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n Struck by Thunderbolt Twice RAW novel - Chapter 135
00135 돈 벼락 맞은 사나이 =========================
마트를 나와 급하게 병원으로 향했다. 병원과 산후조리원이 같이 있는 대형 빌딩이었다. 석철이 알려준 데로 8층에 내려 주위를 둘러봤다. 산후조리원이기 때문에 정면에는 조용히 해달라는 문구가 보였다. 기중은 석철에게 일단 문자를 보냈다.
“형님.”
석철이 바로 나왔고, 기중에게 다가와 속삭이듯이 말했다.
“어. 그래. 축하한다.”
기중도 석철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그 모습이 좀 우스꽝스러워 보였지만, 둘 다 그런 것은 신경 쓰지 않고 있었다. 무엇보다도 새로 태어난 생명에 대한 기쁨으로 가득한 상태였다.
기중이 들고 있는 물건들을 보고 석철이 살짝 놀란 듯 보였다.
“이거 좀 받아라. 더 가지고 올게 있으니까 갔다가 놓고 다시 여기로 나와라.”
“네. 형님. 감사해요.”
차에서 선물을 더 챙겨온 기중은 석철과 함께 산모가 있는 방으로 들어왔다. 기중은 선물들을 내려놓고 축하인사를 마치고, 바로 조카를 보기 위해 나왔다.
잠시 후 유리벽을 사이에 두고 석철의 딸의 모습이 보였다. 간호사가 더 잘 보일 수 있도록 이동식 침대를 유리벽에 가까이 두고 있었다.
정말 작은 아이였다. 눈을 꼭 감고 있었지만, 어쩐지 조카라고 생각하니 귀여워 보이기 시작했다. 태어난 지 이제 이틀이 된 신생아라 객관적으로는 아직 예쁘다고 할 수 없었지만, 기중의 눈에는 더 없이 예쁜 아이로 보였다.
“와. 신기하다. 방금 손 꼼지락 거렸지?”
“네. 헤헤.”
석철도 어울리지 않는 웃음소리를 내며 조용하게 웃었다. 얼굴이 정말 환한 표정으로 보였다. 기중이 느끼는 기쁨의 몇 배는 되어 보였다. 역시 친아빠의 미소였다.
“석철아. 다시 말하지만, 정말 축하한다. 앞으로 내 조카딸에게 확실하게 큰아빠 노릇을 할거다. 나 말리지마.”
“하하. 형님. 알겠습니다. 잘 부탁드려요.”
그렇게 둘은 바보 같은 표정으로 한 동안 새로운 생명에게 눈을 떼지 못하고 실실 웃기만 했다.
다시 몇 주의 시간이 흘렀다. 낮에는 꽤나 햇살이 따뜻하게 느껴지는 봄이 다가 오고 있었다. 직장인이라면 점심을 먹고 졸음이 올만한 시간이 되었지만, 기중은 초롱초롱한 눈으로 앞에서 화려하게 움직이고 있는 사람들에게 시선을 집중하고 있었다.
전 밀크의 멤버들이었다. 이제는 새로운 그룹명으로 바꾸었다. 고 이사를 필두로 멤버들 전원이 모여서 고심 끝에 그룹명을 ‘핑크’로 확정지었다. 흔한 느낌의 그룹명이지만, 이번에 새로 녹음한 음반과 무대에서 보여주는 퍼포먼스에도 상당히 잘 맞는 느낌이라고 내부적으로는 평가되고 있었다.
기중이 처음 걸그룹의 소속사 사장이 되기 위해서 노력했던 결실을 지금 맛보고 있었다. 열심히 노래를 부르면서 동작 하나하나에 심혈을 기울이는 핑크 멤버들이 보였다. 소속사 사장인 기중에게 처음으로 선보이는 무대였다.
기중은 연습실의 한 쪽 벽면에서 의자에 앉아서 그녀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얼굴에는 따뜻해 보이는 미소를 짓고서 말이다. 뭐랄까 자신이 지금 특별한 대접을 받고 있고, 사장이라는 자신이 자랑스러운 상태라고 할 수 있었다.
기중의 옆에는 고 이사가 신중한 눈으로 핑크 멤버들과 기중의 얼굴을 살피고 있었다. 오랜 시간동안 준비하지 못했지만, 자신의 눈으로 봤을 때는 대중들에게 선보이기에는 충분했다. 물론 사장의 마지막 결재가 남아있었지만, 자신은 있었다.
“좋습니다. 하하. 이런 경험 정말 뭐랄까 막 두근거리면서 기쁘네요.”
기중의 말이었다. 핑크 멤버들은 노래와 춤 동작으로 인해서 가쁜 숨을 몰아쉬면서도 기중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자신들에게 만족한다는 말이 나오자, 모두 표정이 더욱 밝아졌다.
“고생하셨습니다. 여러분 모두요. 앞으로 좋은 무대 기대하겠습니다.”
최대한 모두에게 기운을 북돋아 줄 수 있는 말을 찾았고, 자신이 생각한 데로 모두가 긴장한 표정에서 밝아지는 표정으로 변했다. 실제로 아직까지 완벽한 무대라고 할 수는 없었지만, 전문가가 아닌 기중의 눈으로 봤을 때는 TV에서 보던 예전 모습과 같았다. 오히려 자신의 회사 소속 가수라는 점 때문에 더욱 좋게 보여 지고 있었다.
“감사합니다. 사장님. 아직 부족한 부분이 많습니다. 다음 달 데뷔하기 전까지 조금 더 다듬도록 하겠습니다.”
예전 밀크 멤버 그대로였기 때문에 데뷔라는 말이 이상하기는 했지만, 완전히 그룹명까지 바꿨기 때문에 데뷔라고 부를 수 있었다. 신인으로 다시 돌아가서 험난한 연예계 생활을 해야 하지만, 모두의 얼굴에는 각오가 남달랐다. 예전보다 더욱 좋은 환경에서 좋은 조건을 가지고 출발하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사장실로 돌아온 기중은 반가운 친구 영탁의 전화를 받았다. 영탁은 그 동안 회복이 매우 빠른 편이었다. 이제는 걷는 동작에서는 위화감이 없을 정도가 되었다. 다만, 아직까지 뛰거나 힘을 주는 행동은 무리였다.
영탁은 하반신 마비가 되었을 때 소방서에서 치료비와 보상금 때문에 퇴직처리가 되었고, 장애 판정 심사에 들어가 있었다. 영탁과 같이 일했던 센터장이나 동료들이 안타까운 마음이 들어 더욱 발벗고나서 신속하게 일을 처리하도록 도왔다.
그런데 지금 상황에서 보자면 그것이 오히려 안 좋은 결과가 되고 말았다. 이미 퇴직처리가 되고, 보상금 지급 심사가 이루어지고 있어서, 복직하는 것이 어려워졌고, 보상금도 지금 거의 회복이 된 상태에서는 수령하기가 곤란하게 되었다.
하반신 마비에서 정상인으로 돌아오는 것은 현대의학으로도 불가능에 가까웠기에 아무도 생각 못했던 부작용이었다. 영탁은 물리치료를 병행하면서 복직할 수 있도록 알아보고는 있지만, 이미 새로운 소방대원이 들어온 상황이라서 쉽지만은 않았다.
이 사실을 기중도 알고 있었지만, 차마 소방대원을 그만두고 다른 일을 하라고 말하기가 어려웠다. 워낙에 영탁이 소방대원에 대한 자부심이 강했고, 지금도 복직을 원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오늘도 전화로 평상시 하던 이야기가 나올 줄 알았던 기중은 뜻밖의 말을 듣고 어이없는 심점이 되었다.
– 네가 소방차 기증했잖아. 근데 소방서에 지금 그 소방차가 없다. 네가 기증하고 며칠 뒤에 상급소방서에서 허가절차의 이유를 들어 임시로 회수한다고 해 놓고 지금까지 돌려주지 않고 있다.
– 뭐라고? 난 분명 네가 있던 소방서에 기증한 건데 그걸 마음대로 다른 곳으로 가져갔단 말이야?
– 나도 사실을 다시 한 번 정확하게 확인하고, 지금 전화를 네게 전화를 한 거다. 상급소방서에서 네가 기증한 소방차를 홍보용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하더라.
영탁은 기중에게 소방서 홍보용 기사를 알려주었다. 전화 통화 상태로 기중도 바로 찾아 뉴스를 바라봤다. 내용은 정말 가관이었다. 자신이 기증한 소방차를 이용해서 마치 소방서에서 새로운 장비를 도입한 것 처럼 인명구조에 더욱 박차를 가한다는 내용이었다. 기증 받았다는 내용도 없고, 기사에서는 정확하게 밝히지는 않았지만, 소방서에서 자체적으로 구비한 소방차라는 느낌을 받을 수 있는 문체였다.
– 이게 말이 되는 거냐?
문제는 다른 곳에 있었다. 일단 홍보용으로 사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소방차 자체가 이미 상급소방서의 관리하에 놓여 있었다. 허가를 빌미로 회수해서는 임의로 다른 용도로 사용하고 있는 것이었다.
– 나도 지금 그것 때문에 무지 열 받았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는지 문제가 너무 심각하다.
– 나도 따로 알아볼게. 영탁이 너도 새 소식이 있으면 바로 알려줘라.
– 그런데 하나 더 있다.
– 또 뭔데?
영탁의 말투로 보아서는 역시나 비슷한 문제인 것 같았다. 기중이 소방서에 기증했던 것과 관련되어 있으리라 생각했기에, 소방 장비에 대한 문제라는 것을 짐작 할 수 있었다.
– 네가 기증해 준 소방 장비도 마찬가지다.
기중이 기증을 마치고, 소방대원들이 그들의 커뮤니티에 자랑 글을 올린 것에서부터 시작되었다. 대부분의 현장 소방대원들은 부럽다는 말들이 있었고, 간혹 자신들도 비슷한 상황인데 기증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을 묻기 까지 했다. 그러다가 또 한 번 상급소방서에서 사람이 나왔다. 공적인 업무라고 하면서 소방장비의 현황을 파악한다는 명분이었다.
그리고 결국 소방대원들의 수만큼 1인당 1세트만 남기고 나머지는 모두 회수해서 돌아가 버렸다. 당연히 소방대원들이 반발했지만, 상급기관의 지위를 이용한 명령과 다른 소방서들과 형평성을 구실 삼아 강압적으로 빼앗듯이 가져가 버렸다.
결국, 어디로 사라졌는지 소방대원들은 알 수가 없었다. 센터장이 나서서 직접 상급기관에 문의를 해 봤지만, 돌아오는 답변은 계속 해서 하나였다. 자신들이 알아서 어려운 형편의 소방서에 보냈다는 답변이었다. 그러나 커뮤니티에서는 아무도 새로운 장비를 받았다는 소방대원은 나오지 않았다. 말 그대로 공중으로 사라져 버린 셈이 되었다.
기중은 총체적인 비리가 떠올랐다. 기증 받은 물건을 어떻게든 구입한 장비로 돌리고, 허위 문서를 꾸며서 구입한 것처럼 만들어 놓고, 예산을 횡령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실제로 그럴 가능성이 매우 높은 상황이었다.
– 알았다. 그 상급소방서가 어디야?
– 왜? 직접 가보려고?
– 아무래도 확실히 알아봐야겠어.
– 나도 소방공무원 이었지만, 상급기관들은 상대하기 힘들 거야. 내가 더 알아볼게.
영탁도 그들이 하는 방식을 잘 알고 있었다. 모두가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이번 일과 관련되어 있는 인간들은 상대하기가 매우 까다롭다는 것을 경험을 통해서 알고 있었다. 분명 이런 저런 핑계를 대면서 민원에 대해서 늑장 처리를 하려고 하거나, 제대로 확인도 하지 않으면서 잘 되고 있다는 말만 되풀이 할 것이 눈에 선했다.
– 나도 따로 방법이 있으니 걱정 말고.
기중도 이번에는 참을 수가 없었다. 제대로 지원이 되지 않아서 개인적으로 기부를 했는데, 그것마저 빼돌리는 것은 도저히 용서가 되지 않았다. 요즘 들어서 많이 느끼고 있지만, 도대체 세금을 거두어서 어디다가 쓰는지 통 알 수가 없었다. 매번 세수 부족에 시달려서 세금은 늘리고 있지만, 정작 늘어난 세금이 제대로 사용되는지 의심이 커져 가는 세상이었다.
영탁에게 소방서 정보와 담당자 이름을 듣고, 바로 구 실장과 소방서로 향했다.
기중이 기부한 소방장비는 사실 정확하게 기록된 것은 아니었다. 중간에 누가 가로채도 증명할 길은 없었고, 소방대원들의 증언에만 의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대신 소방차는 제작사의 증명서와 차대 번호도 남아 있었고, 여러 가지 자료가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증거가 충분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지역을 관할하는 소방서에 도착한 기중은 바로 민원실로 향했다. 영탁에게 들은 기부 문제 때문에 담당자를 만나보고 싶다고 전하자, 잠시 기다려달라는 답변을 듣고 민원실 소파에 앉았다.
‘음. 내가 기부했던 소방장비나 소방차에 대해서만 문제를 삼고 그것을 해결한다고 해서 나아질 게 있을까?’
기중은 앞으로도 계속해서 다른 소방서들에 기부를 진행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처음부터 이런 일이 일어난다는 것은 앞으로도 계속해서 일어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에 한해서 일을 해결한다고 해도 바뀐다는 보장은 없었다.
차라리 이번에 좀 더 윗선이라고 하는 사람들까지 확실하게 바뀔 필요가 있었다. 그것을 위해서 방법을 바꿔야겠다고 생각하며, 고민에 빠졌다.
‘어차피 내가 해 줄 수 있는 것도 한계가 있겠지. 국가자체에서 확실하게 지원을 한다면, 지금보다는 열악한 환경이 나아질 텐데.’
대부분의 소방서의 장비나 인력에 문제가 생기는 이유가 중간에 있는 담당자들의 비리나 비효율적인 업무처리, 안전에 대한 불감증에서 오는 예산의 우선배정에서 빠지는 것들이 원인이었다. 한정된 예산으로 항상 부족할 수밖에 없지만 그렇다고, 지금처럼 총체적 난국에 빠질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한참을 기다려서야 담당자라는 사람이 모습을 보였다. 겉으로 봐서는 다소 호감이 가는 인상이었다. 하지만 기중은 곧 바로 마나를 사용해서 담당자의 머릿속을 확인했을 때, 어두운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이런 느낌은 전에 럭셔리 거리 번영위원회 사람들에게서 받았던 것과 비슷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