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n Struck by Thunderbolt Twice RAW novel - Chapter 102
00102 돈 벼락 맞은 사나이 =========================
“하하. 할머니 밥그릇 커피 오랜만인데요.”
왠지 할머니는 쑥스러워하는 표정이라고 기중은 생각했다. 당연히 커피 잔이 없어서 어쩔 수 없이 밥그릇으로 가져왔기에 할머니는 미안해하면서도 그것을 기중에게 건넸다.
“감사합니다. 잘 마실게요.”
기중은 대충 상황이 파악되었다. 예전에 자신이 대학생이 되었을 때 친할머니가 커피를 이런 식으로 끓여줬던 기억이 났기에, 왠지 짠한 느낌이었다.
할머니는 방으로 들어왔다. 방바닥을 한참이나 만져보더니, 방이 차갑기 때문에 표정이 어두웠다. 손님을 방안에 들였는데, 냉골이기에 그런 표정이 나타날 수밖에 없었다. 기중이 생각하기도 표정이 조금 슬프게 변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할머니는 방 한편에 있는 좌식책상으로 가서 뭔가를 적었다. 밥그릇 커피를 홀짝거리며 마시던 기중은 그 모습을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책상이네. 어라. 저건, 학생 교과서 인 것 같은데.’
기중은 이제야 그것들을 발견하고는 혹시나 할머니가 손주와 같이 살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할머니는 다 썼는지 앉은 상태에서 돌아서면서 기중에게 종이를 내밀었다. 종이는 광고지였다. 할머니는 광고지의 뒷면에 글씨를 써서 기중에게 보여준 것이었다.
물론 글씨가 삐뚤삐뚤 했지만, 충분히 알아볼 만큼 되었다.
– 고마워. 젊은 신사 양반.
기중이 멋스런 슈트를 입고 있어서 그런지 할머니는 신사 양반이라고 호칭을 붙였다.
“하하. 할머니. 아니에요. 저야말로 이 커피 감사드려요.”
할머니는 기중의 말을 듣고 미안해하는 표정을 보였다. 줄 수 있는 게 커피밖에 없다는 것이 아쉬운 모양이었다.
“할머니 근데, 누구랑 같이 살아요?”
할머니는 기중의 물음에 바로 벽을 가리켰다.
창문이 있는 방이었지만, 외풍을 차단하기 위해서 비닐과 신문지로 가려놓았기에 방안은 어두운 편이었다. 그래서 기중은 일어나서 벽으로 다가갔다.
‘오호. 상장이구나. 우등상이네.’
“할머니 손주가 공부 잘 하나 봐요?”
기중은 웃는 모습과 살짝 대단하다는 말투로 할머니를 돌아보고 말했다. 할머니는 기중의 말을 듣더니 더할 수 없는 미소를 보이고 있었다. 정말 손주가 대견한지, 살짝 박수를 치는 모습을 보여줬다.
그 모습이 할머니가 손주를 얼마나 사랑하고, 대견해 하는지 기중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벽에 걸린 상장은 비록 액자로 되어 있지 않고 투명한 비닐 봉투에 들어 있는 상태였지만, 할머니가 얼마나 잘 관리하는지 먼지 하나 없었다. 그러한 상장이 대여섯 개가 걸려 있었다.
기중은 상장들을 쭉 훑어봤다. 전부다 우등상이었다. 마지막에 걸려 있는 상장에 시선을 보낸 기중은 잠시 그 시선을 멈추고 생각했다.
‘어라. A여중이라면 수진이가 다니는 곳인데.’
기중은 수진이 다니는 중학교를 떠올리며, 그 상장에 적혀있는 이름을 봤다.
‘김현진이라. 어디서 들어 본 이름인데?’
기중은 분명히 들었던 이름이었다. 기억 속에는 들어 있지만, 확실히 어디서 들었는지 가물가물했다.
“할머니 화장실이 어디에요?”
기중은 잠시 밖으로 나와 화장실을 살펴봤다. 방 밖으로 나와 부엌과 연결되어 있는 화장실은 상당히 오래되어 보였고, 난방도 제대로 되지 않는 곳이었다. 잠시 살펴본 기중은 일단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바로 휴대폰을 들어 수진이에게 전화를 걸었다.
– 아저씨. 웬일이세요?
– 어. 수진아. 물어볼 게 있어서 전화했다.
– 빨리 말씀하세요. 지금 바쁘거든요.
– 그래 알았다.
수진은 조금 삐져있는 말투였다. 기중이 수진이의 부탁을 들어주지 않았기에 아직까지 기중에게 말투가 좋지 못했다.
– 너. 저번에 이야기한 네 단짝 친구 있잖아.
– 네. 현진이요. 왜요?
– 그 친구 이름이 김현진? 3학년 2반 맞지?
– 네. 맞아요? 근데 왜 갑자기 현진이 이름을 물어보는 거예요?
– 하하. 그럴 일이 좀 있다.
– 혹시, 현진이 도와줄 방법이 있는 거예요?
– 어. 그렇게 될 것 같다.
– 어머. 정말 잘 됐네요. 어떻게 하실 건데요?
수진은 조금 전과는 다르게 목소리가 밝아졌다. 직접 얼굴을 보고 있지는 않지만, 기중은 수진의 표정이 귀엽게 미소를 짓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 나중에 설명하마. 일단 끊자.
– 잠시 만요. 아저씨. 우리 고스트 오빠들…
– 띠릭.
기중은 수진이가 또 한 번 남자 가수들 이야기를 꺼내자 미련 없이 전화를 끊어 버렸다. 지금 상황에서 수진이의 투정을 받아 주는 것보다 할 일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기중은 바로 할머니가 있는 집으로 들어갔다. 할머니는 기중이 언제 들어 올라나 하는 표정으로 문을 바라보고 있었기에 바로 시선이 마주쳤다.
“하하. 할머니 잠시 가게 좀 갔다가 올게요.”
“으… 으.”
할머니는 기중이 떠날 것이라 생각했는지 조금 불안한 얼굴을 보여줬다. 자신을 도와준 상대방에게 밥이라도 한 끼 먹여서 보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가버리는 줄 알고 있었다.
그래서 급하게 종이에 글씨를 썼다.
기중은 할머니의 대답을 기다렸다. 그리고 곧 종이를 건네받았다.
– 밥 먹고 가.
기중은 할머니의 마음에 기분이 좋았다. 당연히 그러겠다고 대답했다.
“할머니 잠깐 가게 좀 들렸다가 바로 올게요.”
기중은 어서 가게에 들려 고기라도 사올 생각이었다. 그렇게 왔던 골목길을 다시 빠져나가다가 자신의 차량에 대한 생각이 떠올랐다. 할머니가 넘어지는 바람에 시동도 끄지 않고 비상등만 켠 채로 왔기에 서둘러 차로 향했다.
달려서 차를 세워두었던 곳으로 왔는데, 이미 주차위반 스티커가 붙어 있었다. 기중은 자신이 잘못한 상황이기에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며, 차를 이동해서 주위의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마트로 향했다.
“할머니 저 왔어요.”
기중은 양손에 삼겹살과 야채를 가득 담은 봉지를 들고서 할머니를 불렀다. 할머니는 그 소리를 듣고 서는 바로 문을 열었다. 아마도 기중이 언제 올지 몰라 문 바로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모양이었다.
할머니는 역시나 기중을 반갑게 맞이했다.
“오래 기다리셨죠? 고기 좀 사왔어요.”
기중은 양손을 들어 보이면서, 할머니에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할머니도 그런 기중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으며, 건네받았다. 그리고는 바로 방을 가리켰다.
“하하. 방에 들어가 있으라고요? 저도 도와 드릴게요.”
기중은 할머니가 밥을 하는 동안 고기를 굽고 있었다. 워낙 좁은 부엌이라 기중이 같이 있자 조금 불편하기는 했지만, 마음만은 정말 즐거웠다.
고기 굽는 냄새가 집안에 퍼져나갈 때 쯤 현관문이 열렸다.
“할머니. 나 왔어. 근데 이거 무슨 냄새야?”
기중은 말을 하는 여학생을 바라봤다. 꽤나 단정한 여학생이 눈을 크게 뜨고 기중을 바라봤다. 자신의 집에 낯선 사람이 있다는 것에 살짝 놀란 듯 싶었다.
“현진이지? 고기 지금 굽고 있는데, 같이 먹자.”
“누구세요?”
“수상한 사람은 아니니까 너무 그러지 말고. 수진이랑 친구 맞지?”
현진은 아무런 말이 없었다. 전혀 알지도 못하는 아저씨가 자신의 집에 있는 것도 놀랄 일인데, 자신의 단짝 친구인 수진이의 이름까지 말하는 모습을 보고, 도무지 무슨 일인지 열심히 생각만 하고 있었다.
“수진이를 아세요?”
“나중에 설명해 주마. 우선 밥이나 먹을까?”
기중은 최대한 호의적인 미소를 지었다. 아무래도 낯선 사람인 자신이 갑작스럽게 이렇게 나타났기에 현진이가 경계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그 때 할머니가 현진에게 손짓을 했다. 아마도 수화 인 듯 싶었다.
“알았어.”
수진은 할머니의 수화를 알아들었는지 일단 수긍하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할머니의 옆으로 가서 밥상 차리는 것을 능숙하게 도왔다.
좁은 방안에 앉아서 밥상을 앞에 두고 기중은 계속해서 젓가락을 들었다 놨다를 반복하기만 하고 음식을 먹지 못하고 있었다. 물론 흐뭇한 눈빛으로 앞에 있는 조손을 바라봤다.
“아이. 할머니 고기 먹으라니까. 자꾸 야채만 말고, 자 여기 아~ 해.”
현진은 할머니를 챙기고 있었다. 반대로 할머니는 현진을 챙기느라 식사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었다. 기중은 그 모습에 기분이 좋았지만, 이대로 두면 밥과 고기가 다 식어버릴 판이라고 생각하고, 상추에 고기를 잔뜩 넣어서 쌈을 두 개 만들었다.
“자자. 두 분 그렇게 싸우지 마시고, 제가 만든 쌈을 드세요. 아~ 하세요.”
기중의 갑작스런 행동에 현진은 어이없어 하는 표정이었지만, 할머니만은 흐뭇하게 웃어보이고는 입을 벌려 기중이 내밀고 있는 쌈을 베어 물었다.
“자. 현진이도 이 아저씨가 직접 구운 고기 먹어봐라.”
마지못해 현진은 두 손으로 기중이 전해준 쌈을 받아 들었고, 역시 어쩔 수 없다는 표정으로 쌈을 먹었다. 그리고 기중도 먹기 시작했고, 정말 오랜만에 행복한 식사를 했다.
식사를 마친 기중은 설거지까지 직접 했고, 잠시 밖으로 나왔다. 할머니와 현진이가 대화할 시간을 주기 위함이었고, 현진에게 어떻게 도움을 줄지 생각하기 위해서였다.
5분 뒤에 현진이가 집 밖으로 나왔다. 기중은 아직 특별히 어떻게 해야 할지 결정을 못하고 있었는데, 현진이 먼저 말했다.
“아저씨. 고마워요. 할머니에게 들었어요. 그 돈은 제가 꼭 갚을게요.”
기중은 역시나 현진이가 기중을 아직까지 경계하는 모습에 조금 씁쓸했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자신도 할머니와 같이 살 때 현진과 비슷했다. 절대로 누군가의 도움을 받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항상 했었다.
“솔직히 말하면 그 돈은 받고 싶지 않다.”
기중의 말을 들은 현진의 표정이 더 어두워졌다. 그리고 다시 말하려는 찰나였다.
“하지만, 네 표정을 보니 어쩔 수 없구나. 그래 알았다. 네가 편한 방법으로 해라.”
기중의 말 때문에 현진은 하고자 했던 말을 삼켰다.
“꿈이 뭐니?”
기중은 현진에게 좀 쌩뚱 맞게 꿈에 대해서 물었다. 자신의 경험을 비추어 생각해보면, 지금 상황에서 현진에게 가장 중요한 목표는 할머니를 편안하게 모시는 것이라는 생각이었다. 자신도 그러했었다.
좀처럼 대답을 하지 않는 현진을 기중은 이해하고 있었다. 낯선 사람에게 자신의 속마음을 이야기 할 정도로 개방적인 성격도 아니고, 힘들게 살아오고 있는 만큼 경계심도 더욱 큰 상태였다.
낯선 사람의 이유 없는 호의는 없다고 생각하고 있는 게 보였다. 물론 기중의 경험으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할머니를 편안하게 모시는 게 지금은 제일 큰 목표 아니니?”
기중의 말을 듣고서 현진은 눈에 띠게 달라진 얼굴 표정을 잠시 보였다. 다시 원래의 경계 어린 표정으로 바뀌었지만, 기중은 당연히 그 변화를 놓치지 않았다.
“현진아. 수진이랑 단짝이라고 하던데. 맞지?”
“정말 수진이를 아세요?”
“그럼. 잘 알지. 그 여우, 아니 얼마나 예쁘고 귀여운 녀석인데. 공부도 잘하고. 하하.”
기중의 말에 현진의 경계가 다소 풀어지고 있었다. 물론 기중의 말을 모두 믿지는 않았지만, 수진을 알고 있다는 것은 조금 믿기 시작하는 눈치였다.
“수진이가 말이지. 얼마 전에 그러더라고 자신의 단짝 친구가 있는데. 얼마나 예쁘고, 착하고, 공부 잘하고, 하여튼 자랑을 엄청 하더라고.”
“수진이가 더 예쁘고, 성격도 좋고, 저보다 공부도 더 잘해요.”
“하하. 이거 친구끼리 서로 금칠을 해주는구나. 보기 좋다.”
현진은 기중의 말에 조금 부끄러운지 살짝 볼이 핑크빛으로 변했다. 하지만 기중이 보기에는 참 귀여워 보였다. 이렇게 여리고, 귀여운 소녀가 할머니와 단둘이 힘들게 사는 것이 너무나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기중은 일단 현진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토대를 확실하게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자신의 신원을 확실하게 밝힐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자. 아직은 날 믿지 못하는 것 같으니. 확실하게 확인을 시켜주지.”
기중은 다시 전화를 꺼내서 수진에게 통화를 시도했다.
– 아저씨. 그렇게 갑자기 끊고 그러세요. 우리 고스트 오빠들을…
여전히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수진의 말을 기중은 끊어버렸다.
– 잠깐. 지금 현진이랑 같이 있는데. 통화 좀 해봐라. 내가 누군지 확실하게 알려줘라. 알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