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n Struck by Thunderbolt Twice RAW novel - Chapter 139
00139 돈 벼락 맞은 사나이 =========================
[그렇구나. 역시 인간들에게는 정령이라는 말이 익숙한 가봐?]“그런데, 전에 만났다는 사람은 너를 볼 수가 있었던 거야?”
[응. 그 인간은 몸속에 상당히 많은 마나를 모아 놓고 있더라고, 그러고 보면 너는 그 인간보다 마나가 많은 것 같은데.]“그래?”
[그런데, 넌 왜 나를 볼 수가 없고, 느끼기만 하는 거지? 이상한데.]기중의 몸속에 있는 마나는 그 양은 많았지만, 마법사였던 기중의 할아버지와는 비교하지 못할 정도로 그 활용능력과 조절이 미약했다. 그 사실에 대해서 기중과 정령 둘다 정확히 알지 못하는 부분이었다.
‘내가 사는 세상에서도 역시나 마나를 가진 사람은 어느 정도 있는 것 같군. 능력 사용에 조심을 해야 할 것 같은데.’
기중은 정령이 말한 인간이 할아버지라는 생각을 전혀 하지 못하고 있었다. 단순히 세상에 자신과 비슷한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 있을 것이라는 착각만 하게 되었다. 실제로 마나를 가지고 활용하는 사람들은 더러 있었지만, 그렇다고 기중만큼 엄청난 마나를 가지거나 그 활용능력이 마법사에 필적할 정도의 사람은 정말로 극소수에 불과했다.
“내가 아직 부족한 게 많은 것 같은데, 지금 마나를 느끼고는 있지만,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전혀 느끼지 못했거든.”
[하긴 그렇지. 나도 네가 이 집에 처음 왔을 때부터 봤었지만, 최근 들어서 갑자기 마나가 느껴지기 시작했지.]“그렇구나. 그런데, 넌 이름이 뭐니? 난 김기중이라고 한다.”
기중은 이미 정령의 존재에 대해서 거의 인정하는 단계에 와 있었다. 마나 때문에 친숙한 느낌이 더해졌기 때문에 좋은 친구가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서 먼저 이름을 말했다.
[이름이라, 그건 인간들에게나 필요한 것이지. 나 같은 마나의 존재에게는 필요치 않아.]“그렇다고 계속 정령이라고 부를 수도 없는데, 내가 이름 지어 줄까?”
[응? 이름을? 내 이름을 지어 준다고?]“어.”
기중은 정령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지만, 말에서 기대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어렴풋이 느낄 수가 있었다. 실제로 정령은 자신이 이름을 가지게 되면 어떻게 변할지 알지 못하고 있었지만, 본능적으로 중요한 순간임을 예감하고 있었다.
“어디보자. 무슨 이름이 좋을까? 모습이라도 보이면 느낌이 비슷한 이름을 지어 줄 텐데.”
기중은 계속해서 고민하고 있었다.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다고 알고 있던 정령이라는 존재였다. 그래서 딱히 떠오르는 적당한 이름이 없었다.
기중의 할아버지, 리도르프가 정령이라고 인지하고 존재를 알아봤기 때문에, 그 차원의 세상에 존재하던 정령을 떠올렸고, 그 형상 그대로 리도르프의 눈에 보였었다. 하지만, 그것은 보는 사람의 생각이 반영된 결과였고, 실제로 정해진 형상은 없었다.
기중은 고심하던 끝에 애완동물로 가닥을 잡고 있었다. 물론 정령이라는 존재가 애완동물과는 차원이 다른 존재였지만, 왠지 말투가 귀엽다는 느낌이 있었기 때문에 귀여운 동물들을 하나씩 떠올리고 있었다.
‘강아지? 고양이? 흠. 귀여운 동물하면, 뭐가 더 있지?’
기중은 생각 중에 얼마 전 TV에서 보았던 동물을 떠올리고 있었다. 다 자라나면 백수의 제왕 이라는 호랑이였지만, 동물원에서 사육되는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는 아기 호랑이는 무척이나 귀여워 보였었다. 강아지들의 장난에 이리저리 휘둘리는 아기 호랑이의 장면을 생각하며, 이름을 생각해 냈다.
‘헤븐스타.’
문득 기중은 자신이 지금처럼 새로운 삶을 살 수 있도록 도와준 헤븐스타와 할아버지를 떠올렸다.
‘우리말로 천국이 좋을 것 같네. 천국이. 하하.’
“네 이름을 결정했다. 들어보고 마음에 들면 그 이름으로 널 부를게.”
[뭔데?]정령은 긴장과 호기심이 보이는 말투였다. 기중은 정령이 빨리 이름을 듣고 싶어 하는 느낌이 들었다.
“천국.”
정령에게는 아무런 말이 없었다. 목소리가 들려왔던 방향에서 느껴지던 마나의 유동이 한 순간 정지한 것처럼 아무런 움직임도 느껴지지 않았다. 기중은 정령의 존재가 주위의 마나와 동화된다는 느낌이 들었다.
“천국아.”
그 순간이었다. 존재자체가 사라졌던 것 같았던 정령이 갑작스럽게 마나의 유동을 발생시키고 있었다. 그리고 한순간 번쩍하는 마나의 빛이 발생되었다.
‘뭐지? 뭐가 어떻게 된 거지?’
기중은 빛이 사라지고 마나가 느껴지고 있는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순간 서서히 공중에서 무명한 물체가 나타나더니 점점 뚜렷해지고 있었다. 완전히 투명화가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처음보다는 상당히 뚜렷해 보였다. 그리고 그곳에는 기중이 생각하고 있었던 아기 호랑이 모습이 나타났다. 모습으로만 보면 호랑이가 분명해 보였지만, 그 크기는 아이 고양이만큼이나 굉장히 작은 편이었다. 등에는 작은 새하얀 날개까지 붙어 있는 모습이 굉장히 귀여워 보였다.
[기중. 나 이상해 졌어. 내 몸이… 내 몸이 생겼어!]동물의 형태라 그런지 사람처럼 얼굴의 표정을 읽기는 힘들었지만, 목소리에는 감탄과 기쁨이 넘쳐나고 있었다. 줄줄이 흘러나오는 마나 또한 그러한 느낌이 묻어 나오고 있었다.
“천국아?”
[응. 천국. 천국. 그게 내 이름이었지. 고마워. 기중!]천국이라고 자신을 인식한 정령은 바로 기중에게 날아왔다. 작은 날개가 달려 있었지만, 그 움직임만으로는 날 수 없을 것 같았는데, 너무나 자연스럽게 기중의 품으로 들어왔다.
[고마워. 기중. 나 느낄 수가 있었어. 나에게 이름이 주어졌을 때 내 존재가 더욱 뚜렷해지고, 어떤 알 수 없는 힘이 내 몸을 구성하는 느낌을 받았어.]“그래. 잘 됐구나. 나도 네가 기뻐하는 모습을 보니, 좋구나.”
기중은 애완동물을 안아들 듯이 천국의 몸을 잡아 주었다. 호랑이와 같은 줄무늬가 있는 털은 매우 부드러웠다. 비단 보다도 더욱 부드럽다고 느껴지고 있었고, 천국이를 쓰다듬을수록 기중과 천국 둘 다 기분이 좋아졌다.
한동안 그 자세 그대로 포근한 느낌을 가지고 둘은 붙어 있었다. 최초로 이름을 받은 정령의 존재와 그 이름을 부여한 존재간의 특별한 관계가 시작되고 있었다.
집 안으로 들어온 기중은 천국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천국은 자신의 존재가 언제 생겨났는지 언제부터 의식을 가지게 되었는지에 대한 기억은 희미했다. 은행나무에 의지하며 마나를 쌓아오는 동안 크게 기억에 남아 있는 것들은 얼마 되지 않았다.
“그러니까, 그 때 그 여자아이가 너를 알아봤다고?”
천국은 자신의 존재를 알아본 사람이 한 명 더 있었다고 말했다. 그것도 작은 여자아이였다. 정확히 언제인지는 모르지만, 상당히 오래 전이었다고 했다. 지금 기중이 살고 있는 집의 모습과 다른 때라고 했다.
[그래. 맞아. 내 모습을 볼 수는 없었고, 이야기만 나눌 수 있었지. 그것도 매일 짧은 시간동안 말이야. 몸속에 마나가 굉장히 많이 있던 아이였어. 마나는 많은데 그 것을 활용할 능력이 되지 못했지. 또한 마나 때문에 몸이 매우 약해서 하루 종일 은행나무 앞에서 앉아 있던 게 전부였어.]기중은 천국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한 가지 기억이 떠올랐다. 연희가 짧게 언급했었던, 이 집에서 살던 사람 중에 연희가 친하게 지냈던 언니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었다. 그 때 이야기를 하면서 매우 슬퍼 보이는 표정의 연희가 생생하게 기억났다.
“그 아이는 어떻게 된 거야? 혹시…”
[죽었어. 나와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하고, 한 달도 채 되지 않은 시간이었지. 그 이후로 나를 다시 알아보는 인간은 나타나지 않았어.]기중은 마음이 가라앉았다. 지금 천국의 감정 상태가 마나를 통해서 기중에게 전달되어 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둘은 이미 정신적으로 연결고리가 생겨난 상태가 되었고, 아직은 그 사용방법에 대해서 둘 다 능숙하지 못했기 때문에 의도치 않게 흘러나오고 있었다.
“많이 슬펐어?”
[그 때는 잘 몰랐어. 지금의 나 보다는 미약한 존재였으니까. 감정이라는 것을 느꼈는지는 모르겠어. 하지만, 지금은 조금 알 것 같아. 내가 슬퍼했다는 것을.]“그렇구나. 앞으로 나와 즐거운 일들을 많이 경험해 보자. 어때?”
[응. 좋아.]천국은 이름을 부여받고, 몸이 만들어졌지만, 여전히 마나의 존재였다. 당연히 마나를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은 볼 수 없었고, 목소리를 들을 수도 없었다. 기중은 계속해서 천국과 이야기를 하면서 자신도 텔레파시와 유사한 의사 전달 방법을 조금씩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다음날 아침 침대에서 일어난 기중은 졸린 눈을 비비며, 천국을 찾고 있었다. 어제 잠이 들 때까지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누면서 유대감을 많이 느낄 수 있었다. 마나에 의해서 동질감을 느꼈던 것도 있지만, 그 이상으로 둘은 강력한 끈으로 연결되었다는 것을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다. 그것이 이름을 부여하는 단순한 행동에서 비롯되었지만, 단지 그것뿐이 아닌 운명 같다는 느낌까지 들었다.
방에서 나온 기중은 거실에 TV가 켜져 있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소파에 작은 몸을 편안하게 유지하면서 시선을 TV 로 향하고 있는 천국이 보였다.
“천국아.”
[어. 기중. 일어났구나. 좋은 아침이야.]“어. 그래. 그런데 지금 뭐하고 있는 거야?”
[보다시피 TV 보고 있었어. 그 동안은 내가 직접 TV를 켤 수가 없었는데, 이제 몸이 생겨서 그런지 잠시 동안 리모컨을 만질 수가 있거든.]천국의 변화는 단지 기중이 그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것에 더하여 순간적으로 그 모습을 들러낼 수가 있었다. 마나를 감지하지 못하는 일반인들도 볼 수도 있고 만질 수도 있는 상태였다. 반대로 천국이도 물건을 만지거나 할 수가 있게 된 것인데, 아직은 그 힘이 약하고 능숙하지 못해서 순간순간만 가능한 일이었다.
“그렇구나. 근데 TV 보는 건 재밌어?”
천국이 보고 있던 TV는 뉴스채널이었다. 천국이라는 존재가 언제부터 자아를 가지게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기중은 아이 같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워낙에 순수한 존재로 느껴졌고, 나무를 벗어나서 세상을 돌아다닌 경험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그 만큼 세상의 떼가 덜 묻었다고 할 수 있었다.
그런 녀석이 TV를 보고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그것도 뉴스채널이니 말이다.
[응. 재미있는데. 세상은 저런 일들이 일어나고 있었구나. 참 많은 사람들이 죽기도 하고, 나쁜 일도 하고 말이야.]“하긴 뉴스에 나오는 것들의 대부분은 사고나 사건에 대한 이야기지.”
기중은 천국의 말을 듣고, 조금 민망한 기분이 들었다. 이 사회가 이렇게 삭막하고 위험한 세상이 되는 것은 어찌 보면 지금 이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모두의 책임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 세상을 이제는 조금이라도 바꿔보고자 마음먹었던 상태라서 조금은 그 결심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싶어졌다.
“꼭 그렇지 만은 않아. 많은 사람들이 좋은 일을 하고, 남을 돕기도 하거든. 그런 일은 원래 뉴스에는 잘 나오지 않아. 남을 돕는 생각을 가지고 실제로 실천하는 사람들은 그것을 일부러 보여주려 하지 않거나 남이 모르게 하는 경우가 많거든.”
[그렇구나. 너무 이 TV 에서는 한쪽면만 보여주는 거구나. 난 인간들이 모두 저러는 줄로만 생각했네.]“그래. 어디를 가든지 어둠이 있으면 빛이 있게 마련이거든.”
천국은 말을 하고 있는 기중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큰 눈망울로 기중을 바라보고 있자니, 기중의 마음속에서도 참 귀엽다는 생각이 저절로 들게 되었고, 얼른 소파에 앉아서 천국이를 품에 안고 쓰다듬기 시작했다.
[기중. 너무 답답해. 조금 힘을 빼줘.]천국이도 기중의 품에 안긴 것이 기분은 좋았지만, 기중이 너무 세게 안고 있어서 그런지 조금의 투정을 부렸다.
“하하. 그래 미안. 그래도 너무 귀엽긴 하다.”
출근 준비를 마친 기중은 여전히 TV에서 나오는 뉴스를 보고 있던 천국에게 말했다.
“나 회사로 출근해야 하는데, 천국이 너도 같이 갈래?”
어제는 회사에서 천국의 존재를 한 순간 느끼기는 했지만, 천국이 자신의 곁에 있었다는 것을 이제는 알 수가 있는 상태였다. 그래서 아마도 같이 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고, 유대감이 생겨서 그런지 떨어져 있고 싶지도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