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n Struck by Thunderbolt Twice RAW novel - Chapter 157
00157 돈 벼락 맞은 사나이 =========================
“아니요.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이런 말씀은 처음이라서요. 저는 사장님께서 저를 따로 불러서 혹시나 새로운 사업에 대한 말씀을 하시는 것이 아닌지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넌 또 그 소리냐? 하여튼 미리 결제가 필요한 것들은 오늘 마무리하자. 어차피 멀리 갈 것도 아니고 급한 것들은 그때 다시 연락하면 될 테고. 알겠지?”
“네.”
석철은 기중이 휴가를 가겠다는 말을 생각하고 있었다. 그동안은 사업을 시작하고 나서부터 기중이 바쁘게 돌아다닌 것을 잘 알고 있었다. 특히나 요즘 들어서는 자신이 빠지고, 구호빈과 같이 다니는 경우도 꽤나 늘어나고 있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사업 말고도 다른 일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닌지 의문이 들었지만, 기중을 믿고 있기 때문에 말을 꺼내지는 않았다.
그런데, 그 와중에 이렇게 기중이 먼저 휴가 이야기를 꺼내고 있기에, 한편으로 자신이 먼저 기중을 챙기지 못한 자책감이 들기도 했고, 앞으로 기중을 더 잘 보필해야할 필요성도 느끼고 있었다.
“잘 생각하셨습니다. 회사일은 최대한 문제없도록 하겠습니다. 편히 다녀오세요.”
“어? 돌쇠야. 갑자기 왜 그래? 뭐 잘못 먹었냐? 네가 그런 소리를 다하고 말이야.”
“원래 저는 처음부터 그랬습니다. 형님께서 저에 대해서 오해를 하시고 계신 모양인데, 저는 언제까지라도 형님의 편에 있습니다. 사업을 떠나 형님만을 따를 것을 맹세한 사람입니다.”
“하하. 오늘따라 돌쇠, 네가 듬직해 보이는데? 좋다. 오늘은 내가 저녁 거하게 사주마. 너도 와라.”
“네? 당연히 오늘 현승이와 저녁식사에 저도 참석하는 거 아니었어요?”
“아니었는데, 지금 기분이 좋아서 너도 참석시키는 거다.”
“에이. 형님. 농담도 잘하시네요. 하하.”
“농담 아닌데, 진짠데.”
석철은 잠시 표정을 굳혔다가 다시 원래 상태로 회복했다. 기중의 말이 농담이 아닌 것 같기도 하고 농담인 것 같다고 느끼고 있었다.
“하하. 하하.”
“하하하.”
둘은 서로 같은 생각으로 웃으며 대화를 마쳤다. 물론 둘 사이에 항상 있어왔던 농담 주고받기였다.
저녁식사를 위해서 기중 일행은 이동했다. 근처에 새로 오픈한 중국 음식점이었다. 역시나 럭셔리 거리에 위치해 있는 만큼 상당히 고급음식점이었다. 따로 마련되어 있는 주차장에 차를 주차해 주는 직원까지 있는 곳이었다.
기중은 여기까지 같이 온 구호빈도 식사에 참석시키고자 했지만, 구호빈이 정중히 사양했다. 아무래도 개인적인 만남의 자리였기 때문에 기중이 편안하게 대화를 나눌 수 있게 빠져주었다. 대신에 식사를 마칠 시간에 다시 오겠다고 하며 사라졌다. 기중은 아쉬운 마음이 들기는 했지만, 구호빈이 자신을 신경 써 주는 행동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실내로 중국에서나 볼 인테리어들이 곳곳에 있었다. 처음 와본 곳이기도 하고, 중국풍으로 되어 있어 상당히 신선한 느낌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에 걸맞게 고급 코스 요리를 먹으며, 기중과 석철, 현승은 수다를 떨고 있었다. 남자들끼리만 모여 있었지만, 그간에 상당히 오랜 기간 동안 해외에 있던 현승에게는 대화 할 것들이 많았다.
3명은 비록 지금 회사에 묶여 있는 관계였지만, 기중이 회사를 설립할 초창기부터 지금까지 친분이 이어져 오고 있기 때문에 개인적인 친분이라고 볼 수 있는 사이였다. 그 만큼 그들에게는 사장과 직원, 계약 선수라는 느낌은 없었다.
“호주에서 제가 훈련하던 골프장에도 한국 분들이 많이 오더라고요. 잠시 호주에 여행 왔다가 치고 가는 사람도 있었고, 신혼여행을 와서 즐기는 커플들도 있더라고요.”
현승이 자신이 지냈던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었다.
“왜? 부러웠냐?”
석철의 말이었다. 역시나 3명 중에 유일하게 유부남인 석철이었다. 자신의 자랑거리라면 역시나 아내와 자신을 딸이었다. 그 말을 하면서 석철은 기가 산 모습이었다.
“당연히 부러웠지. 어찌나 서로들 붙어서 떨어지지 않는지 라운딩 시간을 오버할 정도였다.”
현승은 다소 툴툴거리는 목소리로 이야기 했다. 역시나 솔로로서 부러울 수밖에 없는 것이었다.
“석철이 네 딸을 한 번 봐야겠는데. 얼마나 귀여울까? 수빈이라고 했지?”
“그래 인마. 우리 수빈이 정말 귀여워. 완전 천사 같다니까. 아. 수빈이 보고 싶다. 빨리 집에 가고 싶네.”
석철은 휴대폰을 꺼내서 사진을 보고 있었다. 역시나 자신의 딸이라 그런지 봐도 봐도 보고 싶은 시기였다.
“나도 좀 보자.”
현승의 말에 석철은 보여주기도 아까운지 잠시 멈칫하다가, 겨우 휴대폰을 넘겼다.
“내가 특별히 너니까 보여주는 거다. 조금만 봐라. 알았지?”
“하하. 녀석, 팔불출 아빠구만.”
기중은 동생들의 말에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자신에게 있어서 처음 만났던 녀석들이었다. 현승은 힘든 시기를 겪었고, 지금도 겪고 있었지만 그래도 희망을 가지고 있었다. 석철은 결혼해서 딸까지 생겼고, 인생의 행복한 시기를 보내고 있는 것이 정말 부럽기도 하고, 대견한 마음도 들었다.
오늘 있었던 일들로 인해서 우울한 감정이 들었는데, 그것들이 조금은 나아지는 기분을 느꼈다. 역시나 마음을 서로 나눌 수 있는 지인들이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형님.”
석철이 기중을 조심스럽게 불렀다. 뭔가 아쉬운 소리를 할 때면 나오는 표정이었다. 당연히 기중은 그 의도를 간파하고 있었기에 퉁명스런 말투가 나왔다.
“왜? 돌쇠야. 음식이 부족하냐?”
“하하. 형님도 참. 그럼 이것만 먹고 끝내시려고 했어요? 그리고 요거 맛있네요. 포장 좀 해서 집에 가져가야겠어요.”
“아. 그렇구나. 걱정 마라. 수빈이는 아직 못 먹을 테고, 제수씨 몫은 내가 확실히 준비해 주마. 종업원 불러라.”
“하하. 역시 형님이십니다.”
“대신에 네 몫은 더 이상 없다. 불평하지 마라.”
“형님! 왜 맨날 저만 가지고 그러세요.”
살짝 삐진 척을 하는 석철의 모습이었다. 되도 않는 앙탈을 부리기에 기중은 주먹을 들어올렸다. 역시나 주먹을 부르는 석철이었다.
배부르게 음식들을 먹은 기중 일행은 계산을 마치고 보온용기에 포장된 음식을 들고 나왔다. 그리고 주차된 차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옆에서 고함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이거 뭐야. 야. 이리 와봐. 이거 네가 그랬지? 이 차가 얼마짜리인 줄 알아? 네 연봉으로는 택도 없는 거 알아? 당장 책임자 불러와!”
“고객님. 죄송하지만, 저희가 그런 것이 아닙니다. 믿어 주세요.”
지금 상황을 보아하니 대충 상황이 파악되었다. 석철도 한마디 하고 있었다.
“으이고, 있는 놈들이 더 한다고 하더니 그 말이 딱 들어맞는 구나.”
“돌쇠야. 있는 놈도 있는 놈 나름이다. 그런 말을 들으니 어째 내 기분이 언짢구나.”
기중의 말에 석철은 기중에게 바로 시선을 돌리고, 미안한 표정으로 작게 말했다.
“형님은 빼고요. 형님은 언제나 어려운 사람들 돕는 사람이잖아요. 전 형님의 그런 성품을 정말 존경합니다. 정말입니다. 정말요.”
기중은 석철이 저렇게 저자세로 나오고 있기도 하고, 어차피 농담으로 한 말을 길게 끌 필요도 없기에 웃음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그러나 저러나 저 사람들 너무하는구나.”
이제는 큰소리를 치던 차주는 직원의 말에 열이 받았는지 고래고래 욕과 함께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차를 보니 고급 외제차였다. 입고 있는 옷도 명품으로 보였는데, 정작 중요한 저 사람의 인품은 하급 중에서도 최하급으로 보였다.
– 짝.
급기야 차주는 직원의 뺨따귀를 때렸다. 어찌나 세게 쳤는지 남자 직원의 모자는 날아가고, 그의 몸이 휘청거렸다. 그리고 나서도 분이 풀리지 않았는지 역시나 욕을 계속해서 내 뱉고 있었다. 그 차주의 뒤로 아주머니 두 명이 팔짱을 끼고, 자기들끼리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보이고 있었다.
기중은 그 모습을 보고서, 분노가 일었다. 아무리 고객이라고 해도, 해서는 안 될 일이 분명히 있었다. 그들은 그 범위를 넘어가고 있었다. 여전히 지켜보고 있었지만, 당장에라도 나서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 때 건물 내에서 정장을 차려입은 남자가 나왔다. 차주와 고개를 숙여가면서 뭔가를 이야기 하더니 다시금 직원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차가운 표정으로 무언가를 말하고 있었다. 기중이 있는 곳까지도 들릴 정도였다. 다분히 차주에게 보여주기 식이었다.
“당장 무릎 꿇고 사과드려라. 무조건 사과드려. 고객님에게 감히 큰소리를 치다니, 그 문제는 나중에 다시 따지겠다.”
직원은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자존심이 무척이나 상한 상황이었고, 억울함이 극에 달해 있었다. 하지만, 그는 약자였다. 당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여 있는 사람이었다. 자신의 것을 지키기 위해서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었다. 자신에게 사과를 하라고 명령하고 있는 남자는 총지배인이었다. 그에게는 직원들의 인사에 관한 모든 권한이 주어져 있었다.
천천히 직원의 무릎이 굽혀지고 있었다. 힘이 없어 보였다. 억울해 보였다. 최소한의 인간관계에 대한 예의가 사라져버리는 곳이었다. 기중은 이미 직원의 뒤에 와 있었다. 꽤나 장면이 침울해 보였기 때문에 기중이 멈춰서고 나서야 그곳에 있다는 것을 알아차릴 정도였다. 직원의 무릎이 땅에 닿기 전에 기중은 직원의 팔을 잡아서 일으켜 세웠다.
기중은 이미 차주라는 남자의 기억을 읽었다. 그가 말한 차에 있는 흠집은 이미 이 음식점에 오기 전부터 있었던 것이었다. 남자는 힘없는 음식점의 주차직원을 상대로 억지를 부리고 있는 상황이었다. 당연히 주차장에는 CCTV가 있었고, 정밀하게 확인한다면, 직원의 억울함을 풀 수 있는 방법이 있었다.
그러나 이곳과 같은 고급음식점에서는 고객에 대한 예우가 각별했다. 고객이 억지소리를 하더라도 그것이 음식점에게 직접적인 피해가 오지 않는다면, 얼마든지 고개를 숙이게 된다.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직원의 잘못을 따지게 되면 그 직원이 억울하게 당하더라도 음식점에서는 모든 손해를 직원의 탓으로 돌려버리면 그만인 것이다. 그렇게 일을 처리하게 되면 고객에게 좋은 인상을 심어 줄 수 있고, 결과적으로 음식점은 손해 볼 것이 없었다.
“너무 심하시군요. 무릎을 꿇리다니요?”
기중은 문제의 차주를 노려봤다. 상당히 분노한 마음이 얼굴에는 나타나지 않았지만, 그 마음이 담겨 있었다. 갑자기 끼어든 기중을 바라보던 차주도 살짝 시선을 피할 정도였다. 그러나 자신이 겁을 먹었다는 것을 뒤에 있던 여자들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았는지, 다시 막말을 시작했다.
“당신 뭐야? 제3자는 빠져! 어디서 나서고 지랄이야? 내가 누군 줄 알아?”
“잘 알죠.”
기중은 여유 있게 대답하고는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눈시울 벌게진 직원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고는 막말을 남발하는 차주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그리고 조용히 속삭이듯이 말했다.
“동신 부동산 컨설팅 서동구 사장님이시죠. 부동산 투기로 돈 좀 버신 분이구요. 불법을 꽤나 저지르셨네요. 아이고, 참 그리고 세무서쪽 공무원에게도 돈 좀 쓰셨네요.”
“뭐… 뭐야?”
“아. 그리고 저 차에 있는 흠집은 사장님 두 번째 부인 집에 갔을 때 주차 미숙으로 냈던 상처군요. 딱 위치네요.”
“…”
막말남은 완전히 말문이 막혔다. 기중의 말은 모두 사실이었다. 세무공무원에게 줬던 뇌물이나 아내 몰래 다른 여자와 살림을 차린 것 까지 알고 있는 기중의 말에 공포가 밀려들어오고 있었다. 특히나 이 일이 자신의 아내에게 들어갈 경우 자신은 완전히 인생이 끝난다. 부동산 투기도 아내가 복부인인 관계로 성공할 수 있었고, 지금 이렇게 돈을 펑펑 쓰는 것도 아내 덕분이었다. 그러나 그는 여자와의 관계를 끊을 수 없었다. 밝혀지면 큰일 인 줄도 알면서 계속해서 외도를 하고 있었다.
“한 가지 더 있군요. 저 뒤에 여자분들과 함께 모델에 가신다고요? 그 말로만 듣던 쓰리썸? 그거 하실 생각이세요? 집에 가서 아내분께 봉사하시는 게 신상에 좋지 않을까요?”
기중의 마지막말로 막말남은 잘게 떨기 시작했다. 원래부터 자신감이 많이 부족한 편이었고, 졸부가 되고 나서 돈 때문에 큰소리를 치고 다녔다. 돈을 쓰는 한 자신이 막말을 해도 누구도 뭐라고 하는 사람이 없었다. 그러나 오히려 이렇게 역공을 당하니 원래의 성격이 돌아왔다.
“제 아내에게 비밀로 해 주신다면 돈, 돈을 드리겠습니다.”
막말남은 지갑을 꺼내들었다. 그리고 지갑에서 수표 뭉치를 꺼내서 기중에게 내밀었다.
“지금 가진 것은 이것 뿐 입니다. 은행에서 찾아서 더 드리겠습니다. 제발 비밀 부탁드립니다.”
남자는 안절부절 못하고 있었다. 자신의 이러한 삶은 지속되어야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아내에게 절대로 사실을 발각당하면 안 되는 일이었다.
“한 가지 제 말대로 해 주시면 비밀을 지켜드리죠.”
기중은 조금은 사악해 보이는 표정으로 막말남에게 귓속말로 뭔가를 전하고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마나의 능력으로 암시를 흐리게 심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