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n Struck by Thunderbolt Twice RAW novel - Chapter 113
00113 돈 벼락 맞은 사나이 =========================
“석철아.”
“예. 형님.”
“친구 녀석이 지금 다리가 마비되어 있는 상태란다.”
“저런. 어쩌다가.”
“소방대원인데, 아마도 화재 진압 도중에 사고 때문에 그런 것 같다.”
석철도 기중의 침통한 표정에 잠시 말이 없었다. 어떻게 이야기를 꺼내야 할까 속으로 생각 중이었다.
“여기 최고 병원이잖아요. 의사들이 치료해 줄 겁니다.”
“그래. 나도 그러길 바라고 있다.”
기중은 자꾸만 좋지 못한 생각이 들기에 그것을 떨쳐내 보고자 굳게 마음을 먹고, 심호흡을 했다. 그리고 다시 병원으로 들어왔다.
우선은 할머니와 현진이가 있는 병실로 들어왔다. 지금도 오늘의 건강검진이 이어지고 있는지, 병실에는 할머니는 없고, 현진이가 누군가와 이야기하는 모습이 보였다.
“현진아. 할머니는 검사 들어가셨니?”
“아. 아저씨. 안녕하세요. 네. 할머니 지금 검사 중이세요.”
현진을 보며 살짝 미소 짓던 기중은 그 바로 옆에서 기중을 바라보는 소녀를 보고 살짝 뒤로 물러났다. 갑자기 생각지도 못한 인물을 만났기 때문이었다.
“아저씨! 왜 그래요? 제가 뭐 잡아먹기라도 해요? 왜 놀라고 그래요.”
“아. 수진이도 왔구나. 난 이 병실에서 갑자기 수진이가 보이 길래 깜짝 놀랐지.”
기중은 여전히 수진이 앞에서는 이유 없이 약했다. 잘못한 것도 없는데, 괜스레 수진을 피하는 자신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래서 다시금 생각을 고쳐먹고, 말하려고 하는데 수진이 먼저 말을 꺼냈다.
“아저씨. 그나저나 고마워요.”
수진이 갑자기 부끄러운 표정을 지으며, 기중에게 작은 목소리로 살짝 말했다.
“응? 뭐라고?”
기중은 수진의 말을 듣기는 했지만, 수진이 말한 거라고 언 듯 생각이 들지 않았다.
“고맙다고요!”
“아. 하하.”
여전히 부끄러워하면서도, 살짝 화를 내고 말하는 수진을 보면서 기중도 그 마음을 알 수 있었다.
기중은 아이들과 잠시 시간을 보내다가, 할머니가 검사를 마치고 들어오는 모습까지 확인하고 더 머물다가 병실을 나왔다.
잠시간 할머니와 아이들 때문에, 친구를 걱정하던 생각을 잊을 수 있었지만, 발길을 다시 친구의 병실로 향하기에 여전히 걱정은 어쩔 수 없었다.
병실에 들어온 기중은 침대에서 일어나서 기중에게 어서 오라고 손짓하는 영탁에게 다가갔다.
“이 녀석아. 이런 병실인 줄 알았으면, 옮기지 않았을 거다.”
다짜고짜 언성을 높이는 영탁에게 기중은 힘없이 웃었다. 친구 앞에서 그러면 안 된다는 것을 알지만, 걱정이 되는 마음 때문에 영탁이 화를 내는 것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래.”
“뭐가 그래야? 너 소방서에 장비 기증한 것도 그렇고, 이 병실도 그렇고 도대체 어떻게 된 거냐?”
영탁은 기중의 고등학교 시절을 잘 알고 있었다. 부모님 없이 할머니와 단 둘이 사는 기중의 환경을 누구보다 잘 기억했다.
그래서 그런 환경에서 기중이 갑자기 부자가 되었다는 것을 생각하기는 힘들었다.
“내가 여유가 있으니까 그렇게 한 거다. 그건 그렇게만 알고 있어라.”
“하여튼, 너 부담되게 하고 싶지 않다. 그리고 난 조만간 괜찮아질 거야.”
“그래. 그 때 까지만 여기서 지내라.”
기중이 진지한 표정으로 말하자, 영탁도 더 이상 그에 대해서 따지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화제를 돌렸다.
“그나저나, 이제는 좀 편하게 사는 거냐?”
“그래, 나 혼자 편하게 살아서 미안하기도 하지만, 지금은 꽤 여유가 많다.”
“다행이구나.”
영탁은 기중이 그에 대해서 말하는 것을 꺼리고 있다고 생각했기에 그러려니 하고 넘겼다. 이번엔 기중의 질문이 이어졌다.
“검사는?”
“조금 대기하다가 바로 검사 시작한다고 하더라. 내일도 계속 진행되고.”
“그렇구나.”
“그나저나 큰일이네. 이거 소방서 자리를 한 동안 비우게 될 것 같기도 하고 말이야.”
영탁은 병원에 와서 검사를 받고 바로 치료를 하면 금방이나 완쾌될 것으로 처음에 입원할 때 생각했지만, 검사를 하면서도 좀처럼 다리에 감각이 돌아오지 않아 속으로 슬슬 걱정이 되고 있었다.
“내일 다시 오마. 검사 확실하게 받아라. 알았지?”
“그건 걱정마라. 그리고 바쁘면 안와도 된다.”
“그래. 알았다.”
기중은 다시 병원을 나섰다. 석철이 운전하는 차량에 앉아서 밖을 바라보며 친구 걱정에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기중은 며칠 뒤 다시 병원에 와 있었다.
이번에는 영탁의 검사결과를 의사로부터 듣는 자리였다. 의사는 굳은 표정으로 기중을 맞이했고, 곧 자리에 앉아서, 검사 결과를 확인하며, 어떻게 말을 시작해야 할지 난감한 상태였다.
“손영탁 환자분은 검사 결과 척수손상으로 인한 하반신 마비입니다.”
“…”
기중은 설마 하던 일이 검사 결과로 나타났기에 충격을 받고 차마 말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의사는 대부분의 환자와 보호자들이 하반신 마비에 대한 확진 결과를 들을 때 어떤 표정을 짓고, 어떤 생각을 가지게 되는 것을 많은 경험으로 알고 있기에, 잠시 기다리고 있었다.
“선생님, 치료법은 없습니까? 요즘 의료기술도 상당히 높아 졌잖아요.”
“그게, 한 번 손상된 척수를 완전히 재생시키는 방법은 아직까지 없습니다.”
“하.”
기중은 여전히 안타까운 마음과 울화가 치밀고 있었다. 정말 오랜만에 만나게 된 친구가 갑작스럽게 불의의 사고를 당한 것에 대해서 시간이라도 되돌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환자분이 소방대원이더군요. 화재 현장에서 본인이 인지하지 못한 충격에 의해서 발생 된 것으로 짐작됩니다. 최초 마비 증상이 발생된 시기와 충격을 받을 만한 상황과의 간격이 상당부분 있다는 것으로 볼 때 특이한 케이스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정말 치료법은 없을까요?”
의사는 검사 결과를 검토해보고 자신이 알고 있는 최신의 치료법을 확인했다. 의사로서 환자와 보호자에게 최소한의 희망을 전달해 주고 싶은 심정은 의사로서 당연했다.
“최근에 미국과 유럽에서 임상실험을 마치고, 승인을 받은 치료제가 있긴 합니다.”
“영탁이가 치료 받을 수 있을까요?”
“다만, 치료를 한다고 해서 100% 원래 상태로 돌아오는 것은 아니고, 임상실험에서는 최고 50% 정도까지 회복된 사례가 있긴 합니다.”
“그렇군요. 영탁이와 상의해서 치료를 받아 보도록 하겠습니다. 선생님 언제부터 치료가 가능할까요?”
의사는 기중이 조금이라도 희망을 가질 수 있는 치료법을 이야기 하긴 했지만, 고가의 비용이 문제가 될 수 있었고, 더 중요한 것은 아직 국내에 승인이 되어 있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설명을 들은 기중은 이미 세계 어디라도 달려가서 치료를 받게 할 생각이었기에, 당연히 그 부분은 문제가 없다고 못을 박았다.
의사도 고가의 비용이 드는 만큼 실제로 권유하는 대상은 극히 적었다. 하지만, 기중이 병원의 VIP라는 것을 알고 있기에, 그 치료법을 이야기하는 것이었다.
기중은 의사와 이야기를 마치고 병실로 향했다. 며칠 동안 잠시라도 찾아와서 얼굴은 봐 왔지만, 오늘은 검사 결과가 나온 상태였기에, 영탁이 그 결과를 듣고 혹시나 좌절하고 있지나 않을지 걱정이 되었다.
그래서 한동안 병실 밖에서 서성이며, 어떤 얼굴 표정과 말로 친구를 만나야 할지 고민하고 있었다.
“뭐하냐? 기중아.”
그렇게 병실 앞 복도를 서성대고 있던 기중에게 누군가 말을 걸었다. 기중은 목소리를 듣고 바로 돌아보았다.
“어. 영탁아.”
“왔으면 들어오지 왜 거기서 서성거리는 거야?”
영탁은 휠체어를 타고서 막 병실을 나오다가 기중을 바로 알아보고, 잠시 지켜봤다. 아니나 다를까 자신이 생각하고 있던 표정으로 뭔가를 골똘히 생각하고 있던지, 자신이 나오는 것도 모르고 계속해서 서성이기만 했기에, 대충 어떤 고민을 하고 있는지 알아챘다.
“어. 어디 가려고?”
“하하. 와이프가 따뜻한 커피 한찬 마시자고 해서, 내가 사러가는 길이다. 너도 한잔 할래?”
“그래. 같이 가자.”
기중은 자연스럽게 영탁의 뒤로 가서 휠체어의 손잡이를 잡았다. 그리고 천천히 밀었다.
병실과 조금 떨어진 복도 끝에 자판기가 두 대 있었다. 기중은 그 앞까지 와서 휠체어를 멈춰 세웠다. 그때 영탁이 먼저 말했다.
“나 하반신 마비란다.”
“…”
기중은 영탁의 말에, 슬픈 표정으로 그저 바라보기만 했다.
“알고 있었냐?”
영탁은 자신에게 닥친 불행한 일, 보통 사람들이라면 감당하기 매우 힘든 현실 상황에 애써 담담한 표정을 유지했다.
적어도 기중은 그렇게 생각했다. 자신이라면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 했을까하는 상상조차하기 싫었다.
“어. 의사한테 듣고 오는 길이다.”
“그럼. 이야기가 빠르겠구나.”
영탁은 오히려 살짝 미소를 짓고는 자판기에 동전을 넣어 뜨거운 커피를 뽑았다. 그 중에 하나를 기중에게 내밀었다.
아무런 말없이 커피를 받아든 기중은 옆에 있는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인마! 어디 다른 사람이 보면 누가 죽기라도 한 걸로 보이겠다.”
“미안하다.”
“미안하긴, 벌어진 일은 어쩔 수 없지, 그렇게 울상하지 말고, 표정 좀 펴라. 어째 나보다 더 표정이 안 좋냐?”
기중은 영탁이 유쾌하게 말하는 것을 보면서, 자신이 알던 예전의 친구 성격은 여전하다고 생각했다. 자신이 항상 힘들어하고, 모든 일에 인상을 쓰고 다닐 때도 좋은 날은 언제든 찾아온다고 희망을 이야기하며 웃어 주었던 친구였다.
“그래. 알았다.”
“우리 와이프 기다리고 있겠다. 얼른 가자.”
영탁은 말을 하더니, 혼자서 휠체어를 움직여 병실로 향했다. 기중은 잠시 친구의 뒷모습을 바라보고는, 슬픈 표정으로 미소를 짓고는 바로 따라 걸음을 옮겼다.
병실로 들어온 기중은 영탁의 아내와 인사했다. 기중이 병실을 옮겨주고, 입원비와 검사비를 지불했다는 것을 영탁에게 들었기에 상당히 고마워하고 있었다.
기중은 미소를 지으며 말을 받았다.
“별 말씀을요. 이 녀석이 학창시절 저한테 도움을 많이 줬거든요. 그거에 비하면 이건 별 거 아닙니다.”
“허허. 기중아. 무슨 도움을 받았다고 그러냐? 난 별로 해 준 게 기억에 없는데.”
기중은 영탁의 말을 듣고 영탁의 얼굴을 바라봤다. 영문을 모르겠다고 하는 표정이었지만, 기중은 그 때의 기억을 떠올리고 있었다.
“너. 내가 모를 줄 알았냐?”
“뭐 말이냐?”
“가끔씩 우리 집에 올 때면, 네가 메고 있던 가방에서 몰래 쌀을 꺼내서 쌀독에 넣는 거 봤다.”
“어? 내가 그랬었나?”
영탁은 살짝 민망한지, 기억이 떠올랐지만 모르는 척을 하고 있었다.
“제수씨, 이 녀석 정말 좋은 녀석이었어요. 쌀도 쌀이지만, 겨울에는 제가 알바를 하러 나가 있는 동안에 저 몰래 연탄도 가져다주고는 했거든요.”
“정말 우리 애아빠가 그랬어요?”
“그럼요. 어느 날 인가 문득 이상하다고 생각했어요. 분명 연탄이 10장도 남았었는데, 그 다음날에도 그대로였고, 또 그 다음날에도 그대로였었죠.”
기중은 말을 하는 내내 흐뭇한 표정이었다. 옛 추억과 친구에 대한 고마움으로 마음이 차분해지면서, 고마운 마음이 더욱 들었다.
“알고 있었냐? 그거 너 몰래 한다고 고생 좀 했는데. 하하.”
“그랬지. 그 때는 알고는 있었지만, 차마 대 놓고 고맙다고 하지도 못했고, 동정을 받는 다는 것에 자존심 상하기도 했었지. 미안하다.”
“별 게 다 미안하다고 생각하네. 그 때가 좋았지. 하하.”
영탁은 기중이 말하는 옛 추억 때문인지, 하반신마비 상태인 자신의 현재 상황도 잊고 진심으로 기쁜 마음이 들었다.
기중은 이런 말을 하는 다른 이유가 있기도 했다. 당연히 고마웠던 마음을 전하고 싶기도 했고, 이번에 영탁에게 치료를 받도록 하기 위해서이기도 했다.
“그러니까. 미안할 필요가 없다고?”
기중은 살짝 눈을 빛내며 말했다. 다른 생각을 하면서 말이다.
“당연하지 인마. 친구 좋다는 게 뭐냐. 지금 봐라 그 때 추억 생각하면 왠지 가슴이 따뜻해지지 않냐? 안 그래 여보?”
“그럼요. 당신 정말 멋진 분이에요.”
“하하.”
기중은 타이밍을 잡았다고 생각했고, 의사와 상의 했던 내용을 말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