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n Struck by Thunderbolt Twice RAW novel - Chapter 108
00108 돈 벼락 맞은 사나이 =========================
그 상황을 똑똑히 지켜보고 있던 기중은 뭔가 잘못 돌아가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분명 환자가 위급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접수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대기시키라는 과장이라는 사람에 대해서 분노가 일었다. 그리고 바로 행동으로 옮겼다.
“과장님 되십니까?”
“네. 맞습니다만?”
기중의 옷차림이 소위 말하는 명품으로 보였기에 과장은 다소 조심스럽게 반문했다. 역시나 사람의 겉모습과 돈을 따지는 전형적인 인물이었다.
“지금 그 환자 제가 접수하겠습니다. 수술이 필요하다고 하면 바로 수술해 주시죠.”
“보호자 되십니까?”
“그건 아니지만, 수술비용이 필요하다면 제가 지불하죠.”
과장이라는 의사는 기중의 빤히 쳐다봤다. 물론 돈 좀 있게 보였지만, 수술에는 당연히 본의 동의나 보호자의 동의가 필수였다.
그리고 만에 하나 수술을 했는데, 이 남자가 수술비에 대해서 발뺌을 할 경우 자신에게 불리하게 작용하기에 변명을 했다.
“보호자가 아니라면, 수술은 불가합니다.”
냉정하게 말하는 의사를 보고 기중은 답답했다. 하지만, 무턱대고 수술을 해 달라고 할 수는 없었다. 병원에서도 법에 정해진 절차라는 것을 지킬 의무가 있었고, 그것을 무시할 수는 없었다.
“과장님. 이 환자 아직 정신이 있어요. 좀 전에 수술해 달라고 했어요. 제가 동의서까지 받았습니다.”
과장은 옆에서 아직도 환자를 옮기려고 하는 젊은 의사를 한차례 째려봤다. 지금 이 상황에서 저렇게 말하는 눈치 없는 의사에 대해서 나중에 한소리 할 생각이었다.
“그래도 보호자가 올 때까지 기다려.”
기중은 과장에게는 말이 통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바로 로비로 향했다. 그리고 몇 번이나 얼굴을 익혀온 직원을 불렀다. 접수처에서 처장을 맡고 있는 남자가 기중의 요청에 동행해서 응급실로 달려왔다.
“제가 보증할 테니 수술 동의가 되신 분들 중에 응급 수술이 필요하신 분들 수술할 수 있도록 해 주세요.”
접수처장은 기중에게 알았다고 말하며, 바로 응급실 과장에게로 갔다. 잠시 무언가 이야기를 하면서 기중 쪽을 슬쩍 바라보던 과장은 난처한 표정을 짓더니, 기중에게 사무처장과 같이 다가왔다.
“진작 말씀을 하시지요. 우리 병원 VIP 이신 김기중 사장님이신 걸 미처 몰라 뵈어 죄송합니다. 다시 인사드리겠습니다. 응급실 과장 안준호입니다. 반갑습니다.”
“상황이 상황인 만큼 인사는 나중에 하겠습니다. 바로 필요한 수술들 진행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안준호 과장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나머지 의사들에게 지시를 위해서 움직였다.
무척이나 기분 상하는 기중의 행동에 병원 VIP 라서 차마 말은 못하고, 돌아서서 속으로 궁시렁 댈 뿐이었고,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기에 바로 의사들에게 제대로 지시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응급실은 한동안 엄청난 폭풍이 몰아치듯이 환자들을 치료하기 시작했고, 응급 수술도 계속해서 이루어지고 있었다.
물론 보호자가 오지 않은 환자들도 어렵사리 전화를 이용해서 동의를 받거나 하는 방법으로 시간의 지체를 최소화하고 있었다.
역시 서울에서도 알아주는 대형 병원인 만큼 치료는 확실했다. 접수와 수술 동의 등의 문제 때문에 지체되어 있던 것들이 일거에 해소되면서 응급실도 차츰 안정화되기 시작했다.
기중은 한 동안 응급실 상황을 지켜보다가 조금 정리되어 가기 시작하자, 조금 전에 봤던 여자를 찾기 시작했다.
그 때 구석에서 울고 있는 여자가 보였다. 얼굴이 보이지는 않았지만, 옷차림을 보고 그 쪽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기중은 무언가를 보고는 그 자리에서 멈춰 섰다.
‘영탁?’
환자의 침대 앞쪽에 있는 환자명이 보였다. 그곳에는 ‘30세 남성, 손영탁’ 이라는 글자가 선명하게 적혀 있었다. 기중은 자신의 기억 속에 있던 여자가 정말로 과거 친구가 보여줬던 여자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기중은 우선 의사를 찾았다. 아직도 응급실에서 지시를 내고 있던 과장에게로 갔다.
“선생님, 저기 손영탁 환자 상태는 어떤가요?”
아직까지 과장은 좀 전에 기중이 인사를 제대로 받지 않은 것에 유감이 남아 있던 상태였지만, 겉으로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잠시만요. 차트를 확인하죠.”
잔뜩 쌓여있는 차트에서 한참을 찾더니 차트 하나를 손에 들고 신중한 표정으로 살펴보고 있었다. 기중은 그 짧은 시간이었지만, 더욱 느리게 느껴지고 있었다.
“뇌진탕입니다. 건물 붕괴 현장에서 2차 사고로 정신을 잃었네요. 자세한 사항은 CT를 찍어봐야 알겠군요.”
“빨리 좀 확인할 수 있을까요? 제 친구 녀석인데 무척 걱정이 되는군요?”
“친구 분이세요?”
과장은 기중의 말에 되물었다. 아무래도 다른 일반 환자와는 다르게 VIP 인 사람이 직접 와서 친구라고 밝혔기에, 자신에게는 좋은 기회 중 하나였다. 이런 상황에서 잘 보여야 나중에도 자신에게 이득이 될 것이었다.
“진작 말씀하시지 그러셨어요? 바로 준비해서 검사 진행하도록 하죠. 걱정 마세요. 제가 특별히 잘 살펴보겠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기중은 이 때 만큼은 의사에게 정말로 의지할 수밖에 없었다. 자신이 치료를 해 줄 수도 없고, 결국은 의사에게 부탁할 뿐이었다.
기중의 요청에 따라 일사천리로 검사가 진행되었다. 응급실의 과장이 어떻게 손을 썼는지 모르지만, 넘쳐나는 환자 때문에 시간이 걸릴 수도 있는 상황에서 곧바로 CT실로 이동하는 친구를 보면서 기중은 한 숨 짓고 있었다.
‘문제가 없어야 할 텐데.’
기중은 걱정스런 마음에 병원을 떠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 기중을 보고 과장은 기중을 대기실로 안내했고, 검사가 끝나면 바로 알려주겠다고 전했다.
한 시간 후에 기중에게 간호사가 다가왔다.
“손영탁 환자분 병실로 옮겼습니다. 응급실 과장님께서 와 주셨으면 하던데요.”
“네. 감사합니다.”
기중은 다시 응급실로 향했다. 아직까지 환자들이 치료를 받고,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상태라 의사들은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고, 기중은 그 가운데 홀로 서 있는 과장에게 다가 갔다.
“선생님. 영탁이는 어떤가요?”
“CT 확인 결과 가벼운 뇌진탕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일단 병실로 환자를 옮겼고, 깨어나면 몇 가지 검사 후에 내일 중으로 퇴원이 가능할 것 같습니다.”
“다행이군요. 정말 감사합니다.”
기중은 과장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과장은 감사를 받으며, 나름대로 자신이 기중에게 어필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며 말을 꺼냈다.
“김 사장님의 친구 분이시라고 해서, 제가 특별히 신경 쓰고 있습니다. CT 촬영도 원래는 내일이나 가능한 순서였는데….”
기중은 의사가 하는 말의 의미를 알 수 있었다. 아무래도 자신에게 잘 보이고자 하는 느낌이었다.
“감사합니다. 나중에 다시 한 번 찾아뵙고 인사를 드리겠습니다.”
일단 기중은 병원에서 잘 신경 써 주기만을 바랄 뿐이었다. 돈을 조금 집어 주는 것은 자신에게 전혀 문제 될 것이 없었다. 하지만, 이런 상황 자체는 그다지 좋은 기분이 될 수는 없었다.
기중은 친구가 쉴 수 있도록 오늘은 병실에 들르지 않고 집으로 향했다. 오랜 전 친구라 조금은 서먹한 느낌이 남아 있어, 아직 깨어나지 않은 상태에서는 서로 간에 불편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었다.
병원을 나와 우선 회사로 돌아왔다. 사장실에 들어오자 석철이 바로 보고를 위해서 들어왔다.
“형님. 가셨던 일은 잘 처리 되었나요?”
“그래.”
기중의 표정이 어째 어두운 느낌이라 생각한 석철은 조심스럽게 다시 물었다.
“그런데, 형님 표정이 좋지 못한데요?”
“그럴 일이 좀 있었다. 친구가 다쳤거든.”
“저런, 상태가 많이 안 좋은 가요?”
“글쎄다. 병원에서는 별 문제 없다고 하는데, 아직 깨어나지 못해서 조금 걱정되네.”
석철은 한 동안 말없이 기중의 앞에 차를 한잔 가져다 놓고, 대기하고 있었다. 조금 생각이 정리된 기중은 멀뚱히 서 있는 석철에게 물었다.
“왜? 보고 할 거라도 있어?”
“오늘 면접을 봤습니다. 그에 대해서 보고를 드리려고요.”
“그래? 괜찮은 사람은 왔어?”
오늘 석철은 헤드헌터 업체를 통해서 이력서를 받은 사람 중 3명의 입사지원자의 면접을 진행했다. 자신과 직접 같이 일할 사람이기 때문에 기중에게 일체의 권한을 받아서 진행했고, 1명을 합격시키기로 결정했다. 그에 대해서 기중에게 보고하려고 했다.
석철이 기중에게 이력서 파일을 내밀었다. 기중은 받아 들고 건성으로 살피기 시작했다. 어차피 석철이 같이 일할 사람이고, 또한 그를 믿고 있었기에 일단 한번 살펴보고 바로 출근 시키라는 말을 하려고 했다.
“여성이구나? 나이도 너랑 동갑이네? 설마 너 혹시.”
“사장님. 무슨 오해를 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절대적으로 업무 능력과 인성을 우선시해서 뽑았습니다. 어떠한 오해도 소용없습니다.”
석철은 이미 기중이 어떻게 나올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는 듯이 의연하게 말을 이었다. 오히려 기중이 석철의 말을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걱정마라. 오해는 안하니 네 성격을 내가 잘 아는데, 네가 그렇지는 않겠지. 근데, 특이사항이 있네?”
“네. 작년에 아이를 출산하고 다시 사회생활에 복귀하는 것이라고 하더군요. 그 전에도 비서직 업무를 2년이나 해 왔고요. 성격도 꼼꼼해 보이기도 하고요.”
“그렇구나. 어차피 그런 비서가 필요하긴 했지. 가능하면 빨리 출근시켜.”
“네. 이미 확인했고, 내일부터라도 출근하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그래. 그렇게 해라. 앞으로 네가 잘 관리해서 내가 앞으로도 일을 벌이면, 뒤처리 잘 할 수 있도록 해봐라. 알았냐?”
석철은 기중의 마지막 말을 듣고, 또 어떤 일을 벌이려고 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되긴 했지만, 경력이긴 하지만, 새로운 직원이 자신이 몸담고 있는 비서실에 새로 들어오게 되어 살짝 기쁜 느낌은 있었다.
“바로 연락해서 내일부터 출근하라고 하겠습니다.”
다음날 아침 기중은 평상시와 마찬가지로 회사로 출근했다. 어째서인지 비서실에는 석철이 보이지 않고 있었다.
사장실로 들어온 기중은 오늘의 업무를 시작하려고 책상을 살폈지만, 아무런 결제서류도 없었다. 보통 아침에 오면 그날 필요한 결제서류를 석철이 미리 기중의 책상에 가져다 놓지만, 오늘은 자리에도 없었고, 서류도 없었다.
‘이 녀석이 어딜 간 거야? 아침부터.’
기중은 바로 석철의 휴대폰으로 전화를 걸었다. 계속 전화를 받지 않아서 다시 비서실로 나와 보니 석철의 책상에서 진동소리가 나고 있었다.
‘허허. 진짜 어디 간 거냐. 오늘 새로운 직원도 온다고 하더만. 쩝.’
기중은 석철이 회사의 어딘가에 볼일이 있어 간 것으로 알고, 다시 사장실로 들어왔다. 그 때 사장실 노크 소리가 들렸다.
“박 실장이냐? 빨리 들어와라.”
문을 열고 석철이 여자와 함께 들어왔다. 그리고 바로 소개를 시켜주었다.
“사장님. 오늘부터 비서실에서 새로 근무하게 될 최은진 대리입니다.”
“아. 반가워요. 김기중입니다. 자리에 앉으세요.”
기중은 석철과 함께 자리에 앉는 새로 들어온 직원을 바라봤다. 전형적인 커리어우먼 스타일로 왠지 조금은 깐깐할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사장님, 최은진입니다. 앞으로 열심히 일하겠습니다.”
“하하. 네. 여기 박 실장이랑 같이 잘 해봅시다. 박 실장. 최은진 대리 회사 소개는 시켜줬나?”
“네. 방금 회사를 돌아보고 오는 길입니다.”
“그래. 앞으로 최은진 대리도 불편한 사항이 있거나, 문제가 될 만한 사항이 있으면 언제든지 저한테 말씀하세요. 저는 꽤나 열려 있는 사람입니다. 우리 회사도 그렇고요. 아셨죠?”
“네. 감사합니다. 사장님.”
“그럼. 일들 보세요. 아. 박 실장 오늘 결제서류는?”
석철은 기중의 물음에 대답하고 얼른 자신의 자리로 가서 서류를 챙겨들고 왔다. 최은진 대리는 자신에게 배정된 비서실의 자리로 갔다.
사장실에는 기중과 석철 둘이 앉았다. 그리고 나직하게 속삭이듯이 말했다.
“느낌은 조금 깐깐한 것 같은데, 일은 잘 할 스타일인데?”
“네. 오늘 아침에도 일찍 나왔더라고요. 집도 멀지 않고, 연봉이나 복지혜택에 대해서도 상당히 만족해하는 눈치더라고요.”
“그래. 알았다. 이제 네 소원 풀었으니, 앞으로 불평하지 말고 일 열심히 해라. 알았냐?”
“하하. 네. 알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