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n Struck by Thunderbolt Twice RAW novel - Chapter 16
00016 돈 벼락 맞은 사나이 =========================
현승의 선배인 오상문은 현승이 20대 초반을 보냈던 골프 아카데미의 선배였다.
현승은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골프에 입문하게 되었다. 다른 선수들에 비하면 꽤 늦은 시기에 골프선수의 꿈을 키웠다고 생각할 수 있었다.
골프선수가 되기 위해서 필요한 여러 가지 비용은 단계별로 극명하게 갈린다고 볼 수 있다. 최상위 계층은 프로골퍼의 레슨을 받으며, 골프장 라운딩을 거의 매일하기도 하지만, 현승과 같이 최하위 계층들은 대부분 지방의 골프장에서 한 달에 두세 번 정도만 라운딩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현승이 가진 골프에 대한 재능이 나쁘지는 않았는지 작은 규모의 대회에서 입상을 하는 등 꽤 괜찮은 성적을 보였다.
고등학교를 졸업하면서 프로골퍼로 진로를 잡은 현승은 골프 아카데미에 들어가게 되었다. 집안 형편이 좋지도 나쁘지도 않았다. 아카데미를 다니고 골프에 필요한 경비를 부담하는 게 약간은 부담스럽기는 했지만, 못할 정도까지는 아니었다.
오현승과 오상문은 골프 아카데미 1년차 선후배 사이였다. 처음에는 같은 성씨를 가진 사람끼리 적당한 친분을 유지하는 것 같았다.
그러나 현승이 아카데미에서 1년 정도 연습을 하고 지방의 아마추어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여기서 오상문은 4위에 머물렀다. 이때부터 현승과 상문의 사이가 틀어지기 시작했고, 출전하는 대회마다 현승이 오상문보다 성적이 좋았다.
오상문도 골프에 자신의 인생을 걸었다. 아카데미 원장이 자신과 친척 관계로 자신의 아버지 또한 골프협회에 있었다. 그러한 기대를 받으며, 순탄한 성장을 해 왔지만, 자신과 직접적으로 비교되는 현승이 곱게 보이지 않았다.
그러던 중 아마추어 대회로서는 상당히 규모가 큰 대회에 출전하게 되었다. 이 때 오상문이 현승의 골프클럽에 손을 써 놓았고, 이 때문에 상승세를 유지하던 현승이 대회에서 좋지 못한 성적을 거두며, 예선 탈락했다. 물론 오상문도 같이 예선 탈락했다. 상문의 실력으로 본선 진출에 좋은 성적을 거두기는 힘들었다.
나중에 현승은 상문이 자신의 골프클럽에 손을 써 놓았다는 것을 알고 상문에게 따져 물었고, 그 상황을 알면서도 숨긴 아카데미 관계자에게 또한 강력하게 항의 했다. 그 결과 현승은 아카데미에서 쫓겨나게 되었다.
어떻게 보면 흔히 일어나는 가진 자와 없는 자의 싸움에서 항상 지게 되는 없는 자가 된 현승이었다. 그 후에 현승은 슬럼프를 벗어나지 못하고 세미프로 자격을 획득하지 못하고, 레슨 강사로 생활하고 있었다.
“특별하게 할 말 없으면, 가보겠습니다. 일행분이 기다리셔서요.”
“네 실력에 레슨은 하지마라. 어디 세미프로도 못 되는 놈이 레슨이냐? 골프인 욕 먹이지 말고 좋은 말로 할 때 그만둬라.”
끝까지 현승의 속을 긁는 오상문이다. 어차피 더 이상 좋은 말이 나올 것 같지 않아 기중에게 돌아왔다.
“무슨 일 있어요?”
“아닙니다. 어서 이동하시죠.”
현승도 레슨 강사로 일한 경력이 있기 때문에 자신의 개인적인 감정으로 레슨에 영향을 끼치는 것은 조심하고 있었다. 하지만 사람이란 게 아무리 이성적으로 생각해도 감정을 숨길 수는 없는 모양이다.
“어째 아까 그 사람과 만나고 갑자기 안 좋아 진거 같은데요?”
기중도 눈치 챌 수 있는 정도로 갑자기 평소와 다른 분위기를 조금은 보인 모양이다.
“죄송합니다. 개인적인 문제로 심려를 끼쳐드린 것 같습니다. 오늘 첫 라운딩인 만큼 저 또한 제대로 실전 레슨하도록 하겠습니다.”
현승도 기중을 앞에 두고 더 이상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지금은 일하는 중이다. 개인감정은 일하는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고 방해만 하고 있었다. 한두 번 겪은 일도 아니고 이제 라운딩에 집중하기로 했다.
“사장님, 나이스 샷”
기중은 멋쩍게 웃을 수밖에 없었다. 연습은 꽤 했지만 필드에 나와 치는 골프는 처음이라 꽤 긴장된 티샷을 했다. 겨우 공은 맞췄지만 거리도 안 나오고 방향도 좋지 못했다.
캐디 분들은 분위기를 맞춰 주기 위해서 웃는 얼굴로 나이스 샷을 외쳤다.
현승은 역시 선수다웠다. 기중의 실력을 감안하여 적당하게 쳤지만 항상 연습 때 보여준 폼으로 티샷을 마쳤다.
“이거 필드는 역시 다르네요. 긴장되는데요.”
“첫 경험은 원래 떨리는 겁니다. 저도 처음 필드에 나왔을 때는 가슴이 하도 두근거려서 제대로 치지도 못했거든요.”
기중, 현승 둘과 캐디 두 명은 9홀까지 마치고 중간에 있는 휴게실로 들어갔다. 벌써 2시간이나 골프를 치느라 기중은 꽤 지쳤다. 잠시 휴식과 영양 보충을 위해서 휴게실에서 간단하게 음식을 먹기로 했다.
“캐디 분들도 드시고 싶은 것 드세요. 제가 계산 할 테니까요.”
“네. 감사합니다. 잘 먹을게요.”
골프코스 중간에 위치한 휴게실은 고급 카페와 같았다. 그에 비례하여 가격대가 만만치 않았다. 골프장의 주요 수입원 중 하나인 휴게실은 캐디들이 신경 쓰는 곳이다.
라운딩을 하는 고객들을 친절히 모시면서, 적당히 환호해주며, 휴게실로 안내하여 매출을 올리는 것이다. 작은 휴게실이지만, 이곳에서의 매출은 상대가 상대인 만큼 웬만한 카페의 매출을 웃도는 곳이다.
기중과 일행은 간단한 과일로 출출한 배를 채우며, 영양식으로 된 죽을 먹었다. 그리고 차를 한잔하며 30분정도 휴식을 취했다.
돈이 생기기 전이라면 절대 상상할 수도 없는 금액을 지불했다. 4명이 간단하게 먹은 비용은 30만원이 살짝 넘었다. 물론 봉사료 등이 포함되어 있고, 그 중에 캐디들에게도 일정비율로 수수료가 들어가는 방식이지만, 최고급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있는 것들은 일반 시민의 상식으로는 이해 불가능 할 것이다.
기중도 이제는 이런 삶의 방식이 어느 정도 익숙해졌다. 최고의 대우를 받는 다는 것은 그 만큼 비용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내가 가진 것만큼 그 만큼 누리면 되는 것이다. 남한테 피해를 주지 않고, 어쩌면 경제에 도움이 되는 방식이라고도 볼 수 있다고 생각했다.
현승은 기중이 마냥 부럽기만 했다. 골프연습장에서도 팁을 꽤 많이 주기도 하고, 꿈에 그리던 골프장의 회원권을 가지고 있기도 했다. 거기에 간단한 음식에 30만 원이나 나온 것에 대해서 아무런 거리낌이 없는 기중에 대해 약간은 위화감이 들기도 했다.
그러나 평소에 연습장에서의 기중은 다른 졸부나, 재벌들과는 달랐다. 자신이 가진 돈의 위력을 서슴없이 뽐내지는 않았다. 사람을 무시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돈 많은 사람들이 쉽게 가질 수 있는, 없는 사람들과 대놓고 긋는 구분이 없었다.
“휴. 힘드네요.”
“아직은 적응이 안 되서 더 힘들 수도 있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130타는 너무하죠? 캐디 분들도 이렇게 못 치는 사람 따라 다니시느라 수고하셨습니다.”
“아니에요. 처음에는 다 그래요.”
기중의 첫 라운딩은 끝이 났다. 18홀을 다 돌고 72타를 이븐파라고 하니까 기중의 스코어는 58오버파가 되겠다. 현승은 기중을 배려하여 적당하게 했기 때문에 80타를 기록했다.
캐디들에게 따로 수고했다며, 팁을 주고 나서 기중과 현승은 서울로 돌아갈 준비를 했다. 기중은 현승에게 저녁을 함께 하자고 했고, 예전에 한 번 가봤던 한우 구이 전문점으로 향했다. 식사를 하며 오늘 라운딩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다 보니 기중과 현승은 꽤 친해진 느낌이다.
“오늘 정말 재미있었네요. 힘들기도 했지만.”
“저도 오늘 유명한 골프장 코스에서 라운딩을 했더니 정말 기분이 좋았습니다.”
“다음에 또 같이 가주실 거죠?”
“네. 불러만 주세요. 다음에는 언더파를 기록해 보이겠습니다.”
“하하. 저도 100타 이내로 쳐보고 싶네요. 언제쯤 가능할지는 모르겠지만요.”
“아. 다음에는 친구 분들과 같이 가시는 것도 좋겠네요. 원래 골프라는 게 친목 도모에도 상당히 좋잖아요. 거기에 간단한 내기를 하게 되면 실력이상의 결과를 내기도 하거든요.”
“그렇군요.”
기중은 주위에 같이 골프를 칠 수 있는 친구가 없다. 고등학교나 대학교 때의 친구들이 있긴 하지만, 사회생활을 하면서 바쁘게 지내다 보니 자연스럽게 연락이 끊기게 되었다. 갑자기 연락하기도 뭐하고, 골프를 칠만한 여유 있는 친구도 없었다.
“오늘 고생하셨으니깐, 고기 좀 많이 드세요.”
요즘 기중은 집에서 식단을 철저하게 관리 받다보니 고기는 오랜만이었다. 혼자서 거의 5인분을 먹어치우는 모습은 좋게 보면 ‘참 맛있게도 먹네! 하겠지만, 이런 고급 음식점에서 저렇게 허겁지겁 먹는 모습은 다소 어울리지 않는 모양새다.
현승은 기중의 이런 모습에 다시 한 번 거리감이 줄어든 느낌이었다.
“참, 다음 달에 세미프로 테스트가 있다면서요?”
“네. 맞습니다. 이번에는 통과해야 할 텐데. 워낙 경쟁이 치열해서요. 우리나라도 PGA나 LPGA 에 선수들이 많이 진출하면서, 골프에 대해서 인기가 많이 생겼죠. 그에 따라서 선수들도 많아 졌고요. 저 같은 수준의 선수들이 정말 많죠.”
“상당히 어려운가 보네요. 레슨일도 거의 하루 종일 하시는 것 같던데.”
“그렇긴 하죠. 제 개인적으로 경제적인 문제도 있고 하니, 세미프로 테스트를 통과하면 아무래도 대우가 달라지니 매달릴 수밖에 없죠.”
기중은 식사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왔다. 저녁시간이 지났기 때문에 김 씨 아주머니는 퇴근 했고, 이 씨 아주머니가 기중을 맞이했다.
“김 씨 아주머니는 퇴근하셨나 보네요?”
“사장님….”
이 씨 아주머니가 평소와는 다르게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기중을 부르기만 하고 말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아주머니 왜 그러세요? 무슨 문제 있어요?”
“그게, 사장님이 도와 줬으면 하는 일이 있어서.”
“말씀해보세요. 제가 도와 줄 수 있는 일이라면 도와 드릴게요. 우리 사이가 가족 같은 사이인데 뭘 그리 망설이세요?”
도우미 아주머니들과 거의 가족처럼 지내고 있었고, 아주머니들의 자식들과는 삼촌 조카 사이처럼 지내오고 있었다. 당연히 기중 자신이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이라면 발 벗고 나설 것이다.
“김 씨네 아들이 이번에 사고를 쳤다고 하더라고.”
“무슨 사고요? 혹시 많이 다치기라도 했어요?”
“그게 많이 다친 건 아닌데, 상대편에서 고소를 했던 모양이야.”
“나도 자세히는 못 들었는데. 아까 전화 받고 나갔어.”
우선 기중은 김 씨 아주머니에게 전화를 했다. 겨우 통화가 되었고, 기중에게 폐를 끼치기 싫다며, 기중의 도움을 거절하다가 기중의 계속된 설득에 현재 자신과 아들이 있는 곳을 알려주었다.
“아주머니, 전 아주머니들과 정말 가족이라고 생각했는데, 정말 제가 도울 수 없게 하실 거 에요? 그렇다면 실망할 것 같네요.”
경찰서에 도착한 기중은 아주머니를 찾았다. 조서를 꾸미고 있는지 형사의 책상 앞에 앉아 있는 아주머니와 그 옆에 몇 개의 반창고를 붙이고 교복을 입고 있는 학생을 보았다.
“아주머니 이게 무슨 일이에요?”
“사장님 정말로 왔네. 미안해. 이런 일로 달려오다니.”
“그게 무슨 말이에요. 당연히 와야지요.”
“헌데, 정말 무슨 일이에요?”
기중의 물음에 대답은 형사로부터 들려왔다.
“피의자와 어떤 관계죠?”
조서를 작성하던 형사는 기중이 와서 피의자의 모친과 말을 하자 어떤 관계 인지부터 물었다. 형사 사건으로 조서를 작성 중이므로 피의자와 관계가 없는 제3자라면 경고를 하고 대기실에서 기다리라고 할 생각이었다.
“피의자라면 이 학생을 말하는 거죠? 이 학생의 친척뻘 되는 사람입니다. 사건에 대해서 알고 싶어서요.”
“지금 조서를 작성 중이니 잠시 밖에서 기다려 주시죠.”
형사는 조금 까칠하게 나왔다. 기중의 재차 질문에 다시 한 번 인상을 쓰며 대답했다.
“법적인 대리인이 아니라면, 빠져 주시죠. 여기 피의자의 모친이 계시니 그 쪽은 제3자입니다. 조서 작성을 하는 중이니 다시 한 번 끼어드시면 공무집행방해로 보겠습니다.”
형사는 꽤나 까칠하게 나왔다. 설명을 부탁하는 기중에게 자신의 할 말만 할 뿐이다. 경찰서에 온 것도 처음이고 무서운 얼굴을 하고 있는 형사를 보니 괜히 죄가 없는데도, 위축감이 들었다.
김 씨 아주머니도 형사가 한마디 할 때마다 가슴이 떨리는지 거의 눈물을 보이고 있었다.
‘아무래도 한 변호사에게 전화를 해봐야겠다.’
밖에 나가 한 변호사와 짧게 통화를 한 기중은 다시 형사에게로 돌아와 한마디 했다.
“지금 피의자의 변호사가 오고 있으니 조서 작성은 그 때 진행하도록 하죠.”
기중은 한 변호사가 알려준 대로 형사에게 말했다. 조서 작성 중 불리한 진술을 할 수도 있고, 특히나 미성년자인 피의자가 겁을 먹고 형사가 원하는 대로 불리한 진술을 할 경우도 있으니 일단 자신이 도착할 때까지 묵비권을 행사하라고 했었다.
“아니, 이렇게 나오시면 피의자에게 더 불리합니다. 벌써 증인들 확보했고, 피의자의 범죄사실에 대해서 저희가 다 파악하고 있습니다. 괜히 시간 끌려고 하시는 거라면 저도 가만히 있지 않겠습니다.”
형사는 이번 사건이 별거 아닌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미 윗선에서 따로 언급을 받고 피의자의 진술조서를 작성만 하면 되는 일이었다. 평소에 심심치 않게 했던 일이다.
더구나 피의자의 부모를 보니 딱 봐도 알만한 사건인 듯 했다. 피의자 학생의 모친은 경찰서에 와서도 형사 앞에서 굽실거리는 태도였다.
그런데 갑자기 한 사내가 등장하더니 일이 꼬이는 느낌을 받았다. 일단 변호사가 오기로 했다는 말을 듣고는 딱히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10분 뒤 한 연호 변호사가 경찰서에 도착했다.
“한 변호사님 어서 오세요. 급하게 불러서 죄송합니다.”
“김 사장님, 아닙니다. 이런 일이 변호사가 하는 일인데요. 마침 멀지 않은 곳에 있어서 바로 왔습니다.”
한 변호사는 오자마자 바로 업무모드를 들어갔다.
“피의자 모친 되십니까?”
“네. 우리아들 양석태 애미입니다.”
“저는 변호사 한연호입니다. 양석태군 변호를 맡아도 되겠습니까? 석태군이 미성년자이기 때문에 모친께서 변호사의 선임권을 가지고 계십니다. 마침 바로 앞에 형사님도 계시니 구두로도 선임권을 행사하실 수 있겠네요.”
“그럼, 우리 석태 변호를 해주실 수 있으시겠어요?”
“네 그럼 다시 한 번 묻겠습니다.”
“저에게 석태군 변호를 맡기시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