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n Struck by Thunderbolt Twice RAW novel - Chapter 134
00134 돈 벼락 맞은 사나이 =========================
구호빈은 자기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키고자 노력했다. 본능적인 현상에 가까웠다. 몸이 실제로 갈증을 느끼는 것은 아니지만, 생각만으로도 실제 갈증을 느끼는 것과 유사한 반응을 보이고 있었다.
“자. 휴게실에 잠시 다녀올까요.”
기중은 먼저 사장실을 나섰다. 뒤늦게 구호빈이 기중의 뒤를 따라서 휴게실로 향했다.
기중은 이동하면서 어제 일을 생각했다.
* * *
미국에 일주일이나 있었던 기중은 일찍 퇴근했었다. 정말 오랜만에 다시 만난 것처럼 아주머니들 두 분이 기중을 반갑게 맞이해주었다. 오후 시간이라 그런지 아이들도 집에 와 있어 기중에게 인사했다.
“아저씨. 안녕하세요.”
“어. 그래. 우진이랑 미희도 잘 지냈지?”
“네!”
씩씩하게 대답하는 아이들이 기중을 미소 짓게 했다.
잠시 후 거실에서 아주머니들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우진이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우리 우진이 요즘 정말 큰일이야. 하루 종일 게임만 하려고 들지 뭐야. 이제는 고학년이 되는데, 학원을 몇 개 더 보내야겠어.”
“그러게 말이야. 우진이랑 같이 우리 미희도 게임하잖아. 나도 그것 때문에 정말 속상해.”
아주머니들의 최대 관심사는 역시 자식들 걱정이었다. 공부만 열심히 한다면 정말 소원이 없겠다고 하소연을 하고 있었다.
기중이 어릴 때는 학원하면 남자아이들은 태권도, 여자 아이들은 피아노 위주로 했고, 지금처럼 초등학교 아이들이 공부를 위한 학원에는 많이 가지 않았다. 물론 기중은 어떤 학원도 다닌 적이 없었지만, 주변의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어서 알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 세대는 완전히 다르다. 어린 아이들이 학교 공부를 마치고, 바로 향하는 곳은 학원이었다. 운동이나 미술, 음악 학원 뿐 아니라, 수학이나 영어 등의 공부에 관련된 곳이었다. 아직까지 우진이나 미희는 학원에 다니지 않고 있었지만, 조만간 아주머니들의 성화에 못 이겨 학원을 다녀야 하는 신세가 될 것이 뻔해 보였다.
거실에 있는 대형 TV에 게임기를 연결해 놓고 우진과 미희가 게임을 하는 모습이 보였다. 보통 기중이 없는 낮 시간에는 아주머니들의 불호령 때문에 이렇게 하지는 못하고, 기중이 있는 동안에만 허용되는 일이었다. 아이들이 기중을 반갑게 맞이한 이유도 이것에 있었다고 할 수 있었다.
기중은 아이들을 바라보고, 공부하는 것이 부모님들께 효도하는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자신이 어릴 때와는 분명 다르고, 갈수록 경쟁이 치열해지기 때문에 아주머니들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었다.
무의식적으로 아주머니들의 말을 듣다보니 생각이 점점 그 쪽을 치우쳐져서 그런지 기중도 모르게 마나가 서서히 아이들을 향했다. 기중은 황급히 마나를 거두어들이려다가 아이들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한 번 확인해보고자 다시 마나가 이동하도록 집중했다.
아이들이 아직 어려서 그런지 복잡한 말들이 나오는 것이 아니고, 단편적인 단어들이 읽혀지고 있었다. 대부분 게임, 놀이, TV 이런 것들에 대한 것이었다. 기중은 그 단어들 속에 공부라는 단어를 찾아보고자 했지만, 느껴지지 않고 있었다.
그 때 기중은 아이들이 게임에 대한 것만큼 공부에도 관심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을 하게 되었고, 그 영향 때문에 서서히 마나가 변화 되었다. 그리고 아이들의 머릿속에 공부라는 단어가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으면 하는 기중의 생각이 들어가게 되었다.
한 동안 멍하니 아이들을 바라보던 기중이 시선을 돌렸고, 다시 마나는 자연스럽게 기중에게 돌아왔다.
그런데 갑자기 우진의 반응이 이상했다.
“미희야. 우리 숙제나 할까?”
“어. 우진아. 나도 지금 막 숙제를 할 생각했는데, 우리 역시 통하는가봐.”
아이들은 여전히 사이가 좋았다. 기중의 입장에서는 좋아보였는데, 아주머니들의 입장에서는 조금 다른 것 같았다. 하지만, 뜬금없이 평소에는 그렇게 숙제하고, 공부하라는 말을 해도 들어먹지 않았던 아이들이 갑자기 게임을 하다말고, 숙제 이야기를 하는 것이 너무나 뜻밖이라서 말문이 막혀 있었다.
아이들은 게임기를 끄고 정리하더니, 바로 가방에서 책과 공책을 꺼내고, 거실 바닥에 엎드려서 숙제를 하기 시작했다. 이 광경에 아주머니들은 입까지 벌리며 바라보다가 아이들에게 다가갔다.
“우진아.”
“어. 엄마.”
“웬일로 숙제를 하는 거야?”
“어. 선생님이 숙제를 내주셨으니까 해야지. 당연한 걸 왜 물어?”
너무나 당당하게 말하는 우진에게 아주머니는 대답할 말이 없었다. 학생이 숙제를 하는 건데, 그걸 왜 하냐고 물어보다니 상황 자체로만 보면 이상한 일이었지만, 평소 우진의 모습을 잘 알고 매일같이 숙제를 하라고 닦달을 해야 겨우 마지못해 하는 전쟁을 치루기 때문에 아주머니의 물음은 당연했다.
“어. 그래. 열심히 해라.”
그러나 지금 상황에 대해서 뭐라 할 말은 없었다. 옆에서 미희도 열심히 연필을 놀리는 것으로 봐서 확실히 숙제를 하는 모양이었다.
아주머니들은 다시 기중이 있는 소파로 와서 소곤거리며 말했다.
“애들이 왜 그러지? 이상하네.”
“그치 이상하지?”
아주머니들의 의혹은 커져갔지만, 그 의혹의 대상이 되는 아이들은 한동안 숙제를 하느라 조용했다. 그래서 아주머니들은 의혹을 풀 생각을 못했다. 저 모습이 자신들이 원하는 그림이었으니 더 이상 말이 필요 없기도 했다.
기중은 아이들과 아주머니들이 말하는 것을 묘한 표정을 보고 있었다. 자신이 생각했던 데로 아이들이 움직인 건가하고 의심이 들었다. 그래서 한 번 더 시험해보기로 했다.
다시 아이들에게 집중했고, 마나가 서서히 다가갔다. 그리고 기중은 이번에는 다시 게임이라는 단어를 아이들의 머릿속에 넣으려고 집중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더욱 빠르게 아이들이 반응했다.
“미희야.”
“어.”
“우리 게임하자. 숙제하기 싫다.”
“나도 막 그렇게 생각했어. 빨리 게임하자.”
너무나 천진난만한 미소를 지으며 하는 말에 아주머니들은 다시 입을 벌리며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바로 행동에 들어갔다.
“우진아 숙제 다 했니? 숙제는 다하고 놀아야지.”
“아니. 좀 있다가 하면 돼. 게임하고 할 거야.”
“당장 게임기 안 꺼! 집에 가서 또 혼나 볼래?”
성화를 부리는 아주머니들을 뒤로 하고 기중은 자신의 방으로 향했다. 얼굴에는 굉장히 흥미로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기중의 마나에 의해서 아이들의 행동변화가 이루어진 것은 사실이었다. 기중도 자신의 능력을 자각하고 있는 상태였기 때문에 더욱 새로운 능력을 사용하는 것이 수월했고, 효과도 더 높았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완전히 능수능란하게 사용하는 것은 힘들었다. 단지 아이들이기 때문에 기중이 원했던 방향으로 빠른 속도로 반응한 것이기도 했다.
* * *
휴게실로 들어온 기중은 차가운 음료를 하나 꺼내 들었다. 따라 온 구호빈도 막 음료를 잡았다가 내려놓고 기중의 맞은편 의자에 앉았다.
“왜요? 음료 안 드세요?”
“갑자기 조금 전까지 느껴졌던 갈증이 사라졌네요.”
“그래요?”
기중은 그 사이의 시간을 확인했다. 겨우 5분 정도 밖에 안 되었다. 확실히 아이들보다 자신이 사용한 능력의 지속시간이 짧은 편이었다.
“사장님. 혹시 마나를 사용하셨습니까?”
“느껴졌나요?”
“네. 조금 전 사장님께서 마나를 사용하셨던 느낌을 받고나서 갑자기 갈증이 느껴졌습니다. 이것이 사장님께서 의도하신 상황인가요?”
“하하. 역시 구 실장님은 상황 판단이 빠르시군요. 그럼 제가 하려고 했던 말도 아시겠지요?”
“정말 가능 하신 겁니까?”
기중은 구호빈의 물음에 대답이 없었다. 빙그레 웃기만 하고 있었다. 구호빈은 기중이 부정을 하지 않는 것으로 보아 새로운 능력을 얻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자꾸만 마나를 사용하는 능력이 늘어가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라 할 수 있었지만, 무턱대고 좋은 일이라고만 생각할 수 없었다.
어르신에게 들었던 이야기로 판단해보면, 지구에는 마나라는 것이 굉장히 희박했다. 기중처럼 특별한 사람이 아니면 그 마나라는 것을 대량으로 모으는 것이 불가능했다. 굉장히 뛰어난 마나 사용 능력을 보이는 어르신도 지구에서는 마나 모으기가 무척 어렵다고 했던 것이 구호빈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었다.
구호빈은 주위를 둘러보고는 기중에게 나직하게 말했다.
“사장님. 마나를 함부로 사용하는 것은 좋지 못합니다.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사용하시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그래요? 음…”
기중은 아직까지 마나에 대해서 모르는 것이 더 많았다. 지난번 친구를 치료하기 위해서 사용했던 마나의 양은 상당했다. 처음으로 쓰러질 정도로 몸에는 마나가 거의 없는 상태가 되기도 했었다. 그러나 그 때 보다 지금은 그 양이 훨씬 많아졌다. 지금처럼 능력을 사용해도 거의 표가 안날 정도였기 때문에 문제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그리 걱정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가급적 사용하지 않도록 하죠. 너무 걱정 마세요.”
기중은 구호빈을 바라보고 웃으면서 음료를 마셨다.
냉정하게 판단하면, 기중이 능력을 사용해서 지금 조사하고 있는 일들을 해결할 수 있다면 그것이 가장 간단하면서 빠른 해결책이 될 수는 있었다.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고, 원하는 방향으로 일의 흐름을 만들어 낼 수 있는 방법이었다. 그러나 구호빈에게는 계속해서 여러 가지 복합적인 생각들 때문에 마냥 찬성할 수는 없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기중의 안전과 어르신이 행하고자 하는 최종 목표의 도달이기 때문이었다.
다시 사장실로 향한 둘은 계속해서 조사 자료를 보고 어디서부터 시작할지 결정을 위해 대화를 지속했다. 결국 기중이 원하는 방향으로 결정이 되고 말았다.
“그럼, 실무자들부터 시작하죠. 한 번 더 조사를 진행하고, 확실하게 확인하게 다음 단계를 밟아 나가죠.”
“그게…”
“왜요?”
구호빈은 아직까지 기중의 계획이 불안하고 걱정스러웠다. 그 계획대로라면 반드시 기중이 일에 참여해야만 했다. 그것이 구호빈을 걱정하게 만들고 있었다. 자신들이 이전까지 사용했던 방식, 힘이나 권력, 그리고 돈을 사용하는 방법 앞에서는 어르신의 경쟁자라고 할 수 있는 존재들을 제외하고는 비교적 쉽게 무너뜨리고, 원하는 방향으로 일을 진행할 수 있었다.
기중이 원하는 방향은 일이 어렵고, 시간도 많이 소모하게 되는 방법이라 탐탁지 않았지만, 기중의 결심이 정해진 만큼 더 이상 반대만 할 수는 없었다.
“알겠습니다. 지시하신 데로 진행하고, 준비하겠습니다.”
“네. 부탁드릴게요.”
회사에서 업무를 보던 중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석철의 전화였다.
– 형님. 드디어 저도 아빠가 됐어요.
– 오. 그래 축하한다. 산모랑 아기는 모두 건강하지?
– 그럼요. 우리 딸이 저를 닮아서 그런지 아주 씩씩합니다. 와이프도 자연분만을 해서 그런지 힘은 많이 들었지만, 벌써 많이 회복됐어요.
첫 딸은 아빠를 닮는 다고 하던데, 조금 걱정이 되는 부분이었지만, 당장에 그것을 석철에게 말할 필요까지는 없었다.
– 정말 잘 됐구나. 그럼 난 언제 조카를 보러 가도 될까?
– 지금 당장 오셔도 돼요.
– 부모님들이나 가족 분들도 있을 텐데. 내일 쯤 가볼까?
– 그래도 되고요.
– 알았다. 다시 한 번 축하한다. 그리고 필요한 것이 있으면 언제든지 이 형님한테 말해라. 우리 조카딸한테 못 해 줄게 없지.
– 말씀만이라도 감사해요.
통화가 끝나고 기중도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석철과는 알고 지낸지 아직 1년도 되지 않았지만, 그 누구보다도 정말 정이 많이 들었다. 그런 녀석이 아빠가 되었다고 생각하니,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조카딸도 어떻게 생겼는지 많이 궁금해졌다.
하루 종일 조카딸 생각에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 느낌이었다. 다음날도 마찬가지여서 점심도 건너뛰고 병원으로 가기 위해 나왔다. 마음은 급했지만, 빈손으로 갈 수가 없어서 럭셔리 마트로 먼저 향했다.
유아용품 파는 코너로 향한 기중은 직원에게 이것저것 이야기를 듣고 바로 물품을 구입했다. 불러 주는 대로 모두 구입해서 그 양이 점점 많아 졌지만, 기분이 좋아서 그런지 어째 양손에 가득 든 물건이 무겁게 느껴지지 않았다. 주차장으로 향하는 기중의 뒤로 직원들이 물건을 들고 따라 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