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n Struck by Thunderbolt Twice RAW novel - Chapter 116
00116 돈 벼락 맞은 사나이 =========================
기중의 말을 듣는 보좌관은 얼굴 표정이 정말 확연하게 변하고 있었다. 결국 기중과 같은 작은 업체의 사장정도는 자신보다 아래라는 가치관을 가진 사람이었다.
“허. 뭡니까? 당연한 말을 하는데, 뭐가 지나치다는 겁니까?”
표정을 전혀 숨길 생각도 없는지, 인상을 팍 찡그리는 모습을 보니 기중은 대화 하고 싶은 마음도 없어졌다.
“자기가 재벌이라도 되는 줄 아시나. 어디서. 참나.”
보좌관은 기중에게 일부러 들으라고 하는 말인지, 밖으로 향하면서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당연하게도 기중은 그 말을 들었다.
문손잡이를 잡은 보좌관은 다시 기중에게 말했다.
“대한민국 국회의원님을 우습게보면 어떻게 될지. 잘 좀 생각하고 행동하셔야죠.”
끝까지 기중의 속을 박박 긁어대는 보좌관은 썩소를 짓고는 나가버렸다. 그의 머릿속에는 기중이 말을 알아듣고 불안한 표정으로 바로 달려 나올 것이라는 생각이었다.
지금까지 그래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의원의 보좌진이라는 것은 그 만큼 힘이 있다고 믿고 행동하는 인간이었다.
기중은 이것은 국회의원의 문제라기보다는 저 보좌관이라는 사람의 인성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다. 지난번에 곽 의원과 이야기했던 당시를 떠올려보면 이렇게 안하무인식의 대화는 없었다.
찝찝한 기분으로 기중은 회사 로비로 나왔다. 5분 후면 도착한다는 전화가 다시 왔기에 어쩔 수 없이 내려왔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에라도 오지 말라고, 필요 없다고 하고 싶지만, 회사의 사장으로서 차마 그런 식의 어린아이와 같은 행동을 하기에는 힘들었다.
찌푸린 표정으로 석철과 함께 로비의 문을 나섰다. 도로 쪽으로 기중에게 헛소리를 했던 보좌관이 기중을 사나운 눈빛으로 바라봤다.
말을 하지는 않지만, 표정과 행동으로 봐서는 당연하다는 반응이었고, 조금 더 일찍 내려오지 않고 꾸물거렸다는 질책이 담겨 있는 듯 했다.
마침내 의원의 차량이 도착했고, 그 보좌관이 바로 달려가서 문을 열었다.
“최 실장. 여기 있었군.”
“네. 의원님. 먼저 와서 대기하고 있었습니다.”
곽 의원은 무표정하게 보좌관을 한차례 바라보고는 시선을 돌렸다. 기중은 그 모습을 보고 있는데, 어째 곽 의원이 못 마땅해 한다는 느낌을 받고 있었다.
기중도 곽 의원에게 다가와 인사했다.
“안녕하십니까. 의원님.”
“아. 그래요. 김 사장님. 다시 만나서 반갑군요.”
곽 의원은 표정을 풀고, 살짝 미소를 지으며 인사를 받았다.
“올라가시죠.”
기중은 곽 의원과 일행을 안내해서 사장실로 들어왔다. 사장실에는 이제 막 차를 테이블에 놓고 있는 석철과 그 문제의 보좌관도 들어와 있었다.
석철이 나가자 의원이 말했다.
“최 실장도 밖에 나가 있게.”
“의원님.”
보좌관은 곽 의원의 말에 살짝 토를 다는가 싶더니, 다시 곽 의원과 시선을 마주치고는 밖으로 향했다. 곱게 나가기가 아쉬웠던지, 등을 보이는 곽 의원의 시선을 피해서 기중을 한차례 쏘아보고는 사장실을 나갔다.
“미안하군요.”
“갑자기 무슨 말씀이신지요?”
“방금 그 보좌관 말이에요. 아마도 김 사장님께 실례를 했을 거라 생각합니다.”
“…”
기중은 곽 의원을 말을 듣고 잠시, 멈칫 할 수밖에 없었다. 상당히 짜증나게 만들었던 보좌관은 분명 곽 의원의 후광으로 그런 행동을 했을 거라 짐작하던 기중에게는 곽 의원의 사과가 이해되지 않았다.
“복잡한 사정을 말하는 것은 힘들겠지만, 다소 문제가 있는 사람이에요. 저한테도 말이지요.”
곽 의원은 그렇게 말하며, 씁쓸한 표정을 보였다. 물론 아주 잠시 스쳐간 느낌이었지만, 기중은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
“그럼, 제가 방문한 이유에 대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네. 말씀하세요. 의원님.”
“하하. 오늘은 국회의원이라기 보단 게임 협회장으로서 감사를 표하기 위해서 왔습니다.”
곽 의원은 금세 신색을 회복하고, 웃음기를 내보였다. 기중이 KG 게임을 인수하고 천억 원을 투자하기로 한 상황에 대해서 역시 곽 의원은 알고 있는 눈치였다.
처음에는 그저 단순하게 인사할 목적과 게임 산업 발전을 위해서 격려차 게임 업체들에 대한 투자를 이야기 했는데, 오히려 다른 업체들보다 더욱 많은 투자와 발 빠른 행보를 보여준 기중에게 호감을 보이고 있었다.
“감사를 받을 만한 일은 아닙니다. 결국은 일개 기업일 뿐이죠. 어쩌다 보니 일이 그렇게 진행되었고, 이왕 하는 일이라면, 확실하게 지원해서 좋은 성과를 바라는 마음일 뿐입니다.”
기중은 곽 의원이 겨우 이런 감사를 표하기 위해서 기중의 회사에 방문했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상당한 위치에 있는 권력자라는 사람이 그러하니 그 내막이 있는지 의심이 되는 부분도 있었다.
“허허. 그래요.”
곽 의원은 기중에게 게임과 관련된 정책들을 다시 이야기 하며, 앞으로도 계속해서 관심과 투자를 바란다는 말이 길게 이어졌다.
10여분 동안 이야기를 진행하고, 곽 의원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급하게 약속을 잡아서 미안하군요. 다음 일정이 있어서 이만 가봐야겠네요.”
“네. 의원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앞으로 자주 봤으면 좋겠군요. 허허.”
곽 의원은 사장실을 나섰고, 기중도 뒤를 따랐다. 비서실에 있던 석철과 최 대리도 일어나서 배웅할 준비를 했고, 문제의 보좌관도 바로 곽 의원 곁으로 왔다.
“제가 모시겠습니다. 의원님.”
“그러게.”
곽 의원은 로비 앞으로 대기 중인 차에 탑승하고 떠났다. 보좌관은 그 모습을 지켜보다가 기중에게 시선을 돌리며 말했다.
“앞으로 지켜보지요.”
그 모습이 너무나 건방지고, 고압적인 자세라 그런지 석철이 앞으로 나서려고 했지만, 기중이 제지했다.
“그러시지요.”
기중은 전혀 굽힐 마음도 없었고, 그럴 이유도 없었다. 국회의원 보좌관이라는 것이 별로 무섭거나 두려운 대상이라는 생각은 없었다. 그래서 해볼 테면 해보라는 의미의 말이었다.
보좌관도 역시나 알아들었는지, 더욱 안색을 굳히고 바로 돌아서서 차량을 타고 떠나 버렸다.
기중은 그 모습을 지켜보다가 석철에게 말했다.
“박 실장. 저 사람 누군지 좀 알아봐. 자세하게.”
“네. 사장님.”
기중은 다시 회사로 향했다. 그리고 속으로 잠시 생각했다.
‘저런 권위주위로 똘똘 뭉친 사람이 나중에 권력을 잡으면 나라꼴이 또 어지러워 질 텐데.’
부조리한 사회에 대해서 걱정이 들기도 하고, 자신이 그런 면들을 타파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오늘은 회사의 동계 워크샵 출발 날이었다.
이미 사전에 업무들을 조율했기에 충분히 일주일간의 워크샵이 차질 없이 진행될 수 있었고, 각 파트의 직원들은 워크샵 중에 사용할 자료들을 준비하고 있는 상태였다.
출발은 오후로 예정되어 있었기에, 기중은 우선 병원으로 향했다.
현진이의 할머니의 검사 결과가 나오는 날이었다. 실어증에 대해서 정밀 검사기간이 꽤나 길었고, 할머니의 몸 상태가 노인이기도 하고, 고생을 많이 해서 그런지 성한 곳이 없어 더 시간이 걸리기도 했다.
기중은 큰 문제가 없기를 바라면서 의사의 진료실로 들어왔다.
“안녕하세요. 선생님.”
“어서 오세요. 김 사장님.”
할머니를 담당하고 있는 의사도 기중을 알고 있는 상태였기에, 친절한 미소를 보이면서 맞아주었다. 역시나 E병원에서는 기중이 어딜 가던 이제는 편안하게 일을 처리할 수가 있었다.
“할머니 검사 결과는 어떤가요?”
“우선 실어증상에 대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의사는 전문적인 용어들을 사용하면서 통상적으로 발생되는 여러 가지 원인과 치료 방법들을 꽤나 자세하게 설명했다. 물론 기중이 의사의 말을 제대로 알아듣는 것은 아니지만, 초조한 마음에 집중하고 있었다.
설명이 끝나 의사는 기중에게 다시 말했다.
“환자 같은 경우는 검사 결과 특별한 이상 징후가 보이지 않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뇌에 문제가 100% 없다고 장담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면 치료 방법이 없다는 말씀이신가요?”
의사는 기중의 말에 드디어 우려했던 상황이 왔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던지, 표정이 살짝 변했다.
“죄송합니다. 현대의학으로는 아직까지 치료가 어렵습니다. 저희 의료진이 계속해서 상태를 지켜보면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기중은 의사의 말을 듣고 약간 화가 났다. 하지만, 전문가인 그들이 이렇게 까지 원인을 정확히 밝혀내지 못하고, 치료 방법이 없다는 것이 안타까웠던 탓이었다.
“알겠습니다. 할머니 몸 상태는 어떠신가요?”
의사는 기중이 다른 질문으로 넘어갔기에, 한 숨 돌리는 표정이 되어 조금 얼굴이 밝아졌다. 이번에는 확실하게 눈앞의 VIP가 원하는 말을 할 수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검사 결과 노인성 질환들이 보입니다. 그 중에 퇴행성관절염이 상당히 심한 상태입니다.”
할머니는 현진과 둘이 살면서 살림을 꾸려나가고 있었기에, 고생이 상당했다. 관절염이 심한 상태에서도 박스를 주우러 하루에도 수차례 밖을 돌아다니기를 벌써 수년 째였다. 그래서 더욱 심한 상태였다.
“치료방법은요?”
“크게 인공관절로 대체하는 방법과 줄기세포 치료 방법 두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의사는 치료 방법을 이야기 하면서, 실어증을 이야기 할 때와는 상당히 다르게 편안한 표정이 되어 있었다. E병원에서 많이 하는 수술이기도 하고, 그 수술이 상당히 오랫동안 진행되어 그에 따른 경험과 노하우가 풍부했기에 자신감을 많이 회복했다.
“의사 선생님께서 권장하는 수술을 하고 싶네요. 할머니께 우선 말씀드리고 다시 찾아올게요.”
기중은 의사와 이야기를 끝내고 할머니 병실을 찾았다.
기중이 병실에 나타나자마자, 할머니는 반가운 얼굴로 기중을 맞이해 주었다. 그리고 메모지를 한 장 내밀었다.
– 고마워. 그리고 이제 퇴원해도 되는 거지?
할머니는 역시 아직도 병실에서 편안하게 있는 것이 마음에 걸리는 모양이었다. 검사가 이미 다 끝나 있는 상태에서, 이렇게 기중이 나타나자 바로 반응을 보여주고 있었다.
“할머니, 조금 더 병원에 계셔야 될 것 같아요.”
기중의 말을 들은 할머니는 의문과 미안함을 가득 담은 얼굴로 기중을 바라보았다.
기중은 그 모습이 돌아가신 할머니의 얼굴 표정과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현진의 할머니를 보니 친할머니에 대한 생각이 더욱 뚜렷해지는 느낌이고, 생각도 더 많이 났다.
항상 부족한 생활에 미안해하시면서 기중을 챙기려고 하셨던 할머니, 항상 자신은 배고프면서도 기중에게는 배부르게 먹이고 하셨던 할머니였다. 지금은 안계시기 때문에 더욱 현진의 할머니에 대한 생각이 간절하게 되었다.
“할머니 다리 많이 아프시죠?”
할머니는 잠시 말이 없으시더니, 아니라고 고개를 흔들었다. 자꾸 부담을 주기 싫다는 마음이 눈에 선하게 보였다. 살짝 미소 지은 기중은 말했다.
“할머니 아프신 거 다 알아요. 이번에 병원 온 김에 고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앞으로 현진이랑 행복하게 오래 오래 사셔야죠.”
기중이 현진이 이야기를 꺼내자, 할머니는 표정이 살짝 굳어진 느낌이었다. 워낙에 고생을 많이 하셔서, 얼굴에는 주름이 가득했지만, 기중은 할머니의 표정 변화를 꽤나 잘 맞추고 있었다.
“그러면 수술 하시는 걸로 할게요.”
기중의 강요에 가까운 말이었지만, 할머니는 더 이상 말이 없었다. 자신이 살아야 하는 이유, 살아가야할 이유는 부모도 없이 고생하며 살아가는 현진이었다.
할머니는 속으로 다짐하고 있었다. 현진을 위해서라면 못할 것도 없고, 부담이 되어도 도움을 받지 않을 이유도 없었다. 그리고 두 눈에 눈물이 맺혔다.
기중도 할머니를 바라보며, 살짝 눈시울이 붉어질 때 노크 소리가 들렸다.
“네.”
문이 열리고, 기중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할아버지를 볼 수 있었다.
“할아버지!”
“허허. 기중아. 뭐 그리 놀라느냐. 내 한 번 문병 오겠다고 말하지 않았느냐.”
“하하. 어서 오세요. 연락도 없이 오셔서 깜짝 놀랐네요.”
기중은 바로 놀란 표정에서 미소가 한 가득인 얼굴로 바뀌어 할아버지에게 다가가 할머니가 앉아 있는 침대로 모셔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