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n Struck by Thunderbolt Twice RAW novel - Chapter 109
00109 돈 벼락 맞은 사나이 =========================
몇 가지 업무를 처리하고 기중은 바로 또 손님을 맞이했다. 오늘은 단순한 친구가 아니라 보험 상품을 계약하러 온 최준석이었다.
“어. 어서 와라.”
“하하. 다시 말하지만, 정말 고맙다.”
“뭔 별소리를 다한다. 내가 직원들한테 말해 놨으니, 박 실장이 안내할거다.”
“그래.”
간단하게 인사를 마치고, 최준석은 바로 영업을 시작했다. 직원 두 명과 같이 왔기에 각각 회의실 하나씩에 들어가서 직원들이 순차적으로 상담을 받고 계약을 하도록 했다.
계약에 대해서 자세히 설명하고 맞춤으로 해야 했기에 시간이 꽤나 걸릴 일이었다. 그래서 일단 기중은 그에 대해서는 관심을 끊고, 바로 병원으로 갈 생각이었다.
사장실을 나온 기중은 최 대리를 바라보고 말했다.
“저는 외출합니다.”
“네. 사장님. 박 실장 호출할까요?”
“아니오. 혼자 다녀올 생각입니다. 그럼, 수고하세요.”
“네. 다녀오세요. 사장님.”
기중은 최 대리의 말을 들으면서 조금은 우쭐한 기분이 들었다. 지금까지는 친동생이라고 생각하는 석철만 비서였기에, 이런 기분은 아니었는데, 새로 들어온 비서실의 직원에게 인사를 받자니 조금은 사장으로서의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병원에 들어서는 기중은 손에 쇼핑백을 하나 들고 있었다. 럭셔리 마트에서 구입한 최신형 휴대폰이었다. 현진이나 할머니에게 연락을 하고 싶어도 휴대폰이 없었기에 자신이 불편해서라도 한 대씩 선물로 줄 생각이었다.
병원에 들어오자, 어제 환자로 병원에 온 친구가 궁금했지만, 우선 할머니에게 들렸다가 가 볼 생각으로 병실로 향했다.
“할머니 저 왔습니다.”
“으…으.”
할머니는 기중을 보자마자 반가웠던지 침대에서 일어나면서 미소를 지었다.
“하하. 어디 불편한데는 없으세요?”
할머니는 고개를 저으며, 계속해서 미소를 짓더니, 결국 침대에서 내려와서 냉장고에 있는 음료수를 꺼내 들었다. 어제 기중이 냉장고를 잔뜩 채워주었던 음료와 과일들은 그대로였다.
“하하. 할머니 고맙습니다.”
음료를 마시면서 잠시 병실에 있다가 쇼핑백을 꺼내 들었다. 그리고 그것을 할머니에게 내밀었다.
“할머니, 이거 선물이에요.”
할머니는 기중이 내밀 포장된 상자가 무엇인지 몰랐기에, 조금은 궁금해하는 표정이었다.
“자 포장 풀어보세요.”
그 때 병실문이 열리면서 현진이 들어왔다.
“안녕하세요. 아저씨.”
“어. 그래 현진이도 있었구나. 오늘 학교는?”
“졸업반이라 일찍 끝났어요.”
“그래? 다행이구나. 할머니 혼자서 병실에 계시면 심심하실 텐데. 잘됐네.”
기중은 다시 쇼핑백에서 상자를 꺼내 현진에게 내밀었다. 현진이도 역시 마찬가지로 궁금한 표정으로 기중을 빤히 바라봤다.
“하하. 할머니와 현진이 커플폰을 사왔다. 아저씨가 현진이나 할머니한테 연락하는 게 불편해서 사왔으니까 부담 갖지 말고, 알았지?”
“네. 감사합니다.”
현진이도 그 또래의 학생답게 친구들은 모두 가지고 있는 휴대폰이 없었기에 상당히 불편할 때가 많았다.
하지만, 워낙 비싸기도 하고, 매달 요금을 내야하는 것이기 때문에 도저히 살 생각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런지 포장을 뜯으면서 현진의 표정이 무척 밝아졌다.
한참이나 휴대폰을 바라보던 현진은 할머니의 휴대폰에 자신의 번호를 저장하고 또 그 반대로도 저장했다. 할머니에게 연락할 때는 어차피 전화통화는 불가능 했기에 어서 빨리 문자를 사용하는 방법을 알려주고 싶어했다.
“할머니. 어. 그렇게 해봐.”
조손간에 바짝 붙어서 새로운 기기를 만지고 있는 모습을 보니 기중은 정말 잘 사왔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 때 할머니가 휴대폰 화면을 내밀었다.
– 고마워.
“하하. 할머니 별 말씀을요. 진짜 선물은 따로 있어요. 지금 준비를 하고 있으니, 기대하세요.”
기중의 말에 할머니는 또 한 번 놀라며, 계속해서 미안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 모습이 나이드신 분이지만, 조금은 귀엽게 보일 정도였다.
“자. 할머니랑 현진이 휴대폰에 제 번호도 저장하세요. 전 이미 저장했거든요.”
할머니는 현진의 도움으로 번호를 저장하고, 한참이나 휴대폰을 만지작거렸다. 옆에서 현진이 속삭이듯 말하면서 할머니를 도와주고 있었다.
– 띠리링.
기중은 자신의 휴대폰에 알림소리를 듣고 확인했다.
– 김 사장. 고마워.
할머니가 보낸 문자였다. 그리고 또 다시 문자가 도착했다.
– 아저씨. 정말 고맙습니다.
할머니와 현진이가 기중에게 보낸 첫 번째 문자였다. 그 마음을 느낄 수가 있어서 그런지 더욱 뿌듯했고, 행복하다는 감정이 들었다.
“현진아. 할머니 검사는 언제 시작해?”
“한 20분 뒤부터 한다고 했어요. 어제도 검사 준비 때문에 할머니가 아무것도 못 드셨는데, 빨리 끝났으면 좋겠어요.”
현진은 검사 때문에 할머니가 금식을 하고 있다는 것이 못마땅했는지, 조금은 투정을 부리는 말투가 나왔다.
그런 모습에 이제야 현진이도 그 또래의 나이에 맞는 행동을 조금씩 보여주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기분이 좋았다.
“어쩔 수 없지. 할머니 배고프시죠?”
할머니는 여전히 말을 못하시지만, 기중의 질문을 듣더니 바로 휴대폰을 한참이나 만지작거렸다. 그리고는 기중에게 화면이 잘 보이도록 내밀었다.
– 괜찮아. 참을 만 해.
“하하. 할머니 생각보다 휴대폰 조작하시는 게 빠르신데요. 요즘 젊은이들 못지않아요.”
기중의 말을 듣고 할머니는 조금 겸연쩍어 하면서 손사래를 쳤다. 현진도 옆에서 웃음을 지으며 할머니와 기중을 바라보고 있었다.
기중은 할머니와 현진이가 검사를 위해서 병실을 나서자, 응급실 과장을 찾았다. 친구인 손영탁에 대해서 묻기 위해서였다.
“선생님, 영탁이는 어떻습니까?”
“하하. 어서 오세요. 김 사장님. 안 그래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대한민국 최고의 의료진이 있는 이 E병원의 응급실에서 최선을 다했습니다. 그리고 상태도 무척이나 좋습니다. 어제 밤에 환자분이 정신이 들었습니다.”
“다행이군요. 감사합니다.”
“오늘 오전에는 몇 가지 검사가 진행 중입니다. 곧 끝날 겁니다.”
“네.”
기중은 용무를 마치고 일어섰다. 그런데 의사의 표정이 무언가를 갈구하는 눈빛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속으로 그런 모습에 대해서 안 좋게 생각했지만, 손은 자연스럽게 품에서 봉투를 꺼냈다.
“이거 별거 아니지만, 신경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럼.”
기중은 책상에 봉투를 하나 두고서 인사를 하고 의사의 사무실을 나왔다. 의사가 바라는 게 결국 이거니까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생각하며, 준비를 했던 상태였다.
당연히 의사는 기중이 나가자마자 봉투를 확인하고는 더할 나위 없는 함박웃음을 지었다. 역시 돈이 좋긴 좋은 모양이었다.
기중은 친구의 병실로 향했다. 이미 의사에게 병실을 들었기에 바로 찾을 수 있었다. 복도에서 병실을 바라보니, 환자들이 침상에 앉아 있거나 누워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병실은 6인실이었다. 환자와 환자 보호자들로 인해서 조금은 어수선한 병실에서 자신의 친구를 볼 수 있었다. 창가 쪽에 침대에 앉아서 어제 봤던 여자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모습이었다.
기중은 천천히 친구에게 다가갔다.
“흠. 흠.”
기중은 친구의 앞에까지 와서 작게 소리를 내었다. 어떤 말로 시작을 해야 할지 잘 몰랐다.
“응? 이게 누구야? 진짜 기중이냐?”
손영탁은 기중을 확인하자마자, 바로 얼굴을 알아봤는지 기중의 이름을 부르며, 놀라움만 반가움반의 표정이었다. 그리고 바로 침대에서 일어나 기중에게 다가와 기중을 안았다
“정말 반갑다. 기중아. 이게 얼마만이냐.”
“어. 그래 영탁아. 오랜만이다.”
기중도 그런 격 없는 친구의 행동에 서먹한 마음은 금세 잊혀지고, 고등학교 때로 돌아간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 느낌이 싫지 않았다. 아니 매우 만족스러웠다.
“여기 어떻게 알고 왔냐? 아니다. 이럴 때가 아니지. 자 네 형수를 소개하마. 기억나지 그 때 사진.”
“어. 그럼 당연히 기억나지. 반갑습니다. 영탁이 고등학교 친구 김기중입니다.”
“네. 안녕하세요. 그이에게 이야기 많이 들었어요. 정말 와주셔서 감사해요.”
기중은 그 모습이 꽤나 포근한 느낌이라고 생각했다. 기중이 생각하는 영탁이의 성격이 워낙 긍정적이었다. 부부라서 그런지 아무래도 둘은 비슷한 느낌이 들었다.
“이야. 이거 기중이 너 정말 달라졌네. 어째 얼굴이 예전보다 더 좋아진 것 같다. 네 얼굴에서 미소를 보니 정말 좋구나.”
“그래. 넌 좀 어떠냐?”
기중은 자신을 반갑게 맞이해 주는 친구 녀석이 다쳤다는 것에 걱정스런 마음이 계속 되었기에 어렵사리 말을 꺼냈다.
“나야. 멀쩡하지. 잠시 정신을 잃었던 것뿐이야. 과로가 겹치기도 했고, 살짝 아주 살짝 부딪힌 것뿐이거든. 오늘 중으로 퇴원할 거다.”
“그래. 다행이다.”
기중은 친구의 쾌활한 모습에 조금은 걱정스런 마음이 줄어들었다. 그래서 그런지 친구의 모습이 이제야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고등학교 때는 공부만 하던 녀석이라, 얼굴이 꽤나 뽀얗다고 기억에 남는데, 어째서인지 얼굴이 매우 고생한 것 마냥 검게 피부가 변해 있었다. 그리고 꽤나 나이가 들어 보인다는 느낌이었다.
“이럴 게 아니다. 우리 밖에 나가서 이야기 좀 하자. 보다시피 여기는 병실이니까.”
“그래.”
“여보. 나 잠시 이야기 좀 하고 올게.”
“네. 그러세요.”
영탁의 아내는 미소를 지으며 영탁에게 차분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밖으로 나온 둘은 병원 앞에 있는 작은 공원 벤치에 앉았다.
“너 어떻게 된 거냐?”
이번에는 영탁이 기중에게 조금 표정을 굳히면서 따지듯이 질문했다.
그런 이유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영탁이 여러 번 연락을 해 왔지만, 바쁘다는 핑계로 차일피일 만남을 미뤘고, 그렇게 지내던 와중에 할머니께서 돌아가시면서 영탁과의 연락은 완전히 끊겼었다.
“뭐. 좀 바쁘게 살다보니 그렇게 됐다. 미안하다.”
“됐다. 인마. 네 성격 내가 잘 아는데. 할머니는 건강하시냐?”
영탁은 가끔 기중이 할머니와 살던 집으로 놀러와 할머니께 밥을 얻어먹기도 하는 등 넉살 좋게 행동했었다. 그래서 할머니의 안부를 물었다.
“돌아가신지 벌써 10년이다. 너랑 연락 끊길 때 쯤 돌아가셨지.”
“저런. 미안하다. 내가 좀 더 널 찾았어야 했는데.”
“됐다. 인마. 다 지난 일이다.”
잠시 서로 말이 없었다. 둘 다 할머니에 대한 추억을 곱씹고 있는 중이었다. 기중은 바로 화제 전환을 시도했다.
“넌 어쩌다가 다쳐서 온 거냐? 어제 보니까 건물 붕괴 때문에 환자들이 응급실에 넘쳤다고 하던데, 너도 거기에 있었냐?”
“하하. 나도 당연히 그곳이 있었지. 내가 소방대원 아니냐. 당연히 구조활동과 화재진압 때문에 현장에 출동했지.”
“어? 정말? 넌 소방대원이야?”
기중은 영탁이 소방대원이라는 말에 의아한 마음이 들었다. 고등학교 때만해도 공부를 꽤나 잘하고 대학도 좋은 곳으로 갔던 친구라서 사회에서 흔히 말하는 엘리트 직업을 가질 줄 알았다.
그런데 뜻 밖에도 소방관이라는 말에 당연히 의문이 들었다.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다. 벌써 7년차 베테랑이시다. 하하.”
어쩐지 영탁의 말에 사연이 있는 듯 싶었다. 기중은 그 부분에 대해서는 차차 이야기를 나누기로 생각하고 당장에는 의문을 지워버렸다.
“그렇구나.”
기중과 그의 친구 영탁은 과거의 이야기들을 추억 삼아 이야기 했다.
아무래도 둘의 공통된 주제는 고등학교 학창 시절이었기 때문에, 그 때의 추억들을 꺼내면서 많이 지난 간 시간 때문에 생겼던 둘 사이의 서먹한 감정은 차츰 사라지고 있었다.
“이야! 그 때 정말 좋았는데, 말이야.”
“그렇지. 나에게도 작은 추억들이 있어서 다행이지.”
기중의 마지막 말이 왠지 씁쓸하게 들렸다.
그 때라면 워낙 힘들 게 살아왔고, 더구나 미성년자라는 신분 때문에 돈을 제대로 벌지도 못했다. 그래서 고생한 기억이 많이 남지만, 유일하게 친한 녀석이 있다는 것에 위안이 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