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le Leads Were Stolen by the Extra RAW novel - Chapter (98)
엑스트라에게 남주들을 빼앗겼다 (98)화(98/162)
<98화>
“맥라이언.”
“네가 어떻게…….”
왜 셀로니아에게서 대공과 같은 기운이 느껴지는 거지? 그리핀이 가지고 있는 마물의 기운이.
당황도 잠시, 맥라이언은 이내 비정한 눈을 치켜뜨더니 표정을 싸늘하게 굳혔다.
그의 손은 어느새 들고 있던 검집에서 검을 빼 든 상태였다. 저 그리핀을 잡아야만 했으니까.
당연했다. 그는 이번 사냥제에서 꼭 우승을 해야 했으니까. 그래야 그레이스가 상처받지 않을 테니.
원래 마물이란 무릇 죽여야 할 사악한 존재이기도 했고.
“비켜라. 내가 죽일 것이다.”
경고처럼 말을 내뱉은 맥라이언이 단숨에 튀어 올랐다.
높게 뛰어오른 그는 그리핀을 향해 유려한 횡을 그으며 검을 내리쳤다.
챙!
그러나 날카로운 금속성과 함께 그의 행동이 저지당했다.
“이게 무슨……!”
맥라이언의 눈이 커다래졌다. 그를 저지한 게 탄도 아닌, 바로 셀로니아였으니까.
“그만해.”
셀로니아는 눈을 부릅뜬 채로 맥라이언과 검을 맞부딪치고 있었다.
그녀도 속으론 당황한 상태였다. 애초에 자신의 실력으론 맥라이언의 검을 받는 게 불가능했으니까.
그런데 지금 그녀는 빠르게 날아온 그의 검과 맞댄 것도 모자라 힘에서 밀리지 않고 있었다.
이거 설마 탄의 힘 때문인 건가?
“…….”
두 사람이 대치 중인 것을 본 탄은 흥분한 그리핀을 자제시키며 들었던 검을 스르륵 내려놓았다.
탄은 꽤 놀란 참이었다. 셀로니아가 그래도 일말의 망설임을 가지고 맥라이언을 상대할 줄 알았으니까.
하지만 아니었다.
그녀는 그리핀을 지키기 위해 맥라이언에게 검을 빼 드는 데 있어 한 치의 망설임도 없었다.
게다가 살벌하게 맥라이언을 응시하고 있는 그녀의 푸른 눈은 동요도 없이 견고했다.
그렇다는 건 정말로 셀로니아는 구원자들에게 티끌만큼의 감정이나 미련조차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었다.
진지한 이 상황에서 탄의 입매는 위로 씰룩거리고 있었다. 기쁜 나머지 표정 관리가 잘되질 않았다.
그녀에게 구원자들이 더는 아무 의미가 없다는 것 때문에, 또 그 옆자리를 자신이 차지했다는 사실 때문에.
“너, 지금 내 앞에서 이 마물을 감싼 거냐?”
도무지 믿기지 않았으나 펼쳐진 현실에 맥라이언이 그녀와 맞댄 검에 더욱 힘을 주며 힐난했다.
“내가 먼저 찾았어. 그걸 멋대로 손대려고 한 건 너고.”
무식하게 밀어 대는 맥라이언에게 밀리지 않기 위해 애쓰며 셀로니아가 맞받아쳤다.
두 사람은 한 치의 물러섬도 없이 서로 검을 맞댄 채 으르렁거렸다.
그녀는 맥라이언이 그리핀의 머리를 쓰다듬는 자신의 모습을 본 것을 알고 있었으나 그런 일 없었다는 듯 뻔뻔하게 나가기로 했다.
지금 마물과의 친화력이 있다는 걸 인정하는 순간 더 골치가 아파지니까.
“방금 전 네가 마물을 쓰다듬고 있던 걸 내가 못 본 줄 아나.”
“무슨 헛소리야.”
“하! 지금 네 몸속에 이자와 같은 기운이 풍긴다. 마물의 기운 말이다!”
모르쇠로 일관하는 셀로니아 때문에 잔뜩 열이 오른 맥라이언이 버럭 소리를 내질렀다.
방금 그 말에 셀로니아는 속으로 놀랐으나 절대 표를 내지 않았다.
장면만 본 줄 알았는데 그가 자신의 몸속에 흐르는 탄의 기운도 읽은 모양이었다. 누가 드래곤 아니랄까 봐.
“망상은 혼자서 끝내.”
“난 네 거짓조차 들여다보는 존재다. 네가 아무리 헛된 언어를 지껄여도 날 속일 수는 없다!”
계속된 모른 척에 성질이 난 맥라이언이 맞대고 있는 그녀의 검을 밀치듯 튕겨 내었다. 팽팽하게 맞붙었던 두 사람의 검이 떨어졌다.
어찌나 세게 밀쳤는지 셀로니아의 두 발이 땅에 질질 끌리며 뒤로 밀렸으나 다행히 넘어질 정도는 아니었다.
게다가 단숨에 다가온 탄이 셀로니아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
“푸르릉!”
심지어 그리핀까지 셀로니아의 등을 머리로 받쳐 주었다.
“네가 어떻게 이럴 수 있지? 이건 배신이다!”
그 모습을 똑똑히 본 맥라이언은 머리끝까지 화가 나 소리쳤다.
옆에는 마물의 기운을 풍기는 대공을, 뒤에는 그리핀을 두고 있는 셀로니아가 괘씸하다 못해 배신감이 들어 치가 떨릴 지경이었다.
마왕을 물리치기 위해 마물숲에 들어간 반년 동안 마물들로 인해 죽을 뻔했던 적이 수도 없었는데 어떻게 그들의 편에 설 수 있단 말인가.
구원자들이, 심지어 본인조차 마물에 의해 다쳤던 그 기억마저 망각한 것인가.
맥라이언은 그녀가 어떻게 마물의 기운을 가지게 된 건진 몰라도 하나만은 확신했다.
지금 그녀는 구원자의 도리를 저버리다 못해 제국을 배신했다는 것을.
“배신? 지금 네가 내 앞에서 배신이라는 말을 꺼낸 거야?”
그의 입에서 나오지 말아야 할 말을 들은 셀로니아는 기가 차서 표정을 구겼다.
“그레이스를 얘기하는 것이라면 어림도 없다. 넌 지금 그것과는 견줄 수 없는 간악한 짓을 저지르고 있으니까.”
맥라이언이 입술을 짓씹은 채 명확한 선을 그었다.
그는 고대부터 이어져 온 거룩하고 신성한 존재인 드래곤이었다. 초월적인 존재였으며 제국이 신성시하며 고귀한 영물로 여기는 드래곤의 마지막 남은 혈족.
삿된 마물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고결하고 거룩한 존재.
그런 고귀한 존재인 자신이 한낱 인간에 불과한 이들과 손을 잡고 이 땅을 다시 한번 구원했다. 마물과 마왕이 이 땅을 차지하고 있었던 몇백 년 전처럼.
아주 옛날, 드래곤은 인간과 화합하여 이 땅을 차지하고 있었던 간악하고 그릇된 존재인 마물을 몰아내고 마왕을 봉인한 뒤 제국을 이룩했다.
그런데 지금 셀로니아는 그릇되고 불필요한, 악독한 존재들을 감싸고 있었다.
이건 자신과 선대들을 모욕하고 등에 칼을 꽂는 것과 다를 게 없었다.
“진짜 간악한 술수는 알아채지 못한 게 누구인데.”
어처구니가 없어 셀로니아가 조소 지었다.
마물의 기운은 이렇게도 잘 느끼면서 정작 정말로 간악한 술수를 부린 그레이스에겐 아무것도 느끼지 못한 맥라이언이 우습고도 웃겼다.
물론 지금 그가 이렇게 분노하는 것을 이해를 하지 못하는 건 아니었다.
어찌 됐든 마물은 인간에게 위협적인 존재이긴 했으니까. 하지만 반대로 마물에게 있어 인간 또한 마찬가지로 위협적인 존재였다.
본인들의 사리사욕을 채우고자 숲에 있는 마물을 포획하여 끌고 오는 것도 인간이었으니까.
셀로니아는 이제 정말 누가 옳고 그른지를 확실하게 판단 내릴 수가 없었다.
“하. 쓰레기 같은 마물과 어울리다니. 네가 이럴 줄 알았다면 지키는 일 따윈 하지 않았을 거다!”
“뭐?”
“짐처럼 불필요한 네 존재를 달고 다니느라 고생했던 우리가 불쌍하군.”
“…….”
그 순간 셀로니아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 버렸다.
“저놈의 입을 찢어 버리겠다.”
“아니요.”
그녀는 맥라이언을 향해 달려들려는 탄을 붙잡았다.
방금 내가 무슨 얘기를 들은 거지?
잘못 들은 거라 치부할 수 없을 정도로 맥라이언은 분에 찬 얼굴로 거만하게 고개를 치켜들고 있었다.
조롱하다 못해 업신여기는 그의 발언은 동료로서 함께한 그녀의 반년이라는 시간을 모조리 폄하하고 있었다.
“짐이라고.”
“그래. 네가 뭘 한 게 있지?”
셀로니아의 동요를 읽은 맥라이언이 비웃으며 비아냥거렸다. 이제 더는 동료도 아닌, 마물에 편에 서는 그녀에게 베풀어 줄 자비 따위는 없다는 듯.
“그게 네 진심이었구나.”
허탈함에 셀로니아의 입꼬리가 픽 올라갔다.
맥라이언에게 있어 자신은 동료가 아닌 그저 짐이었던 거다. 그렇게 내내 생각하고 있던 거다.
그녀는 솔직하게 인정했다. 자신은 이안과 맥라이언 그리고 레예프보다 검 솜씨가 형편없다는 것을.
체력적으로도 그들보다 무척이나 약했기 때문에 세 사람이 배려를 해 주었다는 것을 잘 알았다.
그랬기에 도울 수 있는 일에는 무조건 발 벗고 나섰다.
치료를 함에 있어 스스로보다 그들을 먼저 챙겼다. 벼랑 위에 핀 실키아 꽃을 따기 위해 몸을 던졌던 것도 그 때문이었다.
상처를 치료하는 데 특효인 그 꽃을 가지고 있으면 그들을 치료하는 데 더욱 유용할 테니까.
마물에게 습격받아 이안의 팔이 찢어졌을 때, 독에 취해 레예프가 사경을 헤맸을 때도, 맥라이언의 아킬레스건이 끊어졌을 때도 당연하게도 그녀는 그들을 치유했다.
토벌을 끝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쌩쌩한 그들보다 그녀가 회복이 더뎠던 것도 그들을 먼저 치유하느라 치유 능력을 다 소진했기 때문이었다.
스스로를 돌보지 못했지만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그들은 나보다 강하니까. 내가 할 수 있는 건 이것뿐이니까.
마왕에게 미끼가 되어 달려들었던 것도 그 때문이었다.
* * *
“절대 안 됩니다!”
“……미끼?”
“그래. 방법은 이것뿐이야.”
소리치는 레예프와 당황해하는 맥라이언을 향해 셀로니아는 그 어느 때보다 단단한 눈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수는 이것밖에 없다. 직접 미끼가 되어 마왕을 환심을 사 틈을 노리는 것.
그 틈에 세 사람이 마왕의 다리라도 묶는다면 승산이 있었다.
“위험합니다! 저는 절대 당신을 사지로 몰 수 없습니다.”
“레예프! 그럼 이대로 다 같이 죽을 거예요?”
고지식하게 구는 레예프를 향해 셀로니아가 답답한 마음에 미간을 찌푸렸다.
“수가 있을 겁니다. 조금 더 버티면…….”
“그전에 다 죽을 거예요.”
모두에게 더는 버틸 힘이 없다는 것을 잘 알았기에 그녀는 거침없이 마왕을 향해 다가갔다. 한쪽 다리를 절룩이며.
몸은 만신창이였다. 의복에 가려져 있어 보이진 않았으나, 자잘한 검상은 말할 것도 없이 많았으며 큰 상처들도 이곳저곳에 있었다.
그녀뿐만 아니었다. 남주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니 이것이 마지막 기회일 것이다.
“하하하. 사내새끼들이 여자 하나 뒤에 숨는 꼴이라니.”
마왕은 셀로니아 뒤로 잔챙이처럼 서 있는 남주들을 보며 한심하다는 듯 비웃었다.
그때부터였다. 따분하게 죽어 있던 마왕의 붉은 눈이 박동하는 심장처럼 살아나기 시작한 것은.
* * *
“…….”
셀로니아는 차갑게 가라앉은 눈으로 앞의 맥라이언을 바라보았다.
그 이후 그녀는 마왕에게 목이 졸려 숨이 넘어갈 뻔하였다.
기도가 막혀 시야가 뿌옇게 흐려지는 그 와중에 틈을 만들어 내기 위해 치유의 빛을 발산했다.
마왕은 당황했고 그 틈에 세 사람이 달려들어 종국엔 승리를 하게 되었다.
그녀가 위험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원작과 달리 진짜 죽을지도 모른다는 공포감에도 미끼를 자처했던 것은 그들과 함께 돌아가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원작의 강제성으로 시작하였으나 제게 구원자들은 그 정도로 소중한 동료가 되어 있었다.
하지만 맥라이언이 뱉어 낸 속내에 셀로니아는 깨닫고야 말았다.
맥라이언에게 저는 애정의 대상이었을 뿐, 동등한 동료가 아니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