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n Struck by Thunderbolt Twice RAW novel - Chapter 151
00151 돈 벼락 맞은 사나이 =========================
수도권과 가까운 곳에 있는 중소도시의 산업단지에 위치해 있었다. 기중의 회사에서 한 시간 정도를 이동해서 노민준 이사가 알려준 공장에 도착해 있었다. 아직까지 규모가 그리 크지 않아 자동차를 생산하는 공장과 개발, 디자인을 담당하는 사무실이 같은 곳에 위치해 있었다.
차에서 내려 공장 전경을 바라본 기중은 생각보다 공장 규모가 작아서 조금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대량 생산 체제를 갖춘 자동차 회사와 비교할 대상은 아니었지만, 생각보다 정말 작다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겉모습으로만 모든 것을 판단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지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그런 생각을 바로 지워버렸다.
기중은 사무실의 현관으로 보이는 곳을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이미 노민준 이사가 나와 있었고, 지금 막 기중을 확인했는지, 거의 뛰다 시피해서 기중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어서 오십시오. 김기중 사장님.”
노민준은 이젠 자신의 회사에 상당한 투자를 한 기중에게 더 없이 깍듯한 예의를 보여주고 있었다. 그 전에도 물론 예의를 갖추는 사람이었지만, 지금은 그 때와는 마음가짐에서부터 차이가 있었다. 단순히 스포츠카 동호회의 회원도 아니고, S자동차를 구매하려는 고객도 아니었다. 바로 투자자를 대하는 상황이기에 회사의 중요한 직책을 맡고 있는 노민준의 입장으로서는 상당한 부담과 책임감을 느끼고 있었고, 동시에 기중에게 고마움 마음도 가지고 있었다.
“오랜만입니다. 노민준 이사님.”
기중은 달려 나오는 노민준을 보고 정말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겨우 몇 번의 만남을 가졌었고, 그 계기도 스포츠카 동호회였지만, 다른 회원들과는 다른 사람이었다. 어찌 보면 동호회를 통해서 만나게 된 사람 중에 가장 기분 좋게 다가오는 인연이라고 할 수 있었다.
“안으로 안내하겠습니다.”
노민준도 기중을 보자 더욱 진한 미소가 자연스럽게 나타났다. 그의 입장에서는 자신을 믿고, 자신의 회사를 믿고, 정말 아무런 조건 없이 선 듯 거액의 투자를 해 준 기중이 어려운 회사 사정을 돌파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준 구세주나 다름없는 존재였다.
노민준은 기중 일행을 작은 사무실로 안내했다. 그리 크지 않은 규모의 회사였지만, 나름대로 깔끔하게 내부를 채워놓은 모습이었다. 중간에 지나가면서 유리벽으로 보이는 내부에는 직원들이 열심히 일에 열중하는 모습이 보였다.
“이곳이 저희 회사 사장님이 계시는 곳입니다.”
노민준이 최종적으로 안내한 곳은 구석에 있는 사장실이었다. 복도의 맨 끝에 위치한 곳으로 생각보다 접근하기가 편하지 않은 구조 때문에 기중은 상당히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노민준은 사장실이라고 적혀 있는 팻말이 있는 문에 노크를 하고 문을 열었다. 그리고 내부 모습이 들어났는데, 이곳에 처음 온 사람이라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사장실이 맞느냐고 다시 물을 정도로 각종 서류더미 들이 빼곡히 들어차 있는 굉장히 작은 사무실이었다.
“하하. 여기가 저희 사장님이 계시는 곳이 맞습니다. 아마도 잘 못 온 거 아니냐고 생각하시겠지요?”
“…”
여러 번 이런 상황을 겪었던 노민준은 태연하게 말을 이었고, 기중은 적당히 대꾸할 말이 없었다. 노민준은 바로 사무실에 있는 사장을 불렀다. 책상이 보이는 곳은 서류들이 잔뜩 쌓여 있어 누가 있는지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S자동차를 창업한지 벌써 10년이 넘었다. 노태봉은 그 전까지 외국의 슈퍼카 제작업체에서 엔지니어와 디자이너로 일해 왔었다. 처음에는 동양인이라는 이유로 여러 가지 불합리한 대우와 은근한 인종차별적인 상황들로 인해서 많은 고생을 겪었지만, 결국 그는 회사에서 능력을 인정받고 상당한 위치까지 올라가게 되었다. 그러나 도전은 끝이 없었다. 엔지니어로서의 일을 하면서도 밤새다시피하며 자동차 디자인까지 공부하였고, 마침내 그는 엔지니어와 디자이너의 일 모두에서 인정받는 위치까지 올라설 수 있었다.
그리고 10년 전 슈퍼카 제작이라는 특수성이 있는 분야에 도전을 시작했다. 일반자동차에서는 상당한 물량을 만들어내는 국내 환경이었지만, 노태봉이 도전하는 분야는 많이 달랐다. 그는 처음부터 시작해서 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수제 스포츠카의 국내 시작을 알렸고, 지금에 와서는 거의 유일한 국내의 수제 스포츠카의 제작업체로 이름을 알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도전은 아직까지 많이 부족했다. 단지 이름을 알리는 정도가 아닌 세계에서도 우뚝 설수 있는 회사가 되기 위해서 지금도 개발에 많은 노력을 쏟아 붓고 있었고, 그 상황을 사장실의 내부가 증명해 주고 있었다.
“사장님. 김기중 사장님 오셨습니다.”
“벌써 시간이 그렇게 되었나? 내 정신 좀 보게.”
서류더미를 넘어서 중년 남자의 모습이 보였다. 노민준과 상당히 닮아 보였다. 역시나 핏줄은 속이지 못한다는 말이 꼭 맡는 부자지간이었다. 노민준의 모습에서 그대로 30년 후 정도를 예상하면 딱 알맞아 보이는 S자동차의 사장 노태봉이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기중을 맞이하기 위해서 나오고 있었다. 자신이 늦은 것을 알고 있는 상태라 서두르고 있었는데, 그 때문에 책상에 쌓아놓은 서류 뭉치가 바닥으로 떨어져 버렸다.
“또 떨어졌군.”
순식간에 일어난 일에 기중과 노민준 모두 멍하니 지켜볼 뿐이었다. 그러나 방금 떨어진 서류 말고도 바닥을 뒹굴고 있는 각종 서류들은 더욱 많았다. 잠시 그 모습을 바라보더니 노태봉 사장은 별일 아니라는 듯이 발로 살살 서류를 밀어 놓고 기중에게 다가왔다.
“죄송합니다. 여기까지 와 계신 줄 몰랐습니다. 제가 직접 배웅하러 나가려고 했는데, 일에 집중하다보니 시간 가는 줄 몰랐습니다.”
“아닙니다. 바쁘신데 괜히 찾아온 것은 아닌지 모르겠네요.”
기중은 아버지뻘 되는 노태봉 사장의 말에 조금은 민망한 기분이 들었다. 자신이 투자한 금액이 있기 때문에 상대방은 이런 태도를 보일 수도 있었지만, 아직까지는 이런 상황이 편하지만은 않았다. 하지만, 사업적인 관계이기 때문에 피할 수만은 없는 일이긴 했다.
고개를 숙여 보이기까지 한 노태봉 사장은 몇 번이나 사과의 말을 전하고는 조금은 지저분한 사무실의 작은 소파에 앉았다. 그리고 다시 미소를 짓고 기중이 온 목적에 관련된 말을 시작했다.
“김기중 사장님, 정말 감사드립니다. S자동차의 은인이십니다.”
S자동차는 몇 달 전에 새로운 모델을 출시했다. 최고급 사양으로는 1억 원이 넘는 스포츠카였는데, 이 모델의 판매량이 목표치보다 한참이나 밑돌고 있었다. 아직까지 국내업체의 스포츠카는 아무래도 인지도 면이나 과식용 목적에서는 많이 부족했다. 가격적인 측면에서 보면 S자동차의 스포츠카보다 몇 배나 비싼 소위 말하는 슈퍼카들이 더 많이 팔리는 실정이었다.
몇 년의 개발기간을 통해서 새로운 모델을 출시하고서 여전히 적자를 면치 못했기 때문에 새로운 모델을 개발한 여력이 되지 못했다. 백방으로 투자처를 찾고는 있었지만, 저조한 실적과 국내업체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으로 인해서 번번이 실패하고 있었다. 그 때 기중의 투자는 어려운 회사 사정에서도 어떻게든 더 좋은 자동차를 만들기 위한 노력을 하던 S자동차에게 가뭄의 단비와 같은 존재였다.
“별 말씀을 다 하십니다. 저는 단지 노민준 이사님의 열정과 국내에서도 좋은 슈퍼카가 나왔으면 하는 바람으로 결정한 일입니다. 좋은 자동차만 만들어 주시면 됩니다.”
분위기가 한참 좋았다. 노민준 이사에 대해서 호감도 있었고, 오늘 와서 보니 노태봉 사장도 굉장한 열정을 가진 사람으로 보였다. 지금 기중이 있는 사장실만 보아도 그의 열정과 노력은 한 눈에도 느낄 수가 있을 정도였다.
“자. 그럼 회의실로 가셔서 저희가 개발하고 있는 자동차의 디자인과 나머지 부분에 대한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기중이 이미 올 것을 약속했기에 회의실에서는 몇 명의 직원이 프레젠테이션을 준비해 놓고 대기하고 있었다. 회의실은 상당히 현대적인 인테리어로 되어 있었다. 공장의 외관이나 사장실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였다. 오히려 이곳이 더욱 사장실로 어울리겠다고 기중은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런 생각은 이곳에 오는 외부 사람이라면 보통 한 번 쯤 느끼는 감상이기도 했다.
“김기중 사장님, 지금 시작해도 되겠습니까? 우선 저희가 준비한 자료를 보여드리고 궁금하신 사항이 있으시면 언제라도 질문을 해 주세요.”
노태봉 사장은 여전히 환한 미소를 짓고는 기중에게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에게는 기중의 나이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워낙에 외국생활을 오래했기 때문에 국내에서 흔히 따지는 나이에 대한 문제는 그에게 아무런 느낌도 없었다. 오직 중요한 것은 기중이 자신들에게 투자를 했고, 그에 대한 기대치를 만족시키는 것이었다. 자신들이 어떻게 준비하고 있고, 앞으로 어떻게 개발해 나갈 것인지 정확하고, 간결하게 설명하는 것이 최우선이었다.
“알겠습니다. 사장님. 그럼 설명 부탁드리겠습니다.”
기중의 말을 시작으로 S자동차 개발팀장의 설명이 이어졌다. 그도 역시 엔지니어 출신이었고, 현재도 기술적인 부분 개발의 일선에서 일하고 있었다. 그보다 확실한 설명을 해 줄 수 있는 사람은 S자동차에서는 없었다. 그리고 그 옆에 서 있는 직원은 디자인팀을 책임지는 팀장이었다. 물론 노태봉 사장이 기술적인 부분과 디자인 부분 모두에 직접 관여를 하고 있기는 하지만, 어디까지나 회사에서는 각 팀장에게 최대한의 권한을 주고 있었고, 최종 책임자는 각 팀장들이었다.
“저희가 개발하고 있는 새로운 모델의 자동차 개발 코드명 KG 모델입니다.”
개발팀장의 말과 동시에 프레젠테이션의 화면이 바뀌었다. 기존의 슈퍼카들과 생김새가 유사해 보였다. 일반적인 승용차와는 확연한 차이가 보이고 있었고, 마치 미래에서 온 자동차 같다는 느낌이 물씬 묻어나고 있었다. 상당히 날렵한 모습이 꽤나 인상적이었다.
“KG 모델은 저희가 3년 전부터 개발을 진행해 오던 모델입니다. 회사 사정상 잠시 보류되었지만, 이번에 다시 새롭게 디자인을 변경하여,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S자동차는 스포츠카를 개발하면서 그 사이에 슈퍼카의 개발에도 손을 대고 있었다. 결국 S자동차의 최종목표는 세계에서 손꼽히는 슈퍼카 개발에 있었기 때문에 그 목표를 포기할 수는 없었다. 회사의 자금 사정이 좋지 못하면, 그 만큼 개발기간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현실이었지만, 누구하나 포기하자는 말을 하지 않았다.
S자동차에 모인 개발진이나 디자이너들은 모두가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만 남아있었다. 당연히 회사가 어려워질 때마다 빠져나가는 직원들이 있었기 때문에 그 이유로 지금 남아 있는 직원들은 모두가 슈퍼카 제작에 열정을 가진 사람들 뿐 이었다.
계속해서 이어지는 설명에 기중은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자신도 슈퍼카들을 보기만 했지 실제로 차체 내부 대해서는 거의 알지 못했다. 이렇게 다양한 기술들이 필요하고, 그 만큼 높은 노하우를 갖지 못하면 절대로 개발할 수 없는 자동차라는 것을 다시 한 번 알 수 있는 기회였다.
1시간에 가까운 설명이 이어졌지만, 기중은 여전히 집중력이 흐트러지지 않았다. 예전과는 많이 달라진 모습이기도 했는데, 그 동안 명상을 하거나 마나의 능력을 사용하기 위한 집중을 해왔던 덕분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것보다는 조금 더 효과가 높았다고 볼 수 있는 이유는 자동차에 대한 관심도였다.
솔직한 심정으로 기중은 투자를 제안했을 때 단순한 생각이었지만, 지금에 이르러서는 S자동차에서 어떤 개발을 하고 있고, 그들이 가진 열정을 볼 수 있는 기회라서 그런지 오히려 자신이 너무 생색을 내고 있는 것이 아닌지 하는 민망한 기분도 들었다. 하지만, 설명을 듣는 내내 가슴이 두근거렸고, 성공을 이루는 미래가 보이는 기분도 같이 느낄 수 있었다.
“정말 대단하십니다. 이렇게까지 개발이 진행되고 있는 줄은 몰랐네요. 이거 오히려 제 투자금액이 너무 적었던 것이 아닌지 죄송스런 마음이 들 정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