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n Struck by Thunderbolt Twice RAW novel - Chapter 178
00178 돈 벼락 맞은 사나이 =========================
기중은 아침식사를 마치고, 호텔 방의 창가에 앉아서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물론 왼팔에는 팔걸이개를 하고 있는 상태였다.
‘이것도 며칠 하고 있었더니 안하기도 허전하네.’
기중은 피식 웃으며 왼팔을 보고 있었다. 그 때 석철이 호텔방에 들어왔고, 기중의 앞으로 빠르게 걸어왔다. 표정을 보니 조금의 미소가 보이는 듯 했다.
“사장님. 드디어 연락이 왔습니다.”
“혹시? 바이에른 뮌헨에서 연습경기 하고 싶다는 연락이냐?”
기중의 말에 석철은 다소 똥씹은 표정을 지었다. 농담인 줄 알기는 하지만, 기중의 팔을 보니 여전히 미안한 감정이 되었고, 기중의 말에 아무런 대답을 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계속해서 자신은 순순한 의미로 질문을 했다는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는 기중이 조금 얄미워 보였다.
“아닙니다. FSV 프랑크푸르트에서 연습경기에 대해서 협의 하자는 연락이 왔다고 합니다.”
기중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서서히 움직였다. 드디어 온 소식에 자연스럽게 몸이 반응했다. 양손을 앞으로 내밀에 주먹을 쥐고는, 겨우 이뤄낸 성과에 대해서 환호하는 동작을 취했다.
“좋아. 드디어 시작이군. 이제부터야. 아자.”
그러나 좋아하고 있는 기중의 모습을 배신감으로 인해서 부릅뜬 두 눈으로 바라보는 인물이 있었다. 바로 석철이었다. 아직까지 기중의 팔이 문제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어서 더욱 조심하고, 계속해서 미안한 마음 뿐 이었는데, 지금 보니 완전히 꾀병이었다. 분명 병원도 같이 갔었기 때문에 의사의 말을 석철도 들었다. 그래서 당연히 의심을 할 이유가 없었다. 도대체 언제부터 이렇게 멀쩡해 졌는지, 자신을 얼마나 골려주려고 하는지 정말 화가 나고 있었다.
“형님!”
“어? 왜 돌쇠야.”
“그 팔. 그 팔!”
“아!”
기중도 자신의 실책을 이제야 눈치 챘다. 순간적으로 어떻게 대처해야할지 머리를 재빠르게 굴렸다. 그러나 너무 뻔한 거짓말이 될 뿐이었다.
“으악! 내 팔! 내 팔! 아파 죽는다. 으악! 내가 너무 좋아하는 마음이 커서 고통도 잊고 있었네. 으아악.”
누가 봐도 도저히 제대로 보고 있을 수 없는 너무나 형편없는 발연기였다.
“형님. 팔 아플 때는 역시 안마가 최고지요. 제가 완전히 아픔을 못 느낄 정도로 주물러 드리지요.”
석철은 커다란 두 손을 들고 기중에게 서서히 다가왔다. 그날 기중은 정말 석철의 꼼꼼한 안마를 몸 전체에 받을 수 있었다. 오랫동안의 피로가 완전히 사라지는 기분이었다. 물론 온몸의 피부가 쓰라리고, 안마를 받을 때의 고통이 상당했음은 당연한 일이었다.
며칠 뒤 FSV 프랑크푸르트와의 연습 경기가 진행되었다. 경기 결과는 1 대 4 로 당연하게도 KG스포츠 팀이 지고 말았다. 연습 경기이기도 하고, 전술 체크의 성향이 강한 경기였기에, 선수들이 투지를 불태울 경기는 아니었다. 그러나 유럽선수들의 조직력과 개인기, 그리고 새로운 전술들 배울 점이 많은 경기가 되었다.
기중은 계속해서 축구단과 같이 행동하면서 여러 가지 도움을 주고 싶기도 하고, 유럽의 유명 선수들도 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지만, 더 이상 회사를 비워두고 이렇게 유유자적하면서 보낼 수는 없었다. 그래서 결국 귀국길에 오르고 있었다. 기중의 도움으로 첫 연습 경기가 진행되었으니 이제는 선수단의 능력으로 또 다른 팀과의 연습 경기를 잡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었다. 시작을 했기 때문인지 스텝들의 표정은 그나마 밝았다.
장시간의 비행을 끝내고 우리나라의 공항에 도착한 기중과 석철, 구호빈은 차량 대기 장소로 이동했다. KG스포츠의 사장인 기중이 귀국하는 일정을 체크하던 비서실의 최대리는 직접 차량을 몰고 나와 기다리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사장님 고생하셨습니다. 회사로 모시겠습니다.”
몇 주 만에 만나는 최 대리는 여전히 깍듯한 자세로 기중에게 인사를 전했다. 옆에 서 있는 석철이나 구호빈에게도 가볍게 인사를 마치고 모두가 차량에 탑승했다.
“최 대리님, 회사는 별 일 없죠? 그 동안 전화나 이메일로 중요한 안건은 처리했는데, 특별한 일은 없었잖아요?”
“네. 사장님께서 회사에 계시지 않아서 비서인 제가 할 일이 너무 줄어들었다는 것 빼고는 별 일이 없습니다.”
“하하. 역시 최 대리님은 제가 없어서 섭섭하셨군요. 박 실장이라면 제가 없어서 좋다고 덩실덩실 춤이라도 추고 있었을 텐데요. 그렇죠?”
기중은 말을 하면서 운전대를 잡고 있는 석철의 뒤통수를 노려봤다. 아직 독일에서 당한 그 안마의 추억이 남아 있기에 여전히 꿍한 마음으로 타박하고 있었다.
“사장님. 오랜 비행을 하셨으니 피곤하실 텐데, 제가 회사에 들어가면 다시 안마 해드리겠습니다. 사장님께서도 그 안마를 무척이나 좋아하셨잖아요.”
“뭐라고? 박 실장. 오늘은 회사에 도착하면 바로 퇴근해. 오랜 비행으로 피곤한 것은 나 말고, 오히려 박 실장인 것 같은데, 안마를 하느라고 그렇게 진땀을 빼기도 했으니까 말이야. 빨리 가서 우리 조카딸이나 보라고. 알았지?”
기중과 석철의 대화가 대충 어떤 분위기 인지를 충분히 알고 있는 최 대리는 작게 미소 지었다. 사장인 기중도 없고, 같은 비서실에서 일하는 석철도 없어서 한 동안 너무나 조용했었는데, 이제야 제자리로 돌아 온 것 같아서 오히려 더 편안한 기분이 들었다. 최 대리에게는 역시 바쁘게 일을 처리하고, 그 일로 보람을 느끼는 것이 가장 편안한 것이었다.
한 동안 대화가 오가다가 다들 조용해졌다. 기중은 창밖을 바라보면서 이런 저런 사업에 대한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역시나 축구단에 대한 걱정이 제일 먼저 떠오르고 있었다. 자신이 없더라도 잘 돌아가기는 하겠지만, 그래도 사장으로서, 구단주로서 역할을 확실하게 하고 있는지 걱정이 되는 것이었다.
회사에 거의 도착할 때 쯤 되어서 신호 대기로 차가 정차했다. 기중의 시선은 여전히 창밖 이었는데, 마침 길거리에는 교복을 입은 학생 하나가 천천히 걸어가고 있었다.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모양새가 뭔가 고민이 있어 보이기도 했다. 지금 시간이 늦은 오전 이었고, 게다가 평일이었는데, 학생이 이 시간에 왜 길거리에 있는지 조금 궁금하기도 했다.
차는 한참이나 신호대기를 기다렸다가, 이제 출발했다. 아까 그 학생은 이미 기중의 시선에서 멀어져 있었고, 기중도 더 이상 생각하고 있지 않았다. 차량의 속도가 증가하면서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어느 정도 속도가 붙고 있었는데, 갑자기 석철의 외침과 동시에 급정거로 인해서 몸이 앞으로 쏠리기 시작했다.
“꽉 잡아요!”
– 끼이이익.
석철은 차량 진행방향으로 갑자기 뛰어는 사람으로 인해서 급브레이크를 밝았다. 상당한 운동신경을 보유한 석철답게 그 동작은 매우 신속했고, 사람과 부딪치는 느낌은 없었다. 하지만, 당연히 확인해야하는 상황이었다.
이미 운전석에서 나온 석철은 소리치고는 차량 앞으로 재빠르게 움직이고 있었다.
“사람이 뛰어들었습니다. 확인해 보겠습니다.”
차량에 타고 있는 모두가 놀라고 있었지만, 역시 구호빈이 제일 먼저 차량에서 내렸고, 기중과 최 대리도 뒤 늦게 내서 차량 앞을 확인했다.
“학생 괜찮아? 어디 다친 곳 없어?”
석철의 다급한 말에 학생은 도로 바닥에서 천천히 일어나고 있었다. 고개를 푹 숙이고 아무런 말도 없는 것이 뭔가 좋지 않은 느낌이 들게 했다. 다시 자세히 보니 학생은 잘게 몸을 떨고 있었다. 지금 상황에는 누구라도 겁을 먹을 테고, 상당히 당황스러울 것이었다. 단순히 그렇게 생각한 기중은 학생을 진정시키기 위해서 마나를 조금 몸에서 내보냈다.
“우선 병원부터 가자. 움직일 수 있을 것 같아? 부모님께 연락도 해야겠고.”
석철의 말에 학생은 고개를 저으며 일어났다. 그리고 석철에게 고개를 푹 숙이더니 인도 쪽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흔히 사고를 당한 사람은 자신의 잘못이라고 느끼게 되면 이렇게 그 자리를 피하려고 하기도 한다. 당장은 너무나 당황한 마음 때문에 고통을 느끼지 못하더라도 나중에는 부상이 발견되기도 했다. 석철은 학생에게 따라 붙어 조심스럽게 잡았다.
“학생 그냥 가면 절대 안 돼. 병원에 가서 확인 해 봐야 한다고 알았지?”
“아니에요. 그냥 갈게요. 죄송해요.”
어쩔 수 없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었다. 석철은 할 수 없이 경찰에 신고했고, 구급차도 요청했다. 시내 한복판이라서 그런지 경찰과 응급차는 몇 분 만에 도착했고, 자초지종 설명을 마치고, 석철은 학생과 함께 구급차를 탔다.
“사장님. 죄송합니다. 학생을 데리고 병원에 가서 검사하고, 나중에 회사로 가겠습니다.”
“알았다. 검사 확실하게 해. 그리고 학생 부모님께 잘 말씀드리고.”
“네. 그럼 가보겠습니다.”
순식간에 일이 정리되었다. 석철은 떠나고 기중은 조금은 떨리는 마음으로 회사로 향했다. 기중은 회사에서 그 동안 밀렸던 업무를 처리하던 도중에 석철의 전화를 받았다.
– 그래. 박 실장. 학생은 어때?
– 검사 결과 이상은 없다고 합니다. 바닥에 쓰러지면서 가벼운 찰과상을 입은 것이 전부입니다.
– 정말 다행이군. 그런데 말이야. 조금 전에 구 실장이 블랙박스를 확인하고 나에게 보여주더라고, 그런데 그 학생 우리 차량에 일부러 뛰어든 것 같은데, 그리고 차량과 부딪치지도 않았고 말이야.
– 네? 그런가요? 지금 학생 부모님도 와 있는데, 학생이 아무런 말도 안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정확히 상황을 알 수가 없습니다. 우선은 좀 더 지켜보겠습니다.
– 그래. 알았다.
기중은 블랙박스를 확인하면서 사고를 당한 학생이 그 직전 신호대기로 정차해 있을 때 기중이 봤던 고개를 숙이며 지나가던 그 학생임을 기억하게 되었다. 그 때의 모습으로 보면 고민이 많아 보인다고 생각했었는데, 석철도 학생이 아무 말이 없어서 상황 파악을 못하는 상태였기 때문에 기중은 자신이 직접 가보고자 했다.
자신의 능력이라면 학생의 생각을 금세 알 수 있을 것이고, 문제를 해결 할 수 도 있다는 생각이었다. 역시 기중이 지금까지 해 왔던 것처럼 또 다시 자신의 오지랖을 펼치는 것에 대해서는 거리낌이 있을 리가 없었다.
석철에게 재차 확인하고, 병원을 찾은 기중은 손에 고급 과일 바구니를 들고 병실을 찾았다. 이미 병실 밖에는 석철이 대기하고 있었다. 어찌 보면 기중과 석철 둘 다 이런 일에는 비슷한 행동을 보인다고 할 수 있었다. 대부분의 교통사고에서 가해자와 피해자는 그 자리에서 보험을 부르거나 경찰에 신고하고 다친 사람은 병원으로 가서 치료를 받고 나중에는 보험 회사 직원만을 상대하게 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100% 과실이 있는 가해자라 할지라도, 피해자에게 사과의 말을 전하거나 직접 병실에 찾아오는 경우는 생각보다 많지가 않다고 할 수 있었다. 세상이 그 만큼 각박해지기도 하고, 보험처리라는 편리한 수단이 만들어낸 사회적 비극인 셈이라고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기중과 석철은 병원에까지 와있는 피해자를 그대로 두고 볼 성격은 절대 아니었다. 지금도 석철이 병원까지 와서 학생의 부모에게 연신 사과를 전했고, 아직까지 병실 밖에서 이렇게 대기하고 있는 것이 석철의 성격을 보여주고 있는 일이라고 할 수 있었다.
“사장님. 죄송합니다. 이렇게 직접 오시지 않아도 되는데요.”
“아니다. 나도 가만히 있을 수가 있어야지. 당연한 일이니 신경 쓰지 마라. 내가 그때 차에 타고 있던 일행이었는데, 나도 관련자라고 할 수 있지.”
기중도 물론 학생이 걱정되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자신이 직접 올 수밖에 없었다. 생각을 읽어봐야 했기 때문이었다. 병실에 조심스럽게 노크를 하고, 학생의 부모를 만났다. 기중은 자신을 소개하고, 죄송하다는 말을 전했다. 학생의 부모는 큰소리를 내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기중이나 석철을 반갑게 맞이할 상황은 절대 아니었다. 학생이 다친 곳은 없다는 검사결과를 받기는 했지만, 결코 그대로 안심을 하고 있을 수는 없었다. 그것이 자식을 가진 부모의 마음인 것이 당연했다.
“학생에게도 직접 사과의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기중의 정중한 말에 학생의 부모도 조금은 꺼리는 표정을 지었지만, 재차 말하는 기중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허락했다. 비교적 쉽게 학생에게 접근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든 기중은 학생에게 다가서면서 이미 집중을 시작했다. 그리고 기중의 몸에서 마나가 빠져나가 학생에게 향했다.
침대에 누워있는 사고를 당한 학생의 이름은 한유호였고, 올해로 중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이었다. 그의 고민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었고, 상당히 우울한 상태라고 할 수 있었다. 침대에 누워 눈을 감고 자는 것처럼 보였지만, 기중은 이미 한유호의 생각을 읽고 있었기 때문에 잠들어 있지 않았음을 잘 알고 있었다.
“한유호 학생 미안해요. 우리 때문에 많이 놀랐죠? 정말 미안하고, 빠른 쾌유를 빌겠습니다.”
사과의 말을 했지만, 한유호는 아무런 말이 없었다. 미동도 없이 가만히 있었지만, 병실에 있는 모두가 한유호가 잠들어 있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가 있었다. 눈꺼풀이 너무 부자연스럽게 움찔 거리는 모습이 보였기 때문이었다. 그 사이 기중은 생각을 읽고 나서 계속해서 기억을 읽기 시작했다.
‘이런. 불쌍하군. 어쩌다가 이렇게 까지 된 거지?’
기중은 안타까운 마음이 들 수밖에 없었고, 그에 더해서 마음속에서 분노가 올라오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