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n Struck by Thunderbolt Twice RAW novel - Chapter 127
00127 돈 벼락 맞은 사나이 =========================
기중은 장채군 학생이 의지를 보인다면, 비인기종목이라고 하더라도 그가 재능 있는, 어쩌면 세계무대에 올라설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싶었다.
“알겠습니다. 채군 학생과 이야기 해보겠습니다.”
“잘 좀 부탁드립니다. 최 과장님. 앞으로 몇 년 후에 올림픽에서 채군이를 봤으면 좋겠네요. 하하.”
기중의 오지랖이 다시 한 번 발휘되며, 장채군 학생을 체력 테스트까지 진행하게 되었다. 그러나 결코 가능성이 없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막연한 기대감이 아닌, 이유를 설명할 수는 없었지만, 나름대로 확실이 들었다.
장래에 정말 세계를 주름잡는 선수가 될 수도 있는 일이었다. 기중이 할 일은 여기까지였다. 앞으로는 전문가에게 맡기고, 채군이 그 기회를 원한다면 제대로 시작될 일이었다.
주말이 지나고 회사로 출근한 기중에게 석철이 인사하고 있었다. 그런데 평소와는 많이 다른 표정이었다.
“사장님. 무슨 일 있으세요?”
“그럴 일이 좀 있다. 오늘 특별히 처리할 일 없지?”
“오늘 소방서에 소방차 들어가는 날이에요.”
“그렇구나. 그건 박 실장이 잘 확인 좀 해줘.”
기중의 친구인 영탁이가 일했던 소방서에서 기중은 문제가 많다는 소방차를 교체해 주기 위해서 전문제작 업체에 의뢰를 했었다. 제작 기간만 3개월이 걸리는 터라 기중의 급한 마음처럼 일이 빨리 처리되지 않았는데, 우연한 기회에 그 문제가 해결되었다.
결과만 놓고 본다면, 기중에게는 좋은 일이었다. 그러나 그 실상을 알아보니 좋기 만한 일은 절대 아니었다. 소방차를 전문으로 제작하는 업체는 대부분 소방서에 납품을 하고 있었다. 한해 예산이 책정되면 그에 맞춰 집행되고, 업체와 계약이 이루어지고 순차적으로 제작을 하게 된다.
그러나 최근에는 예산이 갑작스럽게 변경이 되어, 계약파기가 되기도 하고, 그 일정이 상당 시일이 미루어지는 일이 있었다. 제작 업체로서는 납품을 해야 회사가 제대로 돌아갈 수 있는 상황인데 반발할 수없는 갑의 횡포와 거의 유일한 납품처에게 아무런 소리를 못 내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 때 기중이 소방차를 알아보게 되었기에, 납품이 상당히 빨리 될 수 있었다. 기중이 소방서에 기증하려고 했던 사다리차는 여러 가지 종류가 있었지만, 대략 5억 원이 넘어가는 상당한 고가에 속하고 있었다. 사다리차라는 것이 사용빈도가 높지는 않지만, 고층 아파트나 빌딩의 화재 진압에서는 절대적으로 필요한 장비였다. 그러한 소방차가 애물단지로 전락해 있으니 영탁도 마찬가지고 소방대원들도 상당히 난감한 상황이었다.
“네. 사장님.”
기중은 석철과 말을 끝내고 사장실로 들어왔다. 여전히 표정이 좋지 못했다. 빠른 시간 내에 소방차가 기증되는 것은 기뻐할 일이지만, 주말에 겪었던 일을 넘어서지는 못했다.
기중은 다시 구호빈에게 연락을 취했다. 이번에도 다른 조사를 부탁할 생각이었다.
– 구호빈입니다. 김기중 사장님.
– 안녕하세요. 구호빈씨. 이번에도 부탁드릴 일이 있어서 연락드렸습니다.
– 네. 바로 찾아뵙겠습니다. 지난번에 말씀하셨던 조사도 마무리되었습니다.
– 아. 잘 되었군요.
이번에도 구호빈은 전화통화를 끝내고 5분 뒤에 도착했다. 여전히 기중을 대할 때는 예의를 다하는 모습이었다. 이번에도 기중은 편하게 대해 달라고 부탁했지만, 작은 자세의 변화 이상은 없었다. 역시나 기중은 고개를 살짝 흔들었다.
“C동 건물붕괴 관련한 자료입니다.”
기중은 영탁이 사고를 당했던 건물붕괴에 대한 보도 자료를 보고 구호빈에게 조사를 부탁했었다. 아직 시일이 그리 오래 지나지 않았는데, 꽤나 두툼한 자료를 건네주는 구호빈의 능력에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그런지 이번에 부탁할 조사도 기대가 되었다.
기중은 조사 자료의 맨 앞을 살펴봤다. 그 곳에는 조사의 핵심 내용이 적혀 있었다. 기중은 고개를 바로 들어 구호빈을 바라보고 말했다.
“이 자료에 나온 인물 정말입니까?”
“네. 이미 수차례 확인한 자료입니다.”
기중은 구호빈의 생각을 읽어보려고 집중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마치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을 보는 느낌이 들었다. 그의 생각을 읽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결코 나쁜 느낌은 아니었다.
갑자기 남의 생각을 구체적으로 알 수 없었기에 기중은 속으로 당황하고 있었다. 그런 대상이 평소 신비하다는 느낌을 가지게 했던 구호빈이었기에 더욱 이상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구호빈은 나름대로 지금 평상심을 유지하려고 애쓰고 있었다. 이미 기중이 마나를 사용할 수도 있다는 언질을 받았다. 여러 가지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준비를 하고 왔지만, 역시나 기중이 자신에게 마나를 사용하는 느낌이 들었다.
구호빈 또한 그 마나라는 것에 대해서 어느 정도 친화성이 있는 체질이었고, 기중의 할아버지와 오랜 세월 함께 했기에 그도 일정한 능력을 가지고 활용할 줄 알고 있었다.
기중은 그렇게 생각하다가 구호빈에게서 묘한 동질감을 느꼈다. 이것은 남의 생각을 읽으려 할 때 자신의 몸에서 느껴지는 것과 약간은 다른 것이지만, 전체적인 느낌이 비슷한 것이었다. 그래서 의심이 커지기보다는 반대로 안도감이 생기고 있었다.
지금 당장 구호빈에게 그것에 대해서 언급하고 싶지는 않았다. 할아버지를 믿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구호빈까지 완전히 믿는 것은 아니었다. 자신에게 생긴 이 능력은 함부로 말할 것은 아니었다.
다시 자료에 집중하기로 한 기중은 그 내용을 구호빈을 통해서 듣고 있었다.
건물붕괴는 전문가들에 의해서 발생된 고의적인 사고였다. 여러 가지 정황 증거 뿐 아니라, 현장에서 발견된 증거 자료와 주변 인물들의 이해관계 그리고 건물붕괴를 지시하는 인물의 대화내용까지 모두 수집되어 있었다.
“정말, L기업에서 했다는 말이죠?”
“네. 맞습니다. 이번에 L기업에서 건물붕괴가 일어난 C동에 대규모 쇼핑몰과 호텔, 오피스텔, 다목적 문화 시설 등을 계획하고 있었습니다.”
국내에서 재벌기업으로 손꼽히는 L기업은 이번에 서울에 랜드마크가 될 만한 복합 시설을 계획하고 있었고, 이미 C동 일대의 토지를 대부분 매입했다. 거의 마지막으로 남아있던 건물이 그들에게는 계획의 걸림돌이었다.
정부부처의 고위공직자에게 로비를 해서 토지매입만 끝나게 되면, 앞으로의 모든 허가는 일사천리로 진행될 수 있도록 준비가 되어 있는 상황에서 끝까지 버티고 있는 한 건물에 그들이 생각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이고, 파괴적인 방법이 동원되었다.
물론 그 일은 또 다른 정부 관계자들에게 엄청난 로비를 통해서 충분히 사고로 위장할 수 있도록 준비가 되어 있었다. 자신들의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서 법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고, 돈과 권력으로 할 수 있는 일은 모두 동원하고 있었다.
“진짜, 쓰레기들이군요.”
기중은 계속해서 자료를 살피고 있었다. 마지막에 남아 있던 건물이야 이슈가 꽤나 되어 알고 있었지만, C동에서 그간 일어난 일들도 상당히 자세하게 기록되어 있었다. 헐값의 보상을 받고 자신의 보금자리를 빼긴 사람들과 자신들의 생활터전이었던 가게나 건물들을 여러 가지 이유로 뺐기다 시피 매매가 된 정황들도 있었다. 상당히 단기간 내에 토지를 확보할 수 있었던 이유는 따로 있었다.
“어떻게 해야 좋을까요?”
기중도 너무 거대한 각종 비리와 불법적인 일들에 대해서 어떻게 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거대 기업이나 국가 권력과 싸운다는 생각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어떤 식으로 처리해야하는지 지금까지 생각도 못해본 일이었다.
“감히 제가 한 가지만 여쭤보겠습니다.”
“편안하게 말씀하세요. 이 번 일과 관련된 거라면 답변 드릴게요.”
기중은 너무나 예의를 차리는 구호빈이 조금은 어색하게 느껴졌지만, 그에게는 이미 조금씩 믿음이 생겨나고 있었다. 자신을 도와주기도 했고, 좀 전에 느꼈던 묘한 동질감이 빠르게 기중의 마음에 자리 잡고 있었다.
“이번일은 상당히 복잡하게 얽혀 있습니다. 한 번 시작하면 끝까지 밀고 나가야 하는 일이 될 수도 있습니다. 김기중 사장님의 신상에도 위험이 있을 수 있습니다.”
“음. 네.”
“지금처럼 사업을 하시면서,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일을 하는 것에 방해를 받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시작하시겠습니까?”
기중은 구호빈의 말을 들으면서, 그가 자신을 상당히 걱정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단순한 느낌이 아니라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아무래도 할아버지와 관련된 사람이기에 할아버지의 생각이 많이 반영되어 있겠지만, 구호빈도 정말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듯 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해봤어요. 별 능력도 없는 저이지만, 한번 나서보고 싶기는 합니다. 힘이 부족해서 좌절할 수도 있지만, 그냥 넘길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내 주변의 지인들, 내 회사의 직원들에게 피해를 주고 싶지는 않지만, 그들도 이해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구호빈은 말없이 기중의 생각을 들었다. 그리고 표정을 굳히고 있었다. 자신이 생각했던 결과였다. 그래서 앞으로의 결심을 하고 있었다.
“한 번 싸워보고 싶습니다.”
기중도 굳은 표정을 지었다. 구호빈이 가져온 자료에는 대기업에 대한 내용도 있었지만, 더욱 심각한 것은 한국의 정치권력 최상층의 이름이 거론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말 그대로 국가권력과 한판 붙는 상황이 될 수도 있었다.
“알겠습니다. 어르신께서 준비해 놓은 힘도 결코 만만하지 않습니다. 저도 최선을 다해서 돕겠습니다. 다만, 저는 앞으로 김기중 사장님 곁에서 보좌하도록 하겠습니다.”
“네?”
“최근에 이미 알고 계셨겠지만, 어르신의 지시로 김기중 사장님 근처에서 호위를 하고 있었습니다. 더 이상 그런 방식이 아닌 개인 경호원으로 옆에 있고 싶습니다.”
구호빈은 자신이 가장 존경하는 어르신을 위해서 일하고 싶었다. 하지만, 결국 그 분이 부탁하는 것을 뿌리칠 수 없었다. 자신의 아버지가 평생을 보필했던 어르신을 자신도 그 옆에 있고 싶었지만, 지금의 상황에 대해서 이성적으로 판단했고, 행동했다.
“그렇게 까지 하실 필요는 없지 않을까요? 안전에 문제가 된다면 저도 따로 경호원을 고용하면 되니까요.”
기중은 구호빈의 말뜻을 잘 알고 있었지만, 부담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자신에게 분명 많은 도움이 되리라는 생각이 없지는 않았지만, 당장에 그러라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걱정 마십시오. 제가 원해서 하는 일입니다. 그리고 어르신께서도 부탁하셨던 일입니다.”
“할아버지께서요?”
기중은 다시 할아버지의 인자한 얼굴이 떠올랐다.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푸근한 느낌을 받을 수 있는 가족과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그 분께서 전하라고 하신 말씀도 있습니다.”
“그게 뭐죠? 직접 말씀하셔도 될 일인데.”
기중은 평소에 할아버지가 자신을 불쑥 찾아와 주는 일을 겪었기에, 언제든 만나고자 한다면 어렵지 않다고 생각했다. 물론 전화로 연락을 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어르신께서는 당분간 해외에서 중요한 일을 하시는 중이라, 연락이 힘들다고 미안하다고 전해달라고 하셨습니다.”
기중은 상당히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그에 대해서 더 이상 언급은 없었다. 부자연스러운 일이기는 했지만, 기중의 몸에 깃들어 있는 마나가 기중을 그렇게 유도하고 있었다. 거기에 더해 구호빈의 몸에서도 마나의 기운이 조금 나오고 있었다. 기중에 비해서 한참이나 모자란 양이었지만, 그 만큼으로도 기중에게 작은 영향을 미칠 수 있었다.
“알겠습니다. 아쉽지만, 할아버지께서 하시는 일이 잘 되기를 바랄 수밖에 없겠네요. 그리고 구호빈씨도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기중은 구호빈과 몇 가지 앞으로의 진행방향과 추가로 조사해야할 것들에 대해서 의논을 하고 석철을 호출했다. 구호빈과 정식으로 인사하기 위한 자리였다.
“박 실장. 앞으로 구호빈씨가 내 개인 경호를 맡기로 하셨다. 앞으로 자주 보게 될 사이니까 친하게 지내자고.”
“갑자기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