탄의 동공이 커다래지다 못해 풍랑을 맞은 배처럼 거칠게 흔들렸다.
“다시, 다시 말해 봐.”
혹시 잘 못 들었나 싶어 그가 놀란 표정으로 애원하듯 부탁했다.
“우리가 무슨 사이냐고 물었죠. 서로 좋아하는 사이요.”
“…….”
“당신이 정말 상관없다면 그걸로 됐어요.”
탄을 마주 본 셀로니아의 얼굴에서 드디어 완연한 미소가 피어났다.
모든 진실을 털어놓고, 모든 걸 인정하고 받아들이기로 한 마음에서 우러나온 웃음은 더없이 홀가분했다.
그녀가 이 말들을 꺼낸 건 지금껏 가지고 있던 진실의 무게를 덜어 내고자 함이 아니었다. 그에게 온전히 다가가기 위함이었다.
지금 그가 너무도 좋아서, 이 마음을 도저히 외면할 수가 없어서.
우리가 누구든, 두려워했던 그 끝이 무엇이든 간에 끝까지 가 보고 싶다고.
설령 그게 모두가 행복한 일이 아닐지라도. 오롯이 저만을 위해 욕심을 내고 싶었다.
“너…….”
대답을 들었음에도 탄은 그녀의 표정을 살피고 또 살폈다.
믿기지가 않아서 혹시라도 자신을 놀리는 건지, 선심 쓰듯 말하는 건지 확인하고자.
하지만 이건 정말이었다.
그는 그녀의 표정을 잘 알았다. 온전히 진심일 때만 나오는 이 웃음도.
잔뜩 긴장으로 굳어 있던 탄의 입매가 허물어졌다.
안도감과 함께 찾아온 벅차는 감정에 그가 그녀의 허리를 와락 껴안았다.
“난 한 번 쥔 것은 절대 놓지 않아.”
“…….”
“그게 너라면 더더욱.”
이윽고 고개를 숙인 그의 입술이 그녀의 입술에 살짝 닿았다가 떨어졌다.
급작스러운 입맞춤에 셀로니아의 눈이 동그래지자 탄이 그걸 보고 좋다고 피식 웃었다.
“네가 그러지 않았던가. 좋아서 하는 행위라고.”
“아……”
순간 셀로니아는 일전에 그에게 뽀뽀하는 남녀를 보고 그렇게 설명했던 게 기억났다. 그걸 잊지도 않고 있었네.
셀로니아는 씨익 웃으며 두 손으로 탄의 목을 감싸 안았다.
“끝이에요? 열심히 책을 보고 배우지 않았던가요?”
“그럼 참지 않아도 된다는 거군.”
“네?”
전혀 예상하지 못한 그의 말에 셀로니아가 당황한 순간, 탄이 요요하게 웃으며 얼굴을 내렸다.
셀로니아는 더는 말을 할 수가 없었다. 단숨에 그가 입술을 겹쳐 왔으니까.
놀라 어쩌지도 못하고 있는데 입술 틈 사이로 그의 뜨거운 숨결이 비집고 들어왔다.
아까와는 전혀 다른 진한 입맞춤이었다.
아찔할 정도로 훅 몰려드는 그의 향기에 셀로니아는 정신이 혼미할 지경이었다.
그건 탄도 마찬가지였다.
허리를 안고 있는 팔에 힘을 주며 그녀의 입술에서 멀어지지 않기 위해 몸을 더더욱 웅크렸다. 마치 그의 거대한 몸이 그녀를 단번에 집어삼킨 것처럼.
처음으로 그녀의 입술에 닿은 것도 모자라 깊은 안까지 파고드니 이대로 온몸이 녹아내릴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열기가 그의 온몸을 덮고 뇌까지 열에 절어 버려 모든 게 흐물거리는 것만 같았다.
정신을 헤집는 그녀의 따뜻한 숨결에 특유의 다디단 체향까지 더해지니 머릿속이 섬광이 번쩍인 듯 새하얗게 변해 있었다.
맞물린 입 안을 그녀가 매끈하고 보드랍게 훑고 지나갈 때면 탄의 손등 위로 푸른 핏줄이 돋아났다. 무언가를 죽도록 참는 듯.
달뜬 숨이 오가고 서로가 얽혀 들수록 그의 핏줄은 점점 더 크고 푸르게 부풀어 갔다.
서로를 끌어안은 채 빈틈없이 밀착된 두 사람은 흡사 하나처럼 엉겨 붙어 있었다. 서로가 서로를 너무 원한다는 듯이.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숨쉬기가 힘들어진 셀로니아가 먼저 고개를 돌리며 입술을 떼었다.
“하아…….”
그녀가 참았던 숨을 뱉어 냈다.
탄은 취한 것처럼 반쯤 풀린 눈으로 뺨을 붉게 물들인 채 숨을 고르고 있는 셀로니아를 응시하다 얼굴을 내렸다.
“셀로니아.”
그의 아쉬운 입술이 그녀의 목덜미를 파고들었다.
처음 느껴 본 감각이 그의 온 세포 하나하나에 남아 있었다. 너무 좋아서 눈물이 날 것 같은 이건 뭘까.
탄은 허리를 안고 있는 팔에 다시 힘을 주며 입술을 열었다.
“돌아가지 마. 함께 있어.”
가시지 않은 정염으로 얼룩진 목소리가 그녀의 예민한 살갗을 스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