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n Struck by Thunderbolt Twice RAW novel - Chapter 100
00100 돈 벼락 맞은 사나이 =========================
장채린은 기중의 말을 듣고, 살짝 눈시울이 붉어졌다. 곧 눈물을 떨어뜨릴 것 만 같았다.
“죄송합니다. 괜한 소리를 했네요.”
기중은 이런 상황이 매우 낯설었다. 누군가에게 위로의 말을 해 주는 것은 생각도 못해봤고, 경험도 못해봤다. 그래서 어쩔 줄 모르고 멀뚱히 서 있었다. 속으로는 어찌해야할지 오만가지 생각이 들었다.
“정말 보고 싶네요. 우리 아빠.”
장채린은 그렇게 말하고는 휴대폰을 꺼냈다. 그리고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영상통화였는지, 손으로 휴대폰을 들고 말하기 시작했다.
– 아빠, 보고 싶어.
– 허허, 우리 딸, 그렇게 아빠가 보고 싶었어?
– 응.
– 이렇게 얼굴 보여줬으니 됐지? 지금 회의 중이라 시간이 없네. 미안한데, 내가 저녁에 다시 걸게. 알았지. 우리 딸.
– 알았어, 아빠. 이따가 꼭 전화해. 안녕.
– 그래. 우리 딸. 안녕.
기중은 눈앞에서 장채린의 통화 모습을 보고, 도대체 뭐하는 장면인지 한참이나 고민했다. 분명 아빠라고 했고, 딸이라고 한 통화가 스피커폰을 통해서 이루어졌기에 그 대화 내용을 고스란히 들었다.
잠시 후에 통화 내용이 이해되기 시작한 기중은 장채린을 사납게 노려봤다. 자신은 장채린의 아버지가 돌아가신 줄 알고 어떻게 위로를 해야 하나 전전긍긍했지만, 그것은 오해였다.
물론 장채린이 직접적으로 돌아가셨다고 한 것은 아니지만, 왠지 그런 뉘앙스의 말이었기에 기중은 자신을 속였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더욱 차갑게 말했다.
“아버님과 통화 한 건가요?”
“네. 우리 아빠가 외국에 있어서 요즘은 좀처럼 얼굴 보기가 힘들어요. 그래서 너무 그리워요.”
기중은 자신이 오해했다는 것에 대해서 화가 났다. 그리고 자신에게 오해를 불러일으킬 만한 행동을 한 그녀가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듯이 행동하는 것에 대해서도 화가 났다.
“됐습니다. 더 이상 이야기 하고 싶지 않네요.”
기중은 저 멀리서 여전히 물건을 고르고 있던 석철에게 향했다.
“어머, 기중 씨. 갑자기 왜 그래요? 조금 전까지 분위기 좋았잖아요.”
여전히 기중에게 따라 붙는 장채린을 신경 쓰지 않고 석철 앞까지 왔다.
“박 실장, 난 이만 가봐야겠다. 알아서 골라서, 알아서 배달 시켜라. 계산은 내가 나중에 와서 하마.”
기중은 매장 직원에게 석철이 구입한 모든 물건비용은 자신이 나중에 와서 지불하기로 하고, 매장을 나왔다. 물론 매장 직원은 럭셔리 마트의 VIP 고객인 기중에 대해서 알고 있었기에, 흔쾌히 그러라고 말을 전했다.
기중은 장채린을 상관하지 않고, 바로 주차장으로 빠른 걸음으로 이동했기에, 장채린은 더 이상 따라오지 않고 있었다.
‘휴. 역시 여자의 눈물은 무기구나.’
잠시라도 자신이 장채린에게 동정하는 마음이 들었고, 어떻게 행동해야 모를 정도로 당황했다는 것이 영 마음에 들지 않았고, 계속 머릿속에 남아있었다.
기중은 주말이 되어 오랜만에 정 이사를 만나러 운전대를 잡았다. 가끔 통화를 하면서 일이 어떻게 되어 가는지 물어보기는 했지만, 좀처럼 만날 기회가 없었다.
그래서 주말을 맞이해 얼굴이나 보기 우해서 정 이사의 회사로 향했다. 아무래도 변두리 쪽이었고, 정 이사가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서 허름한 건물을 임대했기에, 기중은 도착해서 바라보는 회사 모습에 영 탐탁치가 않았다.
주말이기는 하지만, 정 이사는 오늘도 회사에서 일한다고 했기에, 기중은 문이 열려 있는 회사 사무실로 들어갔다. 사무실에는 아무도 없었다. 내부에 다른 문이 하나 더 있었기에 그 쪽으로 가보기로 했다.
막 문을 열고, 들어서다가 안쪽으로 들어오고 있는 한 남자와 마주쳤다.
“어떻게 오셨어요?”
“정상문 이사님 만나러 왔습니다.”
“아, 오늘 오신다는 분이였군요. 반갑습니다. 장기석입니다. 정 선배한테 이야기 들었습니다.”
“네. 반갑습니다. 김기중입니다. 정 이사님은 어디 계신가요?”
“금방 들어올 겁니다. 거래 업체가 잠깐 가셨거든요. 커피라도 한잔 드릴까요?”
자신을 장기석이라고 소개한 남자는 40대 중반으로 정 이사의 대학 후배이기도 했다. 정 이사가 사업을 구상할 때 그 아이템이 될 수 있는 기술을 가진 연구원으로 정 이사와 힘을 합쳐서 기술개발에 매진하고 있는 상태였다.
“네. 감사합니다.”
기중은 장기석과 둘이 사무실에 마련된 작은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자신의 회사처럼 잘 꾸며진 곳은 아니었고, 내부도 굉장히 허름해 보였다.
“하하. 정 선배한테 이야기 많이 들었습니다. 이번에 회사에 투자를 해 주셨다고요? 정 선배가 엄청 고마워하더라고요.”
“하하.”
기중은 장기석의 인상이 꽤나 마음에 들었다. 어쩐지 얼굴이 푸근한 인상이었고, 웃는 상이라서 그런지 편안한 느낌이 들었다.
“근데 정 선배한테 들었던 것 보다 훨씬 나이가 어려보이네요.”
“하하. 그런 말 처음 듣습니다. 항상 노안이라고 놀림을 받았었는데요.”
“설마요. 진짜 30대로 안보이네요. 그나저나 그 나이에 정말 대단하세요. 회사를 경영하기도 하고 이렇게 이전의 직장 상사에게 사업자금까지 투자를 하시다니, 정말 대단해요.”
“별 말씀을요. 예전에 정 이사님에게 도움을 받았던 것을 생각하면, 이 정도는 너무 약소하죠. 제가 더 투자를 하고 싶다고 했는데도, 이사님이 하도 거절을 하셔서 어쩔 수 없이 투자금액이 많이 줄었네요.”
“그래요? 그 이야기는 처음 듣는 거네요. 아무래도 정 선배한테 자세히 물어봐야겠군요.”
장기석은 정상문 이사와 함께하기 위해서 다니던 연구소를 그만두고 새로운 곳으로 자리를 옮기게 되었다. 물론 자신이 선택했기 때문에 후회는 없고, 하고 싶었던 일이었기에 만족하는 부분도 있었지만, 아무래도 제대로 갖춰지지 못한 것들은 조금 아쉬운 부분이었다.
그런데 기중의 이야기를 듣고 보니 정 이사가 더 크게 사업을 벌일 수 있는데도, 사양을 했다고 하니 아쉬울 수밖에 없었다. 사람 욕심이란 게 어쩔 수 없는 부분이었다.
“사업은 잘 되고 있나요?”
“뭐, 아직은 초기라 개발만 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직원도 한 두 명 더 뽑아야 하는데, 그게 잘 되지를 않네요.”
정 이사가 새롭게 설립한 회사는 워낙에 규모가 작았기에 아직까지는 정 이사와 장기석 둘 뿐이었다. 개발하는 인력이 추가로 필요한 상태였기에 직원을 모집하고는 있지만, 회사 규모와 연봉 등의 문제 때문에 아직까지 구하지 못한 상태였다.
“그렇군요.”
기중은 정 이사에게 도움을 더 주고는 싶지만, 아무래도 자존심 문제도 있고 하니, 지금 당장 어떻게 해 줄 방법은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물론 가장 간편하고, 쉬운 방법은 더욱 많은 투자금을 주는 것인데, 그것은 정 이사가 사양을 할 테니 말이다.
회사에서 개발되는 시험장비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던 중 사무실 문이 열렸다.
“어. 기중이 왔냐?”
“네. 안녕하셨어요. 이사님, 제가 조금 일찍 왔네요.”
“하하. 그래 잘 왔다. 근데, 얼굴이 왜 이렇게 좋아졌냐?”
“네?”
“너 처음 봤을 때 보다 조금 더 어려진 느낌이네. 그리고 어째 얼굴에서 빛이 나는 것 같다.”
정 이사는 기중을 몇 달 만에 만났기에, 그의 변화가 눈에 확연하게 들어왔다. 2년간이나 보아왔던 얼굴이 무척이나 낯설 정도의 변화였다.
“하하, 요즘 들어서 그런 소리를 종종 듣게 되네요. 아무래도 제가 너무 편하게 지내서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운동을 꾸준히 해서 그런 것 같기도 하네요.”
기중은 정 이사를 만났기에 자연스럽게 미소가 나타났다. 얼굴을 보고 있자니, 예전 생각이 나기도 하고 다시금 같이 일하던 때의 모습으로 돌아갔다.
“하여튼 잘 왔다. 기석이랑 인사했냐?”
“네. 먼저 도착해서 인사했습니다.”
“그래. 그럼 우리 회사에 왔으니, 회사 구경을 시켜주마. 뭐 볼 것도 별로 없지만, 말이야. 투자자니까 확실하게 우리가 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 보고를 해야겠지.”
“이사님도 참. 그렇게 일일이 따지면서 안 하셔도 돼요. 그냥 얼굴이나 보려고 온 거에요.”
“네 마음 다 알아. 그래도 왔으니 일단 둘러보기나 해라.”
“네.”
기중은 정 이사의 뒤를 따라 내부로 들어갔다. 각종 장비들이 너저분하게 자리하고 있었다. 좀 전까지 작업을 했던 탓인지 내부는 발 디딜 틈도 별로 없을 정도였다. 워낙에 공간이 협소한 탓도 있었다.
“이게 우리가 시제품으로 만들고 있는 시험장비다.”
“흠. 반도체 공정에 들어가는 거죠?”
“그래 맞아. 너랑 일할 때 마지막에 수주를 받으려고 했던 거지. 나중에 결국 문제가 있어서 납품을 하지 못한 것이고, 너한테 투자받은 돈으로 새롭게 업그레이드해서 시제품 만들고 있었다.”
“괜찮아 보이는데요. 조립은 다 끝난 건가요?”
기중의 말에 정 이사와 장기석은 표정이 조금 곤란해 보였다. 몇 일전 조립이 끝나서 테스트를 하고 있었지만, 뭐가 문제인지 정상적으로 작동되지 못하고 있는 상태였다.
“조립은 다 됐는데, 문제가 조금 있구나.”
정 이사는 바로 장비를 작동 시켰다. 장비내부에서 소음이 들리기 시작하더니, 무엇인가 움직이고 있었다. 그러더니 갑자기 작동이 멈춰버렸다.
“분명 설계도 확인하고, 회로도 확인했지. 그리고 각종 센서들도 다 확인했는데도 작동이 안 되서 지금 애를 먹고 있다.”
정 이사는 여전히 굳은 표정이었다. 모레, 월요일에 시제품을 납품업체에 시연을 하고자 했지만, 그게 계획대로 진행되지 못할 것 같았다.
“어떻게요.”
기중은 안타까운 눈으로 장비를 살펴봤다. 어차피 설계에 관여하지도 않았기에 어떻게 작동되는지 그 메커니즘을 몰라서 도움을 주기는 다소 어렵다고 생각하고는 있지만, 그래도 아쉬운 마음에 장비 내부에 다가 한동안 살폈다.
“어라?”
“왜 그래?”
기중이 장비 내부를 둘러보면서 의문이 가득 담긴 말을 내 뱉었기에 정 이사는 그 상황 자체에 의문을 담았다.
“여기 이거 반대로 조립된 것 아니에요? 그리고 여기는 회로 커넥터에 문제가 있는 거 같은데요.”
“어디 어디?”
정 이사는 기중의 말에 바로 옆으로 다가와 기중이 가리키는 부품을 확인했다. 내부에 복잡하게 얽혀있는 부품과 전선들 때문에 확인이 어려운 상태였다.
“글쎄다. 여기서는 잘 보이지가 않는데. 진짜로 제대로 본 거냐?”
정 이사는 살짝 의문이 담긴 표정으로 기중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러기도 한 것이 내부의 부품을 보기 위해서는 겉에서 확인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 할 정도였다.
“잠시만요.”
기중은 얼른 휴대폰을 꺼내서 사진 찍을 준비를 하고, 내부로 휴대폰을 집어넣었다. 그리고 몇 장의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그리고 다시 꺼내서 사진을 확인했다.
“확실하네요. 이거 반대로 장착되어 있네요.”
“허. 정말 그렇구나.”
정 이사는 사진을 보면서 처음에는 허탈한 심정이 되어 있었다. 작은 실수 때문에 장비에 문제가 생겼고, 그 때문에 며칠을 고생했다. 하지만, 이제라도 문제를 찾을 수 있게 되어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기중을 바라봤다.
“하하. 정말 고맙다. 기중이 네 덕분에 시일을 맞출 것 같은데.”
“우선 제대로 장착해보고 감사인사는 나중에 듣기로 할까요.”
기중은 씩 웃으면서 대답했다. 그리고 정 이사와 장기석을 도와서 장비의 몇몇 부품을 뜯어내고 잘 못된 부분을 확실히 확인했고, 전부 기중의 말대로 부품이 문제임을 알 수 있었다. 수정을 완료하고, 바로 재조립에 들어갔다.
“자. 가동합니다.”
– 지이잉.
“오! 정 선배 정상 작동입니다.”
“그래. 그래. 정말 다행이구나.”
기중은 정 이사와 장기석의 표정이 밝아지는 것을 보면서 자신도 미소를 짓고 있었다. 우연하게도 이렇게 도움을 줄 수 있었다는 것이 상당히 만족스러웠다.
“기중아 정말 고맙다.”
“김 사장님 정말 고마워요.”
기중은 살짝 민망하면서도 뿌듯한 기분을 느꼈다. 예전의 경험으로 조금 도움을 줄 수 있었다.
원래 정 이사와 장기석도 문제를 확인할 만한 기술과 능력을 가지고 있었지만, 자신들이 직접 제작한 장비이기 때문에 사소한 부분에 대해서는 재차 확인하지 못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