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licious Member is Back! RAW novel - Chapter (250)
악성 멤버가 돌아왔다! 250화
* * *
티오제의 공식 SNS 계정이 올린 짧은 게시글의 파급력은 크고도 거대했다.
[ToZ @Targetofzenon_AGToZ(Target of zenon) 공식 팬클럽 Xenia 1기 모집 및 1st 팬 미팅 공지
(링크)]
아이돌과 팬이 직접 만나는 자리를 만드는 것은, 공백기를 관리하는 다양한 방법 중에서도 으뜸으로 치는 것 중 하나였으니까.
팬 미팅이 어떤 자리인가?
아무리 돈을 쏟아부어도, 랜덤 추첨 방식이라면 갈 수 없는 팬 사인회와 달리, 내 손가락의 순발력 하나로 티켓을 쟁취해 내기만 한다면 갈 수 있는 곳.
무대 위에서 노래하고, 게임 하고, 팬들과 대화하는 내 아이돌을 직접 볼 수 있는 곳!
이제 진짜로 찾아올 공백기에 약간 우울해지려나 싶었더니, 공식 팬클럽 모집 소식과 함께 팬 미팅 예고가 떠버리다니?
덕분에 멤버들의 개인 스케줄 소식, 스타 메시지 서비스의 입점으로 인해 안 그래도 웅성거리던 제니아의 타임라인은 터져 나가기 직전이었다.
[늘봄미르 @NBML__0412팬 미팅에서 춘용이 얼굴 볼 생각에 설레서 정신이 나갈 것 같아요 ㅠㅠ 팬 미팅이라니 팬 미팅이라니….] [⎿(차단된 계정입니다) 님 찍덕이라서 카메라 뺏기고 들어가지도 못할 텐데용? 티켓 ㄱㅅㄱㅅ] [AG물산회사 @HARDWARE_store
팬 미팅? 그러니까 거기에 전부 티오제를 좋아하는 사람만 온다는 건가요? 감동의 눈물이 줄줄 흐른다 ㅁㅊ] [헐 ㅌㅇㅈ 팬 미팅 장소 타겟팅 스타 생방 장소네 ㅋㅋㅋㅋ] [⎿데뷔 결정 난 장소에서 첫 팬 미팅? 이거 꽤 로망이네요…] [와 AG 무슨 일임? 얘네 원래 이렇게 빠릿빠릿하게 일했나?] [⎿내 말이 얘네 최가온 팬 미팅은 1년 넘었을 때나 간보고 그러지 않았음? ㅋㅋㅋㅋㅋ 오히려 콘서트를 먼저했던 거 같은데 ㅠ]
그리고, 이 반응을 지켜보는 관계자의 얼굴에는 흡족한 미소가 떠오를 수밖에 없었고.
“네. 제가 이번에 말씀드렸는데, 다행히도 대관 일정이 비어 있었던지라… 빠른 진행이 가능하더라고요. 중간중간 팬 미팅 준비 영상이나, 자체 제작 컨텐츠 같은 것도 촬영해서 위튜브 채널에 올리면 좋을 것 같습니다.”
“허어억….”
“마음에 드시나요?”
자신이 레이디스완의 일을 신경 쓰다가 스메지라는 아이돌 문물에 약간 늦게 반응했다는 게 죄스러웠던 유능한 매니저, 유호빈은 이제야 자신감 넘치는 미소와 함께 멤버들과 마주했다.
그 어떤 멤버가 이 상황을 싫어할 수 있겠는가?
코앞으로 다가온 첫 정산에, 화려하게 펼쳐진 개인 스케줄에, 이제는 자신들을 사랑해 주는 팬과 마주하는 팬 미팅까지 기다리고 있다니.
다 큰 멤버들이 유호빈의 사지에 매달려 애교 아닌 애교를 퍼붓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호빈 형! 와, 진짜… 저희 개인 스케줄 따다 준 것도 너무너무 감사했는데. 이거 완전 서프라이즈인 거 알아요?”
“씁, 화성아. 호빈 형 팔 떨어지겠다. 좀 살살해, 살살.”
“에엥, 그러는 유찬 형은 호빈 형 손가락 으스러뜨릴 기세인데요.”
“헉, 나도 모르게….”
“그러니까, 콘서트랑 비슷한 거죠? 노래랑 퍼포먼스를 하는 거죠? God, 너무 설레요!”
“으음, 조금 차이가 있긴 한데… 하하, 그건 내가 설명해 줄게, 로건.”
“팬, 팬 미팅… 형이 하는 거, 본 적… 있어요. 이제 저도….”
멤버들의 기뻐하는 모습에 유호빈은 애써 웃음을 참으며 뺨을 긁적였다.
‘…이렇게 좋아하시는 걸 보니까, 건의하길 잘했어. 그리고 타이밍도 이때가 딱 맞았지.’
현재 공식 SNS 계정에 공지된 팬 미팅 일자는 다음 달 말.
그 사이 멤버들은 각자 개인 스케줄을 시작하기 전까지 팬 미팅 준비를 하면 되었으며, 그 사이 AG는 팬클럽 사이트 정비와 디지털 티켓을 준비하면 될 터였다.
이 모든 게 디지털 시대화의 1승이랄까.
‘애매하게 [플릭트 보이즈> 첫 촬영 시기와 겹쳐 있긴 하지만… 그건 준비 기간의 화성 씨와 유찬 씨도 마찬가지니까.’
리패키지를 준비하던 시기에 있던 짧은 공백기에는 자체 제작 컨텐츠로 팬들의 민심을 달랬으나, 이번 공백기는 그보다 더 길어질 예정이기 때문에 그걸로는 부족할 게 분명했다.
팬들을 하나로 모아 주는 것.
그리고, 담당 가수들에게 그 팬의 모습을 보여 주며 ‘너희가 이렇게나 사랑받고 있다’고 알려 줘 그들 활동의 원동력이 되게 하는 것.
그래, 이보다 더 말끔할 수는 없었다.
팬들에게도, 티오제 멤버들에게도, 유호빈 본인에게도 말이다.
“…….”
그러나, 이 행복한 순간에도 유호빈의 시선을 피해 작게 한숨을 내쉬는 인물이 있었으니.
“…후.”
생각할 거리가 한두 개가 아닌, 우리들의 김춘용이었다.
“아, 저 잠깐만 화장실 좀 다녀올게요.”
“어어, 다녀오세요. 그럼, 춘용 씨 오기 전에는 간단하게 다른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다른 거요? 개인 스케줄?!”
“아, 네. 특히 화성 씨랑 유찬 씨는 여행이다 보니, 짐이나 여권 같은 걸….”
서서히 멀어지는 멤버들과 유호빈의 목소리를 배경 삼으며, 김춘용은 황급히 자신의 몸을 숙소 거실에 딸린 화장실에 처넣었다.
나름 표정 관리를 잘한다고 했으나, 완벽하게 됐을지는 장담할 수 없었으니까.
아니나 다를까.
“…윽.”
거울에 비친 김춘용의 얼굴은, 뭐라 설명하기 어려운 표정이었다.
멤버들이 각자 자신의 재능을 뽐낼 수 있는 개인 스케줄을 들어가게 됐다는 기쁨.
그리고, 이래저래 부담과 고민으로 점철되어 있는 [플릭트 보이즈> 촬영 전까지 팬 미팅 준비 덕에 머리를 식힐 수 있을 거라는 안도감.
거기에….
과거 자신이 감정을 이기지 못하고 뛰쳐나왔던 팬 미팅이, 또다시 찾아왔다는 중압감.
“하아….”
김춘용은 자신이 기대 있던 화장실 벽을 타고 스르륵 미끄러지며, 누가 들으면 ‘세상 망했어요?’하고 물을 만한 한숨을 푹푹 내쉬었다.
물론, 유호빈이 이번 팬 미팅 대관 장소라고 알려 준 실내 체육관 무대는 이전에 [타겟팅 스타>의 생방송 마지막 무대 덕분에 올라간 적이 있었다.
그때의 김춘용이 류웨이도 때려잡고, 무대도 잘한 덕에 이렇게 무사히 티오제로 데뷔할 수 있었고.
그렇지만, 어떤 트라우마 비슷한 걸로 남아 있는 무대를 같은 이름으로, 직접 다시 오른다는 건 또 다른 말이었다.
‘…그 이후로 애로우즈 팬 미팅을 내가 어떻게 참여했는지 기억도 안 나는데.’
하라고 하면 할 수 있었다.
까짓것 여기는 그곳이 아니라고 세뇌에 세뇌를 거듭한 다음에 올라가면 못할 것도 없었다.
그렇지만, 어째 기분이.
글쎄, 마음이.
…편안하다고 하기에는, 이런저런 생각이 너무 많이 들어서.
“하아….”
김춘용의 땅을 기어 다니는 한숨이 한 차례 더 터져 나왔다.
[플릭트 보이즈>의 문제적 연습생들을 어떻게 마주할지, 그중에 있을지도 모를 ‘다른 놈들’을 어떻게 대할지 생각하는 것도 복잡해 죽겠는데.이런 걸 산 넘어 산이라고들 하던가?
그런 김춘용의 마음을 눈치채기라도 한 건지, 유호빈의 팬 미팅 발언의 순간부터 김춘용 주머니 속 휴대폰은 반짝반짝 빛이 나고 있었다.
이전의 이상한 뿅 소리가 안 나니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 X: 팬미티이잉??
– X: 야 그거 너가 뛰쳐나갔던 그거잖아 ㅋㅋㅋㅋ
– X: 오잉잉 이제 이벤트는 너 정연우 ㅡㅡ 마주치는 서바이벌 밖에 없을 줄 알았더니
– X: 이런 일이 또 생기네 ㅋㅋㅋㅋ 타이밍 죽이고
– X: 뭐 네가 건드리지 않는 선에서 과거 일들은 그대로 일어나니까 😉
– X: 내가 예상 못했다고는 말 못 하겠당!
뭐, 차라리 안 보느니만 못한 메시지들이긴 했다.
– 김춘용: 넌 내가 너 회사 노조 궐기 일으키는 거 도와주기까지 했는데 그런 말을 꼭 해야 하냐?
– 김춘용: 맨날 말로만 나를 위하네 뭐네 하지 어?
– X: 이이잉 그렇지만…
– X: 솔직히 네가 멘탈 나가기 직전 상태 되는 거 볼 때마다 좀 짜릿하긴 해
– X: 물론! 네가 계약을 완수 못할까 봐 걱정되지만!
– X: 물론! 네가 진짜 멘탈 터져서 급격히 렉쓰레기 상태로 돌아가는 건 아닌지 걱정되지만!
– X: 그때마다 네가 어캐 해쳐나갈지 궁금해서 ㅎㅎ
– X: 그래도 내가 도와주긴 할 거니까! 알징? [이게 뭐게 뭐게] ㅎㅎ
– X: 네가 찾아 봐 달라고 했던 연습생 목록도 파일로 정리해 놨으니까 보라구 ㅎㅎ
– X: 그럼… 파이팅?
– X: 연습생 프로필_txt
엑스와의 대화라고 할 수도 없는 말다툼을 끝낸 김춘용은 휴대폰을 거칠게 주머니에 다시 쑤셔 박았다.
위로를 바랄 사람에게 바라야지, 어?
상대방의 기본 스탠스가 놀림이라는 걸 알면서도 그와 대화를 시도한 김춘용의 잘못이라면 잘못이었다.
차라리 기왕 화장실에 들어온 거, 다른 걸 하고 나가는 게 나았지.
쏴아아―
김춘용은 세면대의 찬물을 자신의 얼굴에 마구 뿌려 대며, 이 뭔지 모를 기분을 날리기 위해 애썼다.
그리고, 주문을 외우며 마음을 다잡았고.
‘지금 나는 애로우즈의 렉쓰레기가 아니라 티오제의 김춘용이고, 우리 가족들한테 사고는 안 일어났어.’
김춘용네 가족들을 태우지 않았을 뿐, 그 리무진은 그대로 사고가 났지만.
티오제라고 한들, 결국 김춘용이 여태 보아 왔던 애로우즈 멤버들이 과반 넘게 존재하고 있었지만.
달라진 것 역시 사실이었다.
그 말인 즉, 김춘용이 이렇게 감정을 낭비하며 기뻐하는 멤버들과 매니저를 뒤로하고 화장실에 틀어박혀 있는 것도 시간 낭비라는 뜻이었다.
‘…정신 차리자.’
부딪혀 보기 전까지는 아무것도 모른다.
어쨌든, 뭐든 해 봐야 아는 법.
다가올 팬 미팅이며, 서바이벌 프로그램 [플릭트 보이즈>의 멘토 자리가 부담스럽다면… 글쎄.
남들보다 조금 부족하고, 조금 더 멍청하고, 덜 빠릿빠릿한 김춘용은 두 배로 노력하는 수밖에.
“…후.”
김춘용은 아까보다 훨씬 나아진 표정으로 거울 속 자신을 마주했다.
축축하게 젖은 뺨, 그리고 이제 거의 핑크빛이 될 정도로 물이 빠진 빨간 머리.
그럼에도, 거기에는 나약하기 짝이 없어서 온 주변에 민폐를 끼치고 다니던 렉쓰레기 대신 티오제의 김춘용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럼 어떻게 해야겠어?
…그에 맞는 행동을 해야지.
―쾅!
마인드 셋을 새롭게 한 김춘용은, 거기서 망설이지 않고 화장실 문을 열어젖혔다.
그 용감한 행동에, 거실에 옹기종기 모여서 담소를 나누던 다른 여섯 명의 눈이 커다랗게 뜨이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뭐예요? 용용 형, 왜 저렇게 갑자기 비장하지? 왜 사람 소름 돋게 저러지?”
“으음, 화성아. 춘용이 면전에 대고 그런 말을 하면 안 되지.”
“No, No. 재하 형. 화성의 말이 맞아요. [타겟팅 스타> 때도, 데뷔 앨범이랑 리패키지를 준비할 때도, 춘용 형이 저렇게 결연한 얼굴을 하기만 하면….”
“어후, 잠깐만. 이거….”
어떤 계시라도 받은 건지, 아니면 이제 적지 않은 시간 동안 김춘용과 함께 하며 익숙해진건지.
“춘용이, 혀엉. 혹시, 지금 바로…?”
“아, 춘용 씨. 조금 이르지 않나요? 그래도, 이제 막 다들 복귀한 참이잖습니까. 약간 쉬어도 괜찮긴 한데요….”
멤버들과 유호빈은 저마다 한 마디씩 말을 얹었고, 동시에 몇몇은 등에 식은땀을 흘렸다.
돌아온 시점부터, 김춘용 스스로가 인지하지 못한 것이 하나 있었다.
김춘용은 자신이 렉쓰레기로 활동할 시절, 재능도 부족한 주제에 연습량마저 절대적으로 적어서 그 꼴이 났다고 생각했고, 때문에 티오제가 된 시점부터는 그 연습량을 배로 늘렸다는 것.
그리고, 그 연습이 다른 멤버들에게는 공공연하게 악명이 높다는 것.
“아, 다들 대충 제가 무슨 말할지 아시나 보네요. 하하… 민망하게.”
저를 향한 눈동자들에 뻘줌하게 미소 지은 김춘용은, 방금 전의 박력 있는 모습을 감추고 잠시 뺨을 긁적였다.
아니.
“…그래도, 연습은 해야죠. 팬 미팅도 공연이 있긴 한데.”
“춘용아, 야. 우리 오늘 복귀했는데…!”
“‘숨바꼭질’부터, 전부 다 안무 맞춰 봅시다. …2시간 후부터. 괜찮죠? 제가 봐 드릴게요.”
그게 살짝 돌아 버린 눈동자로 갔으니, 완벽하게 감춘 건 아니었지만.
김춘용의 생각이라는 게 그랬다.
팬 미팅 무대? 부담스럽다.
[플릭트 보이즈>의 멘토 자리와 ‘다른 놈들’ 찾아서 견제하기? 쉬운 일이 아니다.자신은 남들에 비해 배로 부족하고, 배움이 느리고, 바보니까.
그럼, 이 모든 걸 어떻게든 해내려면, 당연히….
“…빡세게 준비합시다, 저희.”
그에 맞는, 완벽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차후, 팬 미팅 무대에 서게 된 티오제 멤버들은 유호빈이 팬 미팅 소식을 발표했던 이날을 다음과 같이 팬들에게 소개하게 된다.
‘춘용이가 막 숙소로 복귀한 우리들을 장장 12시간 동안 연습시킨 천국이자 지옥 같았던 날’이라고.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