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le Leads Were Stolen by the Extra RAW novel - Chapter (94)
엑스트라에게 남주들을 빼앗겼다 (94)화(94/162)
<94화>
“왜 그래요?”
셀로니아가 말이 없는 그의 낯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무슨 생각인지 읽히지 않는 탄의 표정은 어쩐지 조금 어두워 보였다.
“오래 기다렸어요?”
동그랗게 뜬 눈으로 그를 올려다보며 물었다. 탄은 입술을 꾹 닫은 채 자신을 지그시 바라보다 천천히 뻗었다.
“방금 왔다.”
그의 손이 그녀의 머리카락을 쓰다듬듯 정돈해 주었다. 그 손길이 무척이나 조심스럽고도 다정했다.
정돈을 끝낸 손이 이번엔 셀로니아의 뺨을 손등으로 부드럽게 쓸었다.
그러다 탄의 눈살이 찌푸려졌다. 고작 반나절 만에 그녀의 뺨이 어제보다 조금 더 야위어 있었으니까.
“많이 아픈가.”
“아뇨. 이제 괜찮아요. 자정에 왔었죠? 설렁줄 잡아당겨서 사람을 호출했어요?”
셀로니아는 탄의 투박하지만 부드러운 손길에 살짝 웃으며 말했다. 탄은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거렸다.
몰래 그녀의 방에 들어온 입장이다 보니 해줄 수 있는 게 한시라도 빨리 사람을 부르는 것뿐이었다.
마음 같아선 대공저에 데리고 가고 싶었으나, 혹시라도 그녀가 사라진 것을 누군가가 발견하게 되면 저택이 발칵 뒤집힐 테니까.
그래서 이른 아침부터 공작저에 들러 정식으로 그녀를 보려고 하였으나 거부당하고 방으로 찾아온 것이었다.
“놀랐겠어요. 손은 잡은 거예요? 통증은 괜찮았어요?”
“너…….”
셀로니아의 말에 탄의 한쪽 눈썹이 치켜 올라갔다. 몹시도 불만이라는 듯.
“지금 누가 누굴 걱정하는 거지?”
탄이 두 손으로 셀로니아의 양쪽 뺨을 감싸 쥐었다. 손바닥에 보드라운 촉감과 함께 아직도 옅은 미열이 느껴지고 있었다.
그녀의 상태를 살피기 위해 그의 눈동자가 분주하게 움직였다.
창백했으나 홍조가 어려 있는 두 뺨, 메마른 입술. 그 밑으로 하얗고 깨끗한 목.
순간 탄의 손가락이 움찔 떨렸다. 생경하게 떠올랐던 장면 속 하얀 목이 지금 그녀의 목과 겹쳐 보여서.
“…….”
탄은 흔들리는 눈동자로 턱 끝까지 차오른 말을 삼켜 내었다. 차마 물어볼 수 없는 말. 내가 너의 목을 졸랐던 적이 있냐는 물음.
“전 가끔 가다 이러는 거고 당신은 매일 아프잖아요.”
셀로니아가 그에게 두 뺨을 붙잡힌 채로 어깨를 으쓱였다.
좋아하니까 걱정하는 건 당연했으나 다른 연인들보다 두 사람은 조금 더 특별했다.
그의 상처와 통증엔 그녀의 책임도 있었으니까. 그렇기에 자신의 몸 상태보다 그가 간밤에 얼마나 아팠는지가 더 걱정될 수밖에 없었다.
탄이 울렁이는 기분으로 그녀를 보았다. 푸른 눈동자에 비친 게 오직 자신뿐이라, 그 속에 어린 걱정이 보여서.
그는 따뜻한 뺨을 감싸고 있던 엄지손가락을 움직여 그녀의 메마른 입술을 훑었다. 말랑한 입술이 그의 손가락에 의해 가볍게 뭉그러졌다.
집어삼키고만 싶은 강렬한 자극에 감춰져 있던 집착이 붉은 눈을 뒤덮었다.
탄은 재빨리 고개를 숙였다. 도톰한 입술을 머금자마자 그의 숨결이 그녀의 잇새를 비집고 들어갔다.
집요하게 안으로 들어간 그의 물컹한 숨이 그녀의 것을 지분거리듯 쓸어 올리며 뒤엉켰다. 마치 그녀에게 숨을 불어넣듯.
“흣…….”
이상한 느낌에 셀로니아가 작은 신음을 내었다.
집요하게 올가미처럼 얽혀 드는 그의 숨과 더불어 뺨을 감싼 손가락이 귀를 매만지고 있어 절로 발끝이 오므라들었다.
잦아들었던 열이 온몸을 데우는 느낌이었다.
얽히는 두 개의 물기 어린 숨이 고요한 드레스룸을 가득 채웠다.
하지만 몇십 초 지나지 않아 탄이 천천히 입술을 떼어 냈다.
“하아……. 셀로니아.”
그러고는 어질한 정신과 함께 숨을 뱉었다.
욕망으로 점철된 붉은 눈동자가 셀로니아를 지그시 응시했다.
두 눈에 가슴을 오르락내리락 분주히 움직이며 숨을 몰아쉬고 있는 그녀가 보였다. 자신의 흔적을 입술에 묻힌 채로.
그 모습이 또다시 그를 몹시도 자극했지만 참아 내며 손가락으로 그녀의 번들거리는 입술을 쓸어 냈다.
자신의 흔적을 닦아 준 뒤 파르르 떨리고 있는 그녀의 양쪽 눈에 짧게 입을 맞춘 그는, 두 팔로 여린 어깨와 허리를 감싸 안았다. 차마 아픈 그녀를 몰아붙일 수 없어 이쯤에서 끝낸 것이었다.
달아오른 그의 얼굴은 당연하다는 듯 그녀의 하얀 목을 찾았다.
이제는 쥐는 것이 아니라, 그가 기댈 수 있는 목.
코끝에 보송한 솜이불 냄새와 함께 그녀의 특유의 달콤한 살 내음이 났다.
그래. 변하는 건 없다.
어떻게 닿았는데 이제 와 놓아줄 수 있을 리가.
떠올랐던 그것이 설령 자신의 기억이라 한들 모든 것을 기억하는 그녀가 자신이 괜찮다면 그걸로 되었다고 했으니.
차마 그런 장면이 떠올랐다고 그녀에게 말할 순 없지만.
탄은 이우스가 셀로니아에게 했던 말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자신의 기운이 셀로니아에게도 있다는 그 말을.
“더는 아프지 않을 거다.”
제가 그렇게 만들 테니. 탄은 마음을 굳혔다는 듯 그녀를 으스러지게 껴안았다.
* * *
“조심하게.”
“무엇을 말인가. 늘 하던 일인 것을.”
동료의 걱정에 흰머리가 군데군데 난 중년의 남자가 심드렁하게 대꾸했다.
그의 이름은 데니.
밤에 정찰하는 일쯤이야 그에겐 식은 수프를 먹는 것보다 더 쉬운 일이었다.
데니는 가뜩이나 이런 자경단 짓을 하게 된 것이 몹시나 마음에 들지 않은 상태였다.
황궁의 병사로서 제일 말단이긴 했으나 황궁의 외곽을 순찰하며 지키던 자신의 업무에 자부심을 느끼던 그였다.
하지만 음주를 하고 근무를 섰던 게 여러 번 걸려 결국 좌천되고 말았다.
그는 지금 마을 순찰대에서 가장 하찮은 일이자 막내들이 한다는 야간 정찰을 맡고 있었다.
“요즘 그 소문 듣지 못하였나? 밤만 되면 한두 명씩 실종돼서 돌아오지 못한다는 소문!”
곁에 있던 동료가 순찰서에 아무도 없는데 누가 들을세라 아주 작은 소리로 속닥거렸다.
“하! 실종은 무슨.”
데니는 기가 차다는 듯 팽 하고 콧방귀를 뀌었다.
그런 사건이 있었으면 이미 신문에 실렸을 것이다. 하지만 신문을 보는 게 취미인 그가 매일 여러 신문을 봤지만 그런 기사는 단연코 한 줄도 보지 못했다.
심지어 마을 신문에서도 본 적이 없었다.
“우습게 여기지 말게. 기사가 나지 않은 이유는 실종된 자들이 모두 연고도 없는 고아거나 집이 없는 극빈자들이기 때문이라는 소리가 있어.”
동료는 자신의 말을 귓등으로도 듣지 않는 데니에게 다시 한번 경고했다.
“그렇다면 이건 기회야……!”
순간 데니가 사리사욕이 담긴 음험한 눈을 번뜩이더니 마력등을 들고 순찰서를 나섰다.
“쯧쯧. 저러다 일내지.”
순찰서에 남은 동료는 데니를 보며 설레설레 고개를 저었다.
“내가 다시 황궁에 복귀한다.”
데니는 그 어느 때보다 열의에 불타 어두운 주변에 마력등을 비춰 가며 순찰을 돌았다. 이건 떵떵거리며 다시 복귀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으니까.
동료의 말을 다 믿을 순 없지만, 진실을 알아내기만 한다면 황궁 병사 복귀는 따 놓은 당상이었다.
고아와 극빈자들만 실종되는 이유는 뻔했다.
납치. 누군가에 의해서 납치가 된 것이다. 뒤탈 없는 사람들을 잡아다가 인신매매를 했을 테니.
아무리 불법이라고 정했다 한들 음지에서는 노예상들이 여전히 판치고 있었다.
그건 플래너건 제국뿐만 아니라 옆 나라 베일 왕국도 마찬가지라고 들었다.
그러니 그 납치범만 잡는다면 신문에 대서특필되는 것은 물론이고 황궁에서 당장 복귀 명령이 내려올 것이다.
그 꿈만 같은 미래에 달콤함을 느끼며 데니는 본래 순찰로를 한참 벗어나 더 안쪽으로 들어갔다.
그때였다.
마력등을 비추지 않으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칠흑 같은 어둠에서 검은 실루엣 같은 게 움직인 것은.
설마?
데니는 두려움보다 복귀할 수 있다는 열망에 얼른 마력등을 그쪽으로 비추었다.
“……거, 거기 누구요!”
비추긴 했으나 겁을 먹은 데니의 목소리가 양 울음처럼 떨려 나왔다. 마력등이 비춘 풀숲 안쪽에는 검은 망토를 뒤집어쓴 사람이 우두커니 서 있었으니까.
그 기괴하고도 섬찟한 모습에 데니는 마른침을 꿀꺽 삼키며 덜덜 떨리는 다리를 한 발짝씩 움직였다.
“이, 이봐! 거기서 뭐 해!”
아무리 소리를 쳐도 그 검은 망토는 움직이지 않았다.
“수상하니 이쪽으로 나와라. 허튼짓은 하지 않는 게 좋다!”
데니는 허리춤에 꽂힌 검을 그러쥐고 한 발 한 발 더 가까이 다가갔다.
그 순간, 동상처럼 가만히 서 있기만 하던 검은 망토의 인영이 데니 쪽으로 고개를 돌리더니 빠르게 돌진했다.
“으, 으악!”
갑작스러운 움직임에 놀란 데니는 온몸에 돋은 소름을 알지도 못한 채 삼십육계 줄행랑을 쳤으나 소용없었다.
“악!”
검은 망토에게 붙잡힌 데니의 단말마가 사위를 울렸다.
가볍게 데니를 찌른 검은 망토는 주머니 속의 양피지를 꺼내 들어 찢었다.
바닥에 마법진이 생기더니 눈 깜짝할 새 검은 망토와 데니가 자취를 감추었다.
환히 빛나던 마법진까지 모조리 사라지자 그곳은 또다시 어둠과 함께 적막이 흘렀다. 마치 아무도 온 적 없다는 듯 흔적도 없이.
그러나 두 사람이 있던 자리엔 데니가 흘린 피와 그가 들고 있던 마력등이 깨진 채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 * *
며칠 뒤.
“그대는 누구에게 걸 것인가?”
“난 이번에도 체르빌 공작의 우승에 금화 다섯 개를 걸지.”
“흐음. 그렇담 난 이번에 새 인물인 허시브룩 대공에게 금화 다섯 개를 걸겠네. 덴로하 후작저에서 마물을 베던 모습을 내가 직접 목격했거든.”
황실 소유의 미르나르 숲.
황궁과는 멀리 떨어진 미르나르 숲에 들어가는 입구엔 오늘 사냥제를 위해 5층짜리 좌석과 임시 천막이 배치되어 있었다.
좌석은 사냥제를 구경하기 위해 모여든 귀족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사람들은 당연하게도 오늘 우승자에 대해 내기를 걸고 있었다. 대부분이 이 세 명에게 금액을 걸었다.
전 우승자인 체르빌 공작. 마물을 단번에 베어 냈다는 무예에 출중한 신예 허시브룩 대공, 드래곤인 포드 백작.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이 이미 실력이 검증된 체르빌 공작에게 걸었다.
그건 너무나 당연했다. 허시브룩 대공에 대해 소문은 무성했으나 직접 본 사람이 몇 없었고, 맥라이언 포드 같은 경우엔 매년 사냥제에 참석하긴 하지만 드래곤의 마지막 후예로서 황실과의 화합을 위해 참석하는 거지 우승엔 관심이 없었다.
“쯧쯧. 그대들은 몰라도 너무 모르는구만.”
그때, 그들 뒤쪽의 한 층 높은 좌석에 앉아 대화를 듣고 있던 남자가 혀를 끌끌 찼다.
“그럼 영식은 누구에게 걸 것인가.”
체르빌 공작에게 금화 다섯 개를 걸었던 영식이 고개를 돌려 날카롭게 물었다.
“시류를 읽어야지. 나는 황태자 전하께서 올해 사냥제 우승자가 되실 것이라는 데에 금화 스무 개를 걸지.”
그러자 남자는 아주 자신만만하게 웃으며 주머니에서 금화 스무 개를 꺼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