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le Leads Were Stolen by the Extra RAW novel - Chapter (92)
엑스트라에게 남주들을 빼앗겼다 (92)화(92/162)
<92화>
“돌아가야죠. 늦었어요.”
셀로니아가 그의 목에 두르고 있던 두 팔을 내리며 말했다.
세차게 뛰는 심장과 함께 모든 기력을 소진한 느낌이었다. 어쩐지 정신이 어질한 게 다리에 힘이 풀릴 것만 같았다.
그래도 탄이 허리를 단단하게 안고 있어 바닥에 주저앉는 불상사는 막았다.
짧게 입술만 대고 떨어지길래 놀리려고 그의 목을 껴안은 것이었는데 그대로 당했다.
모르는 게 아니라 참고 있던 거라니. 게다가 해 본 적이 있나 싶을 정도로……!
그녀의 두 귀가 화르륵 달아올랐다.
능숙하게 입안을 훑던 그의 숨결이 다시금 떠올랐기에.
“가지 마.”
단칼에 대답하는 그녀에게 서운함을 느낀 탄이 하얀 목에 얼굴을 비비적거렸다.
“간지러워요.”
커다란 대형견을 안은 것 같은 기분에 셀로니아가 푸스스 입매를 허물었다.
처음이었다. 빙의를 하고 지금까지 이렇게 행복한 적은. 원작을 벗어나 순전히 자신의 의지만으로 누군가를 마음에 담은 것은.
그게 탄이 될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는데.
사람 일은 정말 알다가도 모르는 것이었다.
처음 그를 마주쳤을 때만 해도 신이 나에게 억하심정이 있다고 느꼈었는데, 지금은 그를 발견한 게 저여서 다행이라고 생각이 들었으니까.
“어차피 자정에 또 제 방으로 찾아올 거잖아요.”
“자고 가.”
“당신은 잠을 안 자잖아요.”
“네가 자는 것을 지켜보겠다.”
“그건 좀 불공평한데요.”
탄이 스르륵 고개를 들었다.
모든 제안을 거절당한 그의 눈동자가 아주 불만스럽고도 간절했다.
“아님 여기서 나와 함께 살아.”
“여기서요? 아! 아까 그자는 누구죠? 진짜 선대공이 아닌 거죠?”
잊고 있던 이우스가 생각나 셀로니아가 바로 물었다.
탄은 품에 안고 있는 그녀가 대답은 않고 다른 질문을 하자 불만스러움에 눈썹을 꿈틀거렸으나 입은 착실히 움직였다.
“내 부하라더군.”
“부하요?”
“들어 보니 대공과 기사단장의 몸에 들어가 지내고 있었다 했다.”
“그럼 마물이나 마족 뭐 이런 거예요?”
“아마도.”
이거 생각보다 골치 아픈데. 인간의 몸에 들어갈 수 있는 마물이라니.
이해하고 넘어갈 수가 없었다. 이건 되돌려야 하는 일이었다.
“네가 왜 주군의 힘을 가지고 있는 거지?”
게다가 이우스는 제게 어떻게 탄의 힘을 가지고 있냐는 말을 하기까지 했다.
내가 그의 힘을 가지고 있다고?
셀로니아는 문득 덴로하 후작저에서 보았던 마물 가룸이 떠올랐다.
토벌 당시 거침없이 공격했던 다른 가룸과는 현저하게 다른 태도였다.
마치 저를 알아본 듯 달려드는 느낌. 그때 무척이나 당황했던 것이 아직도 기억난다.
그런데 이게 이우스가 말한 것과 연관된 일이라면?
“그자한테 물어볼 게 있는데 볼 수 있나요?”
“잡아 오겠다.”
고민도 없이 탄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순간 자취를 감추었다. 여러 번 보았던 순간 이동이었다.
응접실에 홀로 덩그러니 남겨진 셀로니아는 몸이 조금 힘들다는 느낌이 들었다.
계속 서 있는 게 버거워서 맥아리가 없는 다리로 비척비척 걸어가 소파에 털썩 주저앉았다.
키스라는 게 원래 이런 건가? 여파가 이렇게 커서 후유증같이 남을 정도로?
그녀는 방금 전 그와 했던 행위를 떠올리며 머쓱함에 뺨을 매만졌다. 응접실엔 아무도 없었으나 어쩐지 민망했다.
그렇게 혼자 소파에 덩그러니 앉은 지 5분도 채 지나지 않았을 때.
몸을 숨기고 있던 이우스가 탄에게 목덜미를 잡혀 돌아왔다.
“주군! 전 정말 아무 짓도 하지 않았습니다!”
이우스가 억울하다는 듯 소리쳤다. 이미 손은 뒤로 포박당한 채였다.
탄은 짐짝처럼 이우스를 끌어와 셀로니아 앞에 무릎 꿇렸다.
순간 셀로니아를 향한 이우스의 표정이 살벌할 만큼 험악해졌으나, 옆에 있는 탄 때문에 애써 표정을 얼굴을 풀어야만 했다.
“당신, 아까 나한테 한 말. 그게 무슨 뜻이지?”
“무슨 말을 하는 건지 모르겠군요.”
이우스가 모욕감에 짓씹듯 말을 뱉으며 셀로니아의 시선을 외면했다.
다른 누구도 아닌 구원자 앞에 무릎이 꿇려진 것도 모자라 그를 이곳에 데려온 게 바로 자신의 주군이었다.
등 뒤로 포박당한 이우스의 주먹이 부들부들 떨렸다.
주군은 속도 없는 것인가. 아무리 기억이 없다고 해도 이건 해도 해도 너무한 것이 아닌가.
그는 잭의 말에 공감했다. 괜히 제도에 올라온 것 같다는 그 말에.
이런 꼴을 볼 바엔 그냥 북부 대공성에 틀어박혀 있는 게 더 나았다.
잭은 주군께서 기억을 되찾을 촉매제가 될 무언가라도 가져오겠다며 북부로 출발하였다.
차라리 어떻게 해서든 주군이 기억을 빨리 되찾게 해야겠다.
“시치미 떼지 마. 그리고 무고한 사람 몸에 들어가서 이게 무슨 짓이지?”
“하. 저희가 아니었으면 곧 생명이 다할 몸이었습니다.”
이우스가 눈을 부릅뜬 채 셀로니아에게 말했다.
톰과 잭이 다급하게 이우스와 켈빈의 몸을 차지했으나, 그들은 마물에게 습격받고 큰 부상을 입었던 터였다.
그 바람에 가뜩이나 힘도 없어 죽겠는데 이 목숨을 살리려고 애를 썼다. 그래야 그들도 살 수 있었으니까.
그렇게 어찌어찌 육체만은 살렸으나 영혼은 죽어 버렸기에 톰과 잭이 껍데기만 차지하는 이로운 상황이 발생한 것이었다.
“어차피 지금 저희가 나간다고 해도 이 몸은 살 수 없습니다. 이미 영혼이 소멸했으니까요.”
“…….”
셀로니아는 매서운 눈으로 이우스를 노려보았다.
당장 이게 진짜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으나, 만약 진짜라면 저들이 몸에서 나가는 순간 선대공은 죽게 된다.
일단은 지켜봐야겠다고 생각하며 그녀는 다시 이우스를 향해 살벌하게 물었다.
“아까 내게 했던 말. 그게 무슨 뜻인지나 말해.”
그 순간 이우스의 어깨가 움찔거렸다. 역시나 주군의 기운이 느껴졌으니까.
그런데 이건 뭐지?
분명 아까 전만 해도 주군의 기운이 꽤 강하게 느껴졌는데 그 짧은 시간 사이에 기운이 약해진 느낌이었다.
“말해.”
혼란도 잠시, 옆에서 협박하듯 살벌하게 으르렁거리는 주군의 목소리에 결국 이우스는 입을 열어야만 했다.
* * *
돌아가지 말라고, 여기 있으라는 탄이 끈질기게 붙잡았지만 셀로니아는 공작저로 향하는 중이었다.
덜컹거리는 마차 안에서 그녀는 이우스에게서 전해 들은 얘기를 생각하고 있었다.
‘뭔진 모르겠지만 두 분의 기운이 같습니다. 주군의 기운이 당신한테도 느껴진단 말입니다.’
내게 탄의 기운이 있다니.
그래서 그의 통증을 치유했던 건가? 내가 그의 기운을 가지고 있어서?
꽤 일리가 있었다.
치유술을 쓰지도 않았는데 손을 잡는 것만으로도 그의 통증이 사라졌으니까.
그런데 어째서 그의 기운이 내게 있는 거지?
순간 셀로니아는 무언가 하나 떠올랐다.
마왕을 무찌르고 단검을 찾으러 성에 홀로 들어갔을 때.
죽어 있던 마왕이 갑자기 본모습으로 변하는 것을 보고 놀라 단검으로 그의 가슴을 찔렀었다.
그러고 나서 그의 눈이 감겼고.
“…….”
설마 그래서인가?
원작에서 시간이 걸렸다고 언급되기는 했으나 이안에게서 받은 검이 아직도 성검으로 변할 낌새조차도 안 보이는 건 이것 때문인 걸까?
그의 힘이 검이 아닌 내게 깃들어서?
가룸의 태도, 그의 손을 치료하는 제 손, 이우스의 발언까지.
확신할 수 없었으나 지금 모든 상황을 종합해 보았을 땐 그랬다.
“이거 괜찮은 건가……?”
셀로니아가 심각해진 얼굴로 중얼거렸다. 마왕의 기운이 내 몸에 있어도 되는 거야?
“네? 뭐가요?”
앞에 앉아 있던 엘라가 동그래진 눈을 들었다.
“아. 아냐, 아무것도.”
셀로니아는 고개를 저었다. 일단은 아무것도 속단할 수가 없으니까 조금 더 지켜봐야 했다.
“아가씨, 그런데요. 대공님이랑 무슨 일 있으셨어요~?”
“…….”
“아니~ 다른 게 아니고 아가씨가 저택으로 돌아가려고 하니까 대공님이 엄청 붙잡으셨잖아요. 어찌나 가지 말라고 옆에 있으라고 부탁하시는지. 제가 다 눈물이 날 뻔했다니까요?”
이미 모든 것을 알아챈 엘라가 음흉한 눈으로 흐흐흐 웃으며 말했다.
셀로니아는 그간 엘라가 그들 사이를 가장 응원했던 사람 중 하나였으니 속일 생각은 없었다.
“네가 생각하는 그게 맞아.”
“꺄아아악! 역시! 그럴 줄 알았어요!”
엘라가 반색하며 호들갑을 떨고 손뼉을 쳤다.
그 모습에 셀로니아는 픽 웃으며 도착했다는 마부의 목소리에 마차에서 내렸다.
어느새 짙은 어둠이 깔린 밤하늘을 구경하며 고개를 돌리던 셀로니아는 훤히 켜진 아버지의 2층 방 창문을 보았다.
‘음? 누구지?’
흐릿하지만 창문 너머로 아버지가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보좌관인가 싶었으나 녹색 머리를 가진 남자였다.
녹색 머리?
익숙한데. 어디서 봤더라?
그때였다. 의아함에 눈을 감았다 뜨니 창 너머엔 아무도 존재하지 않았다.
감쪽같이 사라진 것이었다. 아버지도 손님도.
너무 찰나의 순간에 일어난 일이라 헛것을 본 건가 싶어 눈을 비비고 있는데.
“셀로니아.”
옆에서 갑자기 아버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돌리니 어느새 아버지가 문을 열고 나와 계셨다.
“아버지.”
“이제 오는 것이냐.”
“네.”
셀로니아는 아버지에게 다가가 인사를 올렸다.
그러고는 아버지 뒤를 살폈으나 아무도 없이 아버지 혼자였다.
진짜 잘못 본 건가?
“일찍일찍이 다니거라. 위험하지 않느냐.”
갤로웨이가 셀로니아의 어깨를 두들겼다.
“네. 그럴게요.”
걱정과 질책이 동시에 느껴지는 그 발언에 셀로니아가 고개를 끄덕거렸다.
우선은 본 게 확실하지 않아 손님에 대해선 아버지께 묻지 않았다.
“요즘 대공을 만나고 다니는 것이냐.”
“…….”
“그렇구나.”
조금 놀란 듯한 셀로니아를 보며 갤로웨이는 나름대로 답을 내렸다.
그러곤 이내 생각이 많아진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다 말했다.
“조금 더 생각해 보는 것이 좋겠다. 이만 들어가서 쉬거라.”
셀로니아는 차마 대답은 하지 못한 채 방으로 돌아갔다.
밤의 야수일 때는 탄을 좋아하던 아버지가 갑자기 상반된 태도를 보이자 의아했으나 곧 납득했다.
대외적으로 탄은 대공의 사생아이니 아버지 입장에선 탐탁지 않을 수도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으니까.
그리고 복잡한 감정을 대충 욱여넣고 탄을 기다리던 그날 밤.
몸이 안 좋다고 느꼈던 셀로니아는 결국 시름시름 앓아누웠다.
반면 탄은 하루도 빠짐없이 매번 느껴 왔던 통증을 그날 처음으로 느끼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