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le Leads Were Stolen by the Extra RAW novel - Chapter (99)
엑스트라에게 남주들을 빼앗겼다 (99)화(99/162)
<99화>
모든 것을 깨달은 셀로니아의 입가에 쓴웃음이 맺혔다. 꽤 충격이라 손이 약하게 떨리고 있었다.
하지만 절대 맥라이언에게 들키고 싶지 않았기에 두 주먹을 꽉 말아 쥐었다.
그때 순간적으로 따뜻한 온기가 그녀의 손을 감싸 쥐었다. 조금 놀란 시선을 들자 탄이 자신을 빤히 보고 있었다.
“이런 꼴을 다 보이고 창피하네요.”
셀로니아는 머쓱함에 목뒤를 매만지며 파르르 떨리는 입술을 꾹 깨물었다.
눈물이 날 것 같다고 하면 내가 너무 약한 것일까.
참으로 아이러니했다.
반년 동안 함께했던 동료는 속내를 알고 보니 자신을 동료로 생각했던 적이 없고, 지금 저를 위로하는 건 그들이 죽였던 마왕이라는 것이.
셀로니아는 그레이스의 술수에 당해 남주들이 배신하고 떠나갔을 때보다 지금 더 가슴이 욱신거렸다.
어쩔 수 없이 참여한 토벌이었다.
눈을 떠 보니 이 몸에 빙의했고 이미 토벌대에 합류하여 마물 숲에 들어와 있었으니까.
한탄만 하고 있을 순 없으니 그래도 살아 보겠다고, 동료들에게 민폐가 되고 싶지 않아서 아등바등 노력했다.
언제까지 그들에게 보호만 받을 순 없었기에 이안에게 악착같이 검을 배워서 스스로를 지킬 정도의 힘을 길렀다.
하지만 기회는 주어지지 않았다.
그녀는 언제나 남주들에게 보호받아야 할 여자주인공이었으니까.
위기에 처하면 남주들에게 도움을 받거나 구해졌고, 그로 인해 남주들의 강인함과 매력이 한층 더 돋보이게 되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게 너무도 당연해졌다. 자신은 서포트만, 활약은 남주들이.
미끼가 되어 마왕에게 죽을 뻔하였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그녀는 목숨을 내놓으면서까지 남주들에게 기회를 만들어 준 것이었고 결국 마왕을 베어 낸 것은 남주들이었다.
언제나 그랬다.
늘 함께 싸워 왔지만 모든 영광과 스포트라이트는 그들에게 있었다.
“넌 나서지 마. 결정적인 순간에 네게 무슨 일이 일어나기라도 하면…….”
“셀리,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된다. 우리가 너를 지켜 줄 테니.”
셀로니아는 과거에 했던 맥라이언의 그 말들이 동료로서의 걱정에서 비롯된 것만이 아니었다는 걸 알았다.
언뜻 듣기엔 따뜻한 우려 같았으나, 맥라이언은 그녀가 해낼 수 있는 모든 행동까지 저지했었다.
‘거치적거리니 발목 잡지 말라는 뜻이었네.’
이제야 알았다. 맥라이언에게 자신의 노력은 쓸모가 없었다는 것을.
“셀로니아, 저놈이 하는 말은 그저 개 짖는 소리에 불과하다.”
옆에서 모든 얘기를 같이 들은 탄이 셀로니아가 행여나 상처받았을까 구석구석 살피고 있었다.
맥라이언과는 너무나 대조되는 행동이었다.
“그럼요. 알아요.”
셀로니아는 탄의 손을 맞잡으며 거뜬하다는 듯 웃어 보였다.
울컥했으나 그녀는 절대 눈물을 보이지 않았다. 우는 것도 아까웠으니까.
맥라이언이 저를 폄훼한다 해도 그녀는 자신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했다.
그리고 그들이 토벌에서 사지 멀쩡하게 돌아올 수 있었던 건 모두 다 제 덕이었다.
그런데 이제 와서 뭐가 어쩌고 저째?
“살아서 이렇게 자유분방하게 주둥이를 놀릴 줄 알았으면 구해 주는 게 아니었는데 말이에요.”
“뭐? 하! 누가 누굴 구했단 말이냐. 마물과 한통속이 되더니 이젠 상도덕도 없어진 모양이군. 네가 나에게 목숨을 빚진 것을 잊었나?”
셀로니아가 탄을 향해 어깨를 으쓱이며 말하자 맥라이언이 발끈하여 소리를 내질렀다.
언제나 그녀를 구해 준 게 바로 자신이었는데 배은망덕하게 그걸 잊다니!
“어디서 개가 짖네.”
“너……!”
“상도덕이 없는 건 너야. 오만하기 짝이 없어. 네가 활약할 수 있던 기회들이 어떻게 나왔는지를 생각조차 안 하는구나.”
얼음장보다 차디찬 셀로니아의 눈동자가 맥라이언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얼굴에 동요 따윈 없었다. 그가 어떤 말을 하든 더 이상 상관없다는 듯, 무슨 얘기에도 흔들리지 않을 것처럼 아주 단단해져 있었다.
그가 술수에 당한 것은 사실이다. 지금의 속내는 술수와는 상관없이 그가 가지고 있던 진심일 뿐.
그럼 과연 그의 눈을 가리고 있던 술수가 벗겨지고 나면 동료가 아닌 애정의 대상을 향한 후회가 어떨지 아주, 무척이나 궁금해졌다.
“누구 덕에 평화가 도래했다 생각하지? 드래곤인 내 도움이 없었다면 너희들은 아직도 숲을 헤매고 있거나 죽어 백골이 되었을 거다.”
맥라이언이 팽 하고 코웃음을 쳤다.
그는 오만하게도 지금 제국이 유지하고 있는 평화가 거의 다 자신의 덕이라고 생각했다.
커다란 위기의 순간에 큰 역할을 한 건 항상 그였다. 인간과 달리 초월적인 존재인 그의 힘은 막강했으니까.
플래너건 제국에서 그보다 고귀한 존재는 없었다. 드높은 황제조차 자신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눈을 떴을 때부터 지금까지 그것은 언제나 당연했다.
“순순히 마물을 넘겨. 그렇지 않으면 너라도 더는 봐주지 않을 거다.”
“그건 안 되지.”
같잖은 맥라이언의 경고를 비웃으며 셀로니아는 검을 고쳐 잡았다.
더는 남주들이 활약하는 꼴을 봐줄 수가 없었다.
특히나 본인만 잘났다고 동료였던 자들의 도움과 배려 따위는 깔끔하게 잊은 이기적인 드래곤은 더더욱.
그러니 이제부터 언제나 한 발자국 떨어져 있던 활약상 한가운데로 들어갈 생각이었다. 도움만 주던 여자주인공이 아닌, 직접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주인공이 될 작정이었다.
하지만 셀로니아는 지금 당장은 제힘만으로 역부족인 것을 잘 알았다.
“탄, 절 좀 도와줄래요?”
그녀는 당당히 도움을 요청했다. 누구와 달리 자신은 동료에게 고마움을 느끼는 사람이었으니까.
“기꺼이.”
셀로니아의 말에 탄이 씨익 웃으며 대답했다. 그건 너무나 듣기 좋은 말이었다.
도움을 청한다는 것은 그녀가 그만큼 자신을 신뢰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했으니까.
“니들이 감히 나와 상대가 된다고 생각하나.”
자신에게 덤벼들겠다는 셀로니아의 발언에 맥라이언의 금안이 싸늘하게 가라앉았다.
그의 이마에 일어선 핏줄이 불쾌함에 꿈틀거리고 있었다. 셀로니아가 기어코 마물의 편에 서겠다는 것이었으니까.
결국 배신이었다.
감정을 주체하지 못한 그의 몸에서 드래곤의 푸른 기운이 피어나고 있었다.
“자만하지 마. 길고 짧은 건 대봐야 아는 거니까.”
셀로니아가 자신 있게 웃었다.
맥라이언이 심장을 가지고 있다면 탄이 도와줘도 상대하기가 까다로울 수 있었다.
하지만 그레이스에게 주겠다며 가져갔으니 지금 심장은 그에게 없을 거다. 그렇다면 해볼 만했다.
“이왕 이렇게 된 거 주위에 결계라도 치는 게 어때? 우리 때문에 애꿎은 사람이 다치면 안 되잖아.”
그녀는 맥라이언에게 뻔뻔히 요구했다.
지금 그들이 서 있는 곳은 사냥제가 행해지고 있는 미르나르 숲이었기에 언제든 방해꾼이 나타날 수 있었다.
드래곤과 그들이 맞붙는 걸 다른 사람들이 봐서 좋을 게 없었다.
“하. 결계를 친 게 무색할 만큼 빨리 끝내 주마.”
비아냥대면서도 맥라이언은 착실히 손을 움직여 그들 주변에 결계를 쳤다.
셀로니아의 부탁을 들어줬다기보단 두 사람을 해치우고 나면 저 마물을 죽이고 승리를 거머쥐기 위해.
결계 때문에 그리핀은 더 이상 도망가지 못하게 되었으니까. 독 안에 든 쥐였다.
셀로니아는 토벌 당시 야숙을 할 때마다 보았던 익숙한 드래곤의 결계를 보며 피식 웃음 지었다.
그리핀을 잡으려고 결계를 칠 걸 뻔히 알고 있었다. 맥라이언을 잘 알기에 영리하게 손 안 대고 코를 푼 격이었다.
“잘 생각했어. 네가 지는 모습을 들키면 안 되잖아.”
원하는 것을 얻어 낸 셀로니아는 한껏 맥라이언을 자극했다.
“너, 내가 너라고 봐줄 거라 착각 마라.”
바짝 약이 오른 맥라이언이 살벌한 드래곤의 기운을 풍겨 대며 으득으득 이를 갈았다.
“맥, 난 너의 어떤 변명 따위도 들어주지 않을 거야.”
그런 맥라이언을 향해 셀로니아는 마지막 경고를 날렸다.
네가 술수에서 풀려났을 때, 그 어떤 소리를 하든 소용없을 거라고.
“분명히 알아 둬. 후회는 네 몫이야.”
손에 쥔 잘 벼린 칼날처럼 날카로운 셀로니아의 목소리가 사위를 울렸다.
이윽고 그녀와 탄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맥라이언을 향해 달려들었다.
맥라이언 또한 두 손에 가득 푸른 기운을 움켜쥔 채 두 사람을 향해 튀어 올랐다.
* * *
“대체 어디로 갔단 말이냐!”
화가 날 대로 난 황태자 헬리우스가 잔뜩 성질을 부려 댔다.
그리핀의 울음소리를 따라 왔던 길을 되돌아왔건만 그리핀은커녕 다른 짐승의 털조차 보이지 않았다.
아무래도 사악한 마물의 울음소리에 놀라 멀리 달아난 모양이었다.
“자, 잠시 여기서 쉬고 계시겠습니까? 저희가 얼른 주위를 살펴보고 오겠습니다.”
근위대 기사 토르가 두려움에 파랗게 질린 얼굴로 쩔쩔매며 다급히 입을 열었다.
“지금 그걸 말이라고! 당장 움직여!”
“예, 예!”
떨어진 불호령에 토르를 필두로 기사들이 허둥지둥 움직이며 황태자 주위를 샅샅이 살펴보았다.
“젠장, 젠장!”
한참이나 움직인 다리가 저리고, 숲을 지나치며 나뭇가지에 긁힌 뺨의 상처가 따끔거리자 성질이 난 헬리우스가 제자리에서 펄쩍펄쩍 뛰었다.
이렇게 질질 끌 게 아니었다.
너무 빨리 잡으면 의심을 받을 수 있으니 적당히 시간을 때우다가 붙잡아 둔 마물을 베어 내기만 하면 되는 것이었는데……!
“그깟 일 처리 하나 똑바로 못해서!”
헬리우스가 쥐고 있던 검을 마구잡이로 휘두르자 주위의 무성한 나뭇가지들이 아래로 떨어지며 나뭇잎이 나부꼈다.
“저, 저기입니다! 그리핀이 보입니다……!”
그때였다.
조급하면서도 화색이 돈 목소리가 황태자의 귀를 찔러 왔다.
헬리우스는 곧장 소리친 기사가 있는 방향으로 걸어갔다.
“비켜라!”
지나갈 수 있게 기사들이 길을 비켜 주고 있음에도 헬리우스는 그들의 어깨를 일부러 퍽, 퍽 밀쳐 대며 걸어갔다.
이윽고 소리친 기사까지 우악스러운 손길로 밀쳐 낸 그의 눈에 저 앞쪽 그토록 찾아 헤매던 그리핀이 떡하니 서 있는 것이 보였다.
“뭣들 하느냐! 당장 붙잡아라!”
혼자서 잡을 수 없다는 걸 잘 알기에 헬리우스는 곁에 있는 기사들의 등을 떠밀며 소리쳤다.
“저, 저기 누가 있는 것 같습니다.”
주춤거리던 말단 기사가 떨리는 목소리를 내었다.
“뭐? 누가……!”
황태자의 고개가 홱 돌아갔다.
지친 기색으로 발악하고 있는 그리핀을 향해 어두운 실루엣이 다가가더니 단숨에 장검을 내리쳤다.
“흐억……!”
그 장면을 목도한 기사들이 모두 놀라 숨을 죽였다.
그리핀의 목이 뎅겅 잘려 나갔다.
황태자도 두 눈 똑똑히 보았다. 실루엣이 내리친 검날에 의해 그리핀의 목이 잘리는 것을.
“누가 감히……!”
제 사냥감을!
헬리우스가 급히 그리핀이 있는 방향으로 뛰어들었다.
그 순간 그의 동공이 커다래지며 입이 떡 벌어졌다. 목을 벤 사람의 정체를 단번에 알아봤으니까.
그리핀과 한바탕한 건지 행색이 말이 아니었으나 그건 누가 봐도,
“……베스인 공녀?”
셀로니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