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n Struck by Thunderbolt Twice RAW novel - Chapter 183
00183 돈 벼락 맞은 사나이 =========================
기중은 기억을 읽으면 읽을수록 눈앞에 있는 최동팔이라는 사람에게 주눅이 들고 있었다. 대부분의 기억이 조폭시절의 기억이었고, 처절한 기억들이었다. 누구보다도 먼저 나서서 누구보다도 잔인하게 상대방을 제압했고, 심하게 부상을 당하는 기억들이었다.
“좋습니다. 어차피 저희 쪽에서도 경호업체와 계약을 해 볼까 했었는데, 우선 단기 계약을 맺도록 하지요. 물론 앞으로 실적이나 평가에 따라서 특별히 문제만 없다면 계약 연장은 가능합니다.”
“네. 잘 부탁드립니다.”
“그럼. 최 사장님께서 내일 저희 KG 스포츠로 오셔서 계약서를 작성하도록 하시죠. 제가 말씀드린 바와 같이 이곳에서의 위약금 처리해 드릴 테니 걱정 마시고요.”
“감사합니다. 사장님.”
기중은 최동팔과는 가볍게 이야기를 끝냈다. 최근에 들어서 회사 규모도 더욱 커지고 있었고, KG프로축구팀이나, 게임단, 엔터테인먼트 에서는 경호원이 필요한 경우가 많았다. 그렇게 생각하면, 이번 기회는 기중에게 있어서도 그다지 나쁜 것만은 아니었다. 원래는 이준호에게 돈의 위력을 반대로 보여주고자 생각했었는데, 떡 본 김에 제사를 지낸다고, 여차저차 자신의 회사를 위해서 고용하게 되었다.
최동팔과 그의 경호업체 직원들이 같이 모두 떠났다. 기중의 옆에는 구호빈과 감우철만 남아 있었다. 이제는 감우철과의 일을 상의할 시간이었다. 여전히 냉정한 표정을 보이는 구호빈이었지만, 마나가 조금 유동하고 있는 것을 기중은 느낄 수 있었다. 그의 모습에서 감우철과 그가 소속되어 있는 고려무술도장이라는 곳에 대해서 걱정하고 있다는 것을 눈치 챌 수가 있었다.
기중이 감우철과 이야기를 막 시작할 때, 집으로 들어온 이준상은 동생 때문에 짜증이 점점 늘어가고 있었다.
“형. 왜 그래? 아까 그 놈들 왜 그렇게 보낸 거야? 내가 얼마나 당했는지 말했잖아. 형은 동생이 그렇게 당했는데, 그렇게 끝을 내는 게 어디 있어? 형. 형!”
– 짝!
이준상은 동생의 짜증스런 말에 더 이상은 참을 수가 없었다. 워낙 참을성 없는 성격이기도 하고, 조금 전 기중에게 들었던 말 때문에 마음이 급하기도 했다.
“형…”
이준호는 형이 갑작스럽게 자신에게 따귀를 날렸기 때문에 멍한 표정이었다. 아픔도 아픔이지만, 이렇게 형이 자신에게 손찌검을 한다는 것 자체가 믿기지 않았다. 평소에는 자신의 과한 요청에도 웃음을 보여주었었던 형이기에 무척이나 잘 따르고 있었고, 형제의 우애가 정말 좋다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 충격이 더욱 컸다.
“너! 너 때문에 일이 꼬였다. 젠장! 당장 방에 들어가라. 난 아버지와 이야기를 나눠야겠다.”
이준상은 동생에게 더욱 냉정한 말을 하고서 돌아서버렸다. 그 모습에 이준호는 서럽기도 하고, 무섭기도 해서 울먹거리면서 자신의 방으로 뛰어 올라가버렸다. 귀하게만 자란 이 집안의 막내인 이준호에게 있어서 이런 상황은 이해할 수도 없었고, 이해하고 싶지도 않았다. 그리고 그 모든 분노는 기중에게로 향했다.
‘개자식들. 다 네 놈 때문이야. 가만 두지 않을 거다.’
이준상은 조심스럽게 아버지의 방에 노크했다. 요 며칠 정말 방 밖으로도 나오지 않아서 무척이나 걱정되는 상태였다. 주치의를 불러 진찰을 해 봤지만, 몸에는 특별히 문제가 있지는 않았고, 다만, 무언가에 상당히 놀란 상태라고만 했다.
그래서 더욱 답답했다. 아버지는 아직까지 멀쩡해야 했다. 부모와 자식 간의 정 때문이 아니라, 자신이 회사를 온전히 차지하기 위해서는 아버지의 힘이 필요했다. 만약 지금의 상태로 회사를 물려받게 된다면, 자신의 능력으로는 제대로 운영하기가 어렵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
“아버지. 들어가겠습니다.”
아무런 대답이 없어서, 이준상은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왔다. 침대에 앉아서 심각한 표정을 보이는 이준상의 아버지, R캐시의 사장 이민수가 보였다.
“무슨 일이냐? 밖에 감 실장 없어? 아무도 들이지 말라고 했는데.”
“일이 좀 있었습니다. 지금 감 실장은 밖에 나가 있는 상태입니다.”
“뭐? 당장 불러와. 당장! 감 실장이 없으면, 또 그 놈이 올지도 몰라. 당장!”
이민수는 지금 상당히 초조한 상태였다. 공태수에 의해서 협박을 받은 것은 그다지 큰 문제까지는 아니었다. 물론 침실에 침입한 괴한 때문에 놀라지 않을 수는 없었지만, 사채업자로서 이 보다 더 위험한 상황도 경험했었다. 이렇게 까지 겁을 먹고 집 밖을 나가지도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그런데 지금의 상황은 자신도 설명하기 힘들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걱정의 강도가 높아지고, 불안감이 늘어만 갔다. 이곳을 벗어나는 순간 자신은 그 많은 돈을 놔두고, 이 세상을 떠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지배되어 가고 있었다.
그것의 원인은 공태수의 몸속에 깃들어 있는 마나의 존재 때문이었다. 일반인들이라면 그 다지 영향을 받지는 않았을 테지만, 이민수의 몸속에 있는 아주 적은 양의 마나가 이미 시커멓게 변해 있었고, 그 때문에 결국 좋지 못한 방향으로 영향을 받고 말았다. 그 영향은 자신이 지금까지 쌓아왔던 각종 악행으로 인해서 상대방이 품게 되는 원한이나 복수심 등에 대한 반작용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래서 이민수는 집 밖으로 나갈 생각도 하지 못하는 상태가 되었다.
“감 실장. 그 놈은 다시 오지 않을 겁니다.”
“뭐? 이 새끼야. 네가 감 실장을 나가라고 했어? 네가 날 죽이려고 그러는 구나. 나만 죽으면 내 돈, 내 회사 전부 네 차지가 될 테니까 말이야. 자식이 애비가 죽기만을 바라는 구나. 안 돼. 절대 안 돼. 아직은 난 죽을 수 없어. 내가 어떻게 여기까지 올라왔는데. 너만 좋을 일 시킬 수는 없어! 당장. 감 실장 불러와. 아니야. 아니야. 감 실장이 소속되어 있는 그 도장에 직접 연락해야겠다. 이번에는 더욱 많은 사람을 불러야겠어. 돈이 얼마가 들더라도 더 불러야지.”
마치 실성한 것처럼 전화를 찾아서 번호를 누르는 이민수를 보면서 이준상은 고개를 저었다. 이미 몇 번이나 이런 식으로 실성한 것 같은 모습을 보였었다. 그래도 지금까지는 잠깐씩 그러다가 말았는데, 오늘은 그 강도가 더욱 심한 것 같았다.
“그곳은 그만 두고, 제가 따로 경호원을 부르겠습니다. 아버지. 그러니 안심하세요. 제발요.”
“뭐? 네가 부른다고? 그걸 나보고 믿으라고? 당장 나가! 당장! 내 돈은 내가 직접 지킨다. 내가 부를 거야.”
이준상은 방 밖으로 나왔다. 아버지가 진정이 되지 않기 때문에 나중에 다시 대화를 나눌 생각이었다. 지금은 당장 따로 할 일이 있었다. 기중에 대한 일이었다. 상당히 급하게 처리해야 할 일이었다. 도대체 어디까지 알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일단 자신이 동원 가능한 사람들에게 연락을 취해 처리해 볼 생각이었다.
기중은 감우철과의 대화를 통해서 사정을 전해 들었다. 고려무술도장은 그 명맥이 중간에 끊어졌다가, 70 여 년 전 다시 부활한 도장이었다. 구호빈이 잠시 몸을 의탁해서 무술을 연마하던 시기에는 도장의 관원들이 수백에 이를 정도로 거대한 규모의 도장이었다. 국내에서는 태권도가 가장 유명하고, 보편화 되어 있었지만, 고려무술도장은 고대에서부터 내려오는 전투기술을 주로 연마하는 과격한 무술을 그 축으로 하고 있었다. 고려무술도장 출신들이 대부분 특전사나, 고위층 경호 업무에 투입 될 정도로 그 유명세는 특정 부류에게는 잘 알려져 있을 정도였다.
그러나 몇 년 전부터 그 거대한 규모를 자랑했던 고려무술도장이 쇠퇴하기 시작했다. 가장 큰 타격은 새로운 정권의 실세들이 경호를 요청하면서 부터였다. 고려무술도장이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친 정치적 성향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라, 처음에는 당연히 받아 들였고, 우선적으로 경호 인력을 배치하는 등 상당한 배려를 해 주었다.
그러나 차츰 먼저 경호 인력을 요청했던 권력자들의 주변인들의 행태가 변했다. 경호 인력을 마치 비서로 여기거나 자신보다 아래의 사람으로 여기는 것은 당연하게 받는 불이익이었고, 어떤 때는 비리를 저지르는 현장에서 망을 보는 역할까지 수행시키기에 이르렀다. 이에 불만을 품은 고려무술도장 소속의 경호원들이 반발을 시작했고, 그 사태는 계속해서 악화 되었다.
결국 경호업계에서 정치권과 정부의 농간으로 인해서 고립되었고, 최소한의 유지조차 어렵게 된 상황에서 고려무술도장 출신의 한 사람이 이민수를 소개시켜 주었고, 최종적으로는 그에게 도장 운영비를 빌리게 되었다. 고려무술도장과 R캐시 사이에 있었던 그 사람 역시 철저히 R캐시의 사람이었고, 중간자 역할을 하면서 상당한 개인적 이득을 챙겼고, 고려무술도장은 R캐시에게 점점 그 빚이 늘어가는 상황이 되어 있었다.
고려무술도장에서도 R캐시가 어떤 회사인지 뒤늦게 알게 되면서 관계를 끊어보려고 했지만, 도저히 불가능한 상황이었고, 결국 이렇게 감우철처럼 이민수의 경호를 위해서 나오게 되는 상황까지 이르렀다. 최종적으로 그 관계를 끊기 위해서는 상당한 거액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볼 수 있었고, 그것은 기중으로 인해서 쉽게 해결 될 수도 있는 문제였다.
“잘 알겠습니다. 구 실장님께서 알아서 해 주실 겁니다.”
기중은 구호빈을 바라보며, 묘한 미소를 지었다. 당연히 구호빈이 거액의 돈이 있을 리가 없었다. 지금까지 조직에서 생활하면서 모아둔 돈은 있었지만, 푼돈에 불과할 뿐이었다. 당연히 기중의 의도를 알고 있었기에, 반대를 해야 하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감우철이 앞에 있는 상황에서는 도저히 말이 나오지 않았다.
“정말 감사합니다. 사범님!”
감우철은 눈에 눈물이 살짝 고일만큼 걱정하고, 생각만 해도 답답하게 만드는 일을 해결해 주겠다고 하는 말을 듣고는, 이것은 하늘이 내려준 기회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구호빈이 자신들에게 있어서 바로 하늘이 내려준 사람인 것이었다.
“사장님. 나중에 다시 말씀을 나누시지요.”
“하하. 그래요. 그럼 오늘은 이만 돌아가 볼까요? 내일은 고려무술도장에 같이 방문하자고요.”
기중은 빙그레 미소를 지으며, 구호빈에게 말하고 감우철과 인사를 나누고 차량을 주차시켜 놓은 곳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기중의 마음속에는 이준상과 관련된 일을 어떻게 처리해야할지 하는 고민으로 또다시 복잡해졌다.
기중은 지금 법원에 막 도착했다.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던 한연호 변호사가 다가왔다.
“오랜만입니다. 김 사장님.”
“정말 오랜만이네요. 한 변호사님. 몇 달 된 것 같네요?”
“정확히 34일 만입니다. 몇 달이라고 하기에는 힘들 것 같습니다.”
“아. 그래요? 하하.”
기중은 법정으로 향하면서 한 변호사와 가볍게 이야기를 나누려고 했지만, 역시나 그것은 무리였다. 한 변호사는 여전히 무표정으로 앞만 보고 걸어가고 있었고, 자신의 이야기는 전혀 하지 않았다. 당연히 먼저 말을 꺼내지 않는 것은 기중도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그래도 좀 아쉬웠다.
조금 가까워진 관계라고 생각했었는데, 이렇게 오랜만에 만나서도 할 이야기가 딱히 없는 것이 그랬고, 한 변호사를 만나면 미국으로 떠나버린 한연희가 생각나서 기중도 조금 껄끄러운 면이 남아 있었다.
기중이 오늘 법원에 온 이유는 재판 과정을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친구인 영탁과 관련되어 소방서에서 비리를 저지르던 공무원들이 뇌물 수수와 횡령에 혐의로 구속되었고, 그 사건에서 결정적으로 역할을 비밀리에 수행했던 기중은 재판이 있다는 소식을 듣고 이미 예정된 계획들을 뒤로 미루고 오는 길이었다.
아무리 범죄 사실에 대해서 증거를 마련해주고, 증언을 하도록 능력을 사용했었지만, 이번 판결은 사실상 봐주기 판결이 나올 것이라는 예상이 있었기 때문에 당연히 올 수밖에 없었다. 이대로 이번에도 그냥 꼬리자르기로 끝내는 또 하나의 사건이 되도록 두고 볼 수만은 없었다. 재판이 진행되는 법정의 방청석에서 최대한 기중이 원하는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할 생각이었다.
법정에 도착한 기중은 조용히 맨 뒷자리에 앉았다. 시간이 되자 구속되었던 공무원이 나타났고, 그 뒤로 검사와 판사가 자리하더니 곧 재판이 진행되었다. 역시 기중의 우려대로 검사는 겉핥기 식으로 심문했고, 구속된 피의자는 마치 누가 시나리오를 써줬는지 아무런 감정 없이 책을 읽듯이 질문에 답하고 있었다.
이에 화가 난 기중은 검사와 판사에게 마나를 대량으로 사용해 버렸다. 그리고 그들의 기억을 읽기 시작했다.