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licious Member is Back! RAW novel - Chapter (249)
악성 멤버가 돌아왔다! 249화
* * *
장장 일주일 만에 숙소로 복귀한 티오제 멤버들의 얼굴에는 각자의 감정이 잔뜩 녹아 있었다.
“다녀왔습니다! 짐 들어 줄 사람?”
“화성아, 인마. 그래도 네 짐은 네가 들어야 하지 않겠냐?”
“이잉, 그럼 유찬 형은 혼자 들어가요. 난 시우한테 부탁할래요.”
“제가, 제가 들게요… 집에서 아무도 저한테 일을 안 시켜서….”
“시우 너도 참….”
누구는 마냥 행복하고, 누군 생각이 깊어졌고, 또 누구는 이제야 살 것 같고.
“일단 다들 선물부터 받아요. 아, 무거워 죽는 줄 알았네, 진짜!”
“어후, 화성아. 이게 다 뭐야? 뭘 일주일 다녀오면서 이렇게 바리바리 싸 왔어.”
“이번 아니면 또 언제 대구 갈 줄 알고요. 그래서 좀 많이 챙겨 왔죠. 이건 유찬 형 거. 이게 목에 좋다고 하던데… 아, 시우. 너도 이거 받아 가라.”
“으음, 네에….”
이렇게 여섯이 비로소 다 모이고 나서야 숙소가 꽉 찬 느낌이 들었다.
“하하….”
어젯밤, 느지막이 잠들었던 김춘용은 야단법석인 거실을 향해 걸어 나오며 배를 슬슬 문질렀다.
확실히 로건과 손재하, 김춘용 자신만 있을 때는 이 정도 활기를 느끼기 어려웠던 게 사실이었다.
그들이 유독 조용한 인원들이라서 보다도, 글쎄.
“아, 춘용아. 내가 호빈 형한테 퀸스에서 나오는 연습생 이야기를 좀 들었는데….”
“정말요? 이번에 퀸스에서도 연습생이 나간대요?”
“으응. 근데, 너도 아는 애라서….”
“네?”
“그, 왜. 있잖아. 주안이.”
“…커헉.”
다른 멤버가 오기 전까지 이것저것 생각하고, 고민하고, 따져 보느라 바빴던지라.
“하암….”
김춘용은 지화성이 냅다 던져 주는 대구 동성로 명물 빵을 품에 가득 끌어안으며, 아이돌답지 않은 하품을 허공에 날렸다.
“용용 형, 제대로 못 쉬었어요? 얼굴이 대체 왜 그 꼴이지.”
“내 얼굴이 왜?”
“스케줄 때문에 3일 동안 8시간 잤을 때랑 똑같은데요.”
“아아, 뭐. 그렇지….”
‘김주안이 또 서바이벌을 나간다니. 이건 생각도 못해 본 일이라서 잠도 못 잤네.’
피로로 점철된 머쓱한 웃음은 길게 가지 않았다.
“아, 다들 오셨군요. 마침 타이밍이 좋았네요.”
멤버들이 다시 숙소로 모두 복귀했다는 건 그들의 달콤하고도 짧은 휴가가 끝났다는 걸 의미했고, 그건 즉….
“…다들 짐만 가볍게 정리하시고, 잠깐 모여 주시겠어요? 차후 스케줄 설명을 좀 드리려고 합니다.”
유능한 매니저가 완벽한 순간에 등장해서, 차후 그들의 스케줄 상황을 브리핑해 줄 거라는 말과도 같았으니까.
이는 퍽 긴장되면서도, 준비된 짐을 건네받는 묘한 순간이었다.
“그럼….”
거실에 길게 늘어진 멤버들을 하나하나 살핀 유호빈은 크흠, 하고 짧게 목을 가다듬고는 적어 온 사항들을 하나하나 읊었다.
“일단, 로건 씨와 재하 씨, 춘용 씨는 다음 달부터 촬영이 시작될 [플릭트 보이즈>라는 서바이벌 프로그램 멘토로 출연하게 되실 거고….”
“헉, 셋만 따로 스케줄? 그래도 돼요, 네? 저도 스케줄….”
“―화성 씨는, 다른 아이돌분들과 국내 여행을 가는 프로그램 하나에 출연하시게 될 겁니다. 좋은 일이죠. 눈치 빠르고 밝은 이미지가 잘 먹혔어요.”
“…헉.”
다른 아이돌들과의 국내 여행.
이게 뭔지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괜찮았다.
방송계에 종사하고 있다면 모두가 아는, BNS에서 절찬리에 방송 중인 [우당탕 한국 기행>의 다음 기수 멤버로 지화성이 뽑혔다는 의미였으니까.
“…제가요? 진짜? 저 그거 레오폴드 선배님들 나온 거 전부 봤는데!”
“네. 좀 발랄한 막내 이미지를 원하신 것 같더라고요. 잘하실 수 있을 겁니다.”
지화성의 얼굴은 여전히 상상도 못했다는 경악이 물들었지만, 이미 이전에 대강 겪어 본 김춘용에게는 자신의 서바이벌 프로그램 멘토 역할 출연보다도 이 사실이 덜 놀라웠다.
애로우즈 때도 리패키지 이후의 눈에 띄는 공백이 있긴 했다.
서바이벌 데뷔 후 단 한 번도 쉬지 못하고 미친 듯이 달렸던 건 그때나 지금이나 똑같았고, 그건 공백기를 관리하는 법도 같다는 뜻이니까.
당시에도 티오제에서 처음으로 단독 예능을 나가게 되는 건 지화성이었다.
“에, 씁. 화성이. 화성이 다음 주부터 촬영 있다. 뭔지는 천천히 알려 줄게. 그냥, 알고만 있어.”
“으음, 태욱 형. 조금만 더 자세히 말씀해 주시면… 그래야 화성이도 준비를 할 텐데요.”
“야, 재하야. 지금 렉스 상태가 저런데 뭘 자세히 말해 줘. 그것도 눈치 봐 가면서 해야지.”
…그때는 김춘용의 사고 직후에 일정이 잡힌 거라서, 지금처럼 축하해 줄 수는 없었지만.
“야, 지화성. 잘 놀고 와, 어?”
“으! 너무 떨리는데요? 저, 저 형들 옆에 없어도 되나? 진짜 괜찮으려나?”
“안 될 건 뭐야, 또.”
김춘용은 그때의 미안함을 한껏 담아 지화성의 백금발을 삭삭 문질러 주며, 유호빈이 다시 입을 열기만을 기다렸다.
아마 저게 끝은 아닐 테니까.
지화성과 함께 다른 예능에 출연하게 될 멤버.
그건, 한 명이 더 있었다.
“아, 그리고 유찬 씨.”
김춘용의 기대에 부응하듯, 뺨을 긁적이며 방긋 웃은 유호빈은 방유찬을 향해 엄지를 척 치켜들었다.
“…축하드립니다. 티오제 중에서 제일 먼저 해외 스케줄이에요.”
“어… 네? 해외요?!”
“캔 유 힐 미(Can you heal me), 이번에 아이돌 게스트로 유찬 씨가 나가시게 됐어요.”
“허억….”
그래.
애로우즈가 한창 어렵던 시절, 방유찬이 라디오에, 피처링에, 여기저기 나갈 수 있었던 건 이런 능력 덕분이었다.
김춘용 기억으로는 음악 여행 프로그램 ‘캔 유 힐 미’가 아닌 다른 음악 경연 프로그램이었으나, 이번에는 더 업그레이드가 된 걸로 봐야 한달까.
KPCA 신인상의 저력이라는 건 이런 곳에서 손을 뻗는 법이었다.
“와 씨, 대박. 유찬 형. 면세점 쓸어 오는 거 알죠? 제발! 저 갖고 싶었던 자켓 있어요!”
“야, 화성, 화성아. 우리 아직 정산도 안 받았는데….”
“아, 그건 걱정 마세요. 다음 주쯤에… 티오제 첫 정산이 이뤄질 겁니다. 이것도 축하드릴 일이네요.”
“정, 정산….”
그야말로 축하할 소식이 한가득인 브리핑이었다.
데뷔 후 매일매일 살얼음판을 걸어오는 것 같던 와중에, 드디어 자신의 꿈을 이룬 걸 통해서 실제로 돈까지 받게 되다니.
멤버들의 복귀로 인해 적당히 떠들썩하던 거실은 순식간에 즐거움의 도가니에 빠졌다.
“와, 부모님 선물 뭐 사는 게 좋지? 이런 건 역시 내복이 제일 먼저겠죠? 아앙, 이제 좀 생색낼 수 있겠네, 진짜!”
“어후, 그렇지. 그런데 세금 문제도 생각해야 하니까….”
“Wait, 유찬 형. 그거 좀 자세히 듣고 싶은데요. 저 어쨌든 외국인이라서…!”
웃고, 떠들고, 배를 잡고 굴러다니고, 말리고.
그런 와중에, 조용히 미소만 짓고 있던 누군가의 곁으로 김춘용이 다가갔다.
이번 공백기에서, 티오제 멤버 중 유일하게 스케줄이 없는 한 사람.
“…시우야.”
“아… 춘용, 형.”
장시우의 옆에 털썩 주저앉은 김춘용은, 신이 난 다른 멤버들에게 들리지 않게 작은 목소리로 소근거렸다.
“…너는 아직 미성년자라서, 오후 스케줄을 유동적으로 쓸 수 없어서 그래. 나이 좀 먹으면 네가 우리 중에 스케줄 제일 많을걸.”
김춘용은 애로우즈로 활동할 당시, 이때의 장시우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알 수 없었다.
“일단, 유찬이랑 화성이는 스케줄 가자. 류웨이는 아까 나갔으니까….”
“형들, 다녀… 오세요.”
“…응. 시우 너도 푹 쉬고, 음. 어. 쉬고 있어.”
“렉스 형은 제가 챙길게요. 스케줄… 잘하시고….”
자신은 방에 틀어박혀 사고의 괴로움에 몸부림치고만 있었고, 다른 멤버들은 어떻게든 그룹 이미지를 위해 외부 스케줄을 돌고 있었으며, 위와 같은 이유로 장시우만이 김춘용과 함께 숙소를 지키며 가만히 있었으니까.
앞으로 다른 티오제 멤버들은 공백기인 게 무색할 정도로 바쁘게 활동을 하게 될 것이다.
그런 멤버들을 보며, 숙소에 있는다는 건 대체 어떤 기분이지?
김춘용은 애로우즈 멤버들에게 빚이 많았다.
‘…아마 그때 조금만 더 어른스러웠더라면, 시우랑 그때 진작 대화를 하고, 그런 상태가 되지도 않았겠지. 어린 애 기분을 짐작도 안 하고 혼자 땅파고 있지도 않았을 테고.’
그러니까, 이번에 홀로 있게 될 장시우가 신경이 안 쓰일 수가 없었다고.
“하하….”
그런 김춘용의 기분을 아는 건지 모르는 건지, 장시우는 오른손으로 자기 입을 살짝 가리고는 수줍게 웃음을 터뜨렸다.
“춘용 형. 저… 스케줄, 거절한 거예요. 호빈 형도 아셔요.”
“…뭐?”
이건, 몰랐던 일인데.
김춘용은 떡 벌어지려는 입을 간신히 잡아내며, 동그랗게 눈을 뜨고 장시우와 시선을 마주쳤다.
자신의 붉어진 뺨을 가린 손으로 살짝 문지른 장시우는, 다른 멤버들의 떠드는 소리를 배경 삼아 작게 소곤거렸다.
“저, 준비하는 게 있거든요. 4월에 하는 건데….”
“…그거 때문에 스케줄 거절한 거야? 제대로 하고 싶어서?”
“네에. 그러니까, 신경 안 쓰셔도 돼요.”
누가 아는지, 혼자만 아는 건지, 아니면 다른 이들은 전부 아는데 김춘용만 모르는 건지.
은근한 미소를 지은 장시우는, 김춘용의 등을 살짝 두드리고는 지화성이 허공에 뿌려 대는 빵 중 하나를 잡기 위해 몸을 일으켰다.
그래.
바야흐로, 티오제 멤버들 각각의 스케줄이 따로 결정된 공백기의 시작.
“아, 여러분. 옥수수빵 드시는 건 좋은데, 그전에 말씀드릴 게 하나 더 있습니다.”
“흐헤 머데여?”
“글쎄, 이걸 단체 스케줄이라고 해야 할지는 모르겠지만요. 어쨌든 제일 중요한 것 중 하나라….”
또한 그 공백기의 시작에는, 한동안 멤버들을 다 함께 볼 수 없다는 제니아들의 아쉬움을 달래 주기 위한 이벤트 역시 준비된 채였다.
* * *
인터넷 커뮤니티와 SNS는 늘 그때그때 가장 화제가 되는 아이돌들에 대한 이야기로 떠들썩했다.
이번에 새로 런칭이 예고된 서바이벌 [플릭트 보이즈>는 물론, 그에 얽힌 다른 아이돌들의 얘기까지.
[시연이가 예인한대 @Sereeeslover주철영 [ 이 아저씨 감 ㅈㄴ 다 떨어진 거 아님? 남돌 서바 한 번 했으면 그다음은 여돌이지;; 타이밍 개구림] [⎿어허 티오제는 AG 소속사 서바이벌이라 정사로 취급 안 하신댄다 세레니아 다음이 플릭트 보이즈랜다]
그런 과정 속에서, 티오제의 이야기가 흘러나오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티오제 이제 첫 공백기인데 스케줄 개빡세네 셋은 서바 멘토 둘은 여행 프로그램?? 남은 한 명 ㅈㄴ 민망하겠다 ㅋㅋㅋㅋㅋㅋ] [⎿근데 공백기 시기랑 남은 한 명 나이 보니까… 뭐 학교 편입이라도 준비하려는 거 아님? 아님말고 ㅋㅋㅋ] [불났어요불 @fireworksday우리 화성이 이번에 여행 가서 형들한테 귀여움 잔뜩 받았으면… (기도)(기도)
춘용이도 같이 갔으면 좋았을 텐데 젠장] [⎿불불쌤 사심을 이런 데에 비비지 마시고요] [멘똘기이렇게살다죽긔 @mennnnheeriS2
아니 ㅌㅇㅈ는 뭔데 벌써 서바 멘토임? 그 정도 아닌데 ㅇㅅㅇ… ] [방유찬믿고대학가세요 @BangbangYourchan
유찬 오라버니가 이번에 LA를 뒤집고 오실 예정이랍니다… 다들 두 손 모아 LA에 내려질 명창 축복을 기다려 주세요]
이런 좋은 소식을 듣는데, 팬의 기분이 좋지 않을 리가.
“재하가 멘토라니. 내가 데뷔 시켜 준 게 어제 같은데….”
그러나 이 모든 커뮤니티 플로우를 지켜본 AG물산회사는, 즐겁고 신이 나면서도 아쉬운 마음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럼, 음. 당분간 단체 활동은 없는 거네.”
아니, 비단 그녀뿐만이 아니었다.
티오제의 단체 활동을 좋아하는 제니아들.
혹은, 내 아이돌 하나만 보고 좋아했지만 어느새 다른 멤버들까지 마음속에 스며든 제니아.
내 아이돌이 잘돼서 여기저기 많이 나오는 건 좋지만… 그렇지만.
그래도, 다 같이 데뷔했는데 다 같이 활동하는 건 더 좋지 않나?
그런 생각 때문에.
그리고, 스메지로 뒤통수를 한 번 거하게 맞은 전적이 있는 AG가 다른 건 몰라도 이런 것만큼은 빠르게 캐치할 줄 알았다.
첫째도 실력, 둘째도 실력.
그걸 제일 잘 보여 주려면 뭘 해야겠냐고.
“…어? 공계 알림… 헐, 헐!”
공백기 중, 단체 활동을 사랑하는 팬들의 가뭄든 마음에 단비처럼 쏟아진 단 하나의 소식.
[AG물산회사: 늘봄님] [AG물산회사: 늘봄님 제발 저희 ㅇㅣ제 팬클럽 공식 모집한대요] [AG물산회사: 그리고 ㅠㅠㅠㅠ 팬미팅 ㅠㅠㅠㅠ]아, 그러게.
이벤트가 다 준비되어 있다니까, 그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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